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를 위한 가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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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를 위한 가구 디자이너

2020-06-08T16:06:42+00:00 2020.06.08|

가구 디자인은 그 나라의 자연환경, 문화, 미감 등에 기반을 두지만 세계가 실시간인 요즘, 지역보다 세대에 반응한다. 밀레니얼+Z세대(MZ세대)의 가구는 다르다. 이들은 SNS로 만천하와 소통하지만, 자기 공간에 욕구가 크고, 트렌드가 아니라 철저히 자기 선택을 믿는다. 소유, 경험에 이어 가치를 중요시한다. 단순히 아름답고 편리한 가구를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본이다. 내가 살아가는 태도와 가구가 부합해야 한다. 제작, 저장, 포장, 운송 방법이 친환경인지, 아니면 나의 소비가 지구에 쓰레기를 더할지 염려한다. 가구 디자이너의 의도를 살피며, 얼마나 실험적인지, 1인 생활양식을 고려했는지, 반려동물 친화적 디자인인지, 만들어준 대로가 아니라 내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 디자이너가 어떤 사회 활동을 하는지도 선택 요인이 된다. 단순히 가구를 사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이나 창의성을 산다. 최근 한국에도 MZ세대를 위한 가구 디자이너들이 출현했다. 이들은 할머니의 구옥을 고쳐 아틀리에로 쓰고, 쓰레기가 덜 나오는 디자인을 하고, 어디로 이사하든 쓸 수 있는 유동적 가구를 만든다.

문승지 @mun_seungji

나는 가구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 그룹 팀 바이럴스(Team Virals) 공동대표 겸 아트 디렉터다. 요즘 한 달의 절반은 고향인 제주에 와 있다. 할아버지가 전쟁 직후 지으신 집의 창고를 제주 아틀리에로 개조했다. 할머니의 보릿자루, 할아버지의 줄자와 손주인 내가 디자인한 가구가 자리하는, 시간을 초월한 공간이다.

포 브라더스의 시작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쓰는 ‘캣터널 소파’가 주목을 받으면서 20대 초반에 반려동물 브랜드 엠펍(M.pup)을 설립했다. 사업에 미숙해 괴로웠고 본업에 집중하려고 과감히 정리했다. 그러던 차에 코스(Cos)에서 제안해 ‘포 브라더스 체어(Four Brothers Chair)’를 디자인했다. 가구 만들 때 많은 나무가 버려지는 것에 문제를 느껴왔기에, 합판 한 장에서 남는 부분 없이 의자 네 개가 나오도록 했다. 포 브라더스에 이은 두 번째가 ‘이코노미컬 체어(Economical Chair)’다. 의자를 켜켜이 쌓아둘 수 있고 일상에서 편하게 사용하는 양산형 제품이다. 내가 지향하는 디자인 목표 중 하나다. 세 번째는 ‘브라더스 컬렉션(Brothers Collection)’이다. 한 장의 철 판에 의자, 테이블, 조명 등이 나온다. 철판 하나로 기본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컬 체어와 함께 제주 아틀리에에 들여놨는데, 할머니가 거기에 자리 잡으시고 콩을 다듬으시는 풍경은 감동이었다.

제주, 코펜하겐, 강원 전통, 지방을 담은 디자인은 왜 뭔가 아쉬운지 임성빈 디자이너와 대화하다 웜 스튜디오(Warrm Studio)를 결성했다. 제주의 지형과 문화를 작품화하는 크루다. 모슬포, 한림, 소길을 향으로 만들었다. 한림 협재해수욕장의 기분 좋은 물비린내와 미역 냄새를 향으로, 소길의 이끼를 향으로 만드는 식이다. 코펜하겐 디자인 그룹 프라마(Frama)의 ‘Legacy of Tamra’란 현지 전시에서 소개했다. 이것 외에도 고향 친구들끼리 ‘외부인의 시각이 아닌 내부인의 시각으로 제주를 해석하자’는 의지로 다양한 일을 벌일 거다. 전통 방앗간을 현대적으로 설계한 인스밀(In’s Mill)도 그중 하나다. 주인장은 할머니들께 곡물을 빻는 법 등 방앗간 기술을 배워 제주의 옛 음료를 마시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했다. 나도 제주 방앗간을 구현하자는 마음으로 디자인하고 있다. 특히 제주의 나무로 전통적이면서 이국적인 조경을 꾸미고 있다. 요즘 제주 빼고는 강원도에 가 있다. 오대산에 있는 월정사의 서별당을 보수 공사하면서 나온 오랜 마룻바닥을 벤치로 바꿨다. 이를 인연으로 월정사의 찻집을 재설계하는 중이다. 조만간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과 바다 쓰레기를 걱정하는 친환경 전시도 연다.

