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이템

야릇한 소재에 관한 이야기

2016.03.17

by VOGUE

    야릇한 소재에 관한 이야기

    살갗이 드러나야 더 근사하고 멋진 계절! 섹시한 레이스와 오간자, 스포티한 메시와 미래적인 PVC.
    이 야릇한 소재 앞에서 무관심한 남자와 담담한 여자가 과연 있을까?

    얼마 전 <베니티 페어> 주최의 오스카 파티에 참석한 다이앤 크루거의 검정 레이스 드레스는 더없이 아름다웠다. 빈티지 느낌의 레이스는 팔다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충분히 섹시했다. 게다가 심플한 주얼리 스타일링과 함께 모던한 분위기까지. 만약 당신이 다이앤 크루거처럼 살갗을 은근슬쩍 드러내고 싶다면, 반드시 발렌티노의 레이스 드레스를 입을 필요는 없다. 레이스는 우리 여자들에게 있어 섹시함을 드러낼 최적의 소재이지만, 사실 레이스만큼 순결한 소녀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도 없다.

    노출의 계절이 왔다. 오버사이즈 코트로 몸매와 살갗을 감추던 시절은 가고, 열심히 가꾼 몸매를 맘껏 드러내고 과시해야 할 때다. “강하면서도 연약한 듯한 여성스러움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번 시즌 노팅엄 레이스를 선보인 버버리 프로섬의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레이스에 큼지막한 크리스털을 수놓았다. 그가 레이스를 통해 제안한 ‘시스루 방식’은 지나치게 소녀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강한 느낌. 게다가 신경 쓰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멋까지. 그래서 아방가르드하게 스타일링할 수 있고 어떤 옷에도 어울린다. N˚21의 알레산드로 델라쿠아가 계속해서 밀고 있는 것도 남성적인 셔츠에 섹시한 레이스 스커트의 조합이다. 이처럼 레이스는 이브닝 웨어로 쫙 빼입는 것보다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에 더 근사하다.

    레이스와 함께 ‘시스루 효과’가 여성스럽기로 소문난 오간자는 다양한 컬러와 믹스돼 모던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밀푀유처럼 만지면 부서질 듯한 오간자는 드레스로 제작돼 섬세함을 뽐내는가 하면, 재킷과 스커트로 완성될 때면 빳빳하면서도 깃털처럼 가벼운 실루엣을 선사한다. 이번 시즌 펜디 컬렉션을 온통 오간자로 완성한 칼 라거펠트는 물 흐르는 듯 유연함과 가벼움을 포착하기 위해 오간자를 활용했다. 그 결과 멀티 레이어드 드레스와 여러 겹으로 망원경 효과를 낸 레이저 컷 재킷이 탄생했다. “캐주얼하면서도 여성스럽고, 슬쩍 신경 쓴 듯한 느낌이 일할 때는 물론 저녁 파티에도 안성맞춤이죠.”

    시스루 의상을 즐겨 입는 <보그> 스타일 에디터는 오간자가 날씬해 보이는 효과까지 있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살랑거리는 봄 느낌이 날 땐 진짜 여자가 된 것 같아요!” 디자이너 지춘희의 설명처럼 오간자는 여자의 속성을 닮아 귀하게 차려입으면 기품 있고, 헤프게 사용하면 금세 추락하는 위험한 존재다. “럭셔리를 표현하는 데 오간자만 한 소재도 없어요. 그만큼 다루기 힘든 소재죠.” 섹스어필을 위해 지나치게 속살을 드러내거나 스트리트 감각을 살린다며 이질적 소재와의 지나친 믹스매치는 피해야 한다.

    시스루 효과를 좀더 스포티하게 즐기려면? 메시 소재가 적절한 선택이 될 것이다. 메시를 향한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는 올림픽 출전을 앞둔 선수 저리 가라 싶을 정도로 가열차다. 체육관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은 구찌부터 펜싱에서 출발한 앤디앤뎁까지. 그들이 보여준 강렬하고 섹시한 여성상과 현실감이야말로 이번 시즌 메시 옷들의 특징이다.

    “스포티하면서 하이패션에 적합한 소재를 찾던 중 스펀지처럼 두께감 있는 메시를 만나게 됐어요.“ 앤디앤뎁 디자이너 김석원은 테일러링을 가미해 격식을 갖춘 수트나 타이트한 칵테일 드레스를 완성했다. 또 스케일이 다른 두 가지 메시를 본딩 처리한 폭신한 봄버와 테일러드 재킷까지. “요즘 메시는 볼륨감이 있어 구조적인 재킷이나 가벼운 코트를 완성하기 좋습니다. 심플한 의상과 스타일링하면 더없이 근사하죠.”

    올여름 ‘시스루’를 정복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는 바로 PVC. 섹시한 스커트부터 복고풍 원피스에도 PVC 소재가 동원됐다. 펜디는 밍크 조각을 패치워크한 오간자 원피스에 플리츠를 가미한 PVC 스커트를 레이어드했고, 버버리 프로섬은 투명 PVC 재킷을 레이스 의상에 매치해 강렬한 ‘한 방’을 노렸다(지난 시즌엔 반투명 고무 소재를 선보였다).

    물론 레인코트나 휴양지용 서머 백이 아닌 이상, PVC가 캣워크 밖에서 인기를 끈 적은 아주 드물다. 하지만 이번 시즌 PVC 아이템은 뻔한 ‘비닐 옷’이 아니다. 물광 메이크업처럼 반짝이는 비닐 소재를 여성스럽게 연출하려면, 날씬한 스커트나 원피스와 매치하면 된다. 그래도 PVC 의상이 부담스러우면? 구두나 가방 같은 액세서리부터 시작하면 된다. 지금은 노출이 미덕인 계절이니까.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손은영
      기타
      Kim Weston Arn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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