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AS TIME GOES BY

2021.04.09

by 허보연

    AS TIME GOES BY

    “딸각딸각 아침 짓는 어머니의 분주함과 엉금엉금 냉수 찾는 그 아들의 게으름이 상큼하고 깨끗한 아침의 향기와 구수하게 밥 뜸 드는 냄새가 어우러진…”

    1970년대 이후 사람들은 사회 격변기를 겪으면서 정서적 안정을 위해 풍경화를 가정에 놓는 걸 선호하기 시작했다. 꽃술(Kkotssul)의 빈티지 액자와 함께 세팅한 뿔 모양 굽 스트랩 힐은 지방시(Givenchy).

    그 시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장식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오리진(Orijeen)의 ‘Color Flow 2019 캐비닛’ 위에 올려진 조명은 ‘오리진(Orijeen)×이삼웅 Blossom’, 주얼리 버클 골드 새틴 힐은 마놀로 블라닉(Manolo Blahnik).

    근대화가 시작되며 꽃이나 덩굴 등 자연의 형태를 모방한 아르누보 양식의 소품이 유행했다. 오키드 핑크 리본이 시선을 빼앗는 지미 추(Jimmy Choo) 레드 힐을 장식한 분재 화분은 ‘플로시스&도랑(Flosys&Dorang)’.

    ‘양은 냄비’, ‘양은 주전자’ 등 당시 사랑받던 세간살이 소재는 바로 알루미늄. 바부슈를 닮은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네온 힐이 놓인 핑크색 알루미늄 체어는 연진영의 ‘Aluminum Checked Plate Round Chair’.

    1970~1980년대 전등의 형태는 다양했다. 그중 집 안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가벼운 플라스틱 전등. 알록달록한 오복기공사의 플라스틱 스탠드 조명 ‘Smog Series’ 위에 놓인 아찔한 레드 블랙 그러데이션 하이힐은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그 시절 어느 집에나 있었던 쓰레받기와 부엌 찬장. 1960년대에서 영감을 받은 슈즈와 함께 추억 속 멋쟁이 엄마를 떠올린다. 니트 플랫폼 뮬은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간식 놓기 좋은 사이즈의 꽃무늬 접시와 찬합 위에 오렌지 컬러 키튼 힐이 놓여 있다. 그 옆으로 손정민의 주황색 핸드페인티드 세라믹 뱀이 스르륵 지나간다. 슈즈는 프라다(Prada), 빈티지 주방 용기는 꽃술(Kkotssul).

    붙박이 형태의 입식 부엌에 등장한 1970년대 골드스타(현 LG전자) 원 도어 냉장고! 냉동고의 얼음이 떠오르는 실버 페이턴트 가죽 슬립온 미들 힐 스니커즈는 미우미우(Miu Miu).

    서구식 생활 문화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할 무렵 냉장고 사이즈는 비교적 작았다. 옛 냉장고에 담긴 홀스빗 디테일의 베이비 핑크 힐은 구찌(Gucci), 리본이 돋보이는 미들 힐은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앞코가 뾰족한 블루와 옐로 슬링백 힐은 프라다(Prada), 시스루 스카이 블루 스트랩 미들 힐은 펜디(Fendi).

    전자시계가 등장하기 전, 정각이 되면 종이 울리는 벽시계가 집집마다 자리하곤 했다. 노란색과 주황색의 유선이 돋보이는 플랫폼 샌들은 에르메스(Hermès), 우든 힐이 담긴 세이코샤 태엽 벽시계는 꽃술(Kkotssul), 시계 앞 식물 형태 설치 작품은 엄아롱의 ‘Move & Move’.

    실내장식은 아파트라는 획일화된 주거 공간에 거주자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법 중 하나였다. 전통적인 디자인의 자연(紫煙, 보랏빛 연기) 점토 오브제(화병, 촛대, 트레이, 잔 등)와 함께 전시한 버선 모양 플랫폼 힐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패션 에디터
    허보연
    포토그래퍼
    김신애
    로케이션
    안테룸 서울 갤러리 9.5 '에디티드 서울 : 뉴·호-옴' by Kkotssul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