하루키의 서랍처럼 철학이라기보다는, 디자인할 때의 마음가짐은 ‘스토리즘’이다. 흔히 스토리텔링이라고들 하는데 ‘스토리즘’이라 쓰고 싶다. 쉽게 말하면 아이디어를 억지로 꺼내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서 보고 듣고 생각한 키워드가 뇌에 걸러지고 모아지던 어느 날, 이들이 조합돼 문장이 나오고 디자인이 된다. 이 과정이 스토리즘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가는 머릿속에서 서랍을 열고 재료를 꺼내 글이라는 ‘매직’으로 만들어내는 마술사”라고 한 것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포 브라더스는 당시 미디어에서 지속적으로 환경 뉴스를 듣고, 주변 공장 지대의 쓰레기를 본 경험이 키워드로 쌓여 있다가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의자”란 문장이 되고, 그를 바탕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동시대의 힘 제주에서 작업하는 지금도 일하는 게 아니라 노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 온전히 내가 생각한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가까이 갔으면 좋겠다. 가구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굉장히 다른 두 지점을 오간다는 거다. 갤러리에 놓인 작품일 수 있고, 한없이 상업적일 수 있다. 나는 갤러리보다 사람 옆에 놓이길 바란다. 그러려면 아트워크도 좋지만 양산을 고려해 디자인해야 한다. 점차 브랜드화하고 싶다. 덧붙여 덴마크 하면 떠오르는 디자인이 있고, 일본이나 밀라노도 그러하듯 한국의 디자인이 생겼으면 좋겠다. 동시대 크리에이터나 디자이너들이 폭발적으로 움직인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상혁 @leesanghyeok

나는 ‘도메스틱 아키텍트(Domestic Architect)’. 건축가가 공간적 경험을 전달하듯, 나는 오브제를 통한 경험을 전달하고자 한다. 건축은 건물 형태, 주변과 관계, 의미 등 수많은 생각 끝에 휴식 공간이라는 기능적인 역할과 영감의 대상이라는 개념적 역할을 한다. 최소 100년 동안 말이다. 내가 추구하는 작업 또한 스케일만 다를 뿐 건축 과정과 일치한다. 그래서 디자이너보다 넓은 의미로 도메스틱 아키텍트다.

디자이너 데뷔 2011년 네덜란드의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Design Academy Eindhoven)을 졸업하고, 졸업 작품 ‘당신의 손에 귀 기울여요(Listen to Your Hands)’가 2012년 쾰른 국제가구박람회(IMM) D3 콘테스트에서 2위를 했다. 서랍장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를 열면 다른 서랍장이 같이 열리거나 닫히는 작품이다. 같이 움직이니 손에 ‘귀’ 기울여 천천히 여닫아야 한다. 살면서 계속 만지는 가구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염두에 두었다. 기능적인 부분을 개념적으로 표현한 것.

덴마크 타임 투 디자인 어워드 1위 졸업하고 세상에 던져지니 막막했고, 네덜란드에서 베를린으로 이사도 해 불안했다. 열심히 공부했는데 ‘결국 실업자네’ 싶었다. 그러다 2012년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인생사용법(Life A User’s Manual)> 전시에 출품을 제안받았다. 부제가 ‘디자이너 자신의 삶을 위한 디자인’인 만큼 내 상황을 담아내려고 했다. 오래된 건물을 보수하느라 주변에 건축 비계가 많았다. 늘 조심히 피해 다녔는데 생각해보니 나와 닮았다. 건물을 짓거나 보수할 때 꼭 필요하지만 완공되면 허물어져 떠도는 삶. 여기서 영감을 받아 ‘유용한 실업자(Useful Arbeitsloser (Jobless))’ 선반을 만들었다. 이는 2013년 덴마크 타임 투 디자인 어워드(Time To Design Awards)에서 1위를 했고, 부상으로 3개월간 코펜하겐 레지던시에 머물렀다. 그동안 덴마크 디자인이 왜 클래식인지 배우며, 작업의 소명도 다질 수 있었다.

