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이 함께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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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식이 함께한 순간

2020-12-29T15:23:09+00:00 2020.12.30|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우리가 바라는 바는, 최우식.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디자인팀을 뮤즈로 삼은 구찌 2021 리조트 컬렉션. ‘에필로그’라고 지칭한 이번 컬렉션은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배우 최우식의 캐릭터와 닮았다.

상징적 디자인과 다양한 소재, 컬러와 패턴이 조화를 이룬 구찌 시그니처 아이템은 시대와 계절을 초월한다.

“제가 즐겨 입는 스타일과 똑같아요!” 최우식은 ‘체크 셔츠, 티셔츠, 데님 팬츠’를 자신이 좋아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꼽았다.

프레피 감성이 돋보이는 구찌 헤리티지 룩. 마린 모티브와 스트라이프 패턴의 조화가 돋보인다. 구찌오 구찌(Guccio Gucci)를 상징하는 모노그램이 특징인 토트백에도 헤리티지 감성이 담겼다.

1960~1970년대 플로럴 프린트 디자인으로 ‘패션 정원사’라는 명성을 얻은 디자이너 ‘켄 스캇(Ken Scott)’과 협업한 다운 재킷. 아티스트의 이니셜을 GG 로고와 결합해 새로운 프린트를 창조했다.

<사냥의 시간> 때도 그렇고, 오늘도 마스크를 쓰고 만났네요. 개봉을 앞둔 영화 <경관의 피>의 촬영도 쉽지 않았죠. 코로나19뿐 아니라 2020 아카데미 시상식 일정과도 겹쳤으니까. 장난 아니었어요. 봉준호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님께서 영화제 캠페인을 계속하셨어요. 감독님께서 수백 개의 인터뷰를 소화하시며 “머리가 오버히팅”이라고 하실 정도였죠. 제가 조금이나마 영어를 하니 도움이 되고 싶은데 쉽진 않았어요. 한국에서 영화 촬영하다가 하루라도 <기생충> 캠페인 일정에 참여하려고 미국을 오갔죠. 사실 제가 참여 가능한 일정은 ‘SAG(미국영화배우조합)’가 마지막일 줄 알았어요. 당시 미디어에서 ‘최우식 아카데미 불참’ 같은 기사가 나고, 이를 두고 가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공방도 인터넷에서 일었죠. 다행히, 한국에서 새벽에 촬영을 마치고 미국행 비행기를 탔고 도착 30분 만에 호텔에서 준비하고 오스카 시상식에 참석했어요. 거의 꿈꾸는 듯했어요. 시차도 그렇지만 당시 분위기가 그랬죠.

거의 온 국민이 금메달을 따는 심정으로 아카데미를 주시했죠. 시상식 때 <기생충> 팀이 찾아간 한식당 아주머니의 인터뷰까지 찾아봤어요. 그날 식당에서 술을 마시는데도 전혀 취하지 않았어요. 귀국일에도 경찰이 많아 놀랐죠. 비행기에서 연행된 범인이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그 때문인가 했는데 경호 차원에서 오셨더라고요. 방송국에선 지미집을 띄우고 2층에도 촬영 팀으로 꽉 찼어요. 제 피곤한 몰골이 카메라에 괜찮게 나왔을지 모르겠어요(웃음).

그때를 회상하는 지금도 꿈꾼 듯 얘기하는군요. 칸에서부터 우리 모두 ‘꿈같이’ 지냈어요. 특히 세그(SAG)에서 상 받을 때가 그랬죠. 감독님께서 늘 그러셨거든요. “영화도 영화지만 배우들이 주목을 받았으면 좋겠다. 세그(SAG)에서 상 받으면 소원이 없겠다”고요.

<경관의 피>는 2019년 칸에 다녀온 뒤 다음 해 2월 정도에 촬영을 마쳤죠. <경관의 피>를 통해 배우로서 기대하는 바는 뭐죠? 그동안 남자다운 모습을 자주 보여드리지 못했어요. <경관의 피>에 욕심을 낸 이유도 ‘다른’ 저를 표현하고 싶어서예요. 물론 조진웅 선배님과의 호흡도 꼭 한번 맞춰보고도 싶었고요.

영화 <마녀>에서 자윤(김다미)에게 악하게 구는 귀공자 역도 했잖아요. <마녀>의 귀공자는 남자답기보다 힘에 취한 개구쟁이에 가까워요. <경관의 피>는 원작도 그렇고 경찰의 피를 이어받은 사명감 넘치는 역할이에요. 겉으로 강하기보다 안이 견고해 부러지지 않는 캐릭터죠. 잘해보고 싶었어요.

그러고 보니 최우식 하면 쉽게 떠오르지 않는 이미지의 역할이군요. 외적으로 보면 잘 부러질 것 같죠?(웃음) 그런 역할도 많이 했고요. 그래서 강인한 이번 역할을 관객이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어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사람들이 나에게서 보고 싶은 모습이다. 파인 아트가 아니라 대중에게 보일 연기를 하는 거니까”라고 말했어요. 지금은 반반이에요. 제 팬이 많이는 없는데, 마니아 몇 분께서 저의 강인한 면을 보고 싶어 하세요.

