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을 위한 베스트 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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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을 위한 베스트 솔루션

2020-07-16T11:22:50+00:00 2020.07.09|

생체 시계를 관장하는 뇌의 움직임이 ‘숙면’을 부른다.

지난밤 푹 주무셨는지? 아니, 질문을 바꿔보겠다. 지난 일주일 개운하게 일어난 날이 며칠이나 되시는지? 단번에 ‘No’라고 답했거나 우물쭈물 시간을 지체했다면, 당신은 전 세계 30%에 달하는 수면 부족 인구 중 한 명일 수 있다. 올해 초 시장조사 전문 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한국에 거주하는 1,000명에게 물은 결과, 300명 이상이 늘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또 네 명 중 한 명은 깊이 잠들지 못한다고 답했다. 국토 90%가 인공 빛에 점령당한 한반도. 이곳에 불면의 밤이 찾아왔다.

숙면을 논하기에 앞서 좋은 잠의 기준을 점검하는 것이 먼저다. 스탠퍼드대학 수면생체리듬연구소 소장 니시노 세이지는 세 가지를 꼽는다. 충분한 시간, 양질의 수면, 개운한 아침. 수면 의학에서 밝힌 적정 수면 시간은 7시간(적거나 많아도 사망률이 올라간다)이고 기상 후 컨디션은 직접 감지할 수 있지만 수면의 질은 거듭 고민해도 명쾌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니시노 소장은 저서 <숙면의 모든 것>에서 2020년 현재도 수면 연구는 우리가 궁금해하는 질문에 10%도 답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그만큼 미지의 세계다. 괄목할 만한 성과는 현대 의학적 접근 아래 수면의 비밀을 탐구하는 전문 기관이 세워지고 있다는 거다. 그중에는 민간에 공개된 수면 센터도 포함한다. 상쾌한 아침을 맞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던 나는, 자는 동안 몸에서 벌어지는 일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나는 서울스페셜수면의원을 찾았다. 한진규 원장은 생애 첫 수면 검사이니 잠자는 습관과 몸 상태를 다각도로 진단할 수 있는 수면 다원 검사를 권했다. 이를 위해 센터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검사 첫날, 밤 9시쯤 센터에 도착하니 진료실이 아닌 잘 정돈된 호텔식 인테리어를 갖춘 1인 숙면실로 안내했다. 준비해간 보드라운 순면 잠옷(센터에 구비되어 있지만 개인 위생 차원에서도 그렇고, 집처럼 편안한 상태에서 검사를 받고 싶었다)으로 갈아입고 잘 준비를 마치니 전문 수면 관리사가 들어와 온몸에 센서 20여 개를 부착했다. 뇌파, 심장박동, 다리 근육의 이완, 눈동자 움직임 등을 체크하여 흔히 렘과 비렘으로 나누는 수면 구조, 호흡 형태, 혈중 산소 농도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허리에는 외장 하드처럼 생긴 묵직한 장치 두 개를 벨트로 단단히 고정했는데 밤사이 자세 변화를 세밀하게 측정한단다. 결국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한 예언자처럼 온몸과 머리에 전선을 감은 채 침대에 누웠다. 설상가상으로 천장에는 CCTV 세 대가 돌아가고 내가 자는 모습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도 환자들이 잘 자나요?” 담당 수면 관리사가 수심 가득한 내 얼굴을 예상이나 한 듯 “이곳에 오는 모두가 같은 질문을 하는데 불면증만 아니면 걱정 마세요” 하고 웃어 보였다. 휴, 안심이 됐다. 긴장이 풀리니 몸을 포근하게 받쳐주는 침대와 베개가 그 어느 숙소보다 안락하게 느껴졌고 10분도 되지 않아 (앞선 질문이 민망할 정도로) 잠에 빠졌다. 중간에 두 번 뒤척이며 일어났는데 한 번은 수면 관리사가 몸의 움직임이 전혀 없다며 자세를 바꿔 다시 잠을 청하도록 살짝 깨운 탓이었다. 이것이 내 불안정한 수면의 복선인 줄,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만.

