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우, 카이트의 백 디자이너가 론칭한 브랜드

Fashion

더 로우, 카이트의 백 디자이너가 론칭한 브랜드

2021-05-24T11:39:00+00:00 2021.05.24|

여자들에게는 결코 헤어나올 수 없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바로 매년 디자이너 핸드백을 사는 버릇입니다.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싼 데다 멀쩡히 쓸 수 있는 백도 충분히 많은데 말입니다. 부담 없는 가격대의 백은 대부분 너무 유행을 타는 디자인이라 올 한 해 들면 수명이 끝입니다. 구차한 변명이라고요? 팩트입니다!

사베트의 디자이너, 에이미 주렉.

32세의 액세서리 디자이너 에이미 주렉(Amy Zurek)은 더 로우와 카이트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자신의 백 브랜드 사베트(Savette)를 론칭했죠. “제 브랜드를 론칭하는 건 저와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어요. 전 수줍음이 굉장히 많거든요.” 하지만 주렉은 컨템퍼러리 브랜드, 럭셔리 브랜드 백의 질과 가격대 사이의 불균형에 주목했습니다. 거기에 필요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죠.

사베트의 더 톤도 22 백.

주렉은 2019년부터 조용히 사베트 론칭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뉴욕에서 피렌체로 날아가 가죽과 부속품 장인을 수소문했죠. 첫 백의 디자인은 그녀의 삶과 연관된 두 여인에게 영감을 얻었습니다. 한 명은 로스앤젤레스 출신인 그녀의 어머니입니다. 클래식하고 세련된 스타일의 어머니는 구찌와 고야드 백을 애용했습니다(사베트는 주렉 어머니의 처녀적 성입니다). 다른 한 명은 할머니로, 조지 젠슨(Georg Jensen)과 윌리엄 스프래틀링(William Spratling)의 조각 작품 같은 주얼리를 수집하는 모던한 스타일의 분이죠. 두 감성이 결합된 사베트의 첫 컬렉션은 건축적 형태의 가죽 크로스보디 백과 토트백으로, 시그니처인 타원형 금속 장식으로 잠그게 돼 있습니다.

사베트의 시메트리 19 백.

“잠금장치는 제가 집착하는 것 중 하나죠.” 주렉은 말했습니다. “부속품 공장에서 기술자와 나란히 앉아서 제작 기법을 수차례 되풀이했어요. 아름다우면서도 기능적이어야 하니까요. 단순한 장식이 아니잖아요.” 데뷔 컬렉션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만 선보입니다. 직사각의 박스형 ‘시메트리(Symmetry)’ 백과 곡선의 크로스보디 ‘톤도(Tondo)’ 백이죠. 두 가방 다 갈색, 블랙, 화이트 세 가지 컬러로 선택 가능합니다.

고도로 정제된 접근은 주렉이 순수예술을 전공하던 학창 시절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당시 그녀는 콘스탄틴 브랑쿠시나 이사무 노구치, 장 아르프 같은 모더니스트 조각가를 좋아했고 실제로 사베트에 영향을 미친 인물로 꼽습니다. “실루엣을 디자인할 때 기하학적인 면을 많이 연구했어요. 하나는 평행과 수직적인 선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고, 다른 하나는 좀 더 자연스러운 곡선에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주렉이 디자인한 카이트의 오사 토트백.

파슨스를 졸업한 직후 첫 번째 인턴십을 할 때도 그녀의 심미적 성향이 발휘됐죠. 더 로우의 액세서리 워크숍에서 일할 때였습니다. “정말 멋진 경험이었어요.” 그다음 코치를 거친 주렉은 카이트의 설립자 캐서린 홀스타인에게 발탁돼 카이트의 핸드백 라인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오사(Osa)’ 토트와 슬릭한 ‘에이미(Aimee)’ 클러치가 그녀의 작품이죠.

주렉이 디자인한 카이트의 에이미 클러치.

“그런 경험을 통해 디자인할 때 의도와 강한 비전을 가지는 것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어요. 하지만 뭔가 다른 걸 하거나 저만의 것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죠. 특정 브랜드를 위해 백을 디자인할 때는 그 브랜드의 시각적인 코드와 철학을 염두에 두고 거기에 자신의 디자인 감각을 그들의 세계에 결합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젠 저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어요.”

지난 12개월 동안 주렉은 디자이너로서 우선순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팬데믹 때문에 사베트의 론칭이 8개월 정도 미뤄졌지만, 주렉은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첫 봉쇄령 기간 동안 저는 제 주위 여자들이 자신들을 흥분하게 만들고 갈망할 대상을 찾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팬데믹은 어떻게 우리의 구매력을 주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죠. 궁극적으로 우리는 이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 적지만 더 좋은 소비라는 관점을 얻게 됐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영원히 아낄 수 있는 종류의 것 말입니다.”

지난해 얻은 것 중 하나는 우리들의 광기 어린 소비 속도가 늦춰졌다는 것입니다. 일부는 오히려 보복 소비가 늘었다고 반박할지 모르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소비에 대한 충동을 보다 의식적인 방향으로 재조정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그게 우리가 나아갈 단 하나의 방향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