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이상한 나라의 블로그

2016.03.17

by VOGUE

    이상한 나라의 블로그

    패션 블로그는 하루에도 수십 개씩 새로 생긴다. 물론 슈퍼스타가 되는 건 극소수지만 그들 중엔 기발한 블로그들이 있다. 한번 빠져들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기상천외 패션 블로그들!

    humorchic.blogspot.kr

    ‘미치광이 예술가’라는 별명의 이탈리아 일러스트레이터 알레산드로 팔롬보가 운영하는 ‘Humor Chic’. 안나 윈투어, 그레이스 코딩턴, 마크 제이콥스 등 패션 슈퍼스타들을 죄다 변기 위에 앉힌 ‘토일렛 시크’ 시리즈와 ‘패션 심슨 가족’으로 익숙한 그는 매일 한 컷씩 패션계 유력 인사들을 풍자한 일러스트를 블로그에 올린다. 가령, 밀라노 패션 위크를 둘러싼 디자이너들의 공방이 계속 되자 라거펠트 주위로 프라다, 베르사체, 아르마니가 파리가 되어 모여 드는 장면을 그리는 식. 메인 페이지에는 “연필이 종이에 닿는 순간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있지만, 어디에서 끝을 맺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작가의 말이 쓰여 있다. 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날카로운 펜 선을 보면 괜한 엄살인 것 같다. 팔롬보의 다양한 작업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면 그의 웹사이트(alexsandropalombo.com)도 방문해 보시길.

    wearthistothat.com

    돌고래가 겐조 정글 프린트 드레스를 입고 주얼리를 팔러 간다? 새침한 푸들이 지방시 봄 컬렉션 러플 드레스를 입고 빵집에 간다? 브루클린에서 함께 거주하는 룸메이트 헤더와 제프리의 블로그 ‘Wear This To That’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누구누구야, 뭘 입고 어디어디에 가려무나”라는 형식의 문장에 빈칸을 채워 일러스트로 표현하는 것. 래브라도, 불독, 코기 등 여러 종의 강아지를 묘사한 것이나, 쭉 뻗은 모델들에게나 어울릴 듯한 디자이너 브랜드 의상을 동물들(지느러미뿐인 돌고래도 컷아웃 드레스를 입을 수 있다!)에게 끼워 맞추는 상상력과 재치가 돋보인다. 직접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 빈칸을 채운 후 이메일(wearthistothat@gmail.com)로 요청하면 상상이 현실화되는 것도 목격할 수 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모든 아이디를 @wearthistothat으로 통일해 사용 중!

    rogue-vogue.com

    작년 9월호부터 매달 미국 <보그> 페이지 위에 코멘트를 달아 포스팅하고 있는 ‘Rogue Vogue’. <사기꾼 보그>라는 온라인 잡지 형식을 띤다. 편집장의 글부터 목차, 광고, 기사, 화보까지 어느 하나 빼놓지 않는 세심함, 페이지를 한 장씩 뜯어 그 위에 손글씨로 깨알같이 의견을 쓴 후, 이것을 다시 촬영해 올리는 정성을 보면 <보그> 골수팬 아닐까 싶다. 하지만 주로 내용은 이번 이미지 컷은 몇 개월 전 무슨 화보 찍을 때 같은 세트에서 찍은 것이 분명하다, 스트리트 룩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두 하이패션 브랜드다, 루어만 감독의 영화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는 진짜 이유가 뭐냐, 하는 식의 트집 잡기다. 어쨌든 블로그를 위해 매달 누구보다 미국 <보그>를 완전정복하는 열혈독자임은 분명하다.

    www.pretty-ugly.me

    패션 블로거처럼 입는 법, 셀러브리티 블로거가 되는 법, 모델 포즈하는 법 등등! 이런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블로그가 있다면? 포토그래퍼 리지가 운영하는 블로그 ‘Pretty Ugly’를 추천한다. ‘프리티’라는 단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짝 못생긴’이라는 의미가 되어버린 블로그 이름부터 흥미롭다. 자기소개를 보면 어린 시절엔 미운 오리새끼였지만 패션을 만나 평범한 오리가 됐다고 쓰여 있다. 하지만 그녀가 전수하는 노하우는 절대 평범하지 않다. 셀러브리티 블로거가 되려면 일거수일투족을 팔로워들과 공유해야 한다며, 지금 컵케이크를 들고 있다, 입에 넣고 있다, 씹고 있다, 삼키고 있다,라고 초단위로 포스팅한 것을 예로 드는 부분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모델 포즈를 위해 배가 아프거나, 팔이 빠지거나, 겨드랑이 냄새를 맡아야 한다는 식. 과열된 패션 블로거 문화를 유머를 곁들여 풍자한 방식이 기발하다.

    realmenswear.tumblr.com

    작가 마이클과 조명 디자이너 크레이튼은 보기 드문 남자 패션 블로거들이다. 하지만 브라이언 보이나 사토리얼리스트를 롤모델로 삼진 않았다. 두 남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블로그 제목 ‘Real Men Swear’에서부터 드러난다. ‘Real Menswear’라고 썼다면 ‘진짜 남성복’에 관한 블로그가 될 수 있었겠지만, 띄어쓰기 하나로 ‘진짜 남자는 욕을 한다’가 되고 만 것. 재킷 소매에 팔을 끼지 않고 어깨에 걸친다거나 맨발로 에나멜 구두를 신는다거나 총천연색의 아이템을 입는다는 건 남자답지 못 하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 한껏 차려입은 남자의 사진에 그들은 재치 있게 말풍선(대부분 욕이 섞인)을 단다. 집 안에 삐까번쩍한 오토바이를 모셔둔 수트 차림 남자의 한마디. “자기, 미안한데 거실에 모터사이클이 있어서 무슨 소리하는지 하나도 안 들려!”

    styleangelique.blogspot.kr

    특이한 블로거들 중에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주인공은 바로 헝가리 출신 모델 엔젤 바르타. ‘Style Angelique’는 그녀가 온전히 마크 제이콥스를 겨냥해 만든 것이다. 엔젤의 주장에 따르면, 5년 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제이콥스가 그녀의 스타일을 표절하고 있다는 사실. 마크 제이콥스, 루이 비통 광고들부터 모델들에게 검정 가발을 씌운 올가을 루이 비통 쇼의 컨셉까지 모두 자신의 페이스북 사진에서 영감받았다는 소리다. 그 증거를 셀 수 없이 많이 찾아 포스팅하고 있는데, 유사한 분위기가 나는 사진을 그렇게 많이 찾을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뿐. 제이콥스가 언젠가 인터뷰에서 엔젤을 언급한 적도 있으니 서로 아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런데도 영어, 독일어, 러시아어로 동시에 포스팅하는 그녀의 블로그는 피해망상 수준. 어쨌든 이미 30만 번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걸 보면 주목받는 데는 성공한 셈.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임승은
      기타
      PHOTO / COURTESY PHOTO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