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패션계엔 ‘집콕’이 대세

2021.05.14

by Anna

    패션계엔 ‘집콕’이 대세

    여러분의 일상에서 비중이 큰 패션계도 코로나 팬데믹을 피해갈 순 없다. 지구촌 방방곡곡에서 열리던 패션쇼는 중단되었고 오프라인 매장 역시 줄줄이 문을 닫았다. 세계 패션계 매출 30%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브랜드에선 필수가 된 비대면 마케팅에 몰두하고 있다. 패션 거래 80% 이상이 오프라인에서 이뤄진 걸 고려하면 ‘집콕(Stay at Home)’ 소비자를 누가 먼저 사로잡느냐가 관건. 전통적 오프라인 마케팅은 하루아침에 없던 일이 되었다. 대신 영향력 있는 브랜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환상을 팔기보다 일상을 풍요롭게 할 긍정적 챌린지 혹은 문화 예술 공유에 초점을 맞췄다.

    “일상에서 필수적이지 않은 브랜드일수록, 소비자와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브랜드 컨설팅 기업 피치(Fitch)의 말이다. 사실 사람과 사람이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데 소셜 미디어처럼 좋은 도구는 없다. 전에는 제품을 광고하고 비주얼 홍보 용도로 쓰인 플랫폼이 이제 소비자와 비대면 소통 채널로 기능한다. 브랜드는 비대면 주문 시스템을 확립하고, 가상현실 앱을 통해 옷을 입게 하며, 디지털 패션 위크의 방법론적 변화와 더불어 패션이 지닌 순기능, 감정적 울림까지 전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오디언스는 소비 행위보다, 해시태그로 묶인 챌린지와 캠페인에 동참해 브랜드가 제시하는 세계관의 일부를 원한다. 느슨한 듯 정확하게 묶인 해시태그를 통해 누군가는 이럴 때일수록 창의성을 키우자 격려하고, 또 누군가는 건강이 우선이라며 운동을 제안하는가 하면, 다른 누군가는 즐거움이 최고라며 랜선 클럽을 열었다. 여기 소개하는 해시태그(#) 15개에 자가 격리 시대 패션의 순기능에 대한 답이 있다.

    #JACQUEMUSATHOME

    자크무스는 사람이 북적대는 곳이 아닌 집에서도 패션을 새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캠페인을 통해 보여줬다. 가장 참신한 건, 고향의 할머니에게 2020 S/S 컬렉션을 입혀 본인이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이다. “제게 가장 특별한 사진 중 하나입니다.” 이전에는 모델 벨라 하디드, 우슬라 코르베로, 아론 파이퍼에게 옷을 보내 사진가 피에르 앙주 칼로티(Pierre Ange Carlotti)가 화상 채팅을 캡처한 이미지를 캠페인에 사용했다. 크레딧은 ‘Photographed by’가 아닌 ‘Captured by’.

    #PWROOM

    바르셀로나 브랜드 팔로마 울(Paloma Wool)은 화상 채팅 플랫폼 줌(Zoom)을 이용해 ‘팔로마 울 방(Paloma Wool Room)’을 만들고 온라인 댄스 파티를 새벽 4시까지 벌였다. “처음 도심 봉쇄(Lockdown)가 있었던 주간의 토요일에 우리 팀끼리 시작한 파티예요. 이 아이디어를 커뮤니티로 확대하자는 제안에 다들 열광했죠.” 팔로마 울의 창립자 팔로마 라나(Paloma Lanna)가 전했다. 또한 #PalomaWoolVirtualRunway 라는 해시태그로 웹사이트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가상 런웨이를 선보였다. “이제껏 런웨이는 제 옷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자가 격리 시대, 전 세계에 있는 친구들이 팔로마 울의 옷을 입고 찍어 보낸 영상으로 첫 런웨이를 발표하게 되어 기쁩니다.”

    #MCQUEENCREATORS

    알렉산더 맥퀸은 매주 새로운 주제를 발표해 팬들의 창의성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첫 과제는 2019 F/W 런웨이에서 모델 아녹 야이가 마지막 룩으로 입고 나왔던 장미에 영감을 받은 레드 드레스다. 이를 일러스트레이션, 패션 디자인, 사진 등 각자의 창의력으로 재해석해 소셜 미디어에 올리면 1,000만 팔로워에 육박하는 알렉산더 맥퀸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선별한 뒤 아티스트를 태그해 포스팅하는 방식이다. 최근 올라온 주제는 2020 F/W 컬렉션에 등장한 패치워크 재킷. 쓰다 남은 자투리 천으로 자신만의 아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과제였다.

    #THELIVINGROOMCUP

    나이키는 일명 ‘거실 월드컵’을 열어 집 안에서 142회의 코어 운동과 45회의 윗몸일으키기 챌린지를 알렸다. 호날두 같은 선수들과 같은 조건으로 같은 양의 운동을 해야 하기에 은근히 경쟁심이 생긴다는 것이 특징이다.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NTC) 앱을 통해 각자 기록을 남겨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하면 된다.