다음 날 오후. 남은 검사를 하기 위해 다시 수면 센터에 갔다(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하루에 끝낼 수 있다). 두경부 측부 촬영, 피 검사 이후 어젯밤의 결과를 듣기 위해 원장실로 들어섰다. 지긋지긋한 불면의 원인을 마주하는 시간을 목전에 두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자는 도중 고르지 못한 호흡이 가장 큰 문제군요. 충분히 숨을 쉬지 못하면 심장에 무리가 가고 이를 인지한 뇌는 몸의 감각을 자극해 호흡을 재개하도록 유도합니다. 이처럼 뇌만 활동하는 무의식 속 기상을 20~30회 겪다가 수면 리듬이 흐트러져서 잠이 깨는 거예요. 6시간 동안 두 번 일어났네요.” 놀람도 잠시, ‘팩트 폭행’이 이어졌다. “저호흡과 무호흡도 서너 차례 목격됐어요. 잘 때 쉬어야 할 뇌가 호흡에 신경 쓰다 보니 계속 각성 상태를 유지하고 더불어 온몸의 근육과 감각도 긴장하게 되죠. 깊이 잠든 것은 수면 직후뿐이군요.” 이럴 수가. 아침에도 개운하지 않고 오히려 피로가 쌓이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던 지난날이 모두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서른 평생 잠버릇 없는 것을 축복이라 여겼는데 숨까지 쉬지 않고 있을 줄이야. 수면 무호흡증은 심장에 무리를 가해 고혈압과 심혈관 질환 위험성을 높인다. 예일대학교는 2000년대 후반부터 이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데, 무호흡 증상이 악화되면 뇌졸중 위험이 네 배, 당뇨 발병률 2.5배 이상, 심장마비 또는 그로 인한 사망률은 30%가량 높아진다고 밝혀냈다. 물론 가벼운 무호흡, 저호흡은 많은 이들이 앓고 있고 나 또한 병원 치료가 필요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질병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예방이듯 초기에 문제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두경부 측부 촬영 결과 기도가 매우 좁더군요. 입을 크게 벌리고 혀를 있는 힘껏 내밀어보세요. 역시, 큰 혀 때문이었네요. 누워서 자는 동안 무거운 혀뿌리가 기도를 눌러 호흡을 방해하고 있어요.” 자세히 살피니 좁은 하관에 비해 거대한 혀가 꾸깃꾸깃 들어가 있느라 가장자리에 치아 자국이 주르르 돋아 있다. “성인 여성의 평균적인 기도 너비는 11.04mm입니다. 그보다 30%만 좁아도 자는 동안 호흡에 어려움을 겪어요. 그게 7.8mm 정도인데 5mm밖에 되지 않습니다.” 정확한 진단명은 ‘상기도 저항 증후군’. 코와 기도를 통해 호흡하는 것만으로는 산소가 부족해 입으로도 숨을 쉬게 되는데 여의치 않을 경우 저호흡과 무호흡이 동반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의 임상 자료에 따르면 성인 네 명 중 한 명이 이에 해당하고 그 양상이 심할 땐 양압기를 사용한 치료가 필요하다. 한 원장은 훗날 자녀를 낳는다면 취학 전 반드시 구강 검사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 “유전적으로 이 기자의 턱과 구강을 닮을 확률이 높은데, 어린 나이에는 입안 내부 교정으로 혀 위치를 바로잡고 기도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요.”

우크라이나 아티스트 사샤(Sasha Podgurska)는 자연과 함께 잠든 여인의 모습에서 평온한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다.

나처럼 몇 번씩 일어났다 잠드는 밤이 반복되고 있다면 수면의 질이 곤두박질치는 것은 자명하고 불면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이 쉽게 잠들지 못하는 전형적인 불면증, 입면 장애에 견주어 가볍게 다뤄져 문제이지만. 미국 로체스터대학 신경외과 교수 마이켄 네더가드(Maiken Nedergaard)는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내용을 발표했다. 낮에 뇌가 왕성하게 활동하며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 노폐물을 배출하는데 자는 동안 뇌척수액이 뇌 안으로 흡수(림프계에 모인 몸속 찌꺼기가 혈관으로 흘러 소변으로 배출되는 방식과 흡사하고, 이때 뇌척수액이 림프계 역할을 한다)되어 이를 씻어낸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글림프 시스템’이라 명명했다. 만약 수면이 부족하면 글림프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 곳곳에 쌓여 알츠하이머병 같은 인지 장애나 신경 질환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수면 부족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도 우리를 야금야금 점령하고 있었다.