베를린 개인전 앞서 말한 <인생사용법>전도 의미 있고, 2018년 베를린 공예 박물관의 개인전 <도메스틱 아키텍처(Domestic Architecture)>도 빼놓을 수 없다. 내 작품이 공예 박물관의 역사적인 소장품과 같이 전시되었고, 스스로 큐레이션하면서 견해도 넓혔다. 아이디어는 건축에서 사람에게 되묻고 책에게 되물으며, 다양한 분야에 집중한다. 그중 건축에 관심이 많다. 건축물을 실제로 볼 때, 들어갈 때, 안에서 움직일 때의 내 감각을 믿는다. 유명 건물뿐 아니라 도시에서의 움직임, 느낌, 관계 등의 건축적 경험은 실로 대단하다.  2018년부터 시리즈로 작업 중인 ‘도메스틱 아키텍처’도 여기에서 발현됐다.

가구계의 빅 이슈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 최근 유럽에선 기존 가구에 반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가 많다. 예를 들어 의자라면 ‘앉는 의자’가 아니라 ‘앉는 오브제’이자 ‘앉는 것 자체가 컨셉’인 실험적인 작품이 나온다. 다른 분야도 그렇듯 대량생산이 가져온 환경과 품질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재료뿐 아니라 제작, 저장, 포장, 운송, 재사용 등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친환경을 추구한다. 또한 공예적 접근은 계승하면서 최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다.

이해 불가한 가구 박람회에 맞춰 선보이는 가구. 물론 가구 박람회는 관람객, 미디어, 바이어에게 적극적 홍보가 가능한 장이다. 그러나 디자이너뿐 아니라 재료 공급자, 제작 공장 등이 박람회 스케줄에 맞춰 새로운 가구를 내놓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리는 시스템이 됐다. 한 예로 의자는 빨리 만들수 있어 보이지만 전혀 아니다. ‘Y체어’로 유명한 덴마크 디자이너 한스 베그너(Hans J. Wegner)는 생전에 의자와 10m 떨어져 있어도 1mm 차이를 발견할 정도로 예민했다. 그만큼 의자는 디테일에 민감하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박람회에 맞춘 의자는 재료, 제작, 형태, 품질 등이 완성한 단계 전에 끝나버리곤 한다. 가구뿐 아니라 인간과 관계를 맺는 모든 것은 잘못된 시스템에서 벗어나 시간을 두고 성숙해야 한다. 몇몇 가구 회사가 그런 점을 인지하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 다행이다.

언젠가는 내 가구를 통해 사용자가 당연하게 여기던 생각, 습관, 관점이 변화하길 바란다.

조재원 @j1studio

나는 여섯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패서디나에 자리한 아트센터디자인대학교(Art Center College of Design, Pasadena)에서 환경 디자인(Environmental Design)을 전공했다. 2008년 LA에서 내 이름을 딴 J1 스튜디오(J1 Studio)를 시작했고, 현재는 중구 필동로에 자리한 썸 컬렉티브(Some Collective)에 머물며 작업한다.

