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으로서 새로운 1분을 시작한 정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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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으로서 새로운 1분을 시작한 정세운

2021-01-06T10:28:59+00:00 2021.01.06|

정세운이 뮤지션으로서 새로운 1분을 시작했다. 타이머는 정규 1집 <24 Part 1>과 <24 Part 2>다.

셔츠는 김서룡(Kimseoryong), 블랙 데님 팬츠는 리바이스(Levi’s), 첼시 부츠는 폴로 랄프 로렌(Polo Ralph Lauren).

가죽 셔츠는 네이비 바이 비욘드 클로젯(Navy by Beyond Closet), 흰색 팬츠는 우영미(Wooyoungmi), 목걸이는 최창남메이드(Ccnmade), 반지는 모르스보나(Morsbona).

정세운은 17세인 2013년 <K팝스타 시즌 3>에 출연해 자작곡을 불렀다. 중 2 때 장롱에서 우연히 발견한 아버지의 낡은 기타를 메고 등장한 소년은 유희열 심사위원으로부터 “우리나라의 제이슨 므라즈가 될 거 같다”는 호평을 받았다. 당시 자작곡 ‘엄마 잠깐만요’는 예민한 이웃 때문에 마음껏 기타를 치지 못하는 소년이 엄마에게 단 5평이라도 좋으니 이사 가자고 조르는 내용이다. 이 곡은 그의 생활에 기반한다. 정세운은 옆집 목소리가 들릴 만큼 방음이 취약한 집에서 자랐다. 최근 시작한 10km 러닝이 그다지 힘들지 않은 이유도 “어릴 적 언덕에 있는 집을 자주 오르내려서”라고 말했다(그는 러닝과 실내 사이클로 열흘 만에 5kg을 감량했다). 정세운은 학교 때문에 늦게 귀가하는 형들을 기다리며 집에서 혼자 보내곤 했다. “지금보다 더 기운 없고 졸려 보이는” 상태였지만 아버지의 기타를 발견하면서 다른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정세운에게 기타는 또 다른 자아다. 촬영일에 가져온 기타의 이름은 ‘달구나’다. 기타에 그려진 달 그림과 달콤한 사운드 때문에 팬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그렇다고 정세운이 기타를 두고 “달구나~”라고 의인화해 부르진 않는다. 통기타 네 대와 일렉트로닉 기타 두 대를 갖고 있는데, 이 중 통기타의 이름은 모두 팬들이 지어줬다.

다시 부산 살던 시절로 돌아와, 자작곡 세 곡뿐인 정세운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싱어송라이터를 꿈꾼다. “가끔 친구들이 놀리려고 그 영상을 보내주지만 그때의 제 모습을 후회하지 않아요. 그때만 낼 수 있는 감정이고, 열일곱의 나니까요. 얻은 것이 많아요. 아무것도 모르고 방에서 기타만 치던 학생이 얼마나 큰 세상을 봤겠어요.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형 누나들을 보며 이 분야를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 뒤로 화성학, 기타, 보컬을 꾸준히 배워왔죠.”

열일곱 정세운은 오디션 인터뷰에서 “기계처럼이 아니라, 자유롭고 재미있게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물넷 정세운의 목표도 같지만 다르다. “어릴 때는 무작정 하고 싶은 대로 해야 내 색깔을 낸다고 여겼어요. 너무 이론에 갇혀버리면 나를 잃어버리고 노래하지 않을까 고민했죠. 그런데 보컬 선생님께서 ‘알고 안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진정 자유롭고 유연하게 노래를 하고 싶다면 기본기를 갖추고 그다음에 나를 찾아야 함을 깨달았어요.”

그 결과물이 지난해 7월에 발매한 정규 1집 <24 Part 1>이다. 작사가 김이나, 서지음, 데이식스 멤버 영케이, 박문치 등이 참여했지만 전곡 자작곡에 직접 프로듀싱했다. 정세운은 2017년 데뷔 EP 앨범인 <EVER>부터 꾸준히 곡을 만들며 ‘싱어송라이돌’로 불렸지만 전체 ‘메이드 인 정세운’은 <24 Part 1>이 처음이다. “회사에서 고맙게도 프로듀싱의 키를 건네주셨어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부터 고민했죠. 찾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여정은 분명 시작됐어요.” 타이틀곡 ‘Say Yes’는 정세운 특유의 청량한 보컬과 어쿠스틱하면서도 리드미컬한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이 밖에도 비 오는 여름밤에 들으면 좋을 감성적인 템포의 ‘새벽별’, 댄스를 부르는 ‘Beeeee’ 등 여섯 곡이 담겼다.

