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영감으로 가득한 영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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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영감으로 가득한 영화 5

2020-07-24T15:11:01+00:00 2020.07.23|

새로운 공간 디자인을 계획하고 있나요? 천편일률적인 레퍼런스 이미지 100장보다 아래 소개하는 영화 다섯 편이 배로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거예요.

 

페인 앤 글로리 (Pain and Glory, 2019)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 스페인 특유의 비비드하고 강렬한 색감은 잘 살리면서 스토리는 간결한 수채화 같다. 은퇴한 영화감독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살바도르 말로(안토니오 반데라스 분)의 집은 경매에나 등장할 법한 아트 피스와 화려한 그림, 명품 가구가 가득하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이 제대로 호강한다. 장면마다 이어지는 과감한 색채감에 매료되어 창고에 잠자던 노란색 페인트를 꺼내 부엌 한쪽 벽을 노란색 페인트로 칠해봤다. 사진가 신선혜

 

해변의 폴린느 (Pauline at the Beach, 1983)

‘여름날의 청춘’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1983년에 개봉한 에릭 로메르 감독의 <해변의 폴린느>가 바로 그것. 내용은 시시콜콜한 연애담과 그에 관한 대화가 주를 이룬다. 말하자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프렌치 스타일로, 좀 더 아기자기하게 풀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이게 다가 아니다. 거의 40년 가까이 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공간의 감각, 의상과 오브제, 공기와 무드까지, 모든 요소가 요즘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마티스의 그림, 빈티지한 패턴의 벽지, 감색과 같은 어두운 톤의 가구, 체크무늬 테이블클로스, 수국으로 장식한 정원, 탐스러운 과일과 식기 등… 로메르는 90분 내내 눈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지금처럼 움직임이 불가능할 때, 에릭 로메르의 여름 영화는 잠시나마 팬데믹을 잊게 해줄 거다. <뷰티쁠> 편집장 정수현

 

엘리자베스 비숍의 연인 (Reaching for the Moon, 2013)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유명 작가 엘리자베스 비숍이 사랑에 빠져 16년간 브라질에 머문 시간을 영화화한 작품. 사랑에 빠진 연인인 건축가 ‘로타 데 마세도 소아레스’의 집과 작업물, 브라질 풍경이 한결같이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의 작품과도 같다. 로타가 지은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집도 집이지만, 부엌 한쪽, 아침 식사 테이블, 욕조, 작업실, 정원 등 구석구석이 다 아름답다. 어느 한 장면도 놓치기 싫어 영화를 보다 심호흡을 하기 위해 몇 번을 멈추며 보던 기억이 난다. 마치 정말 좋아하는 작품을 미술관에서 볼 때의 숨 막힘처럼 말이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더 멀리 떠나고 싶은 요즘, 이 영화만 한 휴양지가 없다. 아트먼트뎁 대표 김미재

 

비거 스플래쉬 (A Bigger Splash, 2015)

틸다 스윈튼의 우아한 스타일링과 이국적인 인테리어 덕분에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던 영화. 뜨거운 여름, 이탈리아의 작은 섬이 영화의 배경인데 럭셔리한 휴양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과 마음이 탁 트인다. 부홀렉 브라더스가 디자인한 조명(Established & Sons) 등 시선을 강탈하는 가구와 소품이 연이어 등장한다. 언젠가 꼭 <비거 스플래쉬>를 촬영한 리조트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싶다. 디자이너 최유돈

 

인테리어 (Interiors, 1978)

우디 앨런 감독의 성추행 논란과는 별개로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찾아 봐도 좋을 영화. 스틸 컷에 매료되어 영화를 찾아보긴 처음이었다. 마르셀 브로이어 세스카 체어와 화이트 대리석 테이블, 페일한 누드 톤의 소파와 쿠션… 1978년에 촬영된 영화라는 사실을 믿기 힘들 정도로 세련된 가구와 소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 흐름상 말끔하게 정돈된 주인공 이브의 공간은 부정적인 의미를 상징하지만(편집증이 있는 사람이 가꾼 숨이 턱 막히는 공간으로 표현되고 있다)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는 요즘 시대 인테리어 트렌드와는 딱 들어맞아 더욱 흥미롭다. <보그> 피처 에디터 공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