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이스트와 피어싱 전문가가 말하는 피부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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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이스트와 피어싱 전문가가 말하는 피부의 언어

2021-05-11T16:05:46+00:00 2021.04.28|

돌이켜보면 난 늘 피부와 스무고개를 했다. 새로 구입한 세럼이 잘 맞는다는 이유로 거울 앞에서 계속 ‘인생 세럼’이란 찬사를 날리다가도, 몇 주 뒤엔 바로 그 세럼으로 인해 ‘망했다’며 거울을 깨부수고 싶을 만큼 속상한 나날의 연속이었으니까. 어떤 날은 고가의 에스테틱 관리를 받은 것처럼 얼굴에 고급스러운 윤기가 흘렀지만, 또 어떤 날은 냉장고 한쪽에 방치된 수분 빠진 사과처럼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타투용 바늘로 피부 언어를 해석하는 비주얼 아티스트 노보. 지퍼가 달린 데님 쇼츠는 베트멍(Vetements at Boon The Shop), 오른손에 낀 참 장식 팔찌는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Michael Kors Collection).

로스앤젤레스로 이사 온 지 6개월째. 최근 신기한 경험을 했다. 1년 내내 말썽이던 좁쌀 뾰루지가 웬만해선 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새 나이가 들어 그런 걸까? 브래지어 라인을 따라 출몰하던 일자 모양의 접촉성 피부염도 종적을 감췄다. 이뿐만이 아니다. ‘엉밑살’에 자리하던 거뭇거뭇한 색소침착도 사라졌다! 게다가 이틀 전 종이에 베인 손목의 상처가 빠르게 아물었다는 걸 목격한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이테와 반비례해야 할 피부 재생력이 무슨 영문인지 역주행하는 건가?

“피부는 끊임없이 호흡하며 변화하는 캔버스 같아요. 피부를 보면 인생이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스타 타투이스트 닥터 우(Dr. Woo)의 말을 듣고 몇 가지 의문이 생겼다. 곧이어 화장대를 둘러봤다. 고집스럽게 써온 기초 화장품은 수년째 바꾼 적 없이 그대로다. 몇 달 새 달라진 뷰티 루틴이라면 자외선 차단제를 정석(500원짜리 동전 크기만큼, 3시간마다 덧바르는 것은 의외로 실천하기 어렵다는 걸 잘 알 것이다)대로 바르기 시작했다는 것. 또 아침마다 따뜻한 레몬수와 하루 물 1.5리터 마시기를 거르지 않았고, 8시간의 수면 시간도 꾸준히 지켰다. 심지어 서울살이에 비해 줄어든 좌식 시간도 피부 변화에 한몫했을 거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타투이스트로 살면서 신기한 능력이 생겼어요. 타투용 바늘을 고객의 피부에 갖다 대는 바로 그 순간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 수면을 충분히 취한 상태인지, 평소 수분 크림을 제대로 바르는지, 물을 자주 마시는지, 햇볕에 자주 노출되는 편인지, 흡연자인지 등 사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아도 단번에 알아차리게 됐죠. 피부를 통해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 보이는 거죠.” 닥터 우가 자신 있게 말을 이었다.

타투용 바늘이 한 사람의 과거를 꿰뚫는 21세기 마법 구슬이라도 된 걸까? 닥터 우는 이렇게 답했다. “타투 시술 시작과 동시에 시술자가 바닷가 근처에 거주한다는 것을 맞힌 적 있어요. 피부가 무척 건조했는데 염분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것 같았거든요.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피부의 잉크 반응이었죠. 평소 서핑을 즐긴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물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더 좋은 피부를 소유했다고 볼 수 있나요, 닥터 우? “단순히 ‘피부가 더 좋다’는 표현보다는 식이요법이 손상된 상처 회복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고 말하는 편이 맞겠죠.” 그러더니 그가 내게 되물었다. “건강한 식이요법을 지켜온 사람의 피부가 유연하고 부드러워 타투 잉크가 훨씬 잘 흡수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피어싱 바이블>의 저자이자 피어싱 전문가인 일레인 엔젤(Elayne Angel) 역시 그의 말에 동의한다.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피부가 노화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어싱 시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건 쉽게 알지 못하죠.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파괴되어 탄력을 잃은 피부는 피어싱 상처가 단시간에 아물지 않거든요. 수분 부족, 필수영양소 부족, 수면 시간 부족 모두 마찬가지예요.” 일레인이 조언을 이어나갔다. “적어도 피어싱 시술을 하기 90분 전에는 담배를 피우지 마세요. 니코틴은 혈관 수축을 유발해 혈액 내 산소 순환을 억제하기 때문에 피부 재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니까요. 담배 한 개비로도 혈관이 수축될 수 있는데 이는 의사들이 수술 전에 담배를 줄이거나 끊으라고 권하는 이유죠. 감정적 스트레스를 피하거나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해요. 면역력이 약해져 상처가 아무는 시간을 최대 40%까지 증가시킬 수 있답니다.”

당장 타투나 피어싱 시술을 받을 계획은 없지만 상처와 감염으로부터 피부를 회복하는 팁이 궁금해졌다. 시술받은 부위가 일단 진정되고 나면 자외선 차단제를 정량대로 바르는 것은 기본. 날씨와 환경 요소로부터 피부 장벽을 보호하는 성분이 함유된 크림을 바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수년간의 타투 시술 노하우와 경험을 집약해 최근 스킨케어 브랜드 ‘Project Woo’를 론칭한 닥터 우는 인공 향료가 함유된 제품 사용만큼은 피하라고 당부한다. “최소한의 성분이 들어 있는 보습제로 피부를 진정시키고 장벽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피부 표면에 있는 각질층이 민감성 여부를 좌우하기 때문에 장벽 기능을 회복시키면 피부는 이내 정상화됩니다.”

평소 생활 습관이 엉망이라면 이 모든 노력은 말 그대로 헛수고다. 장시간의 업무, 패스트푸드 위주의 영양가 제로 식단, 부족한 수면 시간은 모두 ‘빠른 회복’의 ‘적’이다. “건강한 습관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이 모든 것이 상처 치유력의 기반을 다져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