앨범명의 숫자 24는 정세운의 나이 겸 24시를 뜻한다. 디지털 시계에서 24시는 8800:00으로 표시되는데, 한 바퀴를 돌아온 자신이 새로운 바퀴가 돌아갈 차례임을 전하고 싶었다. “이전까지는 R&B도 하고 발라드도 부르고 춤도 추며 다양하게 도전했어요. 이번 앨범부터는 정세운이라는 공통의 결을 찾고 싶었죠.” 정세운은 곧 새 앨범 <24 Part 2>를 발표한다. <24 Part 1>과 <24 Part 2> 모두 정규 1집에 속한다. “하나의 앨범에 많은 곡을 담으면 곡마다 집중하기 어려워 두 앨범으로 나눴어요. 어떤 뮤지션은 한 곡씩 따로 발표하다 후에 앨범으로 묶기도 하죠. 이제는 뮤지션이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듀싱, 마케팅하는 시대예요. 기존 틀에 얽매일 필요가 없죠.”

<24 Part 2>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자는 의미를 담으면서 파트 1보다 진취적인 곡으로 채웠다. “<24 Part 1>이 00:00시라면 <24 Part 2>는 00:01시예요. 한 바퀴를 돌아 진짜 한 발을 내디뎠다는 의미죠. 그간 정세운이 신발 끈을 묶었다면 그 신발로 걷기 시작했어요.” <24 Part 2>의 작업은 전작 활동과 병행했다. 무대에 오르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요리하고 공을 찬 뒤에도 곡을 썼다. “다른 스케줄을 잡지 않고 앨범 작업만 할 수 없죠. 상황을 받아들이고 짬을 내야죠. 기가 빠져 집에 가면 아무것도 못할 때도 있지만 역시 작업할 때가 즐거워서 힘내려고 하죠.” 그가 좋아하는 별명도 ‘싱어송라이돌’이 아니라 ‘팀 정세운’이다. 노래하는 정세운, 춤추는 정세운, 예능 프로그램 담당 정세운 등 스케줄마다 집중하는 정세운을 일컫는다.

정세운이 가장 기쁜 순간은 영감이 번뜩일 때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영감이 오지 않아요. 계속 고민해야 어느 순간 연결 고리가 맞아떨어지죠. 그렇게 작업한 곡을 다음 날 들으면 별로일 때도 있지만, 과정 자체가 재미있어요.” 특히 가사에서 정세운의 기지가 보일 때가 많다. 신규 앨범의 첫 번째 트랙 ‘:m(Mind)’도 그중 하나. 제목이 언뜻 입술을 삐죽 내민 표정 같은데, 정말 그런 상황을 묘사했다. 정세운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보다 노트를 쓰는 이유기도 하다. 그의 집과 가방 곳곳에는 ‘영감 수첩’이 있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쓰거나 그리려면 역시 종이가 제격이다. 연필의 서걱서걱 써지는 느낌도 좋아한다. 수첩은 몇 권인지 세본 적 없지만 작업 중 막막할 때는 아무거나 들고 펼친다. “다들 그러겠지만 내가 이런 것도 썼구나 놀랄 때가 있어요.”

기분이 가라앉을 때면 음악을 듣는다. 어릴 때부터 음악으로 위로받았다고 누누이 말해왔다. 최근 도움을 받은 노래는 새소년의 ‘난춘(亂春)’과 이진아의 앨범들이다. “저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스트레스가 쌓이면 원인을 직시하는 편이다. “지금 기분이 왜 이런지, 이 상황을 어떻게 정리할지 계속 생각해요. 문제를 피하기보다 해결책을 찾으려 하죠.”

정세운과 대화하다 보면 적극적이면서 정적이라는 상반된 느낌을 함께 받는다. 가는 길은 거침없는데 방법은 그의 말투처럼 조용하고 나긋나긋하다. 새 앨범에 기대하는 것도 담백하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1등을 했으면, 다들 좋아했으면 하는 바람은 없고, 정세운이 진짜 시작됐다는 것이 중요해요. 해보고 싶은 것, 들려드리고 싶은 음악이 아주 많기에, 지금처럼 재미있게 해나가고 싶어요. 다만 오프라인 공연만큼은 빨리 했으면 좋겠어요!”

코팅한 나일론 소재 셔츠는 리트(Lit.), 체인 목걸이는 투델로(2Dello).

재킷은 김서룡(Kimseoryong), 반지는 모르스보나(Morsbona).

흰 티셔츠는 우영미(Wooyoungmi), 부츠 컷 데님 팬츠는 벨보이(Bellboy), 나비 형태 목걸이와 실버 팔찌는 블랙퍼플(Blackpurple), 벨트는 아더 에러(Ader Error), 스웨이드 첼시 부츠는 올세인츠(All Sai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