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디 여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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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디 여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를 만나다

2021-04-13T23:47:05+00:00 2021.04.15|

펜디 여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킴 존스는 로마 패션 명문가에 지극히 개인적인 영국 감성을 주입한다. 첫 꾸뛰르에 이어 여성복 데뷔 컬렉션을 마친 킴 존스를 만났다.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에서 영감을 받은 킴 존스는 하이브리드 드레싱을 새로운 경지로 끌고 갔다. 플리츠 조젯 패널을 가미한 하프 재킷 아래 보이는 더스티 핑크 실크 드레스에는 무라노 글라스 비즈로 만든 750송이의 꽃과 1,300개가 넘는 오간자 꽃잎 자수가 놓여 있다.

펜디(Fendi)에서 선보이는 첫 컬렉션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킴 존스(Kim Jones)와 나는 이 이탈리아 브랜드의 빛을 가득 머금은 높은 아치가 있는 매력적인 아틀리에 대신, 정말 우중충한 어느 날 서식스(Sussex)의 전원을 거닐었다. 짙은 안개로 인해 한낮에도 어둡고 거센 바람이 부는 스산한 날이었다. 우리는 재봉사 수십 명이 그의 데뷔 컬렉션을 위해 꾸뛰르 드레스에 한 땀 한 땀 자수를 놓고 진주로 격자무늬를 새기는 등 준비 작업으로 바쁜 이탈리아 수도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곧 왜 그래야 하는지 납득이 되었다. 존스는 최근 로드멜이라는 조용한 마을에 위치한 휴가용 별장을 매입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그가 어린 시절 많은 시간을 보낸 집이 있고 거기에서 조금 더 가면 버지니아 울프의 시골집이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추억이 서린 곳들을 구경시켜주기 위해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 것이다. “10대 시절 저는 자전거를 타고 근처 마을을 누비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가 웃으며 부르릉거리는 트랙터를 피했다. “첫 컬렉션은 거의 자전적 느낌이에요. 제가 참고하는 자료가 정말 개인적인 것 같거든요.”

바네사 벨의 모자, 블러시 실크 부츠(비즈, 아주 작은 진주, 글라스로 된 작은 스팽글로 손수 수를 놓았다), 무라노 글라스와 크리스털로 만든 이어커프.

존스가 여성복 컬렉션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그는 10년 넘게 패션의 중심에서 활약해왔다. 디올에서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로 재직한 3년 동안 그는 패션계의 여러 상을 거머쥐며 좀 더 확실하게 능력을 인정받았다(벨라 하디드, 나오미 캠벨 같은 수많은 여성 팬도 이끌었다). 그는 디올에서 창립자의 방식에 담긴 여성스러운 로맨스를 우아한 테일러링과 대담하고도 현대적인 감성으로 해석해냈다. 그 전에 그는 7년간 루이 비통의 남성복 아티스틱 디자이너로 활약했다. 그 시기에 그는 스트리트웨어 문화 코드에 대한 박식한 지식을 하이퍼 럭셔리 영역에 풀어냄으로써 패션 풍경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했다(2017년 그는 슈프림과 루이 비통의 협업을 담당했고, 이는 새로운 패션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이에 맞춰 젊은 시절 이야기도 많이 다뤄진다. 아버지는 수문지질학자로 관개 계획 전문가였다. 그래서 아버지를 따라 잉글랜드와 아프리카(케냐, 에티오피아, 보츠와나, 탄자니아, 에콰도르)를 오가며 성장했다. 덕분에 어린 시절은 방랑벽과 이국적인 여러 문화적 레퍼런스로 가득 찬 집합체로 표현된다. “아주 어릴 때부터 세상에 볼거리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렇지만 여러모로 록다운 기간에 리서치가 더 어려워졌잖아요. 그래서 제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죠.”

