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하이패션으로 거듭난 야상 스타일링

2016.03.17

by VOGUE

    하이패션으로 거듭난 야상 스타일링

    2014년 겨울, 우리 여자들을 감싸줄 단 하나의 외투를 고르라면? 바로 야상!
    혹한으로부터 보호할 뿐 아니라 모피를 더해 하이패션으로 거듭난 야상 스타일링.

    왼쪽 모델의 핸드메이드 비즈 장식 모피 야상은 미스터&미세스 퍼(Mr&Mrs Furs), 니트 톱은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검정 레이스 원피스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헤링본 트위드 베스트는 바버(Barbour), 금색 목걸이는 프란시스 케이(Francis Kay), 스웨이드 부츠는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오른손 중지에 낀 반지는 캘빈 클라인 주얼리(Calvin Klein Jewelry), 검지의 반지는 펜디(Fendi), 왼손 검지에 낀 반지는 티에르(Thiers), 중지의 반지는 수엘(Suel). 오른쪽 모델의 흰색 여우털 장식 후드 야상은 미스터&미세스 퍼, 니트 톱은 미샤(Michaa), 흰색 민소매 티셔츠는 크롬하츠(Chrome Hearts), 펜던트 목걸이는 빈티지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팬츠는 루이 비통, 앵클 부츠는 이자벨 마랑, 투 핑거 골드 반지는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나머지 반지는 지방시(Givenchy), 왼손의 십자가 장식 투 핑거 반지는 끌리오 블루(Clio Blue), 원석 반지는 펜디, 진주 반지는 하이칙스(High Cheeks).

    ‘야상’ 하면 맨 먼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 미군들의 방한용 재킷 M-51? 60년대 말 미국 대학생들의 에스키모 파카? 혹은 70년대 히피 문화나 커트 코베인 혹은 리암 갤러거 같은 뮤지션? 알투자라, 사카이, 이자벨 마랑 같은 당대 쿨 디자이너 이름이 연상되진 않나? 일명 국방색 야상이 ‘컨템퍼러리’ ‘트렌드’ 같은 동시대적 어휘들을 장착한 채 올겨울 유행의 최전선에 서 있다(이에 대해 멋스럽고 실용적인 아웃도어 시티 룩을 선보이는 디자이너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여기서 잠시. 대관절 ‘야상’은 어디서 비롯된 패션 용어일까? 네이버 지식iN에 따르면, ‘야전상의’의 줄임말로 방상외피를 말한다.

    2014년형 야상은 과거처럼 딱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다. 발맹을 위해 올리비에 루스테잉이 선보인 야상은 허리가 잘록하게 강조되고 밑단에 페플럼이 장식돼 있으며, 반짝이는 버클 벨트가 장식돼 있다. 그런 뒤 슬릿이 들어간 스커트나 섹시한 드레스에 매치했다. 사카이의 치토세 아베는 레이스와 프린트를 곁들여 그녀만의 여성성이 강한 야상을 디자인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가장 눈여겨볼 만한 ‘야상 플러스 알파’라면 모피. 야상의 가장자리에 두르고 테두리를 장식하는가 하면, 내피에 삽입되거나 여기저기 비즈와 스터드를 첨가하고 해골을 그리는 식. 이쯤 되면 떠오르는 인물과 야상의 조합이 있다. 바로 ‘천송이’ 야상! 아닌 게 아니라 지난겨울 <보그> 패션팀으로 똑같은 전화 문의가 빗발쳤다. “전지현이 어제 입고 나온 야상은 대체 어디서 살 수 있는 거죠?” “천송이 야상의 출처가 궁금해요!” 일명 천송이 야상으로 대히트 친 카키색 코트는 ‘미스터&미세스 퍼(Mr&Mrs Furs)’의 후드 야상이다. 무려 700만원이 넘는 가격인데도 이 옷을 드라마에 협찬해준 서울 신사동의 어느 편집 매장에서는 죄다 완판.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다음 유행은 <꽃보다 누나>에서 김희애 야상으로 이어진 것. 청담동 멀티숍 비이커에 선보인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로 진열된 카키색 코트 역시 보기 좋게 솔드 아웃!

    “아시아 단독 매장은 서울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한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죠.” 얼마 전 신세계 백화점에 입점한 미스터&미세스 퍼는 이탈리아 브랜드 ‘조노퓌(Jo No Fui)’의 디자이너 알레시아 지코비노가 2009년에 론칭한 브랜드다. 미군용 재킷에 모피 안감을 더한 단순한 아이디어는 스트리트 감각으로 전 세계 패션 피플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미미퍼(본사 직원들은 이렇게 부른다)는 분더숍에 맨 먼저 진열했었죠. 반응은 굉장했어요. 단독 매장을 열게 된 것도 이런 어마어마한 수요 덕분입니다. 하지만 요즘 멋쟁이들, 게다가 한국 멋쟁이들은 전 세계에서 유행을 접수하는 속도가 가히 LTE급이잖아요.” 물론 매장 오픈을 앞두고 살짝 염려된 것도 사실이다. 입을 사람들은 이미 다 입었거나, 단독 매장을 열기엔 늦었다고 판단됐기 때문. “그런데 천송이라는 구세주가 ‘짜잔’ 하고 나타난 거죠!” 덕분에 올겨울에도 모피 야상 트렌드는 논스톱. 200만원대부터 시작해 심지어 1,000만원대를 호가하는 가격은 크게 상관없다는 듯 하루에 서너 벌씩 판매된다고 미스터&미세스 퍼 측은 전한다(그나마 저렴한 200만원대 재킷은 없어서 못 팔 지경).

