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팬데믹 시대, 꼼데가르송의 레이 가와쿠보를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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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팬데믹 시대, 꼼데가르송의 레이 가와쿠보를 인터뷰했다

2021-05-26T03:47:34+00:00 2021.05.26|

꼼데가르송 2021 S/S 의상을 입은 모델 아쿠올 뎅.

나를 태운 택시가 아오야마로 들어섰다. 코로나의 확산으로 2020년 4월에 비상 구역으로 선언된 그곳은 인적 없이 삭막했다. 문을 닫은 꼼데가르송 매장을 빠르게 지나면서, 나는 레이 가와쿠보가 그 순간에도 바쁘게 일하고 있었을지 궁금해졌다. 왠지 그랬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안도감이 들었다. 모든 것이 바뀌고 있는 세상에서 변치 않는 게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됐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며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

평상시 같았으면 파리 패션 위크에서 돌아왔을 10월 초, 도쿄에서 꼼데가르송 2021 S/S 컬렉션이 공개됐다. 그 시즌에 오프라인 쇼를 선보이기로 결정한 브랜드는 전 세계에서도 많지 않았고, 가와쿠보는 “꼼데가르송 옷을 입은 모델들을 실물로 공개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녀가 그렇게 많은 신문과 TV 프로그램에 등장한 건 드문 일이었다. ‘결단력’이 그녀를 움직이게 만들었음을 느꼈다.

나는 가와쿠보를 인터뷰했고, 그녀의 표현을 통해 직접 상세한 설명을 듣고 싶었다. 창작과 사업적인 면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도전적 상황’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는 무거운 대화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녀의 태도와 표현의 부드러움은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제한적인 환경에 대응하면서 느낀 곤혹감과 답이 없는 질문을 숙고해야 하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녀가 사용한 표현 또한 예상치 못할 정도로 개방적이었다.

지금까지 난 항상 그녀가 솔직한 사람이라고 여겨왔다. ‘진짜 옷을 창조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고 믿는다. 당신의 눈앞에 있는 것을 외면할 때, 진실로 새로운 것은 절대 탄생할 수 없다. 사람들은 종종 가와쿠보의 강렬한 말에서 영감을 얻는다. 하지만 이 대화는 강렬한 표현만으로는 난관을 극복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복잡하고 깊은 ‘정직함’이 ‘영향력 있는 옷’을 창조한다는 확신을 내게 심었다.

꼼데가르송 2021 S/S 의상.

꼼데가르송 2021 S/S 의상.

꼼데가르송 2021 S/S 의상.

레이 가와쿠보(K): “오늘 캐주얼한 인터뷰를 하는 거죠? 주제가 뭔가요?”

미쓰코 와타나베(W):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확산된 최근 상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꼼데가르송의 새로운 방향성에 대해서도요.”

K: “말할 게 별로 없을 것 같은데(웃음). 미안해요.”

W: “2021 S/S 컬렉션을 공개한 시점에 여러 TV 프로그램, 신문사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당신에게는 흔치 않은 일이에요.”

K: “신문사 인터뷰는 훨씬 전부터 진행하고 있었지만, 팬데믹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모으게 된 것 같아요.”

W: “당신이 TV에 나와서 인터뷰하는 걸 보고 아마 다들 놀랐을 겁니다.”

K: “사람들이 알아챘을 거라고 생각해요. 난 뭔가 다른 걸 해왔으니까요.”

W: “다른 걸 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결정한 건가요?”

K: “상황이 주어졌고, 내 생각을 조금은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대단한 건 아니지만, 바로 지금이 사람들과 나의 의견을 나누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여겼습니다. 나는 말로 설명하는 걸 기피하는 편이죠. 심지어 꼼데가르송의 동료들과도 말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가 있습니다.”

W: “아, 그렇다면 꼼데가르송에서 일하는 당신의 팀원들에게도 하고 싶은 이야기였겠군요. 도쿄에서 쇼를 하기로 결정한 시기에 인터뷰도 진행하기로 동의한 건가요?”

K: “쇼 직전에 TV 프로그램에서 연락이 왔어요. 쇼는 소규모였고 초대받은 사람들도 대부분 우리의 지인들이었죠. 하지만 디지털 대신 오프라인 쇼를 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관심을 가진 겁니다.”

