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이템

Walk in the Boot

2020.10.06

by 송보라

    Walk in the Boot

    부츠가 샤넬 룩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혹시 알고 있나요?

    1959년 스튜디오에서 가브리엘 샤넬과 모델 마리 엘렌 아르노.

    비록 가브리엘 샤넬 여사가 직접 부츠를 디자인한 적은 없지만 그녀는 살아생전 부츠를 즐겨 신었답니다. 말을 사랑하고, 승마에도 재능을 보인 경마 팬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샤넬 여사는 1920년대에 웨스트민스터 공작의 저택인 이튼 홀의 성 부지를 산책하거나 말을 탈 때도 부츠를 신었어요. 1958년부터는 자신의 트위드 수트에 마사로의 바이커 부츠를 매치하기 시작했죠. 마사로는 그녀가 가장 아끼던 구두 장인이었는데요. 그는 마드모아젤 샤넬을 위해 파란색이나 흰색과 파란색이 섞인 펠트 소재의 부드러운 부츠를 만들기도 했답니다.

    1983년 칼 라거펠트가 샤넬에 합류하면서 부츠는 샤넬 컬렉션의 필수 요소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라거펠트는 부츠에서 모던한 매력을 감지했고, 샤넬 의상에 매치했을 때 대담하고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낼 거라는 걸 알아챈 거죠. 하늘거리는 드레스, 절제된 수트, 미니스커트와 짧은 반바지 등과 다양하게 매치된 부츠는 우아하면서도 강렬한 매력을 자아냈습니다. 칼 라거펠트는 다양한 종류의 가죽과 원단을 사용해서 마드모아젤 사넬의 바이커 부츠를 끊임없이 재해석했습니다. 체인, 리본, 카멜리아, 색색의 스톤과 그로그랭 리본, 자수 등으로 장식한 부츠는 샤넬 코드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죠.

    샤넬은 다양한 높이와 비율의 부츠를 선보여왔습니다. 가느다란 발목을 돋보이게 하거나 종아리를 길어 보이게 하고, 부츠 끝이 무릎을 스치기도 하지만 허벅지 위까지 끝도 없이 올라가기도 하죠. 장갑처럼 꼭 맞게 다리를 감싸는 싸이하이 부츠, 발목 부위에 자연스럽게 주름이 잡히는 소프트 부츠 외에 라이딩 부츠, 레인 부츠, 스노우 부츠 등 종류도 다채로워요. 뾰족한 원뿔, 가느다란 스틸레토, 안정감 있는 스트레이트와 플랫폼, 경사지거나 네모난 굽은 때때로 색색의 스톤이나 더블 C 로고로 반짝입니다.

    2020 F/W 컬렉션

    버지니 비아르는 승마에서 영감을 얻은 2020 F/W 컬렉션을 위해 윗단을 접어서 갈색 안감이 드러난 검정 라이딩 부츠를 선보였습니다. 핀스트라이프 수트에 부츠를 신은 칼 라거펠트의 사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데요. 트위드 수트와 벨벳 드레스, 옆이 트인 조퍼스 팬츠에 이르기까지 모든 룩에 매치된 부츠는 룩의 포인트 역할을 했습니다.

    샤넬 부츠에는 하우스의 제작 노하우가 축적돼 있기도 합니다. 1894년에 설립된 하우스 오브 마사로는 1957년에 아이코닉한 투톤 슈즈를 탄생시킨 이후로 쭉 샤넬과 협업해왔습니다. 그리고 2002년부터 샤넬 공방에 소속됐죠. 매년 샤넬 오뜨 꾸뛰르와 공방 컬렉션 슈즈를 제작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샤넬의 창의력에 발맞춰 마사로의 제작 기술도 발전하고 있답니다. 혁신적인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우아함과 편안함을 겸비하는 거죠. 신속함과 인내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세공은 재단부터 최종 마무리 단계에 아무리 소소한 디테일조차도 소홀히 하지 않는데요. 한 켤레의 구두를 만드는 데 보통 30시간에서 50시간을 소요합니다.

    샤넬 공방에 속한 이탈리아의 신발 제조사 로베다 또한 버지니 비아르가 상상하는 모든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을 위한 구두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F/W 컬렉션의 부츠 역시 로베다의 장인 정신과 최신 기술이 결합된 결과물입니다.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Courtesy of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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