새로운 지문이 된 얼굴 인식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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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지문이 된 얼굴 인식에 관하여

2020-04-27T21:49:04+00:00 2020.05.05|

얼굴은 새로운 지문이며, 우리가 지울 수 없는 자취이자 열쇠다.

첫 얼굴 인식의 순간, 정확히는 얼굴을 인식했다고 인식한 순간은 유럽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러 간 공항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자동 출입국 심사 키오스크로 들어선 때였다. 최근 몇 년 동안, 사전 선별된 여행자를 더 빠르게 보내줄 자동 출입국 시스템은 여권과 지문 스캔으로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화면에 사진을 찍기 위해 프레임 안에 서 있으라는 설명이 나왔다. 찰칵. 불쾌한 느낌이었다. 8시간의 긴 비행을 끝마친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즐거운 일이었을 수 있겠지만. 잠깐 몸에 서늘한 느낌이 들었고, 곧이어 내 개인 정보가 스크린에 나타난 것을 지켜보았다. 이름, 여권 번호, 비행 편. 컴퓨터가 무명 연예인을 스토킹하는 파파라치처럼, 이 끔찍한 사진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알아본 것이다. 파파라치와 다른 점은 정부가 가진 정보와 연결하여 대조한 정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동 출입국 심사는 얼굴 인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었다! 낮 시간에 안면 인식이 이뤄질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자. 개를 산책시킬 때 교통 단속 카메라에 찍힐 것이다. 베이비시터에게 송금할 때도, ATM에 달린 카메라에 윙크 한 번 날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드러그스토어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민망한 물건이 있는 구역에서 쇼핑할 때? 예외 없이 자리하고 있을 카메라를 향해 ‘치즈’를 해보자. 이런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의 얼굴을 수없이 드러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다. 이는 영상통화나 SNS처럼 피할 수도 없지만, 아이폰 X의 얼굴 인식을 통한 페이스 로그인처럼 선택할 수도 있다. 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매장에서는 잠재적 절도범을 찾아내기 위해 얼굴 인식 기술을 이용한 실험이 있었다. 병원에서도 얼굴 인식을 활용해 입구에서 악성 고객을 식별하고 있다. 또 처칙스(Churchix)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교회에 다니는 사람을 알아낼 수도 있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한가한 현대인의 즐거움을 구경하고 또 구경당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늘 사진이 찍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알아야 할 것 또 한 가지는 우리가 신뢰하건 불신하건, 공적인 목적으로든 상업적인 목적으로든, 우리의 습관과 삶을 저장한 디지털 저장소에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얼굴은 새로운 지문이 되었다. 오늘날의 기술로, 우리 모두는 A급 영화배우만큼 많은 사람이 알아볼 수 있다. 우리의 정신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우리 삶은 펼쳐진 책이 되었다.

선글라스를 낄 시간이다. ‘진정한 패션을 시작하지’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랄까. 수년간 얼굴은 패션이라는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었다. 당연히 런웨이에서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중요한 때가 있었다(알렉산더 맥퀸의 휘어진 눈이나 그로테스크한 광대 같은 입 모양 또는 매티 보반의 전사 같은 페인트 분장, 에카우스 라타의 물감을 흩뿌린 메이크업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혁신은 대개 얼굴과 함께가 아니라 얼굴 주변에서 행해졌다. 그런데 갑자기 파리의 메종부터 스트리트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다.

하이패션계에서는 지난해 뎀나 바잘리아가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잉게 그로나드와 함께 보철로 2020년 봄 발렌시아가 모델들의 얼굴을 변형시킨 것이 계기가 됐다. 뷰티 산업의 과도함에 대한 씁쓸한 논평뿐 아니라 패션의 덧없는 변화의 연장선에 대한 코멘트였다. 어깨나 가슴을 다르게 보이기 위해 드레스를 입는 것이라면, 얼굴을 다르게 보이기 위해 가짜 입술을 입혀보지 않을 이유는 또 무엇인가.

얼굴 인식 기술의 편재성은 그러한 변화를 새롭고 반항적인 부분으로 만든다. 환상과 위장이라는 패션계의 유구한 전통에 따라 누군가의 얼굴 윤곽을 바꾸고 알아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이 얼굴 지문을 지우기 위한 것이며, 펼쳐진 책을 다시 덮기 위한 것이다. 가짜 입술로 사무실에 가는 생각만 해도 메스꺼워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전통적 액세서리라는 선택권이 있다. 2004년 연구원이자 예술가인 아담 하비(Adam Harvey)는 클럽 사진이 웹에 축적되는 방식에 경각심을 가졌다. “사람이 많은 파티에 가서 도발적인 사진을 찍으면, 모든 사람이 아침에 그 사진을 볼 수 있거든요”라고 그는 말한다. “1시간 안에 스크립트를 짜서, 모든 사진을 다운로드하고 당신이 어떤 사진에 찍혔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 그는 자신의 연구를 일종의 해독제, 즉 인식 방지 패션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LED 등으로 장식한 클러치를 발명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면, 가방이 그 플래시에 반응하는 빛을 발해 사진을 백지화하여 알아볼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에는 ‘하이퍼 페이스’라는 옷 프린트를 연구했는데, 이 옷은 얼굴 주변에 시각적 노이즈를 만들어 얼굴 인식을 방지한다.

하비는 미래의 사람들은 선택권을 가질 거라고 말한다. 편리를 추구하여 얼굴 인식 알고리즘을 개선하기 위해 말끔하게 알아보기 쉬운 얼굴을 하고 다닐 수 있다. 아니면 개인화와 사생활을 선택하여 새 시대를 맞아 우리를 보호할 장식을 두를 수도 있겠다. 현대사회에서 감시는 보편적이다. 하지만 패션은 이런 감시라는 새로운 법칙에 앞서며, 몸을 감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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