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책으로 떠나는 모험

2020.05.22

by 김나랑

    책으로 떠나는 모험

    서핑, 오지 여행을 하지 못해 답답하신가요? 갈증을 풀어줄 책을 소개합니다.

    근무하다 서핑하기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의 개정판이 출판되었습니다. 파타고니아 창업자이자 록 클라이머, 환경 운동가인 이본 쉬나드가 방랑하던 시절부터 브랜드를 이룩하기까지 여정을 담고 있죠. 단순히 브랜드 소개서가 아닙니다. 피츠로이로 암벽등반을 다니고, 홀로 캠핑을 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던 젊은 청년의 모험 책이자 환경 책입니다. 이제는 고전이 되어가고 있죠.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란 책 제목이 무슨 뜻이냐고요? 캘리포니아에 자리한 파타고니아에선 근무하다가도 파도가 좋으면 서핑을 하러 나가도 된답니다. 퇴사율이 극히 낮은 회사로도 유명하죠. 입사 조건이 궁금하다면 아래 소개한 책 속의 글귀를 참고하세요. 오래도록 제가 간직한 메모이기도 합니다.

    “카탈로그의 제1차적 목표는 이미지를 떠받치고 있는 철학을 공유하고 고무하기 위한 것이다. 그 철학의 기본 교리는 다음과 같다. 환경에 대한 깊은 경의, 환경 위기를 해소하는 데 온몸을 바치겠다는 강한 동기, 자연에 대한 뜨거운 애정, 권위주의에 대한 건강한 회의, 특별한 훈련을 요구하는 어렵고 고단한 스포츠에 대한 사랑, 눈썰매 자동차나 제트스키 같은 기계를 사용하는 스포츠에 대한 경멸, 괴짜는 아니라는 확실한 자기 정체성, 진정한 모험(살아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는 여행이라면 좀 더 알아듣기 나을지 모르지만,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살아 돌아오더라도 그전의 자신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 그런 여행)에 대한 외경심, 진정한 모험을 택하는 취향, 적은 게 낫다는 신념(디자인도 그렇고 소비도 마찬가지).”

    비극 실화

    <희박한 공기 속으로>는 저를 산악 문학에 입문하게 해준 작품입니다. 1996년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등반에 합류한 기자 존 크라카우어의 힘겨운 회고록입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희박한 공기로 정신착란까지 오는 험한 여정은 전문가들도 큰 사고를 당하기 마련입니다. 안타깝게도 함께 오르던 12명이 숨집니다. 존은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도 눈보라 때문에 속수무책이었죠. 이 책을 읽고 모든 산악인에게 깊은 존경심이 들었으며, 자연의 위대함에 겸손해졌습니다. 읽는 내내 희박한 공기에 숨이 찬 것처럼 느껴지는 굉장한 작품이었습니다. 제이크 질렌할,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 <에베레스트>로도 제작되었죠.

    오바마의 여름휴가 책

    <바바리안 데이즈>는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여름휴가 도서로도 유명하죠. <뉴요커>에 기고하는 저널리스트 윌리엄 피네건의 서핑 인생이 담겨 있습니다. 660페이지로 꽤 두껍지만 제가 필리핀 샤르가오로 서핑 여행 떠날 때 굳이 들고 갔습니다. TPO에 맞는 책 선택이었죠. 책 초반에는 쭈뼛쭈뼛하던 소년이 하와이에서 파도를 타며 성장해가는 그림이 펼쳐집니다. “서핑을 잘하고 싶다면, 하와이에서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있죠. 그는 누구보다 축복받은 서퍼였네요. 후에도 남태평양, 오스트레일리아, 아시아, 아프리카, 페루 등 파도를 좇아 전 세계를 유랑하며 살아갑니다. 저자는 서핑이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중독이고, 삶의 열정이죠. 저로서는 서핑에 모두를 바칠 수 있었던 그의 환경이 부럽기만 합니다.

    북극에서 생존하는 법

    <우에무라 나오미의 모험학교>는 극지방에서 살아남는 우에무라 나오미의 깨알 정보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렇습니다. “체력이 50~60% 남았을 때 행동을 멈출 것. 남극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힘을 다 써버리면 안 된다. / 극지방에서 배설할 때는 날씨가 좋아도 엉덩이를 1분 이상 노출해선 안 된다. / 오지에서 휴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얼마나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잤는지 수시로 점검할 것. / 똑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북극권에선 한순간에 길을 잃어버릴 수 있다. 시야에서 일직선상에 보이는 하나의 점을 목표로 잡고 똑바로 걸어간다. 하나의 점에서 또 하나의 점까지 직선으로 이어가면서 한 점씩 계속 전진하는 것이다. 이때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 긴 나무를 허리에 걸고 다닐 것. 크레바스에 빠지면 나무에 걸려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요약) 특히 시베리아허스키 친구들의 일화를 빼놓을 수 없어요. 개썰매를 끄는 도중 변을 보기는 예사, 새끼를 낳은 적도 있다네요. 그의 조그만 텐트에 같이 있는 듯 생생한 이야기입니다.

    에디터
    김나랑
    사진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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