W: “이번 시즌에 전 세계의 브랜드가 컬렉션을 공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를 시도했습니다. 당신은 왜 오프라인 쇼를 고수했나요?”

K: “나는 (처음부터) 디지털화된 쇼 방식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또 다른 창의적인 형태의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뜻이었으니까요. 나는 옷이 옷으로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쇼를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쇼장으로 오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죠. 나는 컬렉션을 선보일 때마다 늘 소규모로 쇼를 진행해왔어요. 항상 새 시즌이 아니라 규모에 대해 생각했죠. 사람들이 가능한 한 가까이서 옷을 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규모가 더 작아졌습니다.”

W: “그게 당신이 중시하는 거군요. 제한된 수의 사람들만 쇼를 볼 수 있더라도 말이죠.”

K: “그렇습니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입니다.”

W: “무엇이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하나요?”

K: “모든 것. 당신도 잘 알지 않나요? 파리에서 쇼가 끝나면 사람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온라인에 업로드한 동영상을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건 고작 현장의 10분의 1밖에 담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현장에 있다면 영상에 담긴 것의 열 배는 느끼게 될 텐데’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게 좋든 나쁘든 말입니다.”

W: “자신의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해 영상을 선택한 디자이너도 많죠.”

K: “그렇습니다. 그것도 한 가지 방법이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옷을 만드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창작입니다. 표현의 형태로 옷뿐 아니라 소리와 그림까지 사용하는 다재다능한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내가 가진 건 옷뿐이고 그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내 옷을 선보이기 위한 영상을 만들 수도 없고, 만들지도 않을 겁니다.”

W: “디지털 미디어로는 디테일을 포착하기 어려워요. 디지털 미디어를 볼 때는 감각을 제한적으로 사용한다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K: “단 50~60명의 사람만 현장에서 제대로 볼 수 있는 쇼가 동영상이 되어 전 세계로 퍼지는 것이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없죠.”

W: “파리에서 리시(Re-See, 쇼 후에 런웨이 의상을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전시하는 프레젠테이션 형태)도 할 수 없으니까요.”

K: “일본 밖에 사는 사람들은 이번 시즌 옷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습니다.”

W: “당신이 옷을 만들기 시작한 이후 이런 상황에 처한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은데요.”

K: “맞아요. 그래서 오프라인 쇼만 진행했습니다. 영상 속에서 사람이 움직이는 방식은 제작하지 않았습니다. 영상도 함께 제작한 디자이너들이 더 많은 기자들의 관심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꼼데가르송은 옷을 직접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습니다. 일본 밖의 사람들에게는 그리 큰 영향을 주지 못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겠죠.”

W: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사업을 지속해야 할 텐데요.”

K: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W: “불가능하다고요?”

K: “우리가 옷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 옷을 살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쇼핑하러 나가지 않고, 그걸 입고 갈 데도 없습니다. 물론 ‘계속 만들자’라거나 ‘우리가 멈추면 그걸로 끝이야’라고 말하지만, 고객이 우리 옷을 입을 기회가 없어진 이후로, 현 상황에서는 어떤 것도 가망이 없어 보입니다.”

W: “하지만 계속 만드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지 않나요?”

K: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앞으로 나아가는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동일한 속도로 계속 일하면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변함없이 스케줄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죠. 하지만 그 역시 우울한 일입니다. 우리가 활기차게 일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요. 우리는 스스로를 밀어붙여야 할 겁니다.”

W: “일본에서의 사업도 급격하게 변했나요?”

K: “외출할 수 없고, 외출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니까요. 차려입을 기회나 이유가 없고,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차려입고 갈 장소도 없습니다. 그게 현실이죠.”

W: “우리가 당연시하던 것들을 상기시키는군요. 장소와 만나는 사람, 기분에 따라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특정한 방식으로 옷을 차려입는 것 말입니다. 최근 상황에서 우리는 더 이상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됐어요.”

K: “그런 상황을 극복하고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 차려입을 수 있다면 좋을 겁니다. 하지만 말을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기분 전환을 위해 예쁘게 입어봐야겠다’라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사람들이 업무상 줌 미팅을 위해 옷을 차려입는지 궁금하군요. 상반신만 보이더라도 말이죠.”

W: “상반신만 잘 차려입는 방법에 대해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웃음). 당신이 일본에만 머무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군요.”

