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의 여인 마리옹 코티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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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의 여인 마리옹 코티아르

2020-06-14T20:28:47+00:00 2020.06.18|

오스카상 수상 여배우 마리옹 코티아르가 출연한 레오 카락스 감독의 뮤지컬 영화 <아네트>가 개봉을 앞뒀다. 샤넬 No.5 모델이기도 한 그녀가 영화와 배우 생활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와 애정뿐 아니라 환경 운동과 삶의 역할에 대해 말한다.

블랙 앤 화이트 알파카 스웨터는 샤넬(Chanel) 2019/2020 메티에 다르 컬렉션. 뉴 애비(New Abby) 저지 캡은 메종 미셸(Maison Michel).

날카로운 푸른 눈에 솔직한 발언, 티 없이 빛나는 피부를 지닌 그녀는 검은색 진과 젊은 느낌을 주는 기본형 하프 집업 스웨트를 입고 있었다. 마리옹 코티아르(Marion Cotillard)의 단순 명료함은 미묘하게 사람을 압도하는 느낌이다. 영화 <라 비 앙 로즈>의 에디트 피아프 연기를 통해 2008년 오스카를 수상한 이 세계적인 프랑스 여배우는 그린피스 활동의 일환으로 남극을 탐사하고 막 돌아온 참이었다. 또 레오 카락스 감독의 기대작인 뮤지컬 영화 <아네트(Annette)>의 촬영도 마친 데다 자신이 맡은 역할 중 결코 빼놓을 수 없을, 전설적인 향수 샤넬 No.5의 새로운 뮤즈로도 등극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배우 활동으로 나타나는 그녀의 다재다능함을 보면 절로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리옹 코티아르는 우리가 기대한 바를 넘어 다방면에서 두각을 드러내왔다. 아르노 데스플레생, 다르덴 형제, 자비에 돌란, 제임스 그레이, 자크 오디아르, 기욤 카네, 크리스토퍼 놀란, 니콜 가르시아, 쥘리 로페스 퀴발에 이르는 감독들과 함께한, 아찔할 정도의 필모그래피는 이 모든 작품을 연기해낸 그녀를 굳이 되짚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샤넬의 뮤즈. 그 이상 기대할 게 있을까? 어느 봄날 오후, 스쿠터와 스케이트보드가 여기저기 놓인 거실 겸 사무실에서 그녀를 만났다.

트위드 재킷, 실크 까멜리아 장식이 달린 헤어네트, 메탈과 스트라스 이어링, 가죽과 진주를 엮은 체인 브레이슬릿, 메탈 진주 브레이슬릿, 메탈 브레이슬릿은 샤넬(Chanel) 2019/2020 메티에 다르 컬렉션. 메이크업 제품은 샤넬 뷰티(Chanel Beauty) ‘울트라 르 뗑 벨벳 #1 베쥬 도레’, ‘에끌라 마그네띠끄 드 샤넬 #메탈 피치’, ‘레 꺄트르 옹브르 #352 엘리멘탈’, ‘르 볼륨 울트라-느와르 드 샤넬 #90 느와르 인텐스’, 립스틱은 샤넬 뷰티 ‘루쥬 코코 #474 데이라이트’.

당신에게 샤넬 No.5란? 샤넬 No.5는 그 특별함으로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예술 작품이자 전설이에요. 또 현대적 감각으로 위대한 클래식 향수가 됐죠. 1세기 전인 1921년, 가브리엘 샤넬이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Ernest Beaux)에게 자신의 또 다른 자아와 같은 향을 만들어달라고 했을 때 No.5의 위대한 역사가 시작됐어요. 추상적이면서 유니크하고,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향수를 원한 거죠. 그렇게 독보적 특징을 가진 향수가 탄생했고, 저는 그 역사의 한 부분을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정말 행복해요.

샤넬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코코(Coco)라는 향수를 써왔어요. 이게 샤넬과의 첫 만남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샤넬과 인연을 맺은 본격적인 계기는 영화를 통해서예요. 질 파케브레네르(Gilles Paquet-Brenner) 감독의 <아름다운 기억>에서 샤넬 하우스가 제 배역을 위해 주얼리를 협찬해줬어요. 옛날에 정말 유명한 여러 패션쇼에 패션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었던 저를 초대해주기도 했고요. 샤넬만의 아우라와 마법 같은 분위기에 완전히 반했어요. 그리고 샤넬은 영화 <라 비 앙 로즈>를 통해 미국에서 여러 행사를 다닐 때도 계속 함께한 의리 있는 브랜드예요.

향수를 대표하는 뮤즈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죠? 정말 아름다운 역할이면서, 샤넬을 움직이는 멋진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요. 향수 히스토리에 함께하는 것은 처음이에요. No.5는 샤넬의 역사이자 상징이면서, 영화와 깊은 연관이 있죠. 정말 강렬하면서도 아름다운 모험 같아요.