    #STAYINGINWITHALEX

    알렉산더 왕은 ‘알렉스와 함께 지내기’라는 프로젝트로 집에서 할 수 있는 여러 취밋거리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보였다. 카이아 거버와 화상 채팅으로 브랜드의 화이트 티셔츠를 DIY로 활용해 ‘화이트 티셔츠 콘테스트’를 열어 우승자에게 1,000달러 상당의 상품을 주는가 하면, 뉴욕의 셰프 대니 보윈과 함께 녹차 라면과 체리 라임에이드를, 헤일리 비버와는 칵테일을 만드는 시간도 가졌다.

    #CHEZMAISONVALENTINO

    발렌티노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엘파올로 피촐리의 주도 아래 다양한 퍼포먼스를 온라인으로 선보였다. 앨리샤 키스(Alicia Keys), 엘리사 토폴리(Elisa Toffoli)의 콘서트, 유명 이탈리아 시인 마리안젤라 구알티에리(Mariangela Gualtieri), 작가 루피 카우르(Rupi Kaur)의 낭독회를 진행했다.

    #DIORHERITAGE

    2018년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Exhibition>을 소셜 미디어 채널을 통해 ‘재개최’한 디올 하우스. 무슈 디올이 그렸던 스케치와 사진 등 방대한 자료는 일주일 만에 3만5,000뷰를 이끌어냈다. 또 좀처럼 쉽게 볼 수 없던 하우스 다큐멘터리의 풀 버전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CHLOÉVOICES

    주체적이고 강인한 여성상을 모티브로 하는 끌로에는 #ChloéGirls 라는 해시태그를 만들어 작가 폴린 클랭(Pauline Klein)이나 아티스트 리티카 머천트(Rithika Merchant)와 같은 창의적인 여성과 라이브 스트리밍 세션을 열었다. 또 #ChloéVoices 를 통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나타샤 램지 레비와의 대화, 가수 엘리 굴딩의 라이브 콘서트, 파슬스(Parcels), 플로라 피슈바흐(Flora Fischbach)와 함께하는 랜선 클럽까지 기획했다.

    #BOTTEGARESIDENCY

    다른 패션 하우스보다 좀 더 빨리 ‘버추얼 레지던시(Virtual Residency)’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보테가 베네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뿐 아니라 웨이보, 위챗, 라인, 카카오,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사운드클라우드 등에 브랜드의 정체성과 감수성을 담은 퍼포먼스, 요리와 레시피는 물론, 주말 영화까지 추천한다.

    #MANOLOBLAHNIKSMILES

    이 유명한 슈즈 하우스는 미국정신건강재단(AMHF)과 함께 ‘스마일(Smile)’ 프로젝트를 벌였다. 마놀로 블라닉이 좋아하는 구두 스케치를 디지털 컬러링 북으로 만든 것이다. 이 컬러링 북은 인터넷에서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데, 자신만의 감성으로 채색한 뒤 해시태그를 달아 업로드하면 마놀로 블라닉 공식 인스타그램에 작품이 소개된다.

    #CHOOSKETCH

    지미 추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반인의 디자인이 지미 추 디자인으로 탄생하는 프로젝트 ‘추 스케치’를 시작했다. 창의적으로 그린 스케치의 영상이나 드로잉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면 출중한 작품 다섯 점을 골라 캡슐 컬렉션으로 제작하고 수익금은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형식.

    #STAYHOMEWITHCHANEL

    샤넬은 벨기에 가수 앙젤(Angèle)의 콘서트를 라이브로 스트리밍해 방구석 1열 음악 팬들을 즐겁게 했다. 정기적으로 애플 뮤직에 샤넬 앰배서더와 컬렉션 플레이리스트를 업데이트하는 건 기본. 여기에 얼마 전 오프라인 런웨이가 아닌 온라인을 통해 크루즈 컬렉션도 공개했다.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는 이렇게 전했다. “카프리에서 패션쇼를 열려고 했지만 봉쇄령 때문에 취소됐죠. 우리가 가진 원단으로 지중해에서의 산책을 떠올리며 컬렉션을 완성했습니다.”

    #GANNIWFH

    덴마크의 가니(Ganni)는 재택근무(Working From Home, WFH) 풍경을 보여주는 해시태그 챌린지를 3월부터 이어오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디테 레프스트럽(Ditte Reffstrup)부터 브랜드 카피 에디터까지 전 직원은 물론, 팬들까지 가니 옷을 입고 집에서 찍은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한다.

    #LOEWEENCASA

    매년 로에베는 크래프트 프라이즈(Loewe Craft Prize)를 통해 창의적인 공예가를 세상에 알려왔다. 매해 시상식과 전시를 함께 진행했지만 올해 전시는 취소. 대신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로에베와 협업한 혁신적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수상자와 대화를 준비했다.

    #STAYATHOMESHRIMPS

    쉬림프는 사용자 참여형 대회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열었다. #StayAtHomeShrimps 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상상 속에서 입고 싶은 쉬림프 옷을 그려 올리면 우승자에게 가방을 선물하는 방식. “쉬림프 고객은 늘 창의적이에요. 그들에게 쉬림프 룩을 그리게 하는 건 멋진 아이디어였죠.” 디자이너 한나 웨일랜드(Hannah Weiland)의 말이다.

      패션 에디터
      남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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