현대 유목민을 위한 썸 컬렉티브는 디자이너 가구와 예술 작품이 만나는 공간이다. 친형이자 공간을 큐레이션한 조윤종 대표, 미디어 아티스트 박경근 작가, 제조업체 아주정밀의 작업실과 레지던시, 쇼룸으로 구성된다. 한 건물에서 예술가, 디자이너, 엔지니어가 협업해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놓으며 순환하는 중이다. 1층에선 타이드 오닐(Taidgh O’neill), 강성 작가의 가구를 비롯해 나의 ‘티셸프(T.Shelf)’를 만날 수 있다. 여섯 개의 모듈을 집 타이로 고정해, 공간에 맞춰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는 작품이다. 어디로 이사를 가든 어떤 장소에든 맞춰 변형해 쓸 수 있고, 벽에 부착하거나 테이블로도 가능한, 현대 유목민을 위한 가구다. 처음엔 모듈을 전선으로 연결했는데 분리가 쉽지 않아 집 타이로 바꿨다. 당시에 사람들이 집 타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끊고 싶은 충동이 인다는 둥, 좀 더 ‘제품스럽게’ 만들어보라는 둥. 하지만 나는 쉽게 조립하도록 집 타이를 고수했고, 상징이 됐다. 티셸프의 형태는 언뜻 조각보 같다. 조각보와 티셸프는 공통점이 있다. 자투리 천으로 만든 조각보처럼, 티셸프도 재사용되기에 다른 가구를 버리거나 살 필요 없어 친환경적이다. 또 다른 대표 작품 ‘엠스툴(M.Stool)’은 세 개의 삼각형으로 이뤄졌다. 이 역시 조합에 따라 스툴, 벤치, 다양한 오브제로 바뀐다.

부유가 만든 언어 유치원생일 때 미국으로 가 초등학교 2학년 때 한국에 왔고, 10대에 필라델피아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계속 미국에 머물렀다. 미국에서도 스튜디오를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이사 다녔고, 중간에 록 밴드를 하러 일본에 가고, 독일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이런 부유의 경험이 나의 디자인 언어 ‘자유로운 병합과 조합’을 만들었다. 또한 조형예술, 특히 건축에 관심이 많은 것도 가구 모듈링에 영향을 준 것 같다.

화양연화 독일 교환학생으로 독일에서 보낸 시간을 잊지 못한다. 그 당시 도시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다소 무겁고 무채색으로 느껴지던 베를린의 알렉산더 플라츠에 가볍고 밝은 스티로폼 작품을 설치했다. 독일어를 못하는데 작품을 지하철로 옮기느라 고생했다. 실험적인 도전도 많이 하고 놀기도 잘 놀았다. 그때 있었던 일 하나하나가 지금의 자신감을 형성한 것 같다.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제주 하우스 VIP 라운지의 가구 작업도 재미있었다. 제주의 담처럼 낮고 언뜻 평상처럼 보이는 가구를 제작했다. 전체 설계는 조민석 건축가가 했는데, 그와는 나도 모르는 인연이 있었다. 내가 독일에서 파인애플 모양의 테이블을 만들어 전시할 때 그가 참관했고, 지금까지도 그 작품을 기억하고 있다.

디자인 철학 자연스러움과 산업적인 면의 균형을 고려한다. 단순함과 복잡함의 균형도 찾으려고 한다. 내 작업의 기하학 형태도 그 균형을 찾으면서 파생된 부분이다. 지금도, 앞으로도 내가 가진 배움에 새로운 재료를 더하고, 끊임없이 실험하며 작업하고 싶다. 종국엔 내 작업이 모여 건축물이 되길 꿈꾼다.

박상호 @vinnco_design

나는 무대 디자인 전공으로 미술감독으로 일하다 2011년 밀라노가구박람회에 ‘미스터 체어(Mr. Chair)’를 출품하면서 디자이너가 됐다. 가구 브랜드 빈앤코(Vin&Co)를 운영하며, VR 콘텐츠도 한다.

남성의 몸을 의자로 미스터 체어는 ‘인체를 닮은 가구’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남자의 몸을 의자로 구현해, 자연스럽게 미스터 체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처음엔 나무를 깎아서 만들어 다소 직선이었다. 인체의 형태처럼 유연해 보이며 앉을 때 편하도록 우레탄 소재로 바꾸는 등 5년여간 리뉴얼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미스나 미스터란 호칭이 차별처럼 느껴져 2017년 에픽 체어(Epic Chair)라 새로 이름 지었다.