김태용 감독의 신작 <원더랜드>도 촬영을 마쳤죠.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감독님이 90%였어요. 2006년 작 <가족의 탄생>을 뒤늦게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한국인의 밥상처럼 담백하다가도 예술품을 보는 듯했죠. 이런 영화를 놓쳤다니! 또 김태용 감독님은 누구에게 물어도 신사라고 답할 거예요. 특히 최고의 ‘리스너’세요. 배우의 이야기를 늘 경청하시죠.

감독님 작품 중 <가족의 탄생>을 최고로 꼽았는데, 이제 <원더랜드>가 돼야겠군요. 맞아요(웃음). <원더랜드>도 <가족의 탄생> 못지않은 느낌을 받았어요. 스포일러를 말할 수 없는 시기라 말을 아껴야 하지만요.

<원더랜드>에서 배우 정유미와 함께했어요. 둘은 피 안 섞인 남매로 불릴 만큼 친하죠. <원더랜드>는 지방 촬영도 많다 보니 2~3개월간 합숙하다시피 했어요. 그 전에는 <여름방학>이라는 예능 프로그램도 했고요.

인간 정유미, 배우 정유미의 장점은 뭔가요? 누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만큼 좋은 사람이죠. 배우로서는 존경스러워요. <가족의 탄생>에서 유미 누나의 연기는 ‘취권’ 같아요. 예측되지 않거든요. <원더랜드>를 함께하면서는 저를 돌아보게 됐어요. 오래 연기하다 보면 진심보다 기술로 연기할 때가 있어요. 이 장면이 나에게 와닿지 않아도 ‘이 캐릭터는 이랬겠지’ 하면서 다가가거든요. 하지만 유미 누나는 절대 그러지 않아요. 매 순간, 매 연기마다 본인에게 와닿은 상태에서 연기해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죠. 누나처럼 스스로 캐릭터가 되어서 감정을 느끼고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최우식이란 배우는 어느 상대 배우든 그의 장점을 보고 배우려고 할 거 같아요. 배우마다 방식은 다르겠지만 저는 현장에서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애써요. 기초가 아슬아슬하기에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윤식당 3>에 출연합니다. <여름방학>도 그렇고 계속 ‘힐링’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유는 뭔가요? <사냥의 시간> 인터뷰 때도 말씀드렸을 거예요. 제가 변했다고.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쓸 정도로 하고 싶었던 연기기에, 이전엔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았어요. 작품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준비하고 촬영하는 과정이 행복했거든요. 그런데 점점 과정의 재미를 잃어갔어요. 연기를 더 잘해야 한다,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에 불면증도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이 삐뚤빼뚤하고 뾰족했죠. 뭘 좇아가는지도 모르겠고 저 같지 않았어요. 영화든 드라마든 예능 프로그램이든 과정을 즐기고 행복해지고 싶었어요. 내가 사랑하는 이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요. 그래서 가만있기보다 <여름방학>, <윤식당> 같은 프로그램도 참여했고, 코로나19지만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작품을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이죠.

뾰족하던 시절에 왜 일을 멈추고 휴식하지 않았나요? 데뷔하고(2011년) 거의 쉬지 않았어요. <기생충> 촬영이 끝나고 3~4개월, <원더랜드> 후엔 2개월 쉰 게 다예요. 놀아본 사람이 놀 줄 알지, 갑자기 시간이 주어지니 공허와 불안이 밀려왔어요. 이 분야에 자신이 없다 보니 뭐라도 빨리 해야 한다는 조급함도 들었어요. 국내외에 좋은 작품이 나오면 나도 얼른 쫓아가야 하는데 뭐하나 싶고. 한두 달은 쉴 수 있을 거 같은데, 그 이상은 나를 자책해서 안 돼요(웃음).

10년을 거의 쉰 적 없는 건가요? 정말 필모그래피에 작품이 많아요. 단역과 조연으로 시작해서 여러 드라마를 한꺼번에 찍을 때도 많았어요. 바쁜 생활이 몸에 밴 것 같아요. 쉬기보다 하나라도 해내고 싶어요.

이전에 했던 두 번의 인터뷰에서 “쉬기보다 일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죠. 그렇긴 한데, 기복이 있었어요. 우리 영화 <거인> 때 처음 만났죠? 당시 저는 암흑 세계에 있었어요. 주변에서 “그렇게까지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고 위로할 만큼 다운돼 있었죠.

<거인>에서 생존과 절망을 오가던 역할에 영향받은 건가요? 그 이유도 있고, 그때 <거인>을 마지막 작품이라 여겼어요. 일을 접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죠. 그런데 <거인>을 통해 좋은 기회가 열렸고 자신감을 조금 얻었어요. 나를 믿으면 이런 조급함이 줄어들 텐데 그러지 못해요. 그래도 요즘엔 많이 괜찮아졌어요.

<거인>으로 2014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 2015 청룡영화상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에서 신인남우상을 탔죠. 이후에 이런 말도 했죠. “이 일을 하다 보면 주변에서 떠받들어주니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쉽다. 나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다.” 그런 다짐은 필요 없어 보이는데요. 어깨에 힘이라니… 철없는 얘기를 했네요. 이전에 인터뷰했던 기자와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면 이런 점이 재미있어요. 그때의 제가 떠오르죠.

