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핀란드를 이끈 산나 마린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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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핀란드를 이끈 산나 마린은 누구?

2020-07-28T21:55:34+00:00 2020.07.29|

핀란드 총리 산나 마린은 2035년까지의 탄소 중립 계획을 포함해 자신의 작은 나라를 위한 큰 계획을 세운다. 가장 시급한 건 위기의 핀란드를 이끄는 것이다.

STANDING TALL 이 기사가 미국 <보그>에 실릴 무렵인 3월 중순경, 34세의 마린은 핀란드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사진은 지난 1월 총리 관저에서 촬영한 것. 드레스는 가브리엘라 허스트(Gabriela Hearst), 헤어와 메이크업은 엠마 벤틀리(Emma Bentley).

지난 1월 말 밀레니얼 세대이자 페미니스트 환경 운동가로서 총리가 된 산나 마린(Sanna Marin)을 만나기 위해 헬싱키를 방문했다. 중국에서 낯설고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서서히 퍼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먼 나라 이야기로만 느껴질 때였다. 유럽의 다른 많은 나라와 마찬가지로 핀란드는 여전히 중국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중이었고 핀에어항공은 중국 직항 노선을 운항하고 있었다. 나는 헬싱키 시내 루이 비통 매장 앞에 줄을 서 있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보았다. 몇몇은 마스크를 썼지만 수는 별로 많지 않았던 것 같았다. 우리의 삶이 깜짝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팬데믹 소용돌이에 내던져진 채 뉴 노멀을 맞이하기 직전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시대에 시민에 대한 보호와 돌봄은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긴급한 과제가 되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말했듯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상과는 판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마린을 만날 당시만 해도 이 정도도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지금은 향수마저 느껴지는 그때 34세의 마린은 총리직을 맡은 지 겨우 한 달을 넘기고 있었다. 마린은 지난해 12월 예상 밖의 정당 투표 결과로 핀란드의 새 총리가 되었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젊은 지도자가 되었다(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Sebastian Kurz) 총리는 33세).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한 대부분이 40세 이하인 여성 4인과 함께 마린은 진보적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야심 차게 정책 의제를 실현할 새 시대의 새로운 지도자로 환영받았다. ‘The Future is Female(미래는 여성의 시대다)’ 티셔츠가 굳이 필요치 않다. 핀란드에는 벌써 우리의 미래가 도래했다. 적어도 우리가 상상하던 미래가 실제로 펼쳐지고 있었다. 마린은 그동안 유럽의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위기의 지도자가 되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들었던 몇 주가 지나고, 3월 중순경 마린은 지금까지 실행하지 않던 조치를 취했다. 보건과 사회복지를 위한 공적 기금 투입 규정이 포함된 국가 비상시 통치에 관한 법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녀는 핀란드의 학교와 박물관, 도서관, 공공 이용 시설에 대한 폐쇄를 명령했다. 핀란드 복지국가의 핵심이고 마린이 핵심으로 삼은 영역인 주간 보호 시설은 여기에서 제외되었다. 내가 마린을 만나고 있을 때에는 이런 정책을 고려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머지않은 과거가 된 당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이슬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1월의 어느 날, 헬싱키였다. 마린은 총리 관저의 문 앞에 쪼그려 앉아 재잘거리는 딸 엠마에게 비옷을 입혀주고 있었다. 엠마와 함께 산책하려고 엠마의 할머니도 함께 있었다. 엄마가 아이의 옷을 입히는 이런 일상적인 모습을 보며 마린이 현직 총리라는 점을 잠시 잊었다. 나는 아이의 아침 산책을 위해 관저의 거실을 나와 배웅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관저는 19세기의 수수한 목조 저택이었는데 연회색을 띤 발트해의 작은 만이 바라보이는 곳에 있었다. 이곳은 한때 러시아 총독의 여름 별장으로 쓰였다. 이 시기에 보통은 물이 얼어붙는데 이번 겨울은 다른 해와 달리 온화했다. 엠마와 할머니가 문을 나서자 마린은 나에게 활기차게 악수를 청했다. “제 딸이에요.” 그녀는 날씬한 검은색 바지와 검은색 단추가 달리고 흰색의 작은 반원이 수놓인 블라우스를 세련되게 차려입고 있었다. 블라우스는 핀란드 브랜드 ‘파푸’였다. 신발은 편안한 펌프스를 신었고 머리는 목 아랫부분까지 내려와 느슨하게 모아지는 우아한 스타일이었다. 우리는 원형의 목조 테이블에 앉았는데, 테이블 위에는 유리 화병에 분홍색과 흰색 튤립 몇 송이가 길게 고개를 뻗은 채 자리 잡고 있었다. 엠마의 생일이 다가왔지만, 통신사 중역으로 일하는 약혼자 마르쿠스 래이쾨넨(Markus Räikkönen)과 의논해 생일 파티를 늦추기로 했다. “제가 일하고 있으니까요.” 마린이 말했다. “정말요?” 내가 놀란 듯이 묻자 그녀가 살짝 웃는다.

