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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로 쌓여가는 포장 쓰레기, 어쩌지?

2020.08.13

by 조소현

    배달로 쌓여가는 포장 쓰레기, 어쩌지?

    어느덧 일상으로 자리 잡은 배달과 포장 문화. 안전하고 편리해서 좋긴 한데, 수북이 쌓여가는 포장 쓰레기를 보면 죄책감에 빠져들곤 하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배달과 포장 시스템이 운명이라면, 포장재로 문제를 해결해봅시다.

    쌀겨로 만든 포장 박스

    지난 4월 세계적인 패키지 디자인 어워드인 ‘다이라인 어워드(Dieline Awards)’가 열렸습니다. ‘필환경’ 시대이니만큼 창의적인 디자인은 물론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 지원자들이 많았죠. 특히 식품 포장 부문 1위를 차지한 ‘스리상다오 라이스(Srisangdao Rice)’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태국의 디자이너 솜차나 깡완짓(Somchana Kangwarnjit)은 태국의 유명 쌀 생산지인 퉁꿀라롱하이 지역의 프리미엄 쌀을 ‘쌀겨’로 만든 패키지로 포장했죠. 쌀 도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쌀겨는 그동안 폐기물로 처리해왔죠. 솜차나 깡완짓은 이를 튼튼하고 고급스러우며 추후 자연 분해되는 포장 용기로 제작했습니다. 이 용기의 화룡점정은 쌀알 모양의 구멍을 뚫은 바닥 면에 있습니다. 용기를 뒤집어 바닥 면을 위로 하면 티슈 박스로 사용할 수 있답니다.

    식물을 키우는 아이스 팩

    생채소나 육류, 어패류, 냉동식품을 주문할 때면 한 번쯤 망설이게 됩니다. 제품을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한 보랭제, 과도한 포장 때문이죠. 이에 SSG닷컴은 재활용을 넘어서 환경에 도움이 되는 아이스 팩을 도입했습니다. 기존 것도 환경에 무해한 물 아이스 팩이었는데요, 여기에 미생물을 주입, 식물 영양제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참에 예쁜 화분 하나 장만하고 싶어집니다. 화분이 없다고 해도 아쉬워하지 마세요. 미생물 아이스 팩을 하수구에 버리면 오수 정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이 외에도 SSG닷컴은 새벽 배송에 재활용할 수 있는 보랭 백 ‘알비백’을 제공합니다.

    가구로 변신하는 포장 박스

    포장재로 가구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삼성전자가 라이프스타일 TV의 세 가지 모델 ‘더 프레임’, ‘더 세리프’, ‘더 세로’의 포장재를 업사이클링 에코 패키지로 선보였습니다. 골판지로 제작한 포장 박스를 손쉽게 잘라 조립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는데요. 포장 박스 상단에 인쇄된 QR 코드를 통해 잡지꽂이나 리모컨 수납함 등의 소형 가구, 반려동물용품 등을 제작할 수 있는 매뉴얼을 제공합니다. 이 아이디어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 2020에서 ‘CES 혁신상’을 받았다고 하네요. 영국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디진(Dezeen)>과 함께 에코 패키지를 이용한 디자인 공모전도 진행한다고 하니 관심 있다면 도전해보세요.

    한 입에 쏙! 먹는 포장

    전 세계가 해조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퓨처 푸드뿐 아니라 포장재로서도요. 지속 가능한 패키징을 개발하는 영국 런던의 스타트업 낫플라(Notpla)가 대표적입니다. ‘우리는 사라지는 포장재를 만든다’가 그들의 슬로건입니다. 낫플라는 해초 추출물로 캡슐 ‘오호!(Ooho!)를 만들어 액체를 담습니다. 지난해엔 런던 마라톤에서 선수들에게 일회용 컵이나 페트병 대신 오호 캡슐에 담은 물을 나눠주며 화제를 모았죠. 오호 캡슐은 경기 중 음료 제공은 물론 시식 및 시음회, 포장 음식의 소스 용기, 칵테일 및 디저트 등으로 쓰이며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캡슐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버려도 됩니다. 6주 이내에 분해될 테니까요.

    맥주 찌꺼기로 만든 포장재  

    비어 러버라면 자부심을 가져도 좋습니다. 맥주가 세상을 구원할 테니까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자리한 아웃랜더 머티리얼스(Outlander Materials)는 완벽히 생분해가 가능하고 마이크로 플라스틱을 만들지 않는 새로운 포장 솔루션을 개발합니다. 이들이 오랜 연구 끝에 발견한 것은 바로 ‘맥주’입니다. 맥주를 양조하고 남은 찌꺼기로 섬유질이 풍부하고 비건들도 먹을 수 있는 포장재 ‘언플라스틱’을 만든 것이죠. 이를 위해 로테르담의 젊은 맥주 양조장 벳앤레이지(Vet&Lazy)와 함께했습니다. 언플라스틱에 담긴 사탕은 어떤 맛이 날까요?

      서다희(칼럼니스트)
      사진
      Courtesy Photos
      에디터
      조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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