엄마의 품처럼 2015년 뉴욕의 현대가구박람회(International Contemporary Furniture Fair, ICFF)에 단지 체어(Danzi Chair)를 출품했다. 꿀단지 할 때 그 단지 맞다. 독, 항아리와 다르게 단지는 보물을 담는 느낌이다. 소중한 사람을 담는 의자라는 의미로 지었다. 높은 버전과 낮은 버전이 있는데, 높은 버전에 신발을 벗고 폭 들어가 안기면 엄마 품처럼 아늑하다고들 한다. 낮은 버전은 자기만의 공간은 보유하되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길 원하는 이들을 위한 높이다.

철학은 스토리텔링 무대 디자인을 전공하고, 연극학 석사과정을 마쳐서인지 디자인의 근간은 스토리텔링이다. 예를 들어 뤼미에르(Lumiere)와 협업한 블라인드 하단 바는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디자인했는데 단순히 예뻐서가 아니다. 바다와 하늘의 부드러운 형태에 영감을 받아 블라인드에서도 자연을 담고자 했다. 기능성만 강조한 가구는 건조하지만,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가구는 볼 때마다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공간을 풍성하게 한다. 가구가 아니라 전시품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내 가구를 전시할 때는 늘 의도를 설명하는 글이 함께한다.

협업은 필수 <쇼미더머니 777>에서 에픽 체어를 기반으로 2인용 소파를 의뢰했다. 프로듀서의 몸 형태가 무너지지 않게 단단한 소재를 썼고, 등받이를 두껍게 만들어 걸터앉을 수 있게 했다. 상징적인 힙합 단어를 추려 소파에 레터링했다. 참가자를 응원하는 마음에서 슬랭이나 욕보다 ‘Relax’처럼 힘을 주는 말을 썼다. 이 소파는 못생겼지만 주목받는다는 의미로 ‘어글리 체어(Ugly Chair)’라 이름 지었다. 이뿐 아니라 모든 협업이 나를 확장하고 창의력을 자극한다. 빈앤코란 브랜드 이름도, 고등학교 때 별명인 케빈의 빈(Vin)+코퍼레이션(Cooperation)+콜라보레이션을 뜻하는 &을 합쳤다. 덕분에 많은 아티스트, 업체, 디자이너들이 빈앤코를 찾는다. 에픽 체어만 해도 타투이스트 노보가 레터링하고, 일러스트레이터 275c가 컬러풀하게 색칠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조만간 스트리트 아티스트 정크하우스도 참여한다. 아치 형태의 가구 ‘아르코(Arco)’ 역시 협업의 결과다. 대리석 전문 브랜드 르마블(Le Marble)과 스틸 전문 디자인 그룹 레어로우(Rareraw)가 나를 매개로 만나 아르코가 탄생했고, 홈테이블데코페어 2018에 전시했다. 기회가 되면 나의 협업 노하우와 인맥을 다른 작가와 공유하고 싶다. 보통 가구 디자이너들은 개인 작업에 국한하거나 전시 위주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기에, 다양한 기회를 나누고 싶다.

한믿음 @han_belief

나는 아트 퍼니처를 지향하는 디자이너다. 건축가, 설치미술가, 포토그래퍼, 플로리스트 등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그룹 팀 바이럴스의 일원이기도 하다.

무작정 덴마크로 10여 년 전인 열일곱 살 때 해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문승지 작가를 만났다. 그와 교류하면서 가구에 관심이 커졌다. 이 길에 대한 결심이 서자 그가 덴마크행을 권했고, 당시 스물셋, 외국어를 하지 못하고 연고도 없지만 무작정 항공권을 끊었다. 후에 계원예술대학의 감성경험제품디자인과(현 리빙 디자인과)에 진학해 공부를 이어갔다.

현무암 작가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프로젝트에서 문승지 작가가 ‘저스트 캐비닛(Just Cabinet)’을 선보인 적 있다. 냉장고를 가구로 접근해 디자인한 것. 그 전시의 오브제인 현무암 테이블을 만들었다. 갓 졸업한 터라 좋은 기회였다. 가장 좋아하는 소재가 현무암이다. 제주도가 고향이기에 익숙하면서도 나를 말해주는 것 같다. 알다시피 현무암은 구멍이 많다. 그 구멍을 메우면 패턴이 나온다. 현무암 고유의 패턴으로 디자인한 가구는 내가 알기로 이전에 없었다. 이것을 시그니처 삼아 시리즈로 선보일 거다.