아마존이나 일본 같은 곳으로 떠나던 정기적인 리서치 여행을 강행하기보다, 존스는 펜디 컬렉션을 위해 이곳 로드멜, 루이스, 찰스턴 농가에서 보낸 어린 시절로 되돌아갔다. 그 시절 그곳에서 학교를 마치고 목가적인 뜰에서 스케치를 하거나 블룸즈버리 그룹의 멤버였던 던컨 그랜트(Duncan Grant)와 바네사 벨(Vanessa Bell)이 벽에 그린 프레스코화를 판화로 새기러 가곤 했다. 바로 이곳에서 페인트칠한 창문으로 비가 후드득 떨어지는 12월 어느 날 오후, 케이트 모스가 존스의 최신 디자인으로 탄생한 옷을 입은 채 블룸즈버리 그룹이 거의 1세기 전 사용한 것과 같은 거실 소파에 편히 기대어 있었다. 마침 모스는 펜디에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의논하고 있었다. “맥락에 딱 맞았어요. 케이트 모스는 나무랄 데 없는 취향을 지녔죠. 그녀는 모든 것을 지켜봐왔고 패션에 관한 지식도 방대합니다.” 존스가 말했다. 그는 1990년대에 리 맥퀸(Lee McQueen)을 통해 이 모델을 알게 된 후 쭉 인연을 맺고 있다. “저는 늘 그가 디자인한 남성복을 입어보고 싶었어요. 이제 그가 여성복을 만들고 있어요!” 크리스털 야생화 수백 송이가 수놓인 드레스와 남성적인 테일러링을 혼합한 산뜻한 회색 드레스를 걸친 케이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는 늘 멋지고 현대적인 작품을 만들어요. 사람들이 입고 싶어 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죠.”

음울한 하늘 아래, 오간자 꽃과 그러데이션 크리스털 비즈가 수놓인 다크 그레이 실크 새틴 드레스가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나중에 이 특이한 농가가 지닌 16세기풍의 낮은 천장, 완벽하게 보존된 예술적  분위기와 더불어, 무엇이 그 10대 소년을 이곳으로 이끌었는지 그에게 물었다. “유명 문학가나 예술가들이 살았던 마을이라면 그런 분위기가 있죠. 루이스에 있는 오래된 서점에서는 쇼윈도에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전시하고는 했어요. 로저 프라이(Roger Fry)에 관한 옛날 에세이도 발견했죠. 그 예술가들이 어디에나 존재했던 거예요.” 멤버였던 예술가들이 작업했고 자유로운 사상으로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찰스턴에 의해 불멸로 남은 블룸즈버리 그룹의 전체적인 창의성과 관련된 뭔가도 있다. 그에 따르면 그것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억누를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당시 저는 함께 살려고 시골 한복판에 모인 사람들이 굉장히 진보적이라고 생각했어요. 화려한 코뮌 같았죠.”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 시기에 벌어진 일에 관해 그들은 인상적이고 폭넓은 자세를 보여주었죠.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의 경제학에 관한 진보적인 생각,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같은 책을 보세요.”

로마 펜디 본사에서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와 킴 존스.