K: “네, 꽤 힘들어요. 당신도 마찬가지죠, 그렇지 않나요? 한 달 반마다 출장을 갔지만 지금은 이렇게 갇혀 있네요. 여행을 통해서 많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게 좋든 나쁘든 말이죠. 그건 일종의 안테나 같았습니다. 세상을 돌아보지 못한다면 내 세상은 더 작아질 겁니다.”

W: “확실히 외부 자극은 적어졌어요. 하지만 일본과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을 다시 돌아보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K: “그래서 <보그 재팬> 4월호 주제를 일본으로 정한 거군요(웃음)? 하지만 우리는 일본에서조차 움직일 수 없습니다. 난 교토에조차 갈 수 없어요.”

W: “맞아요. 여행을 갈 수 없어서 일본의 공예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우리 주위에 있는 ‘좋은 것들’을 돌아보는 기회로 사용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지난해 10월에 꼼데가르송 아오야마 매장에 사진가 다이도 모리야마(Daido Moriyama)의 설치물을 전시한 게 기억나네요.”

K: “아오야마 매장을 오픈한 후 정기적으로 무언가를 선보이는 장소로 사용해왔습니다. 옷뿐 아니라 고객에게 나눠주는 광고 메일 인쇄물을 가져다가 3D 입체물로 만드는 등 다양한 것을 통해 꼼데가르송이라는 브랜드로서 우리의 생각과 제안을 사람들에게 보여줍니다. 난 사진가 모리야마의 팬이고 그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은 적도 있죠. 모리야마가 우리의 오사카 분점을 위해 설치물을 제작하는 등 오랫동안 서로 알고 지내왔습니다. 지난번에는 그의 작업물을 확대해서 전시했는데 멋졌어요. 결과에 매우 만족했습니다.”

W: “전 세계 26개국 <보그>가 ‘희망’이라는 주제로 지난해 9월호를 발간한 적이 있습니다. 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편집장들은 각자 자신에게 희망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준비했습니다. 나는 모리야마가 자신의 집에서 창밖을 찍은 사진을 골랐어요. 불빛이 반짝이는 도시 풍경 뒤로 후지산이 걸려 있었죠. 메시지는 분명치 않았지만 회복력과 희망에 대한 흐릿한 힌트 그리고 우리 삶의 슬픔 또한 담겨 있었습니다.”

K: “무심함입니다. 아니, 진짜로 무심한 건 아니지만 얼굴에 드러나지 않죠.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무언가입니다.”

W: “바로 그거예요. ‘무심함’이라고 말했을 때, 18개월 전에 당신을 인터뷰했을 때가 떠올랐어요. 그때 당신은 컬렉션을 통해 ‘이름 없는 것들이 지닌 내면의 강함’을 표현하려 한다고 말했죠. 이번 S/S 컬렉션의 주제는 ‘불협화음’입니다. ‘이름 없는 것들이 지닌 내면의 강함’이라는 주제 또한 이 컬렉션에 영향을 줬나요?”

K: “네 또는 아니요로 답해야 한다면 ‘네’입니다. (3년 전까지) 내가 사용하던 기법인 ‘옷이 아닌 다른 무언가’는 너무 추상적인 방향으로 가버렸고 난 거기에 갇혀버렸습니다. ‘진짜 옷’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지나치게 추상적인 것들을 바로잡고자 하는 욕구로 이어졌죠. ‘불협화음’ 또한 과도한 추상성을 배제하려는 동일한 접근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W: “그럼 팬데믹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군요?”

K: “전혀요. 바이러스가 작용하는 것 같은,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 제 힘을 일부 잃어버리긴 했지만요(웃음). 내 생각을 말하자면 팬데믹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꼼데가르송 2021 F/W 의상.

꼼데가르송 2021 F/W 의상.

꼼데가르송 2021 F/W 의상.

W: “다음 컬렉션은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게 될까요? F/W 남성복 컬렉션 준비의 막바지 단계에 있을 것 같은데요.”

K: “대답하기 어렵군요. 아직도 혼란스러워요. 이전처럼 하고는 있지만 남성복 역시 쉽지 않습니다.”

W: “한 신문기자가 당신에게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죠. 당신은 ‘모두가 안전하게 옷 입는 걸 선택하는 시대가 될까 봐 두렵다’고 말했어요.”

K: “네, 보다 정확하게는 제 사업에 도움이 안 되니까요(웃음). 요즘에는 ‘조금 색다른’ 것은 가치가 없습니다. 특히 여성복에서요. 매우 잔잔하죠.”