서울스페셜수면의원 한진규 원장은 다음 타자로 철분 수치를 살폈다. 월경 전후 혈액 속 철분량이 급변하는 여인들에게 더욱 중요한 항목이다. 이를 점검하는 이유는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에 빠지는 신경학적 질병인 ‘하지 불안 증후군’과 연관 있다. 철분은 뇌에 도달해 운동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파민을 생성하는데, 철분이 부족하여 일정량의 도파민이 만들어지지 못하면 근육이 수축, 하지 불안 증후군을 일으키고 잠들기 전 온몸이 경직되어 수면 장애를 유발한다. 세포에 저장된 철이 50~170㎍/㎗ 수준이어야 정상인데 결과지에는 27.3㎍/㎗라는 낮디낮은 숫자가 찍혀 있었다. 정맥 철분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권고를 듣자 사무실 책상 위에서 먼지만 쌓여가던 철분제가 떠올랐다.

내 문제는 신체 기능적인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하루걸러 반복되는 꿈은 다음 날 아침 정신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대부분 그날 오후 사무실에서 벌어진 일을 곱씹거나 친구와 나눈 대화를 떠올리는 식이었다. 증상을 들은 한 원장은 이런 나의 걱정을 통쾌하게 날려버렸다. “원래 꿈은 본인이 아는 것만 나와요. 외계인을 본 적 없으니 꿈에 나오지 않는 것과 동일한 이치죠.” 그는 기분 좋고 신나는 꿈을 꾸는 것은 잠을 잘 잤다는 좋은 신호라고 덧붙였다. 이를 보완하는 주장으로, 하버드의대 로버트 스틱골드(Robert Stickgold) 박사는 <사이언스>를 통해 ‘기억의 응고화’라는 개념을 전파했다. 측두엽과 해마 기능을 상실하여 새로운 사건을 기억할 수 없는 환자들조차 잠들기 직전 보았던 것을 꿈속에서 상기했고 기상 후에는 전혀 떠올리지 못한다는 결과를 입증한 것. 그뿐 아니다. 2013년에는 수면이 꿈을 통해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선택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논문을 <슬립 메디신 클리닉스>에 게재했다. 오늘 하루 기억하고 싶은 사건과 불필요한 사건을 나누고 퍼즐 짜 맞추듯 원하는 형태로 조립하여 추억으로 남기는 일에 꿈이 관여한다는 뜻. 참으로 신통방통하다.

알다시피 정신은 수면을 지배한다. 그로 인해 정신분석을 통한 인지 행동 치료는 수면 의학에서 중요하다. 진료실을 나서며 나는 500가지 문항이 적힌 두툼한 심리 검사지를 받아 들었다. 스트레스, 우울, 불안 등을 판단하는 질문으로 임상 심리 전문가의 상담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수면은 방을 어둡게 했을 때 따라오는 수동적인 현상이 아니다. 뇌가 자발적으로 쉬었을 때 벌어지는 일이다. 다시 말해 원할 때 잘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게 아니라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생체 시계를 지녀야 한다. “몸과 마음이 잠을 친숙하게 여길 수 있도록 잠자리 환경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결국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를 하나씩 줄여나가는 것이 기본이자 정석의 치료법. 나는 베개부터 교체했다. 바르게 천장을 보고 누우면 혀가 뒤로 밀려 기도를 좁히는 나는 옆으로 자는 자세가 꿀잠 포인트. 하지만 허리에 무리가 될 수 있기에 머리 아래에 놓을 단단한 것과 다리 사이에 하나, 안고 잘 것 하나까지 총 세 개의 베개를 준비하라는 지침을 얻었다. 요즘처럼 더운 밤이 지속될 때는 수면 중 불쾌지수가 올라가지 않도록 통기성 좋은 침구를 마련하는 성실함도 발휘해야 한다. 오로라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에 감탄하며 구입한 푸른 조명은 따뜻한 기운의 노란 수면 등으로 교체했다(이케아 ‘LED 전구’는 한진규 원장이 추천하는 비밀 병기!). 수면제를 치운 빈 자리에는 자연스럽게 숙면의 세계로 인도하는 건강 기능 식품을 올려두었다. 올리(Olly) ‘슬립 구미’는 지난달 직구로 손에 넣었다. 블랙베리 향에 씁쓸한 가루약 맛이 살짝 도는데 복용 30분 뒤 하품과 함께 나른한 기분에 휩싸인다.

