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레이디 디올’ 백을 재탄생시킨 아티스트

2023.02.20

by VOGUE

    ‘레이디 디올’ 백을 재탄생시킨 아티스트

    예술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나? 구글 검색기를 믿어보자면 ‘사람들의 의견을 바꾸고, 새로운 가치를 정립하고, 시공간을 뛰어넘어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패션사에서 하나의 아이콘으로 각인된 ‘레이디 디올’ 백이 전 세계 아티스트와 마주하는 ‘디올 레이디 아트 에디션(Dior Lady Art Edition)’의 목적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의 핸드백에 환상적인 아이디어를 곁들이고, 전통에 대담하게 도전하는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이윽고 다섯 번째를 맞은 2020년 역시 전 세계 아티스트 10팀이 레이디 디올을 재해석하는 임무를 맡았다(코로나19 팬데믹도 이들의 만남을 방해하진 못했다!). 그중 페미니스트 예술의 상징적인 인물 주디 시카고(Judy Chicago)와 러시아 아티스트 안드레이 블로힌(Andrey Blokhin)과 게오르기 쿠즈네초프(Georgy Kuznetsov)가 함께한 ‘리사이클 그룹(Recycle Group)’이 이 숭고한 이야기를 <보그>에 전했다.

    JUDY CHICAGO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로 유명한 주디 시카고.

    그녀의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 디올 레이디 아트.

    그녀의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 디올 레이디 아트.

    “제 작업은 여성 아티스트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예술계 전반에서 일어난 변화 중 일부입니다. 그것은 제가 어릴 때는 불가능하던 일입니다. 페미니스트 예술운동의 창시자로서 저는 예술, 글, 강의를 통해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 임무를 달성하고자 항상 앞으로 나아갔지요. 제게 디올 하우스는 패션이 여성의 해방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패션이 세상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완벽한 예죠. 2019년 가을 오뜨 꾸뛰르 컬렉션에서 본 아름다운 플랫 슈즈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해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와 함께 ‘The Female Divine’이라는 이름의 세트를 2020년 봄 꾸뛰르 패션쇼를 위해 선보였습니다. 제게 레이디 디올 백은 럭셔리를 의미합니다. 또 제 이미지를 특별하고 매혹적인 형태로 선보이는 기회를 뜻하죠. 저만의 세 가지 페인팅 작품을 활용했습니다. 백에서 은은한 빛이 날 수 있도록 기술을 더했죠. 가죽, 천, 표면을 특별하게 처리한 금속으로 말이죠. 물론 디올 팀의 혁신적 디자인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마리아 그라치아와 디올 팀과 함께한 시간은 정말이지 매우 즐거웠습니다. 제 예술이, 말 그대로 수많은 여성의 손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RECYCLE GROUP

    러시아 아티스트 듀오 ‘리사이클 그룹’의 안드레이 블로힌과 게오르기 쿠즈네초프.

    그들이 완성한 디올 레이디 아트에는 현실을 왜곡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그들이 완성한 디올 레이디 아트에는 현실을 왜곡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저희는 러시아 남부에 자리한 도시 크라스노다르에서 2008년 시작했습니다. 각자 아티스트로 개별 활동을 하던 중 함께 선보인 첫 전시 제목이 ‘리사이클’이었고, 그때 듀오로 일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저희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저희 두 사람의 부모님 모두 아티스트였고 그들의 아틀리에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죠. 요즘은 증강 현실을 매개체로 활동하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패션과 예술은 역사적으로 매우 밀접하고도 오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또 저희가 살아가는 세계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분위기도 패션과 예술을 반영하죠. 아티스트로서 저희는 그때그때 발견된 문제점에 시선을 집중하고 이에 대한 고찰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패션은 이를 직접적인 방식으로 풀곤 하지요. 예를 들어 1947년부터 무슈 디올이 수많은 아티스트와 함께해온 것은 아티스트와 구축한 오랜 신뢰 관계의 완벽한 본보기라 할 수 있습니다. 아티스트의 메시지를 다양한 대중에게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저희 역시 지난 10년간 다양한 프로젝트를 디올과 함께했습니다. 시작도 레이디 디올 백을 응용한 조형 작품 시리즈였습니다. 이번엔 클래식한 카나주 모티브를 기계적 관점으로 광대한 소용돌이와 물결 패턴으로 왜곡해봤습니다. 기계가 인식하는 현실의 결함을 형상화하는 실험이었지요. 그 결함을 하나의 오브제로 현실에 구현했습니다.”

      에디터
      손기호
      포토그래퍼
      Valentin Hennequin, Marion Berrin, Donald Wo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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