정치에 몸담은 여성은 언제든 일과 가정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질문을 받는다. 남성 정치인은 별로 그럴 일이 없는데 말이다. 마린은 엠마에 대해서나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행복하다. 마린은 노동계급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동성 부부의 슬하에서 자랐고 가족 중에서는 처음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그녀는 자신이 핀란드 복지국가의 혜택을 받은 생생한 사례임을 알리고 싶어 했다. 핀란드의 적극적 육아휴직 정책이 경제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활성화하도록 촉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알려진 핀란드의 무상 공교육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한다. 또 핀란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주도국이 되길 바라면서 2035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했다. “매우 큰 목표지만 저는 어떻게든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핀란드 말투가 약간 섞인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며 나에게 말했다.

지난해 12월 정당 투표 결과 34세의 나이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젊은 지도자가 된 마린. 그녀는 진보적 페미니즘의 아이콘이다.

마린이 20세에 정치에 투신한 것은 기후 현안 때문이었다. “이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도록 알리는 데 기성세대가 매우 애를 먹었던 것 같아요. 기후변화는 우리 세대라면 누구나 관심을 갖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기후 위기는 우리 세대나 그 후세대에게는 베를린 장벽 같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나는 마린이 새롭게 붕괴를 몰고 올 베를린 장벽이란 또 다른 장벽이 아니라 바이러스라고 생각할 거라고 상상해본다.)

마린이 이렇게 빨리 성장하리라고 예상한 핀란드인은 거의 없었지만, 그녀는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의 떠오르는 스타였다. 균형 감각과 분명한 태도로 폭넓은 지지를 얻은 마린은 당의 환경 강령을 함께 작성했고 2015년에 국회의원이 되었다. 지난해 12월 베이비부머 세대의 남성이자 전 노동조합 지도자였던 선임자 안티 린네(Antti Rinne) 전 총리는 우편배달 노동자 파업으로 사직해야 했고, 마린의 당은 근소한 표 차이로 그녀를 후임으로 선출했다. 그녀는 갑자기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은 소셜 미디어에 올린 마린의 잘 구성된 글을 소재로 기사화했고 그녀를 인스타그램 시대의 지도자로 선언했다. 그녀와 젊은 여성들이 이끄는 연립정부는 유럽을 휩쓸고 있는 우파 국수주의에 맞서고 남성 지도자들이 지배하는 나라의 자기 성찰을 자극할 거라고 칭송했다.

현실은 좀 더 복잡하다. 마린이 이끄는 정부는 핀란드의 기존 질서에 비해 아직 튼튼하지 않고 비판자들은 탄소 배출을 억제하면서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불가능한 목표를 세웠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기가 들이닥쳤다. 그리고 마린은 연립정부 파트너 네 명과 일치된 의견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들은 같은 여성이지만 정치 이념까지 똑같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내무장관이자 핀란드에서 마린만큼이나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역동적 지도자 마리아 오히살로가 이끄는 녹색당, 좌파연합, 좀 더 자유 시장 친화적인 중도 우파의 중도당, 스웨덴인당이다.

그 사이 이민을 제한하고, 붉은 고기와 탄소 배출 차량의 옹호를 주요 쟁점으로 만들기를 원하는 우파의 이민자 배척주의 정당 핀란드인당은 최근 여론조사를 주도하면서 기후에 관한 정치적 방침을 서방세계 국가와 함께한다는 여론을 확산시키려 한다(지난 3월 중순 마린이 몇몇 유럽 국가처럼 바이러스 감염자의 입국을 방지하기 위해 핀란드 국경을 봉쇄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핀란드인들은 환호했다).

마린의 정부가 4년의 통치 기간을 다 채우리라 예상되지만, 의회에 40석을 지닌 사회민주당을 39석의 핀란드인당이 바싹 뒤쫓고 있다. “우리는 전혀 좌파답지 않은 나라에서 급진 좌파 정부를 갖고 있어요.” 핀란드의 비즈니스 및 정책 포럼 기관인 EVA의 중역이며 친기업 성향의 정책 전문가 에밀리아 쿨라스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마린에게 이런 우경화의 흐름에 대해 묻자 그녀가 대답했다. “우리의 임무는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럽에서 포퓰리즘 운동과 우익 운동을 그토록 많이 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많은 사람이 희망이 없고 좌절감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있겠고요. 가족 부양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요. 그들은 자녀의 미래를 걱정합니다. 그리고 저는 사람들이 절망을 느끼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낄 때 삶의 새로운 해답을 찾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포퓰리즘 정당은 이런 복잡한 문제에 간단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탐페레에 있는 사택에서 약혼자 마르쿠스 래이쾨넨, 딸 엠마와 함께.