그 그룹이 보여준 공동의 에너지는 지금 존스가 고수하는 작업 방식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것은 하나의 가족이며, 공동체였죠.” 그가 그 그룹에 대해 말했다. “제가 원하는 작업 방식이죠.” 그는 자신의 디자인 팀, 저명한 지인들 등으로 구성된 광범위한 사람들과 공동의 정신을 공유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그의 디너파티에는 카니예와 베컴 부부, 케이트 모스, 나오미 캠벨 등 세계적인 유명인들뿐 아니라 그의 서식스 학교 친구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해서 멋지게 한데 어울린다). “킴은 어디를 가든 가족을 데리고 다닐 수 있죠. 저는 그런 점이 제일 좋아요.” 그가 비전을 세워가는 데 중요한 뮤즈 중 하나였던 애드와 아보아(Adwoa Aboah)가 말했다. “존스 주변에는 아티스트, 뮤지션, 젊은이들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포진해 있어요. 그것이 바로 그의 디자인이 꾸준히 타당성을 이어가는 이유죠. 그는 어디서든 영감을 얻어요.” 존스는 버지니아 울프만큼 베이비 요다(Baby Yoda)에 대해서도 잘 안다. 자신의 아트 컬렉션만큼 줄리앙 맥도날드가 디자인한 햄버거 박스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는 문화적 속물근성을 지닌 사람이 아니다. 이러한 에너지는 그의 데뷔 컬렉션에서 잘 드러나며, 그가 가족으로 선택한 사람들과 생물학적 가족이 모델로 등장했다. 하지만 그의 꾸뛰르 컬렉션에 직접적 시작점을 제공한 것은 울프의 모더니즘 소설 <올랜도>다. 주인공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이 바뀐 후 수백 년 동안 시간 여행을 하는 이 책은 울프의 오랜 연인이자 절친이었던 비타 색빌 웨스트(Vita Sackville-West)에게 헌정되었다. 후에 비타 색빌 웨스트의 아들은 이 책을 두고 “문학계에서 가장 길고 가장 매력적인 러브 레터”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버지니아가 비타를 탐구하고, 시대를 넘나들며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엮고 그녀의 성을 뒤집어버리고, 그녀와 함께 놀고, 레이스와 모피, 에메랄드로 만든 옷을 그녀에게 입히고, 그녀와 장난치고, 그녀에게 추파를 던지고, 그녀 주변에 안개의 장막을 내려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트 모스와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델피나 델레트레즈 펜디.

이 소설은 패션계에서도 자주 언급되었다. 책에는 누군가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데 옷의 중요성이 함축적으로 언급되어 있어서, 자신의 작품에 의미를 채우려는 디자이너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존스는 적절성이나 타당성을 재차 확인하는 데 조금 더 완곡한 접근법을 취해왔다. <올랜도>의 주인공이 다른 시대의 옷과 세상을 왔다 갔다 하듯, 존스는 펜디의 아카이브를 발굴해 탄생시킬 그의 데뷔 컬렉션에서 모델이 될 여성들의 전기적 내용을 활용하고 있다. 이 여성들이 태어난 연도와 이 브랜드의 역사를 참조하며 말이다. “각각의 룩은 그 옷을 입을 사람과 연관되어 있어요. 그것이 바로 꾸뛰르가 지니는 럭셔리죠. 그 사람을 위해서만 만드니까요.” 그가 말했다.

“그것은 당신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 같아요. 아무도 모델인 저한테 제가 좋아하는 것을 묻지 않죠.” 아보아가 웃으며 말했다. 이번 패션쇼에서 그녀가 입은 의상은 1990년 칼 라거펠트가 펜디에서 디자인한 스케치로부터 발전된 것이다. “저는 펜디의 각기 다른 시점을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올랜도>가 머릿속에 떠올랐죠. 라거펠트로부터 참고할 포인트를 끌어내 그것을 새롭게 하고 싶었어요. 그것을 더 가볍게,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되, 결코 향수를 불러일으키지 않게 말이죠.” 존스가 말했다.