종이 가구 ‘우들우들’ 가구에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싶다. 외관에만 신경 쓰고 이야기가 부재한 가구는 싫다. 가끔 그런 과대평가된 작품이 있다. 늘 스토리를 소재로 풀기 위해 고민한다. 그러다 종이로 가구를 만들었다. 버려진 철제를 가져다 얇은 골조를 만들고 종이를 수차례 덧댔다. 촉감이 ‘우들우들’해 이름도 그렇게 지었다. 형태도 언뜻 보면 제멋대로다. 의자 다리가 여섯 개인 것도 있고,  좌판이 없기도 하다. 우들우들에 담긴 이야기는 재활용이다. 나무는 베이고 가공되어 종이로 만들어진다. 한번 종이가 되면 종이로만 재활용된다. 왜 그래야 할까? 종이가 내부뿐 아니라 외부(예를 들어 야외 벤치)로 태어나게 하고 싶었다. 그 순환을 고민하며 가구 한 점의 제작 시간만 수일에 걸쳐 우들우들을 만들었다. 어뷰즈드(Abused) 시리즈도 ‘학대받은 아름다움’이라는 스토리를 담았다. 인간은 누구나 아픔을 갖고 있다. 그 아픔을 철이라 여기고, 철끼리 용접하는 과정은 치료 밴드다. 큰 상처는 트라우마가 되어 무의식중에 티가 나기 마련이기에 일부러 용접을 거칠게 했다. 우리의 상처를 감추지 않고 말하고 싶었다.

존경하는 디자이너 문승지 작가의 스토리 메이킹을 배우고 싶다. 그는 가구 제작 과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의 심각성을 느끼고, 합판 한 장에 버리는 부분 없이 의자 네 개가 나오도록 설계한 ‘포 브라더스’를 만들었다. 재료 면에서는 내가 사사한 황형신 작가를 존경한다. 사용하는 재료가 정말 다양하며, 각 재료의 특성을 최대화하는 작가다. 스티로폼으로 가구를 만들 때 별도의 접착제를 쓰지 않고 그 자체를 녹여서 잇는 등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한다. 영국 디자이너 맥스 램(Max Lamb)의 창의적인 재료 사용도 배우고 싶다.

유에서 유를 창조 요즘은 없는 게 없다. 외형이든, 아이디어든, 재료든 이미 나왔고, 누구나 한 번은 시도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는 불가능하고 유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 그래서 어디든 돌아다니고 보고 기억하려고 한다. 스쳐 지나간 것들을 다시 가지고 와서 재창조해야 하니까.

가구 트렌드 ‘스토리텔링’을 중시해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엔 ‘힙한 것’만 미는 느낌이다. 겉보기에 힙하면 된다는 식이다. 반가운 트렌드는 기존의 대량생산보다 수작업의 소장 가치 있는 가구가 주목받는 것 같다. ‘에디션’이란 말도 그런 욕구를 자극하고, 소비자도 장인 정신을 높이 산다.

디자이너로서 바라는 점 팀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개인이 한 것처럼 속이고 팀원을 배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은 디자이너로서 아쉽다. 또 특정 제작업체와 지속적인 관계가 유지되어야 보다 견고한 작품이 나올 수 있기에, 디자이너와 그들 간의 상생이 이어지길 바란다.

젊은 작가의 소통법 요즘엔 SNS가 명함 역할을 한다. 덴마크 출장을 갔을 때도 명함 대신 인스타그램 주소를 공유했다. 원래 아날로그 인간인데 요즘엔 인스타그램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내 작품을 소개하고 알리고, 이를 통해 좋은 피드백을 받는 것 또한 작가로서 할 일이다. 무엇보다 앞으로 팀 바이럴스와 함께 꾸준히 협력하면서 성과를 내고 싶고, 한믿음이란 이름의 레이블을 만들어 키우고 싶다.