마린의 피부는 희고 매끄러웠다. 통통한 볼이 은은한 분홍빛 블러시로 도드라져 보였고, 녹청색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말할 때면 재면서 거리를 유지하는 듯했고 매우 신중하지만 따뜻함을 잃지 않았다. 이곳 핀란드 사람들은 자기 마음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냥 잠자코 있는 편이다. 마린은 차분하지만 활력이 있었고, 침착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가 돋보였다. 폭죽보다 지속 가능한 생태적 백열등을 닮았다. 낮은 전력 소비량에 조금은 차가운 빛을 띠지만 믿을 만하고 오래가는 특성이 있다.

1월 막바지와 2월 초까지 5일 동안에 걸쳐 핀란드에서 지내면서 대화를 나눈 핀란드인들은 마린을 높이 평가했지만 그녀가 이끄는 정부가 잘해나갈지, 특히 경제에 대해 많이 걱정했다. 핀란드에서 마린이 불러일으킨 관심은 아직도 흥분으로 남아 있다. 세계 대회에 나선 국가 대표 팀을 응원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우리는 노키아의 명성에 익숙해요. 마린은 새로운 노키아입니다.” 핀란드의 대표적 일간지 <헬싱긴 사노마트>의 기자이자 칼럼니스트 안나리나 카우하넨은 이렇게 말한다(아이폰이 등장하기 전에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지배한 노키아는 기업의 위계가 어떻게 혁신을 가로막으며, 노키아는 세계 네트워크 기반 시설의 성공적인 제공사로서 어떻게 혁신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경영 대학원의 필수 연구 사례였다).

핀란드는 인구 550만 명의 작은 나라다. 하지만 인구수의 물리적 한계를 소프트 파워로 뛰어넘었다. 평등주의, 가족 복지, 진보적인 환경 보호주의 등이 마린이 경험하고 체득한 것들이다. 그러기에 마린이 세계 무대에서 새로운 지위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총리가 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마린은 브뤼셀에서 유럽의 지도자들과 만났다. 우중충한 양복의 바다에서 두 여성, 마린과 메르켈이 단연 돋보였다. 두 달 후 마린은 다보스 세계 경제 포럼에서 언론의 열광적 취재의 대상이었다. 그곳에서 마린은 성 평등과 기후 목표에 관한 핀란드의 방침을 발표했다. 그리고 핀란드의 대표로서 공식 방문의 일환이었던 2019년 트럼프의 백악관 방문은 어땠을까?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마린이 내게 말했다. 트럼프가 정중히 행동했을까?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들은 5G 기술과 쇄빙선에 관해 논의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백악관 방문은 큰 영광이었습니다.”

마린이 가장 활기를 띠었을 때는 부모를 위한 혜택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였다. 그녀는 나에게 엄마가 된 핀란드의 모든 여성이 국가로부터 받는 유명한 베이비 박스 사진을 휴대전화를 통해 보여주었다. 맵시 있게 디자인한 박스였는데 안에는 동물 인형과 녹색 물방울무늬가 있는 회색 방한복 등의 옷과 유아용품이 들어 있었다. 이 관행은 1930년대에 시작되었는데 산전 돌봄을 받도록 장려하기 위해 실행한 제도다. 마린의 인스타그램에는 임신했을 때와 엄마가 된 후의 모습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만삭이 된 마린의 모습과 턱시도를 차려입은 약혼자 래이쾨넨의 사진도 있었다. 베이비 박스와 엠마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도 있었다. 또 바퀴 달린 유아용 침대 안에 있는 작은 금속제 바구니에 들어간 모습까지. 유아용 침대는 대여한 것으로 엠마가 크고 나서 돌려주었다고 한다. 집 안 사진에는 자연광이 많이 비쳤고, 마리메꼬 도자기 접시와 공기도 많이 보였다. 마린의 옷장 사진에는 마리메꼬, 우하나, 파푸, 누키 같은 핀란드 브랜드의 옷이 되는 대로 담겨 있었다(파푸 브랜드 라벨에는 ‘핀란드에서 사랑으로 디자인한, EU에서 정성 들여 만든’이라는 텍스트가 적혀 있다). “제가 입는 옷은 윤리적이어야 합니다. 아동노동을 이용하거나 환경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하면 안 되죠.” 그녀가 말했다. 사실 헬싱키에는 중고 의류점이 매우 많다. 비 오는 주말 오후 나는 ‘리러브’라는 옷 가게에 불쑥 들어가서 탈의실 앞에 줄을 서 있던 수비라는 여성과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투표는 녹색당에 했지만 마린에게 푹 빠져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녀에게 관심이 아주 많아서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중이에요.”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과 악수를 나누는 산나 마린.