마찬가지로 울프의 견고한 페미니즘과 자신의 노력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된 블룸즈버리 그룹의 여성들은 모계 중심인 펜디의 역사와 유사점을 지닌다고 존스가 말했다. 아델레 카사그란데(Adele Casagrande, 그녀는 남편 에도아르도 펜디(Edoardo Fendi)를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서 브랜드명을 지었다)가 1925년 펜디를 설립한 후, 라거펠트가 2019년 세상을 하직하기 전까지 54년 동안 이 브랜드 하우스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는 기간에도, 그 브랜드는 총괄 경영진으로 활약한 이 가문의 여성 4대에 의해 보호받았다. 그리고 카사그란데의 다섯 딸이 1965년 브랜드의 미학을 현대화하기 위해서 이 독일 디자이너를 채용했다. 라거펠트의 소천과 존스의 데뷔 사이에,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가 펜디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다가 존스에게 지휘권을 넘겼다. 카사그란데의 손녀인 벤투리니는 1994년부터 펜디 남성복과 액세서리 부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저는 늘 킴에게 끌렸어요. 그와 함께 일해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10년 넘게 이 디자이너를 친구로 여겼고 여전히 이 브랜드의 창작 과정에 참여하는 실비아가 말했다. “정말 기뻐요. 듀오로 일하는 방식이 좋거든요. 그리고 그와 함께 일하다 보니 제가 칼과 일하면서 사용하던 이런저런 방식이 떠오르더라고요. 이것은 운명 같아요. 카르마, 다시 말해 업보 같은 거죠.” 그녀가 말했다. 존스가 실비아에게 열정적 메시지를 보내며 말했다. “저는 정말 그녀를 존경해요. 그녀를 자랑스럽게 만들고 싶어요.”

그는 펜디 데뷔 컬렉션을 위해 평생 빠져 있던 블룸즈버리 그룹의 완전히 영국적 로맨스와 펜디라는 이름이 지니는 유구한 이탈리아의 장엄함을 혼합했다. “로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블룸즈버리 그룹이 그곳에서 취했던 어마어마한 레퍼런스를 눈으로 더 많이 확인하니 정말 흥미롭더라고요.” 나중에 그는 서식스 농장과 로마 보르게세(Borghese) 가문의 뜰을 넘나드는 바네사 벨의 그림이 담긴 카탈로그를 꺼내 이러한 주장을 증명해 보였다. 울프 또한 특히 이탈리아 화가 피에트로 페루지노(Pietro Perugino)의 프레스코화에 담긴 무한한 침묵(Infinite Silence)에 심취했다. 그리고 런던에서 프라이(Fry)는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과거 이탈리아의 거장에 대해 평론하기도 했다. “찰스턴 도서관을 뒤져보거나 클라이브 벨(Clive Bell) 서적 컬렉션을 찾아본다면, 거기 모든 게 있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는 법이니까요.”

애드와 아보아의 피팅 작업.

이번 컬렉션에서 데자비에(Déshabillé) 드레이프 드레스는 베르니니(Bernini) 대리석처럼 딱딱한 모습으로 재단됐다. 하지만 야생화 자수와 활짝 핀 장미가 부착된 소용돌이치는 모양의 패브릭 꽃 장식으로 덮여 있었다. 그는 한때 블룸즈버리 그룹의 책을 장정했던 마블드 페이퍼(Marbled Paper)에서 이탈리아의 흔적을 찾아냈다. 요즘 여러 꾸뛰르 아틀리에가 이 마블드 페이퍼를 기막힌 패브릭 테크닉으로 해석하고 있다. 울프의 자살과 관련한 비극적 이야기(우리의 산책 중 상당 부분이 그녀가 59세 나이에 투신한 강으로 내디뎠던 마지막 발걸음을 따라가는 데 할애됐다)는 크리스털이 주렁주렁 달린 드레스 혹은 주얼리로서 혹은 소용돌이 모양 헤어피스로 가미된 둥글납작한 무라노 글라스 방울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것은 정말 정교하고 호화롭다. 오히려 추상적이고 초현실적이기보다 크리스털이 부착된 치맛단만으로만 고정되는, 공기보다 더 가볍게 둥둥 떠다니는 액체 같은 오간자 드레스만 제외하고 존스가 만들어내는 멋지고 탐나는 세상에 단호히 기반을 두고 있는 것 같다(빈틈없는 테일러링 새틴 수트를 입고 구부정하게 식탁 앞에 앉아 있던 케이트 모스가 그것을 입증했다). “우리는 현대에 살고 있죠. 그래서 저는 현실적인 게 좋아요.” 그가 단호히 말했다. 빅토리아 베컴만큼 그의 그런 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다. “킴은 대중문화와 접촉하고 있죠. 그리고 그의 놀라운 비전과 정교한 솜씨가 그것과 결합되면, 그는 무시할 수 없는 실력자가 되는 겁니다.” 아보아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당신이 입는 것, 제가 입는 것을 보고 있어요. 저는 그것을 알기에 너무 신나요. 그는 꾸준히 모든 사람, 모든 것을 보고 있죠. 그리고 여성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 싶어 하죠. 그런 옷을 입고 그것들을 통해 서사를 느끼게 되니 너무 흥분돼요. 그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되죠.”

