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까 바를까? 해초의 재발견

Beauty

먹을까 바를까? 해초의 재발견

2020-09-18T15:48:20+00:00 2020.09.18|

바다가 베푼 은혜, 해초의 재발견. 먹느냐, 바르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김, 미역, 다시마, 파래, 감태, 매생이, 모자반, 톳, 꼬시래기, 참가사리, 우뭇가사리… 바다에서 자라는 식물 중 한국인의 밥상에 오르지 않는 재료가 있을까? 만능 육수의 주인공 다시마는 말렸다가 튀기면 손이 절로 가는 간식이다. 또 추억을 소환하는 엄마의 베스트 반찬은 참기름과 소금을 넣어 고소하게 무친 미역 줄기. 남은 반찬 한두 가지를 ‘검은 종이’로 대충 돌돌 말아낸 김밥은 현대인의 단골 메뉴다. 어디 그뿐인가? 톳을 올려 맛간장에 비벼 먹는 솥밥, 모자반을 푹 고아낸 몸국, 뜨끈한 밥에 젓갈을 올려 감태로 싸 먹는 별미까지. 산모는 미역국을 대접받고, 생일엔 어김없이 미역국을 차린다.

우리 민족은 음식으로서 해초의 가치를 누구보다 먼저 깨닫고 지혜롭게 활용했다. 해초의 섬유질은 당의 흡수를 지연시켜 혈당 조절은 물론 비만 억제 효과까지 갖췄다. 또 체내에 부족한 천연 미네랄 함량을 보충하고 노화를 방지한다. 단백질과 비타민을 비롯해 칼슘, 칼륨 등 해초의 무기질 함량을 말하자면 끝도 없다.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피가 맑아지니 피부 톤이 말개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우리가 ‘먹는 데 진심’인 민족이라면 먼 나라 이웃 나라 아일랜드는 해초를 수백 년 동안 미용 재료로 애용해왔다. 청정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답게 해안이나 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역을 욕조에 한가득 풀어넣고 온수와 수증기로 불린 뒤 해초 목욕을 즐긴다(한반도에 ‘허브탕’이 있다면, 아일랜드에는 ‘미역탕’이 있는 셈이다). 이런 목욕탕은 19세기까지 활발하게 운영되다 종적을 감췄는데, 최근에 소규모 스파 형태로 재개장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런가 하면 스웨덴에는 ‘쿠어바드’라는 치료 목적의 목욕 문화가 있다. 뜨거운 물에 소금을 넣고, 말린 해초를 20분간 담그는 것이 첫 단계다. 불린 해초를 욕조에 부은 뒤 다시 한번 온수와 바닷소금을 채워 목욕을 즐기는 방식이다. 해초는 샤워 타월 삼아 몸에 부드럽게 문지르고, 목욕이 끝나면 수건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 건조한다. 해초를 우려낸 영양가 넘치는 물이 온몸에 천천히 흡수되길 기다리는 시간. 미끌미끌한 막이 얇게 생성되도록 30분 정도 방치한 뒤 미온수로 씻어내면 끝이다.

단순한 감기부터 괴로운 피부염까지, 해초 목욕으로 치유하지 못할 것은 없다고 믿는 아일랜드와 스웨덴 사람들의 확신에는 명백한 이유가 있다. 미역이나 다시마를 손으로 한번 문질러보자. 끈끈한 점액질이 느껴진다. 이는 ‘알긴산’이라는 성분 때문인데, 이 성분이 피부를 즉각적으로 부드럽게 만든다. 체내에 흡수된 중금속과 결합해 밖으로 배출하는 데 으뜸이니 노폐물과 독소를 제거하는 효능은 말할 것도 없겠다. 미세먼지, 외부 바이러스에 다량 노출된 현대인이라면 밑줄 치고 별표 다섯 개 해야 할 대목! 여기에 해수의 염분을 곁들여 목욕하면 금상첨화다. 고농도 마그네슘을 함유한 해수의 염분이 항염 작용과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해수, 해초류의 성분은 인체 세포액 성분과 비슷해 피부를 해독하고 세포의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약물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이 해수, 해초류를 사용한 테라피의 효능을 간증하는 이유다. 건선, 습진, 여성 질환, 부종, 관절염 등의 치료에도 권장한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집에서 해초 목욕을 즐기는 방법은? 깨끗하게 말린 덩어리 큰 해초와 배스 솔트, 욕조만 있으면 다 갖춘 것이다.

이처럼 해초의 뷰티적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노화가 진행 중인 피부라면 더욱 해초의 손길이 필요하다. 해초의 ‘후코이단’ 성분은 상처받은 피부를 진정시키고 자극 물질로부터 단단한 장벽을 세운다. 뛰어난 수분 보유 능력은 문제성 피부에도 진가를 발휘한다. 꾸준히 반복하면 피부가 탱글탱글, 얼굴에선 광이 나고 턱선이 쫀쫀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얼굴 곳곳에서 꼴도 보기 싫은 주름이 눈에 띄기 시작했나? 심신을 치유할 자연의 산물이 당신 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