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Hidden Pleasure

2020.07.06

by 송보라

    Hidden Pleasure

    샤넬의 팬을 자처한다면 하우스의 상징적인 아이콘 정도는 줄줄이 꿰고 있을 겁니다. 카멜리아, 퀼팅, 체인, 밀 이삭, 2.55, 진주, 사자, 저지 니트, 숫자 5와 19 등. 이러한 코드를 고르게 반영한 공방 컬렉션에서 낯설게 느껴지는 게 있었으니 바로 타이다이로 표현된 컬러 그러데이션입니다.

    이 낯선 모티브는 19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마드모아젤 샤넬은 핑크색 트위드 수트 한 벌을 만들었는데요. 타이다이 염색 기법으로 블랙, 블루, 핑크, 모브 컬러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원단을 안감으로 사용했답니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마드모아젤 샤넬이 숨겨놓은 디테일을 버지니 비아르가 현재로 소환한 거죠.

    사실 이전에도 샤넬 컬렉션에 타이다이가 등장한 적은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칼 라거펠트가 그랑 팔레를 여성 인권 운동이 벌어지는 파리 거리로 꾸민 2015 S/S 컬렉션과 시원한 물줄기의 베르동 협곡을 재현한 2018 S/S 컬렉션입니다.

    2015년과 2018년 컬렉션보다 타이다이의 오묘한 색감을 보다 전면적으로 드러낸 것이 이번 공방 컬렉션의 특징. 니트만큼 보드라운 텍스처의 구름 같은 트위드 수트는 짙은 보랏빛으로 물들었고, 포켓 장식의 가죽 코트와 무릎 길이의 스커트는 메탈릭한 컬러 그러데이션으로 반짝이죠. 깃털처럼 가볍게 나부끼는 시폰 드레스의 파스텔 컬러는 마치 노을 같습니다. 밤하늘의 오로라를 떠올리게 하는 환상적인 색감은 2.55 백과 트위드 쇼퍼백까지 장악했습니다.

    하우스의 아이코닉한 우아함을 담은 2020 공방 컬렉션은 샤넬의 기본으로 돌아갑니다. 가브리엘 샤넬이 만들고 칼 라거펠트가 고양시킨 하우스의 코드는 버지니 비아르에 의해 뒤섞이고 재탄생했죠. 거기에는 현재를 사는 여자들의 가치관과 심미안,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했습니다.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Courtesy of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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