W: “당신은 몇 년 전부터 그렇게 말해왔어요.”

K: “팬데믹과 상관없이 그런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W: “여자들 사이에서 ‘달라지거나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K: “나를 포함해 그런 방식으로 삶을 영위해온 사람들은 이제 나이가 들었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다른 세대의 여자들 중에 그런 식으로 사고하거나 우리와 비슷한 영혼을 가진 사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 변화가 제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걸 목격하고 있어요. 어린 연령대의 여자들에게서 그런 수요를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나는 구세대의 사람들이 모든 면에서 더 강했다고 느낍니다.”

W: “우리 편집부만 봐도 젊은 세대 사이에서 ‘다르게 입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볼 수 없어요. 그들이 티셔츠나 청바지를 고르는 자신만의 기준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K: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살기 위해 굳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들에게 그건 중요치 않으니까요.”

W: “난 그들이 분노도 많지 않다고 느낍니다.”

K: “그래서 그런 거예요.”

W: “그들은 불만도 많지 않고 사회에 대한 불편함도 느끼지 않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대화조차 하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자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어요…”

K: “…낮은 사회적 지휘 때문이죠. 주위에 개인적으로 그렇게 느낄 만한 상황이 많지 않아서, 그런 데이터를 볼 때면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낮은지 확인할 때마다 놀랍니다. 과거에 비하면 규제가 적어져서 사회가 여자들에게 친절해진 것 같지만, 수치에 따르면 일본은 전 세계에서도 여자의 지위가 가장 낮은 나라 중 한 곳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도 여자 임원의 수는 극소수죠.”

W: “대기업 경영진과 정치계에서 여자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남녀 임금 격차 또한 크죠.”

K: “그런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남성들이 지배적입니다.”

W: “의심의 여지 없이요. 만약 당신 같은 아티스트가 일본 여자들에게 좀 더 힘이 될 수 있다면…”

K: “난 아무런 힘이 없어요(웃음).”

W: “직접적인 방식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느끼는 방식에 변화를 주고자 하는 마음은 분명히 갖고 있잖아요?”

K: “난 할 수 없어요. 그게 힘든 길이라는 걸 배웠거든요(웃음). 이 시대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고, 편하고, 스타일리시하게 입는 것 이상은 원치 않습니다. 사람들이 다르게 입는 걸 부끄러워할수록 내 사업은 힘들어집니다(웃음). 우리의 생각을 하나의 옷에 온전히 담을 때, 어떤 면에서 그 옷은 입기 힘들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그것도 괜찮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만든 옷으로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일부는 내 잘못이기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게 우리가 놓인 상황입니다.”

W: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옷과 연관된 다양한 요소를 잘 알고 있어요. 당신이 만든 걸 갖고 싶어 하고, 없으면 힘들어할 사람도 많습니다.”

K: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건 그저 티셔츠와 청바지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W: “글쎄요, 젊은 팬들은 그럴지도 모르죠(웃음). 시간이 흐르면 바뀔 거예요.”

K: “정말 그럴까요?”

W: “옛날에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사람들이 지금처럼 게으르게 차려입은 적이 없었다. 편한 옷만 좋아하는 건 잘못된 거다’라는 맥락의 발언을 한 적이 있어요. 그녀는 옷을 차려입는 것의 정신적인 의미에 대해 사람들이 점점 더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지적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나도 매거진이나 다른 미디어가 거기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인터뷰처럼요(웃음).”

K: “앞서 한 이야기로 돌아가서, 영상 같은 걸 사용하기보다 옷 자체가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 방식과 사람들이 온라인이 아닌 책으로 발간된 매거진을 사보길 원하는 매거진 에디터들의 생각에는 유사성이 있어요. 나는 그게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W: “확실히 그렇습니다. 지면과 디지털을 포함해서, 지금 <보그>라는 브랜드의 다양한 부분 사이에 전반적인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신 또한 단일한 회사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꼼데가르송이라는 단일 브랜드를 만들었죠.”

K: “우리 브랜드의 구성을 말하는 거죠?”

W: “네, 그게 요즘 방식과 맞다고 생각해요.”