    그런가 하면 안나 델로 루쏘가 입고 돌아다닌 통에 유명해진 ‘프로젝트 포체(Project Foce)’ 야상은 재킷 소재부터 자수 장식까지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이미 완성된 옷에 모피와 이런저런 장식을 더해 만든 다른 브랜드의 야상과 달리,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채 만들고 있습니다.” 재킷에 필요한 코튼을 직접 워싱하거나 염색하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포체 담당자는 자부심 있게 전한다. “그래서 제품을 기획한 뒤 한 벌을 완성하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리죠.” 천송이가 입진 않았지만 프로젝트 포체 야상 역시 청담동 멋쟁이들과 젊은 셀러브리티들 사이에 인기 절정이다. 가장 최근에 파파라치에게 포착된 고아라의 공항 룩에도 프로젝트 포체 야상이 등장했다.

    라콤펠, 이브 살로몽 등을 판매하는 멀티숍 ‘수퍼노말’의 바이어는 패션 야상의 수요가 현격히 늘었다고 전한다. “컬러풀한 야상처럼 기존에 볼 수 없던 디자인이 인기예요. 물론 모피 야상에 대한 문의도 많죠. 이를 통해 호사스러운 동시에 스포티하고 반항적인 매력을 즐기는 것 같아요.” 보시다시피 미스터&미세스 퍼부터 럭키 슈에뜨까지 이번 시즌 야상을 즐기기 위해선 편견을 깨는 게 우선이다. 야상에 쓰인 소재부터 럭셔리 그 자체. “미스터&미세스 퍼는 밍크, 비버, 여우, 링스 등 최상의 모피만 사용합니다. 게다가 스팽글과 비즈 장식은 하나하나 수공예로 완성되죠.” 또 프로젝트 포체에 곁들여지는 모피는 매 시즌 변한다. “하나의 소재로 완성된 야상은 단 한 벌도 없어요. 모든 야상은 서로 다른 소재의 패치워크로 완성됩니다. 여기에 쓰이는 모피 역시 트렌드를 반영해 적용하고 있죠.”

    이런 흐름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초가을부터 여기저기서 수많은 아류작들이 물밀듯 쏟아져 나왔다. 두 달 전 보브가 선보인 패딩 야상은 매장에 걸린 지 딱 열흘 만에 80% 이상이 팔려 나갔다. 뿐만 아니라 지컷, 앳플레이, BNX, 에잇세컨즈, 럭키 슈에뜨 등등 비슷비슷한 모피 야상을 선보이는 브랜드들은 셀 수 없을 정도. 전지현을 광고 모델로 내세운 쉬즈미스는 천송이 야상과 똑 닮은 카키 야상도 등장시켰다(한국 내셔널 브랜드의 유행 반영 태도와 속도는 새삼 놀랍다). 게다가 진짜 모피가 부담스러운 고객들을 위해 인조 모피 야상까지 준비했다(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곤 한다). 이렇듯 다양한 방식으로 디자인된 야상이 여기저기에 등장하다 보니, 야상을 직접 리폼해서 입는 이들도 등장했다. 어느 패션 블로거는 모피 전문 공장과 함께 야상을 제작해 판매할 정도다. “친구 한 명도 이런 경로를 통해 모피 야상을 사 입었더군요. 요즘 같은 불황에는 백화점 제품은 워낙 비싸게 느껴지니까요.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야상일수록 좀더 그럴듯하게 고객에게 다가가야 하는 게 포인트. “그래서 호텔 스위트룸이나 근사한 카페를 빌려 살롱쇼까지 열곤 합니다.”

    야상의 변신에 중점을 둔 럭키 슈에뜨의 김재현은 내피에 코요테와 산토끼털을 덧댄 무릎길이 야상에 스포티한 프린트 실크 드레스와 하이톱 슈즈를 매치했다. “모피, 패딩, 야상 등이 시대적인 요구에 맞춰 등장하지만 독특한 스타일링이 추가되면서 개성을 얻게 됩니다.” 비율의 변화만으로도 기존과 다른 실루엣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모피 야상의 최고 장점은 우리 여자들의 몸을 따뜻하게 지켜줄 뿐 아니라, H라인 스커트, 펌프스 힐 등의 여성적인 아이템은 물론 레깅스와 라이딩 부츠 같은 캐주얼 룩과도 제격이다. 또 엄마의 오래된 밍크코트나 철 지난 모피 베스트를 늘 입던 야상과 스타일링해도 올겨울 야상 트렌드를 즐기는 데 무리 없다. 그러니 야상이 지닌 젊은 에너지를 맘껏 즐기기에 올겨울만 한 계절이 없다. 그나저나 남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옷이 야상이라고? 패션과 유행은 우리 자신이 만족하는 게 먼저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손은영
      포토그래퍼
      KIM YOUNG JUN
      모델
      송경아, 한혜진
      사진
      James Cochrane, Indigital, cou rtesy of Lucky Chouette, Courtesy of Project Foce, Courtesy Photos
      스탭
      헤어 / 한지선 메이크업 / 박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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