권의현 @one_two_chachacha

나는 원투차차차, 줄여서 ‘OTC’란 이름으로 가구와 공간을 디자인한다. 조형미술을 전공한 뒤 미디어 아티스트의  어시스턴트로 일할 때 지은 이름이다. 그때 동료 이름은 슬로슬로퀵퀵과 쉘위댄스였다. 어시스턴트 때 조형물을 많이 제작하면서 가구에도 관심이 갔다. 가구 회사에 취업해 원목 제작을 배웠지만 보다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싶어 2년 만에 퇴사했다. 그 후 전시 공간 설치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 입사해, 용접 같은 다양한 기술을 배웠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개인 작업을 이어가다 2017년쯤 디자이너로 독립했다.

기능에서 나오는 디자인 순수예술을 전공했지만 나를 아티스트라 여기지 않는다. 기능에서 나오는 디자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디자인할 때는 쓰임이 우선이다. 회사를 다니며 개인 작업도 계속하던 시절, 가공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가구는 피했다. ‘투잡’을 하려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했으니까. 덕분에 용접보다는 리벳이나 볼트를 이용한 조립식 가구를 제작했고, 이것이 나의 대표 스타일이 됐다. 철을 소재로 했는데 당시만 해도 가구업계에선 드물어서 이 또한 나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 이제는 철뿐 아니라 다양한 소재를 연구 중이다.

쓰레기 없는 전시 투잡 하던 2017년 복합 문화 공간 퀸마마마켓의 신인 디자이너 발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1층 팝업 매장을 ‘식물이 사는 아파트, 어반정글’이란 컨셉으로 꾸몄다. 제작업체에서 반가공해온 금속을 조립해 완성하는 모듈 구조다. 그전까진 목재를 다뤘는데 그 전시가 계기가 되어 철제 가구로 확장했다. 무엇보다 친환경적 작품이었으면 싶었다. 어떤 설치물이든 행사 끝난 후엔 쓰레기가 엄청 나오기 때문이다. 이 모듈형 선반은 전시 후에도 재사용해 버리는 것이 거의 없었다. 지금도 뿌듯한 작업 중 하나다. 그 후에 에이랜드 브루클린점에 입점할 가구를 만드는 등 재미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여름엔 의정부로 2019년 제18회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아트 디렉터 4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역대 최대 관객이었다. 참가자들의 획기적인 작품에 자극을 많이 받았다. 한남동 파이프그라운드도 즐거웠던 작업 중 하나다. 처음으로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매장의 가구를 총괄했다. 조만간 데우스엑스마키나 브랜드와도 협업한다. 밀라노 페어와 베니스에서 전시가 예정되었는데 코로나19로 취소돼 아쉽긴 하지만 올여름 의정부의 오랜 차고를 가구 쇼룸이자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개조해 선보일 거다. 디자인 그룹 ‘맙소사’의 기획으로 참여하게 됐다. 야외 잔디에서 막걸리도 팔고 재미있을 것 같다. 보통 가구를 사려면 이케아나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데, 가구와 관련한 이런 공간이 많이 늘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많아졌으면 한다.

디자이너란 직함 예전엔 만들고 싶은 대로 작업했는데, 디자이너라는 직함이 생기니 고민이 많아진다. 보다 깊이 있는 공부가 절실하다. 평소에는 영감을 얻기 위해 영화, 만화, 그래픽 디자인, 건축물 등 뭐든 많이 보려 한다. 생활 속 어떤 것이 아이디어를 줄지 모르니까. 한번은 공사장의 비계를 본떠 철제 선반이 나오기도 했다. 선반을 실제 비계처럼 쌓아 올릴 수 있다. 언젠가는 공간을 가구로만 채우고 싶다. 벽이나 아치를 세우는 작업을 줄이고, 기본 설비만 한 채 가구로 공간을 완성하는 것이다. 과거의 인테리어가 쏟아낸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이다.

전산 @jeonsan

나는 본명이 전산이다. 디자인 스튜디오 ‘전산시스템’을 설립해 활동 중이다.