K: “하지만 규모 면에서 각각의 요소는 정말 소소하답니다(웃음). 우리는 온라인 판매도 진행하고 있지만 훨씬 많은 고객이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게 도움이 됩니다. 어떤 종류의 옷을 사느냐에 따라 어떤 옷은 온라인으로 사도 괜찮지만, 어떤 옷은 매장 분위기를 경험하면서 직접 보고 만진 후에 사는 게 더 적합하죠. 나는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옷을 더 선호합니다. 젊은 고객들 사이에서는 옷을 사기 전에 직접 만져보고 경험하는 것의 가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요. 그걸 중요시하는 사람들 역시 줄어들고 있고요.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와 상관없이 희망이 없습니다.”

W: “난 오프라인 매장의 가치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어요.”

K: “그렇게 생각하나요?”

W: “그럼요, 하지만 매장 수와 경험에서는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K: “매장 수는 아주 많이 줄어들 겁니다.”

W: “미래에는 무엇보다도 진짜 경험이 가장 럭셔리한 것이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럭셔리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되고, 그 경험이 얼마나 큰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며, 사람들이 그 경험을 위해 지갑을 열 것인가입니다.”

K: “그러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파는 옷보다 그 매장에 가는 것 자체가 럭셔리한 것이 될 거라는 거죠? 일부 사람들이 사진을 보는 것과 여행이 똑같은 경험을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동일한 논리를 적용할 수 있겠네요. 여행에서 어떤 것도 실제 여행의 경험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현실과 사진의 가치가 어떻게 다른지 모를지도 모르죠. 그들은 그 둘을 비교할 만큼 많은 경험을 하지 못했으니까요.”

W: “젊은이들이 그 둘을 비교할 수 없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들이 현실과 가상 세계를 둘 다 잘 알고 비교할 수 있다면 훨씬 더 건강해질 텐데요.”

K: “어쩌면 비교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질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좀 수동적인 것 같네요. 기삿거리가 될 만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 맞죠? 우리 무슨 얘기를 해야 하죠(웃음)?”

W: “그럼 아오야마 매장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갈까요? 2020년 말에 ‘올해의 인물’이라는 프로젝트에서 당신은 아티스트와 운동선수 여덟 명을 선정했습니다. 그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매년 진행할 계획인가요?”

K: “그렇습니다. 1년에 한 번씩 하려고 해요. 더 많이 알려지도록 매거진과 협업해서(지난해에는 일본 잡지 <Switch>) 진행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보그>와 협업한 적이 있었는데요(2009년에 꼼데가르송 매장에 숍인숍 Magazine Alive를 운영했다). 매거진과 오프라인 스토어가 연계해 사업 기회를 만들어내는 아이디어가 흥미로웠습니다. 그런 면에서 유사한 프로젝트죠. 입체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W: “선정한 여덟 명을 상품에 적용하는 통합적인 방식이었어요.”

K: “네, 하지만 단순한 방식이었습니다.”

W: “(테니스 선수) 나오미 오사카도 그중 한 명이었는데요. 신세대에 속하는 20대 초반의 나이죠. 하지만 그녀의 태도와 행동은 우리도 용감해질 수 있도록 영감을 준다고 생각해요.”

K: “그렇죠. 그녀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W: “오사카 외에도 옷을 만들거나 패션에 관심 있는 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게 패션의 힘이고 거기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K: “여전히 희망은 있습니다.”

꼼데가르송 2021 F/W 의상.

꼼데가르송 2021 F/W 의상.

꼼데가르송 2021 F/W 의상.

W: “팬데믹이 당신에게도 새로운 형태의 창작과 사업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됐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K: “앞으로의 방향으로 말이죠? 그렇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온라인 쇼핑이라는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지, 우리 자신을 어떻게 재창조할지 생각하는 게 나의 숙제입니다. 새로운 형태가 무엇이 될지 아직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일종의 문화나 분위기 또는 운동을 만들어서 세상을 흔들고 싶은 욕구는 있습니다. 그게 내 꿈이지만 인터넷 시대에는 쉽게 이룰 수 없죠.”

