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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Hope 이슈: 26명의 편집장이 소개하는 희망의 이미지#1

2020.10.21

by 허세련

    <보그> Hope 이슈: 26명의 편집장이 소개하는 희망의 이미지#1

    전 세계의 보그 에디션이 희망을 주제로 하나로 모였습니다. 26명의 편집장이 2020년의 희망을 담은 이미지를 소개합니다.

    <보그>아라비아

    Courtesy of Sumayyah Al Suwaidi

    아랍에미리트 출신 아티스트 수마야 수와이디(Sumayyah Al Suwaidi) 매력적인 예술 작품낚시의 희망(A Fishing Hope)’에는 걸프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상징물 하나인아브라(Abra)’, 전통 나무배가 접목되어 있다. 초현실주의 작품에서 아브라는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배가 된다. “낚싯바늘 물고기가 희망을 상징합니다. 낚시 뭔가 잡기를 바라죠. 그런 마음으로 낚시 채비를 하잖아요. 준비되 않은 강태공은 절대 아무것도 낚지 못할 거예요. 인생도 마찬가지죠. 사람이라면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을 준비하고 나머지는 세상의 흐름에 맡겨야 합니다. 날개는 생각의 자유를 상징합니다. 상상에는 경계가 없으니까요.” 아부다비(Abu Dhabi)에서 활동하며 여러 차례 상을 받은 아티스트는 먼저 스케치나 간단한 사진 작업으로 디지털 작품을 만들고, 그다음에 질이나 색상 등을 칠하거나 바꿔가며 작품을 탄생시킨다. 수와이디는 아랍에미리트, 영국, 미국, 중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모로코, 쿠웨이트 등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그녀는희망이 없다면 우리는 내일을 기대하지 못할 거예요. 희망이 없다면 우리는 절대 번영할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내게 아부다비 출신 아티스트의 작품은 굉장히 흥미롭고 인상적입니다. 걸프 지역의 다양한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모더니티를 완벽하게 보여주 때문입니다.”

    -<보그> 아라비아 편집장 마누엘 아르나우트

    <보그>호주

    아티스트 베티 머플러(Betty Muffler)에게 그녀의 작품은 단순한 예술 작품 그 이상이다. 힐링이 필요한 고장을 매력적으로 묘사하는 대상인 것이다. 베티는 자신의 정신과 촉감의 힘으로 치료할 수 있는 강력한 재능을 지닌 호주 전통 치료사 은강카리(Ngangkari)이다. 호주 최악의 산불, 뒤이어 전 세계에 불어닥친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과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이후, 은강카리는 민족과 커뮤니티의 마음과 정신을 치유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은강카리는 호주 중부 은가아냐차라(Ngaanyatjarra), 피찬차차라(Pitjantjatjara), 랜즈(Lands) 출신으로 태곳적부터 활동하던 전통 치료사이다. 이들은 자신의 에너지를 이용해 민족과 커뮤니티의 육체적, 정신적 안녕을 돌본다. 치유 대상의 몸에서 부정적 에너지를 제거하면서 말이다.

    베티의 은강카리 힐링 정령은 새(Tjulpu)이며, 때로 독수리로 보이기도 한다. 그녀는 나쁜 기운을 제거하기 위해 치유 대상의 몸 쪽으로 손을 움직이기도 하고, 때로는 일시적인 잠에 빠진 상태에서 사막을 가로질러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령을 보내기도 한다.

    베티는 남호주 서북부 외딴 지역에 자리한 인덜카나(Indulkana) 커뮤니티 출신의 실력 있는 문화계 원로이자 특히 최근 사건으로 인해 호주 토착민 커뮤니티가 더 많이 찾는 최고의 은강카리로 유명하다.

    호주 토착민의 고장에 대한 연관성은 단지 물리적인 것 이상으로 깊다. 그림을 통해 베티는 자신이 가진 치유의 힘을 캔버스에 불어넣는다. 그녀는 자신의 고장과 그녀의 정령이 나섰던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다. 베티는 자신의 고장에 있는 천연 붉은 흙 안료인 오커(Ochre)를 그림의 밑바탕으로 사용했으며, 크림색 레이스 같은 문양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해왔다. 이런 문양을 그리는 작업은 그녀의 여정과 밤하늘을 가로질러 날아다니는 정령의 움직임을 나타낸다. 이 천연 흙 안료는 그녀의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으로부터 가져온 것이다. 그리고 레이스를 닮은 문양은 물이 바위 구멍 사이로 흐르다가, 비가 올 때 폭포처럼 웅덩이로 쏟아져 내리는 것을 표현한다.

    그림에서 물의 움직임을 그림으로써 얻어낸 것과 같은 에너지는 바로 베티가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보는 에너지이다. 또한 베티가 다른 사람을 치유할 때 사용하는 에너지이기도 하다.

