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Free & Rebellious

2017.07.10

by VOGUE

    Free & Rebellious

    뉴욕의 반항적 브랜드 에카우스 라타가 실제 커플의 섹스 장면을 광고로 사용해 인터넷을 뒤흔들었다. 논란의 중심엔 그 아이디어부터 촬영까지 지휘한 한국인 사진가 신혜지가 있었다.

    에카우스 라타 2017 S/S 캠페인

    에카우스 라타 2017 S/S 캠페인

    패션 광고는 가끔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한다. 그 진폭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것과 멀어질수록 커진다. 뉴욕에서 가장 일반적이길 거부하는 브랜드 ‘에카우스 라타(Eckhaus Latta)’는 2017 S/S 시즌을 통해 그 기준을 흔들었다. 일반인들을 모델로 기용해 실제 성관계 장면을 담은 것이다. 웹사이트에 ‘특정’ 부위가 모자이크된 이미지가 올라가자마자 전 세계 언론 매체에선 이미지를 퍼다 나르기 바빴다. 접속자 폭주로 에카우스 라타의 홈페이지는 한때 마비됐다. 단 몇 장의 이미지로 에카우스 라타는 브랜드 론칭 후 6년 동안 최고로 큰 관심을 받았다. “패션계가 ‘Sex Sells’, 섹스는 돈이 된다는 말과 직결돼 있음을 증명하는 거죠.” 사진가 신혜지는 의도가 적중했다는 듯 말했다. “이번 캠페인의 목적은 섹스를 선정적으로 다루고 과장하는 게 아니라, 이를 일반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데 있었습니다.” 신혜지는 베를린과 뉴욕에서 작업한다. 그녀의 피사체는 이자벨 위페르, 마일리 사이러스 같은 셀러브리티부터 원숭이, 기린까지 다양하다. 또 <Interview> <Purple Fashion> <032c>를 위해 패션 화보도 찍지만 접근 방식과 비주얼은 익숙하지 않다. 한국 매체와 인터뷰한 적이 없는 그녀가 <보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Philosophie im Boudoir’, 《Interview Germany》, 2017 Spring

    ‘Philosophie im Boudoir’, 《Interview Germany》, 2017 Spring

    VOGUE KOREA 한국에 당신을 알리게 된 계기, 에카우스 라타와의 작업부터 얘기해보자.
    신혜지 디자이너 듀오 조, 마이크와 친구였다. 캠페인의 아트 디렉터를 맡은 에릭 렌(Eric Wrenn) 역시 오래 알고 지냈다. 친구들끼리 그렇듯 늘 같이 작업하자고 말하곤 했다. 조와 마이크가 나를 믿었기에 캠페인 컨셉을 전적으로 내가 정할 수 있었다. 작업 후에는 다 같이 만나서 결과에 대해 얘기하고 최종 사진을 골랐다. 과정은 간단했다. 친구와의 협업이었으니까!

    VK 실제 섹스였기에 모델 섭외 과정이 쉽지 않았을 듯하다.
    SHJ 모델들은 자신감이 있어야 했고, 이런 아이디어를 이해할 만큼 자유로운 생각을 지녀야 했다. 캐스팅을 도운 샘 무글리아(Sam Muglia)는 자신의 넓은 인맥을 통해 커플들을 찾았다. 그걸로도 모자라 커뮤니티 사이트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에서도 캐스팅했다.

    VK 캠페인은 ‘선정적(NSFW)’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여기저기 퍼져 나갔다. 대중이 단지 선정적인 것 말고 그 이면의 무엇을 보길 바라나?
    SHJ 5년 전 섹스에 대한 교육책 <Make Love>를 작업한 적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주제는 ‘섹스’다. 하지만 사람들에겐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된다. 섹스가 상업적 이유로 사용되면 사람들은 불쾌하게 여긴다. 하지만 섹스는 늘 상업적 주제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주제가 섹스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취향이 없는, 저속한 것들을 매번 마주치는 데도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나.

    VK 이번 캠페인을 비난하는 사람들 역시 많았다.
    SHJ 콜롬비아의 어느 소녀가 우리에게 무척 화를 냈다. 공교롭게도 캠페인이 공개된 날은 콜롬비아의 기독교 주간이었다. 소녀는 모델들이 약에 취한 듯 보인다고 했으며 이미지를 보게 될 아이들을 걱정했다. 우리가 정신이 나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전혀 생각지 못했기에 흥미로운 반응이었다.