“예전에는 자신의 삶의 방식을 표현 방식으로 사용하는 사람들과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들이 연합할 때 흥미로운 패션이 만개했고요. 때로 그들은 거대한 움직임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의 포스팅에 ‘좋아요’를 누르지만 그 경험은 가상 공간에 머물러 있고, 어떤 것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로 자신의 삶을 사는 분위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언급했지만 인터넷이 존재하기 전 1970년대 런던 같은 곳에는 그게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패션을 사랑하기 때문에 패션 산업에 뛰어드는 사람도 많았죠. 만약 내가 그런 분위기를 전파할 수 있다면, 작게라도 말이죠… 그게 내 꿈입니다. 그건 옷의 형태에 대한 게 아닙니다. 나는 환경을 바꾸고 싶습니다. 문제는 최근 분위기가 정체돼 있고 그래서 조금만 움직여서는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거라는 겁니다. 만약 내가 거기에 대한 욕구가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금세 포착되겠지만요.”

W: “아마 요즘엔 사회 전체가 그렇게 형성되는 움직임을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겁니다.”

K: “그럴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매스미디어와 협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거진 하우스(Magazine House)에서 <앙앙(An·An)>을 론칭했을 때, 내게 옷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주제와 맞는 옷을 찾을 수 없었던 거죠. 우리는 그 촬영을 위해 특별히 옷을 만들었고 그 덕에 우리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때로는 그런 이벤트가 꼼데가르송이 번영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팔기 위한 상품만 만드는 게 아니라 미디어의 힘을 발휘하는 상생 관계를 위해 옷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 작업의 ‘동시대적 버전’을 진행하고 싶어요. ‘동시대적 버전’이라는 건 정확하게 어떤 걸까요? 오늘날 유행은 너무 빠르게 바뀝니다.”

W: “큰 움직임은 만들기 어렵습니다.”

K: “그걸 퍼뜨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의문이군요.”

W: “모든 것이 분산돼 있어요. 예전에는 매거진마다 독자에게 미치는 고유의 강한 영향력이 있었죠.”

K: “동의합니다. 매거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었습니다.”

W: “맞아요. 이제 그 힘은 전부 분산돼버렸어요. 온라인 미디어는 더 큰 힘을 갖지만 어떤 젊은이들은 웹사이트조차 보지 않으니까요. 그들은 소셜 미디어, 지금은 인스타그램 같은 곳에서 정보를 얻습니다. 그런데 버질 아블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K: “내가 그에 대해 코멘트하기를 원하는 거예요(웃음)?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해요. 어디선가 한 번 인사를 한 적은 있습니다. 도버 스트리트 마켓에서 오프화이트 제품을 파는 걸로 알고 있고요.”

W: “내가 그에 대해 물어본 건 버질이 특히 남자들 사이에서 영감을 주는 문화적인 아이콘이기 때문이에요. 그는 패션계에 뛰어들기 전에 건축을 공부했고 카니예 웨스트 같은 뮤지션과 친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접근은 동시대적이고 쿨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아마도 남자들이 여전히 그런 구조에 매달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K: “그는 인맥을 넓히는 데 능숙합니다. 그의 타고난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구식으로 일해온 나 같은 사람의 관점에서는, 무에서 시작해 무언가를 만들어냈다고 할 수 없지만요. 하지만 오늘날은 그게 쿨하다고 여겨져요. 아무것도 없이 처음부터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애쓰는 건 전혀 쿨하지 않습니다(웃음). 요즘에는 그런 식으로 인맥을 통하거나 파티에서 자연스럽게 패션계의 일자리를 얻는 게 더 흔해진 것 같아요.”

W: “최근에는 당신 또한 협업을 통해 다른 브랜드와 이어지기도 합니다. 지난 3월에 긴자 나미키도리에 있는 루이 비통 매장이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재개장하면서, 당신과 협업한 백을 론칭했습니다. 2014년에 이미 ‘아이콘 앤 아이코노클라스트’라는 프로젝트에서 협업한 적이 있고 새 디자인은 그 연장선이었죠. 루이 비통은 여러 디자이너, 아티스트와 협업한 작업물을 전시 중이지만 실제로 판매하는 건 당신이 디자인한 백뿐입니다. 어떻게 처음 당신에게 접근했나요?”

K: “처음에는 무엇을 만들 건지 의논했습니다. 원래는 다른 형태로 또 하나를 다시 만들고 싶었지만 하나밖에 만들 시간이 없었어요. 생산 문제도 있었고요.”