한번 뱉은 말은 계속 떠돌죠. 그렇죠(웃음). 배우든 가수든 이런 직업은 주변에서 도와줘야 활동이 가능해요. 혼자 잘해서 올라왔다고 생각하지 않고, 끝까지 주변의 도움을 잊지 않을 거예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드라이브를 하거나 여행을 떠나죠. 좋아하는 여행지로 강원도 고성, 하와이, 발리 등을 꼽았어요. 모두 바다군요. 산도 좋아하지만 요즘엔 바다가 끌려요. 굳이 뭔가 보러 간다기보다 멍하니 자연 안에 머물다 동네에서 밥 먹는 여행을 좋아해요. 빨리 우리 모두 기내식 먹고 관광버스 냄새를 맡는 시절이 왔으면 좋겠어요.

캠핑도 즐기죠. 아주 좋아하지만 코로나19로 자제하고 있어요. 상황이 나아지면 친구들과 ‘모토캠핑’을 가보고 싶어요. 최소한의 캠핑 장비를 스쿠터에 싣고 떠나는 거죠. 잘 타진 못하고 ‘뚠뚠뚠’ 가는 정도예요.

캠핑의 매력은 뭔가요? ‘불멍’이죠. 사람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고. 제가 술을 좋아하는 이유도 사람들과 빨리 친해지기 때문이에요. 캠핑은 ‘빨리’는 아니지만 ‘깊게’ 친해지는 액티비티 같아요. 솔직히 캠핑 가면 할 게 없잖아요.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미처 꺼내지 못한 속 얘기를 나누죠. 앞으로 여럿이 가는 캠핑은 할 수 없을 거 같아 소수의 친한 사람하고만 떠날 거 같아요.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캠핑 가자고 하겠군요? 사실 캠핑은 잘 아는 사람끼리 가야 해요. 알잖아요, 여행도 스타일이 맞는 사람과 가야 안 싸우죠. 잘 모르지만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겐 술을 마시자고 해요.

매번 느끼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먼저 다가가는 성향 같아요. 낯을 안 가리는 성격인데 점점 변하고 있어요.

연기자들 대부분이 낯을 가린다고 말해요. 직업이 가져온 변화일까요? 이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낯을 좀 가려요. 원래 사람을 엄청 좋아하는데, 왜 이렇게 된 걸까요?

데뷔 초만 해도 자신을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말했어요. 사회생활이 길어지면서 성향이 변했을 수도 있죠.
아무래도 대중의 시선을 받으면서 변하기 시작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아직 철이 안 들어서인지 이유를 찾기 힘드네요. 빨리 철부터 들어야겠어요(웃음).

이제 30대 초반이에요. 나이 영향을 받나요? 정신연령이 낮은 건지 특별히 달라지지 않았어요. 아직 스물다섯이나 스물여섯 같아요. 일부러 그러려고 하고요. 워낙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라 나이를 인지하면 또 다른 문제에 빠져버릴 거예요. 주변에서는 30대로 봐주긴 하세요. 선배님들이 지금부터는 건강을 챙겨야 한다며 건강검진이나 약을 추천해주세요(웃음).

그래서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육체보다 정신 건강을 염두에 둬요.

고민이 많은 사람이라 일부러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들었어요. 잠을 자려고 누우면 머릿속이… 시끄럽다는 표현이 맞을 거 같아요. 열 몇 명이 동시에 말을 쏟아내는 것 같아요. 요즘엔 다행히 방법을 하나 발견했어요. <윤식당>을 촬영 중이라면 그것만 생각하는 거죠. 그 와중에 요리는 어찌하고, 누구를 어떻게 대할지 등 세부적인 고민이 잇따르지만, 그중에 또 하나만 선택해 그 생각만 해요. 잠들기 전에도 먼 미래보다 내일 할 일만 생각하고요. 당장에 집중하는 거죠. 덕분에 불면증도 조금 줄었어요.

명상도 권유받았을 거 같아요. <여름방학> 할 때 유미 누나에게 명상을 처음 배웠어요. 당시에 거울을 보면 제가 밝아 보였어요. 긍정적인 생각, 감사의 마음을 가지니 얼굴이 달라지더라고요. 제가 게으르긴 하지만 앞으로 명상을 더 하고 싶긴 해요. 이렇듯 하나씩 저를 위한 방법을 알아나가니 다행이에요.

최우식의 꾸밈없고 소박한 성격과 잘 어울리는 체크 셔츠 룩.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은 빈티지 프레피 스타일. 여기에 하이브리드 디자인의 ‘울트라페이스’ 스니커즈를 곁들이자 좀 더 현대적인 감수성이 발현된다.

디즈니의 대표적인 캐릭터 ‘도널드 덕’과 협업한 토트백이 우울한 시대에 긍정 에너지를 선사한다.

1980년대 감성의 프레피 스타일로 차려입은 최우식. ‘도널드 덕’ 미니 백팩으로 귀여운 포인트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