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비범한 아이라인

2016.03.17

by VOGUE

    비범한 아이라인

    눈꼬리만 삐죽 빼는 캣츠 아이의 시대는 끝났다. 한 줄이 두 줄이 되어도, 예상치 못한 곳에 칠해져도, 그 방향이 뒤틀어질수록 매력지수는 상승한다. 대한민국 섹시 디바의 여심을 사로잡은 비범한 아이라인에 대해.

    ‘배드 걸’ 이효리, ‘나쁜 기집애’ 씨엘, ‘댄싱 퀸’ 아이비. 올여름 가요계는 팝 디바들의 상승세로 후끈 달아올랐다.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독특한 후렴구, 화려한 무대 의상 못지않게 화제가 된 건 그녀들의 메이크업. 특히 독특한 아이라인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아이비는 자신의 블로그에 ‘평소 해보기 힘든 아이라인으로 얼굴에 힘을 줬다’는 설명과 함께 신곡 앨범 재킷 촬영 사진을 올렸고, 씨엘은 ‘나쁜 기집애’ 뮤직비디오를 통해 눈앞머리를 살짝 빼주는 것으로 아이라인의 ‘영역 표시’를 재정비했다. 이런 독특한 시도는 튈수록 주목받는 연예인들의 전유물인 걸까? 천만에! 콘데나스트 아시아 뷰티 디렉터인 캐시 필립스는 올 가을, 겨울 주요 트렌드로 붓으로 그은 듯한 ‘캘리그라피 라이너’를 지적했으며, 독특한 아이라인의 대중화 시점이 그리 머지 않았음을 귀띔했다. “아이라인의 시작점이 콧대와 맞닿아 있다니요! 매우 모호해 보일 수 있지만 60년대 유행한 눈 화장과 비슷합니다.” 랙앤본 백스테이지를 담당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구찌 웨스트만의 설명이다.

    비비안 웨스트우드 레드 라벨 백스테이지를 맡은 발 갈란드는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예술가 장 콕토의 스케치에서 영감을 받은 아이라인을 선보였다. “메모지에 낙서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라인을 그리고 색을 칠했죠. 마치 일러스트레이터처럼요!” 하지만 팝 디바가 아닌 이상 비범한 아이라인에 도전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나 역시 뷰티 에디터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랑방, 랙앤본, 프린, 비비안 웨스트우드, 디올의 백스테이지에 등장한 아이라인에 도전해봤지만 주위 반응은 “너 어디 아파?”였으니까. 그런데, 7월 초 사무실에 도착한 슈에무라의 작고 새까만 종이백 속에 희망의 동아줄이 들어 있을 줄이야! 정교한 아이라인 연출에 도움을 주는 ‘오토 젤 라이너’와 백스테이지에서나 볼 법한 독특한 아이라인 연출법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소책자가 바로 그것.

    “대세는 아이홀을 강조하는 복고풍 아이라인! 쉽게 말해 아몬드 형태의 아이라인이죠. 기존에 그렸던 방식으로 속눈썹 사이사이에 라인을 칠하고 끝은 살짝 올려 빼주세요. 움푹 패인 눈두덩, 즉 아이홀을 따라 선을 한 번더 그어 눈꼬리 끝 선과 이어주면 ‘레트로 시크’ 라인이 완성됩니다.” 슈에무라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민우 과장의 조언을 따라 그려보니, 이게 웬일? 또렷해진 눈매만큼은 무대를 압도하는 섹시 디바 아이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눈꼬리 부분에서 두 방향(언더라인을 아래로 내려 그리는)으로 갈라지는 독특한 연출법 ‘아티스틱 테일’은 라인의 끝이 눈꼬리에서 만나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렸고, 특별한 모임이나 파티에서 충분히 시도해볼 법한 도전 과제. 투애니원의 얼굴을 책임지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신성은 실장과의 인터뷰에선 라이너만으로 앞트임 효과를 볼 수 있는 마법의 비책을 건질 수 있었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양쪽 눈앞머리를 잡아당겨보세요. 외국 사람처럼 눈매가 그윽해 보이죠? 이런 앞트임 효과를 아이라인으로 연출해봤습니다.

    아이라인을 그릴 때 눈꼬리를 빼듯 눈꼬리 몽고주름 부분을 0.01mm 정도 빼서 그려보세요. ‘나쁜 기집애’ 뮤직 비디오 촬영 당시 씨엘의 매혹적인 눈매도 그렇게 완성됐습니다.” 단, 가로 폭이 좁은 ‘꼬막 눈’이라면 눈동자 바로 아랫부분(언더라인 3분의 2 지점)을 비워야 시원해 보인다. 신성은 실장의 또 다른 아이라인 트릭은 ‘꼬마 눈꼬리’. “면봉에 다크 브라운 아이섀도를 묻혀 속눈썹 가까이 도장 찍듯 콕콕 찍어 그려주고 눈꼬리만 붓펜 타입 아이라이너로 살짝 올려주세요. 아이라인을 ‘한 땀 한 땀’ 그리지 않아도 충분히 또렷한 눈매를 연출할 수 있답니다.” 또 정샘물 인스피레이션의 홍성희 원장은 이효리 아이라인의 비밀, ‘꽈배기 연출법’을 들려줬다. “내추럴 메이크업을 할 때 쓰는 트릭 중 하나예요. 언더라인을 다 메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중간부터 눈꼬리까지는 살짝 내려그었답니다. 쉽게 말해 눈 윗꺼풀과 아랫꺼풀이 만나는 눈꼬리 삼각 지점에 이르는 나머지 절반은 점막이 아닌 속눈썹 바로 밑에 그려주는 거죠.”

    아무리 금쪽 같은 노하우라 한들 기본기에 충실하지 않다면 결코 아름다워 보일 수 없는 법. 정교함이 생명인 아이라인을 그릴 땐 특히 속눈썹 사이를 제대로 메우지 않아 ‘속살’이 훤히 보인다든가 눈썹까지 굵게 그려 악센트를 남발하는 ‘오버 센스’는 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범한 아이라인 연출에 앞서 꼭 피해야 할 주의사항 한 가지 더! “눈을 강조하면 입술엔 힘을 빼야 한다는 이유로 아이라인을 그린 다음 누드 립스틱으로 마무리하는 여성들이 많아요. 아이섀도를 눈두덩 전체에 발라 그러데이션하지 않고서야 굳이 입술에 힘을 뺄 필요는 없습니다. 립스틱 선택에 특별한 제약은 없다는 이야기죠.” 맥 프로 이벤트팀 이은지 팀장의 조언이다. 자, 올 가을 디바처럼 섹시하게 변신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 이제껏 하나하나 배운 요령만 습득한다면 섹시함은 물론, ‘뷰티 캘리그라퍼’도 될 수 있다.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이주현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모델
      애슐리
      스탭
      헤어 / 권영은, 메이크업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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