또 다른 오후에는 헬싱키 중앙도서관 오오디(Oodi) 안을 돌아다녔다. 매우 놀랍고 매력적인 건축물로 도서관과 함께 공유 업무 공간과 카페, 주간 탁아 시설, DIY 작업실 등이 함께 있는 복합 시설이었다. 이곳에서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회의실을 예약해서 사용하거나 재봉틀이나 3D 프린터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것이 핀란드다. 공간은 한가로이 거니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게 디자인했다. 그래서 보통은 부모와 어린아이로 가득하다. 입구의 홀에 있는 편안한 벤치에서 30대인 아리와 한나 슬리오 부부가 두 살 난 자녀 아이노와 옥신각신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그 부부도 투표는 좌파연합에 했지만 마린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마린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말해요.” 아리가 말했다. “그녀는 생각하면서 말하죠.” 한나의 말이었다. 한나는 전문대학의 영어와 스페인어 교사이며 아이노가 태어나자 1년 반의 육아휴직을 받았고, 아리는 통번역 업무에 더 빨리 복귀했다. 초평등 국가 핀란드에서도 이런 성적 불균형이 흔하다.

마린은 이런 불균형도 바로잡고 싶어 한다. 2월에 마린은 핀란드가 성별과 관계없이 부모 모두 동등하게 164일의 산후휴가를 보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이는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유럽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핀란드 역시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 이 소식은 서양 다른 국가 부모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 부모들은 훨씬 부족한 국가의 지원과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이렇게 되고자 원한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쓰며 핀란드의 새 정책에 관한 <뉴욕 타임스>의 기사를 트윗했다(이 트윗을 보고 소셜 미디어에 밝은 마린이 바로 리트윗했다).

엠마가 태어났을 때 마린과 래이쾨넨은 각자 육아휴직을 절반씩 썼다. 마린은 전반부 6개월, 래이쾨넨은 나머지를 휴직했다. 물론 마린의 어머니와 래이쾨넨의 부모가 모두 집까지 걸어올 만한 거리에서 사는 것도 도움이 됐다. 이들은 모두 과거에 공업 도시였던, 헬싱키 북쪽에 있는 탐페레에 살고 있다. 마린은 자신을 총리로 선출한 사회민주당의 투표가 있은 후 래이쾨넨에게 전화해 총리직을 승낙해도 될지 의견을 물었고 그도 흔쾌히 동의했다. 그는 이미 자기 어머니에게 아이를 돌봐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일과 관련해서도 확실히 균형을 잡고 있습니다.” 마린이 자랑스럽게 말한다. “엠마가 아프거나 해서 집으로 데려와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남편이 맡아서 합니다.” 내가 래이쾨넨은 굉장한 남자 같다고 말하자 마린은 “최고죠”라고 말하며 활짝 웃는다.

두 사람은 18세에 탐페레에서 만났다(마린은 파티에서, 래이쾨넨은 바에서 만났다고 서로 달리 기억한다). “마린은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진지했습니다.” 헬싱키 시내 고급 쇼핑몰의 커피숍에서 나와 만났을 때 래이쾨넨이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늘 정치에 관심을 가졌다. “지지해주는 것이 중요하죠.” 그는 육아는 물론 모든 면에서 힘을 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마린이 어떤 이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저는 함께 의논하는 역할을 합니다.” 래이쾨넨이 말할 때 한 여성이 동절기 유모차에 앉은 아기와 꼼지락거리며 걷는 아이와 함께 옆 테이블로 와서 앉았다. 그 여성은 래이쾨넨을 알아보지 못했고, 래이쾨넨은 그런 모습을 좋아한다. 그가 마린의 인스타그램에 카메오 출연을 할지라도 포커스는 마린에게 맞춰지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통신 회사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인지 핀란드 기술 문화에 관해 대화할 때 더 활기를 띤다. 앵그리버드, 중독성 강한 스마트폰 게임이 이 나라에서 시작되었고 리눅스 운영체제를 개발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리누스 토발즈도 이 나라 사람이다. 래이쾨넨은 휴대전화 앱을 이용해 주차비를 어떻게 지불하는지 보여준다.

