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주얼리 패션의 유행 예감

2016.03.17

by VOGUE

    주얼리 패션의 유행 예감

    옷들이 예쁘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쌀알처럼 흩뿌려진 조그만 크리스털부터 테니스 공만큼 커다랗고 정교한 스톤 장식까지. 귓불, 손가락, 팔목 대신 천을 장식한 주얼리 패션의 유행 예감.

    B매장에서 픽업한 스타디움 점퍼는 수학 선생님이 하얀 분필 가루를 날리며 문제 풀이를 하던 칠판색, 그러니까 진녹색 울 소재에 아이보리색 가죽 소매가 달린 것이었다. 타임 머신을 타고 90년대로 돌아간다면 이랜드나 브렌따노 매장에서 완벽하게 똑같은 걸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순진무구한 아이템에 결여된 건 패션지에 걸맞은 깜찍한 세련미. 그리고 이 가련한 점퍼를 구제하기 위해 동원된 방법은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브로치와 핀 귀고리를 앞판에 잔뜩 다는 것. 5분 만에 마커스 루퍼풍의 꽤 예쁘장한 주얼 장식 아우터로 환골 탈태한 점퍼를 보면서, 이번 시즌 유난히 크고 반짝이는 비즈와 스톤으로 뒤덮인 의상들을 떠올렸다. 물방울 모양 검정 비즈가 소매에서 샹들리에처럼 찰랑이는 루이 비통 쇼트 재킷, 미우미우의 찰랑이는 비즈 쇼걸 브라톱, 열매와 잎사귀 모양 스톤으로 가득한 마르니 봄버 재킷과 미디 스커트, 꼬마 숙녀들이 장난감 브로치를 주렁주렁 단 것처럼 보이는 스텔라 맥카트니 리조트 컬렉션의 미니 드레스 등등. 올봄 맥시멀리즘에 속하는 이 스타일이 여자들의 옷 입기 방식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순수하게 장식적인 용도를 가진 이 작고 반짝이는 것들을 ‘브로치’라고 부르기엔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이것을 뭐라고 부르는 게 좋을까? 옷을 위한 주얼리?

    “흠, 글쎄요. 어렵네요. 사실 패션사에서도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주얼리를 패션 소재로 사용해왔으니까요. 그러나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역량을 테스트하고 새로운 소재를 찾는 시점에서 원석과 비즈에 흥미를 느낀 건 분명합니다. 마치 실용적인 옷과 꾸뛰르적인 옷이 공존하던 시대가 도래한 것 같군요!” 미네타니의 디자인 디렉터 김선영은 추세를 분석하며 친절하게 설명했다. ”컬렉션 의상에 사용된 재료 모두 동대문에 가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요. 작은 라인스톤들이 촘촘하게 붙어 있는 건 열접착식(다리미질 같은) 핫 픽스고, N˚21이나 루이 비통은 구멍 난 스톤을 실로 꿰매서 단 비딩 방식, 버버리 프로섬은 원석에 비드 캡을 씌워 단추처럼 뒷면에서 고정한 것입니다.”

    혹시라도 서랍 속에 묵혀둔 모조 진주알 달린 앙고라 스웨터나 스팽글이 비늘처럼 촘촘히 덮인 미니 드레스를 생각하고 있다면 틀렸다. 이 유행은 단순한 반짝이 장식 패션의 부활과는 차원이 다르다. 포켓에 검정 비즈를 장식한 남성용 포플린 셔츠로 이 유행에 불을 당긴 N˚21의 알레산드로 델라쿠아는 이렇게 말한다. “현실감은 지금의 패션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나는 반복을 좋아하지 않아요. 1950~60년대에서 디테일을 가져올 순 있지만, 동시대적으로 새롭게 맞춰져야 하죠. 여자들은 다른 시대에서 온 것처럼 보이길 원치 않으니까요.” 완벽하게 차려입지 않은 캐주얼함과 실용성이 여성복에서 중요한 기준이 된 요즘, 비즈 장식은 오히려 남성복 아이템이나 스트리트 캐주얼 아이템과 짝을 이룬다. 슈룩의 스톤 장식이 달린 스냅백, 네크라인에 크리스털을 목걸이처럼 장식한 마커스 루퍼의 스웨트 셔츠, 남성적인 팬츠 수트에 프린지 비즈 베스트를 레이어드한 마르지엘라, 비즈 장식 드레스를 아디다스 스니커즈에 매치한 자일스처럼.

    미네타니의 김선영 역시 대립 구도를 연출해서 효과가 극대화되는 디자인을 제안했다. “탈착 가능하도록 제작해서, 주얼리 장식을 했을 때와 안 했을 때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 릭 오웬스풍의 어둡고 아방가르드한 의상에 화려한 비딩이 들어간 갑옷 형태를 만들면 입었을 때와 벗었을 때 느낌이 전혀 다른 옷이 될 수 있죠.” 이쯤 되면 십중팔구 ‘저 정도는 나도 만들겠는걸?’이라고 자체 제작 욕심을 부리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결국엔 사서 입느니만 못하다는 걸 알지만, 이런 유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DIY의 재미. 라이프스타일 사이트 ‘리파이너리 29(www.refinery29.com)’ 에디토리얼 어시스턴트 클로이 델리의 셔츠 제작 시연 동영상은 간단하고도 흥미롭다. 준비물은 베이식한 옥스퍼드 셔츠, 펜, 실과 바늘, 길쭉한 비즈, 라인스톤과 옷감용 풀. 비즈 3~5개로 꽃잎 형태를 만들고 옷 위에 간격을 두어 위치를 잡는다. 펜으로 점을 찍어 자리를 표시한 다음 실로 꿰매고, 라인스톤은 뒷면에 풀을 발라 비즈 중앙에 꽃술처럼 붙이면 끝. 결국 새로운 유행을 받아들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송보라
      기타
      Rory Payne, Kim Weston Arnold, James Cochrane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