효자 가구, 컬러사이드 컬러사이드는 합판에 형형색색의 고급 시트지 포마이카를 입힌 시리즈다. 목수 아버지와 일하면서 자연스레 합판 소재를 다뤘고, 당시 한국에 컬러풀한 가구는 드물어 시도해봤다. 포마이카 마감은 시각적 환기를 줄 뿐 아니라 흠집도 덜 났으며, 합판이란 흔한 재료를 나만의 것으로 디자인했다는 생각에 기뻤다. 컬러사이드는 종합 공간 피크닉(Piknic)의 전시 출품작이었다. 두 달간 전시하고 일주일 정도만 판매하자고 했는데, 첫날 아침부터 관객들이 줄을 서서 놀랐다. 그렇게 2018년부터 이 시리즈를 이어오며 전산시스템의 대표 작품이자 스테디셀러가 됐다. 기분 좋은 점은 세상이 변했다는 거다. 이전까지 사람들은 한샘이나 이케아에 가거나, 아예 고급 가구를 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알았다. 우리도 합리적인 가격에 개성 있는 가구를 소장하고 싶어 한다! 내가 그 특혜를 누리는 디자이너 세대다. 디자이너는 인스타그램으로 스스로를 홍보할 수 있고, 소비자는 나 같은 사람의 가구를 사주고, 과감한 시도도 받아들여주고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사회 운동가는 아니지만 어릴 적 기존 제도에 불만 비슷한 것이 많았다. 일반 고등학교와 대안학교 모두 그만두고, 20대 초에 목수인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현장에서 일을 배우고 건축을 꿈꿨다. 당시 여러 시위 현장에도 무던히 다녔다. 그러다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PaTI)의 그래픽디자인학과에 입학해, 처음 2년은 그래픽 디자이너를 꿈꿨고 3학년 때 가구로 전향했다. 졸업을 앞두고 ‘마르쉐@’라는 도시형 농부시장을 위해 ‘설거지 차’를 만들었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이동 장터에 맞춰 해체와 조립이 쉽고, 식재료를 팔고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모여서 식사하는 등 여러 행위가 이뤄지도록 한 작품이다. 전시 후에 버려지지 않고 실제 마르쉐@에서 사용했다. 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 고향 군산에 있는 보호 시설 ‘나눔의 집’에 가구를 저렴하게 팔거나 기부했다. 아주 사소한 행위인데 내가 사회 활동가처럼 비쳐 부담스럽다. 많은 작가들이 돈보다 소명에 집중하지만, 솔직히 나는 작품을 만들면서 돈도 벌고 싶다. 나처럼 생존형 디자이너들이 잘되어야 더 많은 길이 열리지 않을까. 적어도 학생들에게 학교라는 하나의 길만 있는 건 아니라는 참고 사례가 생기니까.

에이랜드와 협업 에이랜드의 미국 1호점인 브루클린점을 설계하고 가구를 디자인했다(그래픽 디자이너 김영나와 함께 했으며, 스툴은 원투차차차 작가가 만들었다). 합판을 즐겨 쓰지만 이곳은 금속을 주재료로 썼다. 에이랜드는 한국에서 재료를 공수, 제작하고 현장에서는 설치만 하길 원했는데, 목재는 긴 시간 운송하면서 변형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철, 금속 또한 좋아하는 소재였기에 즐겁게 작업했다. 에이랜드 대구점과 코로나19 여파로 개장을 미루고 있는 뉴저지점도 김영나 작가와 함께 참여했다. 모두 내가 추구하는 디자인인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변형 가능한 모듈 형식’이다. 건축물에 붙박이처럼 자리한 가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벽과 바닥은 색감 정도만 제공하고 가구만으로 구조를 이루고 건축하는 공간을 꿈꾼다. 언젠가는 실현할 거다.

아름다운 카페 1년에 20개 작업을 한다면 적어도 2~3개는 좋은 일을 하고 싶다. 장애가 있는 분들이 커피를 배워 카페를 운영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그 카페를 멋지게 설계하고 싶다. 카페는 커피 맛도 중요하지만 공간 인테리어가 굉장히 중요하니까. 무엇보다 디자이너로서 가구를 제품화해 꾸준히 판매하고, 다양한 공간 작업을 하며, 50~60대가 되어도 창의적인 작품으로 필드에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