마린의 인스타그램에는 임신했을 때와 엄마가 된 후의 모습이 빼곡히 담겨 있다.

마린과 래이쾨넨은 아직 결혼하지 않았고 몇 년 동안 약혼한 상태로 지낸다. “날을 잡아야겠죠.” 그가 말했다. 둘 다 서로 제안하지 않은 상황이다. 몇 년의 시간을 함께한 후 공동 결정 이상의 것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들은 성대한 결혼식이 아니라 법률혼(Civil Ceremony)을 할 것이다. 그동안 둘은 일에 집중하며 엠마와 시간을 보낼 것이다. 여유 시간이 있을 때는 영화와 TV 시리즈물을 볼 것이다. 마린은 드라마 <여총리 비르기트(Borgen)>를 보았다고 언급했다. 허구 인물인 덴마크의 여성 총리를 그린 TV 시리즈물인데, 까다로운 여러 정당의 연립정부에서 벌어지는 내부 싸움을 처리해나가는 ‘비르기트 뉘보르’의 캐릭터에서 자신의 모습을 봤느냐는 질문에 마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질문을 프로처럼 재치 있게 받아넘기거나 능숙하게 방향을 돌리는 마린과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나는 젊은 여성으로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지도자라면 모든 결정에 질문이 따르고 행동할 때마다 비판적 추궁을 받는다. 하지만 여성에게는 이런 철저한 검토 과정이 더 날카롭게 다가올 것이다. 그 세대의 많은 이가 그렇듯 마린의 대응은 인스타그램에서도 이뤄지는 것 같다. 그녀는 자신에 대해 많든 적든 원하는 만큼 보여주면서 어느 정도 통제하는 가운데 스스로 이미지를 관리할 수 있다.

2017년 마린이 하원의원이었을 때 약혼자와 함께 3주간 이탈리아에 휴가를 갔다. 물론 환경주의자의 상식을 지닌 북유럽 스칸디나비아인답게 기차를 이용했다. 마린은 자신의 짧은 자유 시간에 자연으로 나가 걷는 것과 가족과 함께하며 채식으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마린과 래이쾨넨은 그들의 시간을 헬싱키와 탐페레를 오가며 나눠 써야 했지만(마린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탐페레 시의회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들은 엠마를 위한 주간 돌봄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면 다음 해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헬싱키로 옮겨갔을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모두가 같은 차선을 이용합니다. 정부 각료를 위한 고속 차선이 따로 없어요.” 마린이 이렇게 말한다. 판란드인들은 이를 당연시한다. “모든 것이 잘 이루어집니다.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 많은 곤란을 헤치고 나아갈 필요가 없도록 모든 것이 정돈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에 관한 북유럽 이론(The Nordic Theory of Everything)>의 저자 아누 파르타넨은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핀란드에서 브루클린으로 이주하고 나서 겪은 문화 충격에 대해 이야기하는 회고록이다. 파르타넨은 마린을 핀란드 모델의 전형적 인물로 여긴다. “마린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교육 시스템과 높은 수준의 사회 서비스 때문에 마린이 최고 학력도 아니고 특권층 출신이 아니어도 젊은 나이에 총리가 될 수 있었던 거죠. 핀란드 시스템을 잘 보여줍니다.”

총리 관저로 돌아와서 마린과 나는 얼지 않은 발트해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지구 온난화가 원인이었다. “물론 걱정됩니다.” 마린이 말한다.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걱정해야만 하는 문제죠. 그리고 걱정만 할 게 아니라 모두 행동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겁니다.” 정치 행위가 어떻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되는지 가늠할 수 있는 현실적 인식이다. 마린이 나에게 이 이야기를 했을 때는 팬데믹이 닥치기 몇 주 전이었다. 나는 그녀의 침착함이 핀란드를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방에서 엠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머니와 함께 밖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이제 돌아온 것이다. 마린이 반갑게 맞이하며 진흙이 묻은 보라색 플라스틱 부츠와 빨간색 겉옷을 벗도록 도왔다. 엠마의 핀란드어 옹알이를 마린이 통역해준다. 안으로 들어왔으니 분홍색 작은 모자가 달린 털 칼라가 이제 필요 없단다. 나는 엠마의 할머니에게 매우 중요한 일을 하셨다고 말했다. “나는 이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오!” 그녀는 이렇게 대답하고는 엠마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아이는 흰 나무 난간 사이로 아래층을 슬쩍 엿본다. 마린이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이제 복귀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