    셀프 포트레이트 ‘Untitled’(2015)

    셀프 포트레이트 ‘Untitled’(2015)

    VK 패션사에는 당대에 선정적이라고 비난받았지만 후대에 기막힌 아이디어라고 평가받는 것들이 있다. 이브 생 로랑이 전라로 출연한 1971년 뿌르 옴므 광고, 구찌의 톰 포드가 모델의 음모를 G로 만든 2003년 광고 등등. 당신의 광고 사진은 훗날 어떻게 평가될까?
    SHJ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좀더 분명하고 이성적으로 이 캠페인을 바라봐줄거라 생각한다. 광고 자체를 재미있어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VK 사진을 꽤 오래 찍어왔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뭔가?
    SHJ 최근작이자 지난해 뉴욕 리얼 파인 아츠에서 선보인 ‘아기들(Babies)’이다. 아기들이 태어나는 순간, 여자의 몸에서 머리가 나오는 순간을 포착했다. 작업 과정은 나에게 정말 도전 같았다. 이걸 보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사진 역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VK 당신의 책 <Make Love>는 개방적이면서도 명쾌한 성교육 책으로 평가받는다.
    SHJ 책의 저자 앤 마를레네 헤닝은 덴마크에서 심리학과 성과학을 공부한 인물이다. 내용은 심리학적 조언, 감정적 도움, 그래픽, 생물학으로 채워졌다. 나는 이 책에 나오는 설명을 그저 사진으로 찍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합의가 있는 섹스의 이미지를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이거야말로 꾸미지 않은 명쾌한 섹스니까. 그리고 아직 경험이 없는 10대를 위한 책이니 경험이 있는 다양한 커플들을 최대한 많이 찾았다. 이 작업은 하나의 실험이었다. 이전엔 존재하지 않던 성교육 책이었으니까.

    VK 그렇다면 당신의 작업을 관통하는 건 뭔가?
    SHJ 모든 작업을 관통하는 공통된 주제나 개별 작품에 구체적인 주제는 없다.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수동적 관람자가 아닌, 사진에 담긴 생각을 자신의 방식으로 알아채고, 고무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VK 어떤 카메라를 사용하나?
    SHJ 니콘 D750, 캐논 마크 시리즈, 펜탁스, 마미야 미디엄 포맷, 콘탁스 G2.

    ‘High Speed Historical Accidents’, 《Purple Fashion》, 2016 F/W

    ‘High Speed Historical Accidents’, 《Purple Fashion》, 2016 F/W

    VK 패션 사진가로 분류되지 않는 당신에게 패션 사진은 어떤 의미인가?
    SHJ 모델, 장소, 스타일, 컨셉. 패션 사진은 제약이 많지만 이를 어떻게든 삶으로 끌어오는 작업이다. 존재하지 않는 걸 존재하게 만드는 것. 이게 패션 사진이다.

    VK 오늘날의 패션 사진에 필요한 게 있다면?
    SHJ 가끔 너무 진부하다는 것. 때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배경이 몇 개뿐인 듯 보인다. 그리고 스타일 자체에 너무 힘을 주는 것. 패션 사진이 더 과감하고 용기 있기를.

    VK 당신의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은 누군가.
    SHJ 늘 사진가 조세핀 프라이드(Josephine Pryde)의 작업을 존경한다. 패션 사진에서는 기 부르댕에게 매료된다.

    VK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이 니코(Nico)다. 그녀의 어떤 점을 좋아하나?
    SHJ 어두운 페르소나, 자기 파괴적인 것. 모델에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가수로, 그리고 완전한 독립 예술가가 됐다. 유명세, 비극, 죽음, 아름다움, 앤디 워홀의 전형적인 아이콘, 이 모든 역설을 조합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된 인물이기도 하다.

    VK 요즘 패션 신에서 당신의 흥미를 끄는 건 뭔가?
    SHJ 베트멍. 허무주의와 과격함을 지녔다. 그들의 태도는 반항적이며 쿨하다. 또 다른 패션 신에는 필립 플레인 같은 디자이너도 있다. 전혀 쿨하지 않지만, 웃기고 터무니없이 별나다. 그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그는 거의 코미디언 혹은 엔터테이너에 가깝다.

    VK 현재 뉴욕에서 지내는데, 주말은 누구와 어디서 보내나?
    SHJ 브로드웨이에 차이나 찰렛(China Chalet)이라는 클럽이 있다. 친구 데시(Dese)가 거기서 파티를 연다. 쿨한 데다 끝내주게 패셔너블한 사람들이 모인다.

    VK 서울에는 언제 올 예정인가?
    SHJ 정말, 정말, 정말 서울에 가고 싶다. 바쁜 게 마무리되는 대로. ‘곧’.

      에디터
      남현지
      포토그래퍼
      HE JI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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