영화, 즉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가는 것은 당신의 인생이기도 합니다. 레오 카락스 감독의 뮤지컬 영화 <아네트> 촬영을 끝낸 지 얼마 안 됐죠. 그 이야기를 좀 들어볼까요? 독특하면서도 독보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영화감독과 촬영한다는 것은 예술 작품의 한 부분이 되는 듯한 느낌을 줘요. 유니크한 모험이랄까. 이 영화에서는 제가 전혀 해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절대 하지 않을 것들을 했어요. 정말 카락스 감독만의 제작 방식과 세상을 보는 시각을 느낄 수 있어요. 비범한 유머도 빼놓을 수 없죠. 그에게는 어떤 것도 사소하지 않아요. 가장 작은 순간도 크게 보고,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사소한 부분을 넘어서 훌륭한 것들을 이끌어내죠. 그와 함께하는 동안은 힘들고 까다로운 매 순간을 극복해내야만 했어요. 이런 감독과 일한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촬영하면서 어떤 독특한 경험이 있었는지 예를 들어줄 수 있나요? <아네트>는 모든 대사가 노래예요. 완전히 오페라 가수로 빙의해야 하죠. 이 뮤지컬 영화의 독특한 점은 카락스 감독이 모든 노래를 현장에서 직접 부르게 했다는 거예요. 촬영 전에 먼저 녹음한 노래에 맞춰 립싱크를 하는 게 아니었어요. 모든 장면에서 노래해야 했는데, 춤까지 춰야 해서 더 어려웠죠. 카락스 감독에게 ‘라이브’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도박이 아니라, 그냥 필수였어요. 촬영 전 두 달을 연습했는데, 너무 부족했어요. 또 다른 독특한 점이라면 곡이 다양해서 정말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는 거죠. 그야말로 광기와 천재성이 가득한 그런 순간을 보냈어요. 살면서 그렇게 어렵고 힘든 경험도 드물었어요.

카락스 감독은 라이브 녹음을 통해 현장의 생생함을 추구한 건가요? 카락스 감독이 그런 생생함을 원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종종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의 진실한 뭔가를 추구하는 것 같아요. 그가 주변에서 느낀 것을 공유하곤 했어요.

만약 이번 영화를 위한 준비 기간이 5년이었다면, 촬영이 덜 재밌었을까요? 그런 위대한 감독이 저에게 가수 역할을 5년 동안 준비하라고 한다면, 완전히 몰입해서 준비했을 거예요. 카락스 감독은 2년 전에 이 역할을 제안했는데, 제가 임신한 상태였죠.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출산 후 바로 일에 복귀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고 좌절도 많이 했거든요. 아이를 늘 데리고 다녔는데도, 일을 하다 보니 단 1초도 함께 시간을 보내기 힘들었어요.

촬영과 육아를 병행하는데 특별히 힘들었던 점이 있을까요? 어떤 일을 하든 워킹맘으로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저는 운이 좋게도 일하는 공간에 아이들을 데려갈 수 있는 엄청난 특권을 받은 직업을 갖고 있죠. 출산휴가 후에 일로 복귀한 여성은 이런저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있는 저보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훨씬 적을 수밖에 없어요. 요즘처럼 ‘가족 간 연대’가 무너져버린 사회에서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힘들어요. 하지만 이런 사회는 결국 우리들이 선택한 결과예요.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떨어져 살기도 하고, 이렇게 여러 세대로 구성된 가족의 연대에 기댈 수 없는 상황이죠.

또 놀라운 것이라면, 당신에게 세계적인 명성과 오스카를 안겨준 역할이 바로 가수라는 사실이죠. 맞아요! 그런데 <라 비 앙 로즈>에서는 노래를 하지 않았어요. 제 목소리가 아니라 에디트 피아프의 목소리예요! 노래보다는 다른 어려움이 있었죠.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게 하기 위해, 완벽한 립싱크를 해야 했거든요. 정말 고되고 엄청나게 섬세하고 수없이 반복했지만 재미는 없는 작업이었어요. 마지막에 거의 기술적으로 완벽해지면서는 꽤 만족스러웠지만.

깃털 장식 끈을 단 트위드 스커트와 베스트, 매듭과 가죽 꽃 장식 체인 벨트, 가죽과 진주를 엮은 체인 팔찌, 메탈과 진주 팔찌, 메탈 팔찌, 새틴과 굵은 능직 소재 슈즈는 2019/2020 샤넬 컬렉션. 펠트 모자, 굵은 능직 리본은 메종 미셸(Maison Michel).

레오 카락스 감독을 만나기 전에는 그를 어떻게 생각했나요? <퐁네프의 연인들>이 개봉할 때는 저는 아주 어린 배우였는데, 그의 열정 넘치는 작품 활동에 매우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배우인 줄리엣 비노쉬와의 강렬한 조합은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언젠가 열정과 노력을 합쳐서 정말 영감으로 가득한 작품을 만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죠. 정말이지 <퐁네프의 연인들> 같은 영화에 스스로를 완전히 던져 넣고 싶었어요. 감독이나 배우들에게는 그런 강한 열망이 있어요. 영화란 것은 정말 완벽한 축복 같아요.

