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가면을 쓴 가스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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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가면을 쓴 가스라이팅

2021-04-16T13:00:36+00:00 2021.04.16|

최근 배우 서예지와 김정현으로 인해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가스라이팅. 서예지와 김정현이 연애 당시 나눴다는 메시지 내용이 공개되면서 이 단어가 소환됐죠. 메시지에는 서예지가 김정현에게 “다른 이성에게 딱딱하게 굴라”고 하거나 출연 중인 드라마의 스킨십 장면을 삭제하도록 요구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나로 인해 자긴 행복하지. 그러니 날 더 행복하게 만들어.”

서예지의 행동을 두고 ‘김정현을 조종했다’는 말도 나오는데요. 가스라이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가스라이팅이란 끔찍한 심리 조작 수법입니다. 타인의 마음이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이로써 타인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주로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네 말이 틀렸어”, “네 기억이 잘못된 거야”라고 반복해 결국 피해자가 자존감을 잃고 자신이 잘못된 거라고 느끼게 만들죠. 심리적으로 약해진 피해자는 결국 가해자에게 의존하게 됩니다. 가해자는 우월감을 느끼며 두 사람의 관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고 우위에 서게 되죠. 

가스라이팅은 ‘가스등 이펙트’라고도 불리는데요. 1938년 패트릭 해밀턴 작가가 연출한 스릴러 연극 <가스라이트(Gaslight)>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작품은 1944년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잭과 벨라 부부가 주인공입니다. 남편 잭은 물건을 훔치는 범죄를 저지른 후 집 안의 가스등을 일부러 어둡게 만듭니다. 부인 벨라가 “집 안이 어둡다”고 말하면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죠. 잭은 훔친 물건을 집 안에 숨기고 오히려 벨라에게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며 역정을 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아내는 점점 자신이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며 판단력이 흐려지죠. 결국 그녀는 남편에게 의지하게 됩니다. 

가스라이팅의 가해자는 자신이 상대의 마음을 어떻게 쥐고 흔드는지 알지 못하고, 피해자 역시 자신을 피해자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 직장, 군대, 친한 친구, 연인, 부부 등 친밀한 인간관계에서 언제든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혹시 나도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진 않을까’ 걱정되나요?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에서 소개한 가스라이팅 자가 진단 항목 여섯 가지를 소개합니다. 아래 항목을 체크해보세요.

✔️왠지 몰라도 결국 항상 그 사람 방식대로 일이 진행된다.

✔️그 사람에게 “너는 너무 예민해”, “이게 네가 무시당하는 이유야”, “비난받아도 참아야지”, “나는 그런 이야기 한 적 없어. 너 혼자 상상한 것이겠지” 등의 말을 들은 적 있다.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변명한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 잘못한 일이 없는지 점검하게 된다.

✔️그 사람이 윽박지를까 봐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를 알기 전보다 자신감이 없어지고 삶을 즐기지 못하게 됐다.

가스라이팅은 사랑이라는 감정 아래 관계를 형성한 연인 사이에서 특히 나타나기 쉽습니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말도 있는데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약자가 아니라 사랑과 배려가 더 깊을 뿐이죠.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스로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직접 판단하기 어렵다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주변 사람에게 의논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만약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면, 더 이상 관계를 이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가장 소중한 건 나를 조종하는 상대방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라는 걸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