    “베티 머플러는 뛰어난 아티스트이면서, 호주 토착민 출신인 은강카리입니다. 이는 자신의 정령과 손길로 다른 이를 돕는 강력한 재능을 지닌 전통 치유사를 말하죠. 그녀는 남호주의 북동 지방, 앨리스스프링스(Alice Springs)에서도 남쪽으로 400km 정도 떨어진 외진 고장 인덜카나(Indulkana)의 이완차 아트(Iwantja Arts)를 세상에 선보입니다.지난여름 발생한 치명적인 산불, 코로나19 팬데믹, 인종차별 금지 운동(Black Lives Matter) 때문에 저는 우리 모두를 위한 희망, 치유, 결속력을 의미하는 독특하면서도 호주다운 사진을 선정하고 싶었습니다. 그 고장에서 직접 공수해온 천연 붉은 흙 안료와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다니는 그녀의 정령을 나타내는 레이스를 펼쳐놓은 것 같은 노랫가락 덕분에, 베티가 지닌 치유의 힘과 긍정의 에너지가 이 작품에서 더 잘 살아납니다.”

    -<보그> 호주 편집장 에드위나 맥캔

    <보그>브라질

    오래전부터 인간은 새에게 매력을 느꼈다.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생물체에 매료된 거다. 그때부터 인간은 새를 관찰하며 감탄하기 시작했고, 그 주위에 울타리를 치고 그들을 포획해 감금하는 치명적인 일을 서슴지 않았다. 그 후로 수많은 종류의 새가 멸종했고, 이제는 역사와 책을 통해서만 추억할 수 있다.

    새장에 갇힌 새는 날아다닐 권리를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노래 부른다. 자신의 인생을, 추억과 꿈을, 괴로움을 노래하는 것이다. 그런 소리에는 자유가 담겨 있고, 그 멜로디에는 희망이 담겨 있으며, 그 소리의 떨림에는 향수와 구슬픔이 깃들어 있다. 새의 날갯짓에는 삶의 지혜가 방울처럼 떨어진다. 순수는 새의 이름이며 그들의 심장은 새장 속에서 계속 뛰고 있다. 새의 눈에는 향수, 구슬픔, 삶의 행복이 담겨 있다.

    크리에이터이자 젊은 아티스트인 나는 매일 성년이라는 장소에 방문한다. 나의 그림은 인생의 어느 단계에 이른 육체와 정신에 대한 구체적인 형상화이다. 그 안엔 감정, 촉감, 기억, 꿈, 한밤의 외출, 섹스, 노래, 고통, 실수, 받지 못한 부모님의 전화 등이 담겨 있다. 그것은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인 동시에 다른 무언가로 변화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곳엔 절친과 나누는 대화만큼이나 분명한 이야기가 녹아 있기도 하다.

    그림은 말하고 듣는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사람들과 예술 자체, 아티스트 사이에 오고 가는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진다. 이번 작품 ‘순수라고 불리는 새는 우리 모두가 내면에 지니고 있으며 아름답게 형상화한 생물체와도 같다. 그것은 아름다움이자 공포이며 어둠이자 빛이다.

    이번 기회는 내가 시간을 깨닫고 시간이 나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고 또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부모님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형제자매가 더 이상 과거와 같지 않다는 걸 깨닫는 순간과도 같다. 삶에 대한 기념, 새가 부르는 죽음에 대한 노래, 희망에 대한 성가… 이것이 바로 순수라 불리는 새(A Bird Called Innocence)’이다.

    “아티스트 사무에우 지 사보이아(Samuel de Saboia)와 그를 촬영한 포토그래퍼 하파에우 파바로치(Rafael Pavarotti)는 브라질의 크리에이티브한 신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이들은 브라질 흑인 문화가 갖는 힘을 탁월하게 표현할 줄 알죠. 이 작품에서 새는 멸종 위기에 처했거나 포로로 잡혀 있는 모든 이를 상징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희망과 화합을 노래합니다. 자유에 대한 갈망과 다양한 감정을 생생한 색채를 통해 표현했습니다.”

    -<보그> 브라질 편집장 파울라 메를루

    <보그>영국

    캡틴 톰(Captain Tom)으로 유명한 캡틴 토머스 무어 경은 영국 육군 장교 출신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동안 자신의 100세 생일까지 자선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100바퀴를 돈 것으로 유명하다. 캡틴 톰 무어는 1,000파운드 마련을 목표로 자신의 정원(25m 트랙)을 100바퀴 돌면서 영국의 코로나 위기 초기 단계에 영국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언론의 관심과 대중의 지지가 높아지면서 그의 실제 모금 총액은 3,700만 파운드(약 457억원)를 넘어섰다. 가수 마이클 볼과 함께 부른 ‘당신은 결코 혼자 걷지 않을 거예요(You’ll Never Walk Alone)’가 담긴 싱글 앨범은 무려 8만2,000장이나 팔렸으며, 영국 차트 최고령 1위 기록을 세웠다.

    “우리가 선정한 사진 속 주인공 캡틴 톰은 희망에 대해 매우 영국적 해석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그는 특별할 것 없는 환경에서 놀라운 업적을 이뤄냈죠. 의심할 여지 없는 우리의 영웅입니다. 지난 4월, 100회 생일을 2주 앞둔 그는 NHS(영국 국민 보건 서비스)와 종사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생일까지 자신의 집 뒷마당을 100바퀴 돌겠다며 모금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 소식은 곧 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갔고 며칠 만에 그는 50만 파운드의 기금을 모았습니다. 곧이어 그 액수는 3,700만 파운드를 훌쩍 넘겼죠. 그로부터 얼마 후 영국 여왕이 기사 작위를 내렸고, 그가 노래한 음반이 싱글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던 희망을 나라 전역에 보여준 인물입니다.”

    -<보그> 영국 편집장 에드워드 에닌풀

      에디터
      V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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