스스로 선택한 과정 때문에 놀란 적이 있었나요? 젊은 여배우로서는 어떤 것을 꿈꿨나요? 대형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 했죠. 당연하게도, 명성에 대한 욕구가 모든 배우의 내면에 있어요. 이런 욕구를 대하는 배우들의 태도를 관찰하는 것은 굉장히 흥미롭고 유익한 과정이에요.

도전 정신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될까요? 오랫동안 그 사실을 거부해왔어요. 뭔가 번지수를 잘못 찾은 자아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맞는 것 같아요. 저는 미지의 것을 대면시켜주는 작품을 좋아하고, 그런 작품에 끌려요. 잘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지 않는 것이 제 생각에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촬영할 때마다 늘 처음 하는 것 같은 느낌이고, 매번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인물, 새로운 관계, 새로운 세계, 제가 모르는 것을 탐구하는 거죠.

연기할 때 가장 힘든 점은 뭔가요? 캐릭터가 저를 닮을수록 캐릭터를 소화하는 게 힘들어요. <프렌즈: 하얀 거짓말>을 찍을 때, 제가 맡은 인물이 제 인생의 어떤 시기의 모습과 닮아 있었는데, 편하게 느껴지기까지 어려움을 겪었어요. <로큰롤>이라는 작품에서도 그랬고요. 남편인 기욤이 제가 자비에 돌란 감독의 <단지 세상의 끝> 촬영을 준비하는 과정을 찍었는데 대단히 재밌어했어요. 그 영화에서 캐나다 악센트를 써야 했거든요. 기욤이 촬영할 때 캐나다 악센트를 쓰지 않는 게 더 어려웠어요.

 

하운즈투스 패턴 니트 재킷, 메탈 체인 네크리스, 메탈과 스트라스 진주 네크리스, 이어링과 체인 벨트는 샤넬(Chanel) 2019/2020 메티에 다르 컬렉션, 뉴 애비(New Abby) 저지 캡은 메종 미셸(Maison Michel). 티셔츠와 청바지는 빈티지 제품.

환경 운동에 대한 당신의 참여는 데뷔할 때부터 대단히 중요한 부분 같아요. 지난 1월 그린피스의 프로젝트를 통해 남극에 다녀오기도 했죠. 1년 전에 북극에서부터 시작하는 ‘Pole to Pole(무동력으로 북극에서 남극까지 횡단하는 것)’의 최근 여정에 합류했어요.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전 세계인들에게 해수면 상승과 자연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거예요. 극지방은 어떤 법률도 적용되지 않는 곳이죠. 그래서 바다도 어떤 국가의 통치하에 있지 않아요. 이 탐험에서 저의 역할은 제가 보고 느낀 것, 프로젝트에 동참한 과학자에게 배운 것을 관찰하고 목격해 전파하는 거예요. 과학자들은 현재부터 2030년까지 해수면 상승을 30% 선에서 멈출 것을 권고했어요. 점점 더 줄어드는 남극과 북극을 위해 채집이나 광물 채취, 어업 등을 그만두자는 것이 아니고, 좀 더 규제하거나 보호 지역을 도입하자는 것이 핵심이에요. 자연은 회복에 시간이 걸리고, 저는 이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인간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그냥 필수인 거죠.

이를 위해 일상의 생활 습관이나 행동을 바꿨나요? 몇 년 전부터 제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매일 공부해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더욱 존중하며 사는 방법으로 삶을 바꾸어나가는 경험을 공유하는 멋진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아요. 환경과 관련된 생산 시설은 정말 셀 수 없이 많고, 모두 관련이 있어요. 오늘날, 비난받지 않을 수 있는 ‘탄소 발자국’을 가지는 것이나 쓰레기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모두가 조금씩 할 수 있는 것이 있어요. 정치적 차원에서 당장 도입해야 하는 조치도 있어요. 그리고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한 협약을 준수하도록 국가에 압력을 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 상황에 대해 깊이 있게 통찰하면서 민중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고, 이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지난 2년간 #미투 및 와인스타인 스캔들 같은 사건이 있었죠. 여성들의 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정말 먼 길을 헤쳐왔고, 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대규모 혁명이었다고 생각해요. 여성들의 종속된 삶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죠. 몇몇 사회적 관습은 오래전부터 아주 빠르게 바뀌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임금 차별과 같은 문제에 아직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에요. 인류의 절반에게 가해지는 이런 행위는 인간 지성에 대한 모욕이에요. 하지만 언젠가는 바뀔 것이고, 문제를 자각하겠죠. 여성들이 점점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타인의 역사에서 자신들을 알리고자 하는 힘이 여성들 사이에서 생겨났어요. 이는 더 많은 희망과 활력을 가져다줄 거예요.

영화 보러 자주 가나요? 많이 보죠. 요즘 프랑스 영화는 정말 다양해요. 올해 본 라주 리(Ladj Ly) 감독의 <레미제라블>은 정말 대단했고, 셀린 시아마(Celine Sciamma) 감독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그야말로 수작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