스마트 테크의 힘을 빌려도 좋다. ‘캄(Calm)’은 지난해부터 사용하는 명상 애플리케이션으로 다채로운 숙면 BGM이 준비되어 있다. 조곤조곤 책을 읽어 내려가는 내레이터의 목소리에 홀린 듯 호흡이 차분해지는 과정은 매일 밤 침대에 눕는 시간을 기다리게 만들 만큼 평화롭다. 보스 ‘슬립버드(SleepBuds)’는 블루투스 이어폰처럼 생겼지만 음악은 들을 수 없다. 대신 연동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숙면, 집중을 위한 자연의 소리를 선택하면 외부 소음을 차단해 수면 방해 요소를 걸러낸다. 심전도를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 워치도 유용하다. 자는 동안 시계를 착용하고 IOS에서 작동하는 애플리케이션 ‘오토슬립(AutoSleep)’을 활성화하면 호흡 패턴을 파악해 깊은 잠과 얕은 잠을 구분하고 수면의 질까지 분석해준다. 단, 이때 잊지 말고 모든 전자 기기에 블루 라이트 차단 필터를 적용하길.

한 원장의 처방 중 가장 시작하기 힘들었던 것은 오전과 오후, 하루 두 번, 30분씩 햇빛을 쐬는 일이었다.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합성을 촉진하기 위해서죠. 피부는 모두 가려도 좋으나 뇌가 눈을 통해 태양 빛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선글라스와 모자는 피해주세요.” 코로나19로 재택근무 기간이 길어지며 라이프 사이클이 흐트러지기 쉬운 이들도 꼭 실천해야 한다는 충고까지 잊지 않았다. 잠을 설친 날에는 출퇴근길 짧은 거리를 택시 대신 두 다리로 걸었다. 분명 꽤 험난한 언덕이었는데 멍하니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다 보니 얼마 전 본 영화의 흥겨운 OST와 감미로운 리듬의 신곡이 기분 좋게 흘러갔다.

수면 형태를 자각하고 내게 필요한 변화를 적극 받아들인 결과 푹 자고 가뿐하게 일어나는 나날이 늘었다. 수면 다원 검사를 적극 추천하는 이유다. 60만~70만원에 이르는 비용은 진입 장벽이지만 몇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개인 부담금을 20%까지, 무려 10만원대로 낮출 수 있다. 주간 졸림, 빈번한 코골이, 수면 무호흡, 피로감, 수면 중 숨 막힘, 잦은 뒤척임, 각성 중 한 가지 이상을 겪는 이들이 대상이다. 여기에 혈압, 당뇨, 심장, 뇌혈관 질환 관련 약을 먹고 있다면 건강보험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혀와 편도가 비대하면 기도를 막아 수면 장애를 일으킬 확률이 높기에, 둘 중 하나가 평균 크기보다 클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점도 참고하면 좋다.

100세 시대에 요즘 사람들은 젊고 건강한 삶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몸에 좋은 것을 먹고 운동도 ‘가열차게’ 한다. 하지만 잠은 여전히 사치라는 의식이 팽배하다. 수면 부채가 몸에 쌓이면 아무리 잠을 오래 자도 해결되지 않는 날이 온다. 그때는 모든 것을 ‘리셋’해야 한다. 침대에 누워 양을 세는 것만으로는 이제 부족하다. ‘꿀잠’에 투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