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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레이션 Z, 세상에 진입하다

2023.02.21

by VOGUE

    제너레이션 Z, 세상에 진입하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전 세계가 Z세대의 속내를 궁금해하고 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투표를 독려하는 인스타그램 포스트를 올렸다. “당신이 바꾸지 않으면 다음 10년은 더 나빠질 겁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환경 위기 동영상 아래 해시태그로 #GenZ #Vote2020 #GenZVotes를 붙였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신의 곡 ‘Only the Young’을 민주당 캠페인 광고 곡으로 헌정하며 젊은 세대의 시위를 편집해 내놓은 광고 초반에 “왜 권력자들은 우리가 투표를 어렵게 하도록 만드나?”란 내레이션을 추가했다. 여기서 ‘우리’는 테일러 스위프트를 추종하는 젊은 세대, 특히 Z세대를 겨냥한다. 이 세대는 11월 3일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다. 전체 유권자 중 10%밖에 되지 않는 소수층이지만 적극적으로 투표할 권리를 행사하며 언제나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던 18~24세 미국 유권자층의 관례를 깨고 있다. 사전 투표만 놓고 봤을 때 젊은 층의 투표율은 미국 역대 최고를 기록 중이라 젊은 층의 참여가 선거 결과의 변수가 될 수 있을지 모두 궁금해하고 있다.

    제너레이션 Z, 줄여서 젠Z(Gen Z, Z세대)라 불리는 이 세대는 시기적으로는 1996년부터 태어난 젊은이들을 일컫는다. 때로 1995년생도 포함되는 등 정확한 연도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몇 년생이건 간에 한 가지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 바로 휴대전화와 SNS가 일상인 ‘디지털 네이티브’란 점이다. 이들이 가장 애용하는 SNS는 ‘틱톡’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회사인 틱톡이 미국인의 사적 데이터를 불법으로 수집한다며 미국 내 틱톡 금지를 명령했을 때 Z세대는 이를 세대적 공격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따라서 SNS 인플루언서로 도약한 셀러브리티는 Z세대의 소통법을 잘 꿰고 있는 전문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Z세대가 가장 사랑하는 뮤지션인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들에게 롤모델이자 멘토와 같다.

    디지털 친화적이라고 해서 이들을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 손에서 놓지 못하는 어린아이’로 보면 곤란하다. 미국 정계가 Z세대를 주목하는 이유는 이제 막 어른이 된 젊은이들에 대한 당연한 관심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통계 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의 분석에 따르면, Z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인종적으로 히스패닉 비율이 높고, 미국에서 출생한 이민 2세대 비율도 높다. 인종적으로 민족적으로 가장 다양한 세대이며, 가장 교육 수준이 높고, 가장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정부가 공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비율도 높다. 이 세대에게 기후변화, 총기 규제, 인종차별, 성차별, 사회 양극화 등 각종 정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이다. 이들은 SNS로 관계를 맺으며 계속 연대하고, 밈(Meme)으로 소통하고 발언한다. 흥미로운 점은 지역적 한계를 초월한 디지털 세상에서 만난 이 아이들이 결국 거리에 모여서 함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에게 Z세대가 두드러지게 각인된 몇몇 순간이 있었다. 2018년 17명이 사망한 파크랜드의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분노한 10대들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총기 규제 촉구 시위를 벌였다.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 위기를 알리기 위해 학교 파업 1인 시위를 벌이자 전 세계의 10대들이 그의 운동에 동참했고, 2019년 9월 미국의 10대들은 대대적으로 ‘청년 기후 파업(The Youth Climate Strike)’ 시위를 벌였다. 올해 경찰 폭력을 목격한 젊은이들은 거리로 뛰어나와 ‘Black Lives Matter’ 시위에 참여했다. 미국 기성세대는 이런 Z세대를 정치적이며 급진적인 세대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 세대에게 중요한 건 정당보다 정책이다. 이를테면 Z세대가 주축인 환경 단체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환경 친화적 일자리를 추구하는 ‘그린 뉴딜’을 지지하는 정치인의 선거운동을 돕는다. 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당선된 대표 사례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뉴욕시 하원의원이다. 작은 정부를 당연시했던 과거 세대와 달리 공공 문제를 정치와 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 Z세대의 등장은 너무도 신선해서인지 이들이 만들 미래상을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한다. 하지만 Z세대가 성장하며 다양한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높이는 동안 어른들의 문제의식도 달라졌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미국 대선 결과가 어떠하든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적 경험치를 쌓은 Z세대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홍수경(영화 칼럼니스트)
    사진
    Markus Spiske on Unsplash, Courtesy Photos
    에디터
    조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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