W: “루이 비통의 시그니처인 모노그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K: “루이 비통이 해외로 진출하기 전부터 그들의 특별한 제작 방식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 전통적인 가족 운영 회사로 알려진 브랜드에는 독특한 것이었죠. 부유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거나 열심히 일하는 어른을 위한 백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젊은 사람이 루이 비통 백을 드는 건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죠. 그게 이번에 모노그램으로 작업하면서 내가 염두에 둔 이미지입니다. 과거에 루이 비통에 대해 내가 가졌던 이미지죠. 나는 옛날 백 디자인을 더 좋아합니다. 요즘 스타일과는 다른 일종의 ‘클래식’을 상징했죠. 더 이상 클래식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라서, 설명하기가 좀 어렵군요.”

W: “존경받는 장인 정신의 상징으로 보는군요. 그들의 상품이 ‘질 좋고 적합한’ 것으로서 확고한 존재감을 가졌다고요.”

K: “그렇습니다. 내게는 파리를 떠오르게 합니다.”

W: “제품에 피어싱 구멍을 뚫도록 영감을 준 것은 무엇인가요?”

K: “그때 당시(2014년 처음 출시할 때) 내가 전통적이고 오래된 이미지를 부수고 있다고 느꼈죠. 구멍 난 가방이 실용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요.”

W: “그래서 그 안에 가방을 넣었고요.”

K: “좀 식상하죠(웃음).”

W: “패션이 그저 편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건 바로 당신이잖아요(웃음).”

K: “네, 맞아요(웃음).”

W: “<뉴욕> 매거진과 나눈 이야기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어요. ‘최근 몇 년간 패션 산업이 돈에 대한 숭배로 향하는 흐름을 재조정해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K: “어떻게 모든 것이 계산에 기반하고, 결과에 의해 판단되는지 이야기하는 중이었죠.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이 잘 팔리면 그건 ‘좋은’ 제품이 되는 식입니다. 모든 게 그런 식으로 운영되지 않나요?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 가치 있게 평가되고, 결국 그게 다입니다. 당신이 강렬하고 좋은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아무리 열심히, 오랫동안 일하더라도 돈이 안 되면 무시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당신 같은 매거진 에디터에게 이런 말을 하면 안 되겠지만, 매거진 또한 살아남기 위해 광고를 해야 하죠. 광고가 점점 더 많은 양을 차지하고 원동력이 됩니다. 그게 기본적으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매거진에서 그런 주제로 글을 쓰는 게 어려운 일인가요? 왠지 내가 말하는 건 전부 부적절하게 느껴지네요(웃음).”

W: “괜찮습니다(웃음). 정량적 평가를 과도하게 중요시한다는 거죠. 나 또한 패션 산업에서 마케팅에 맞춰 작업하는 경향이 있다고 느낍니다.”

K: “꼼데가르송에서 제작 회의를 하면서 지난해에 판매가 얼마나 잘됐는지 이야기할 때 난 화가 납니다. 기본적으로, 수치화된 당신의 성취에 기반해 일한다면 앞을 볼 수 없습니다. ‘지난해에 이게 잘 팔렸으니 올해에도 잘 팔릴 거다’처럼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에요. 나는 사람들이 ‘팔지 못하더라도 가치가 있어’라든가 ‘잘 팔리지 않겠지만, 필요하니까 만들어보자’라고 말하는 걸 거의 들어보지 못했어요. 그건 옳은 게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건강한 균형이 필요합니다. 물론 우리는 판매될 상품을 만들겠지만 또한 그렇지 않은 것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게 내가 이 인터뷰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W: “당신은 사업가일 뿐 아니라 디자이너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 관점을 가질 수 있는 거예요.”

K: “당신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개발은 필요하죠. 현재 상황이 모든 것이 아니니까요. 우리는 국가적 관점에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W: “무슨 말인지 잘 압니다. 나 또한  지난 20년간 패션 산업의 규모가 성장했기 때문에 우리가 수치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K: “정말 그런가요? 어쩌면 싸고 편한 옷이 빠르게 팔리고 유포되기 때문에 더 커진 것처럼 보이는 건지도 모릅니다.”

W: “최근 2~3년간 패션 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패션 산업이 성장했고 그래서 사회에 대한 영향력도 더 커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패션 기사를 작성할 때도 사람들은 그 주제에 대한 우리의 의견과 정책, 매체로서 역할을 분명하게 해주길 바라죠.”