우리가 차를 타고 서식스에서 존스의 런던 집으로 돌아오자, 그는 자신이 수년에 걸쳐 수집한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높은 블룸즈버리 관련 소장품부터 보여주었다. 노팅힐에 브루탈리즘 스타일로 건축된 이 거대한 집은 아침 운동을 할 수 있는 수영장, 만찬 로스팅이 가능한 거대한 스틸 키친, 수많은 박물관에 견줄 작품이 즐비하게 걸린 벽으로 꾸며진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안식처였다(런던에 있을 때, 존스는 완전한 집돌이가 된다). 그리고 이 집의 세련된 콘크리트 벽은 소장품을 향한 그의 집착을 드러내는 완벽한 배경이 되었다. 그가 수년간 모아온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아모아코 보아포(Amoako Boafo) 등의 예술품과 더불어, 버지니아 울프의 리치먼드 집에서 사용되었던 바네사 벨이 페인트칠한 서랍장과 그 집 거실에 걸려 있는 던컨 그랜트의 작품,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Brideshead Revisited)>에서 언급한 로저 프라이의 병풍, 블룸즈버리 그룹이 출간한 책의 초판본, 출판 원고와 주석본 등으로 가득 찬 방대한 도서관이 있다. “이런 책, 특히 그들이 서로에게 준 책을 구매할 수 있다니 너무 흥분되죠. 그들의 손에 닿았던 책, 그들이 사랑했고 주고 싶었던 사람의 손에 닿은 책이라 거기에 놀라운 활력이 담긴 것 같아요. 실제로 우리는 어떤 물건을 소유하는 게 아니에요. 여기 있는 동안 단지 그것을 지키는 것뿐이죠.”

킴 존스의 첫 꾸뛰르를 위한 스케치.

그런 정서는 ‘존스가 펜디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뤄내는 이유’에 대해 실비아가 갖는 감성과 닮아 있다. 그 브랜드가 그녀의 가족을 위해 지탱하는 무게 때문에 실비아는 그녀 자신보다 그것을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킴이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델피나(Delfina, 실비아의 딸)에게 합류를 요청한 것이었어요. 정말 잘한 일이죠. 그것은 사랑의 표시였고 그가 펜디를 이해하고 있으며 펜디의 역사가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였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웃으면서 말했다. 존스가 말을 이어갔다. “제가 가장 먼저 원한 것은 델피나를 확실하게 합류시키는 것이었죠. 그녀가 이 가문의 다음 세대였으니까요.” 자신의 이름을 딴 주얼리 브랜드를 10년 넘게 잘 운영 중인 델피나가 현재 그 패션 하우스의 주얼리 부문도 이끌게 되었다. “저는 실비아를 존경하고, 그 브랜드 하우스의 유산에 대해 생각하고 싶어요. 펜디는 그 여성들과 관련된 브랜드죠. 자신들이 무엇을 하며 사는지 알고 있는 강하고 지적인 여성들의 브랜드입니다. 블룸즈버리 여성들처럼, 그 패션쇼에 선 여성들처럼, 개척 정신이 강한 여성들입니다. 이것은 펜디를 기리는, 이 놀라운 여성들의 이야기를 기리기 위한 표현 방식입니다.” 그것은 분명 기념할 일이며, 그 이야기의 새로운 장이 이제 또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