K: “그런 접근은 필요하고, 옳은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기반에서 모든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추세가 걱정스럽습니다. 그런 분위기가 지금 당장은 팽배하지만, 창의적인 활동의 폭과 깊이를 제한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패션이 현재 상황에 대해 기본적인 질문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패션의 정신과 무엇이 그것을 흥미롭게 만드는지에 대한 질문 말입니다. 만약 당신이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주어진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지루한 사회와 지루한 패션만 만들게 될 겁니다. ‘착한’ 걸 지지하는 브랜드만 쿨하다고 여겨지는 유행에 동의할 수 없어요.”

W: “비슷한 관점에서 ‘옳은’ 것이 무엇인지를 보는 것도 항상 필요하죠.”

K: “그게 사람들이 평범한 옷에 만족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걸 입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만족하는 건 뭔가 잘못됐어요.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오랫동안 그렇게 느껴왔습니다.”

W: “그것은 패션의 근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고 생각해요. 하나의 옷이 과도하게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패션으로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K: “누구도 완벽하게 옳은 길을 갈 수 없습니다. 그건 어려운 일이에요. 여전히 우리는 사회가 피상적인 단어에 휘둘리게 놔둬서는 안 됩니다.”

W: “당신 또한 사용하던 재료를 보관하고 재사용합니다. 상품을 위한 가먼트 케이스도 자연 분해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죠.”

K: “우리는 지난해 혹은 지지난해에 사용한 소재를 다시 사용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매장에서 지난 시즌 제품을 새 시즌 제품과 매치해 판매하기 시작했죠. 나 또한 환경문제를 생각하고,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방식으로 쓰레기를 줄여서 대처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우리 회사의 주제나 컨셉으로 부각시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W: “그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군요.”

K: “그렇습니다.”

W: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는 건 당신의 창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K: “글쎄요(웃음).”

W: “그게 아니라면 이 세상에 정말 실망할 거예요(웃음).”

K: “이 인터뷰를 기사로 쓰려면 정말 힘들겠네요(웃음).”

W: “영향력 있는 것을 표현하고 전파하는 여자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나요?”

K: “당연하죠. 세상은 바뀌어야만 합니다. 에이코 이시오카(Eiko Ishioka, 의상 & 그래픽 디자이너)나 사다코 오가타(Sadako Ogata, 전 유엔 인간안전보장위원회 공동의장) 같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면 좋았을 겁니다. 그들은 패션이 아닌 다른 분야에 속하지만, 예전에 <보그>에서 그런 사람들을 취재한 게 기억나요. 최근에도 그런 기사가 있었나요?”

W: “가끔 젊은 세대를 교육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기획하기도 합니다. 강하고 쿨한 여자들에 대해 배울 기회가 필요하니까요. 소셜 미디어에는 정보가 넘쳐흐르지만, 충분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꼼데가르송이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해 얻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팬데믹 때문에 파리에 가지 못하지만 당신에게 파리는 창작과 사업을 위해 중요한 장소죠.”

K: “현재로선 그렇습니다. 다들 파리로 가니까요.”

W: “사람들을 만나고 실제로 옷을 만지는 게 중요하기 때문인가요?”

K: “나는 그렇다고 믿습니다.”

W: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합니다. 옷은 우리 몸에 입는 것이니까요. 패션의 모든 면이 가상이 될 수는 없죠.”

K: “젊은이들도 그렇게 느끼고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다면 좋을 겁니다.”

W: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K: “행운을 빌어요, 와타나베 씨.”

W: “다음 컬렉션을 기대할게요.”

나는 몇 년 전에 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운드 칼라의 꼼데가르송 드레스를 입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가와쿠보를 만난 지 꽤 됐기 때문에 전날부터 뭘 입어야 할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능에 따라 이 드레스를 선택했다. 후에 PR 담당자가 가와쿠보의 말을 전했다. “당신에게 잘 어울려서 나도 기분이 좋네요.” 그런 말을 들으니 어찌나 기쁘던지.

만날 대상을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과 다른 나만의 것을 선택하는 것. 그 과정, 그 기쁨, 그 감상 그리고 그걸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것은 영감과 성취감을 얻는 감정이다. 그 모든 것이 패션이 누군가의 마음에 불어넣는 신선한 감정을 떠오르게 했다. 내가 한동안 잊고 있던 것 말이다. 우리는 답을 알 수는 없겠지만, 최선을 다할 수는 있다.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할 수 있는 것은 고군분투밖에 없는 이 시대에, 레이 가와쿠보의 말과 옷은 창작의 ‘진정한’ 힘을 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