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이템

반지의 여왕

2016.03.17

by VOGUE

    반지의 여왕

    6000년 반지의 역사를 통틀어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시대가 또 있을까?
    한 손가락에 여러 개, 심지어 열 손가락에 끼는 것도 부족해
    손목과 손톱까지 연결하는 지금이야말로 반지 전성시대!

    왼손 새끼손가락부터, 해골 장식 커넥티드 링은 빈티지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3개를 낀 것처럼 보이는 진주 장식 반지는 타사키(Tasaki), 골드 커넥티드 링은 빈티지 헐리우드, 나란히 착용한 V자형 반지들은 쇼메(Chaumet), 식충식물을 연상시키는 반지는 타사키. 오른손 엄지부터, 흑백 대비가 강렬한 반지들은 스와로브스키(Swarovski), 심플한 골드와 실버 너클링은 반 클리프 아펠(Van Cleef&Arpels), 진주 장식 브레이슬릿 링은 빈티지 헐리우드, 여러 톤의 골드와 실버로 레이어드한 반지들은 드비어스(De Beers), 비즈를 연결한 골드 링은 반 클리프 아펠.

    지난 연말, 비욘세는 조안 스몰스, 조단 던, 샤넬 이만이 출연한 뮤직비디오 ‘Yonce’를 공개했다. 이 아름다운 흑진주들은 처음부터 함께였던 베테랑 걸그룹처럼(‘데스티니스 차일드’ 멤버들이 보면 울고 갈!) 완벽한 호흡을 뽐내며 관능의 몸짓을 보여줬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라면 그들의 손 위에서 반짝이던 반지에 시선이 멈췄을 것이다. 아무 장식이 없는 단순한 금반지가 최대 7개까지 세로로 연결된 반지의 이름은 ‘베르베르(Berbère)’. 하이 주얼리 ‘레포시’의 3대 디자이너인 가이아 레포시 작품으로, 케이트 블란쳇, 크리스틴 스튜어트, 클레멘스 포에시, 리한나 등 거의 모든 셀럽들이 열광 중인 ‘바로 그것’(마일리 사이러스는 스타일리스트를 통해 협찬을 요청했다 거절당하자 직접 구입했다). 가이아의 할아버지 알베르토 레포시 때부터 90년을 함께해온 장인들이 옐로 골드와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까지 세팅해 만든 것이다.

    최근 몇 시즌간 패션지에서 가장 자주 언급된 주얼리 중 하나도 베르베르. 그리 대단할 것 없는 베르베르가 ‘어마무시’한 가격에도 불구,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열망하게 된 이유? 쉽게 말해, 요즘 주얼리 트렌드와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최초의 반지는 고대 이집트 시대 탄생됐다. 이때부터 왼손 중지에 반지를 끼는 것이 문화로 자리 잡아 가운뎃손가락을 ‘반지 손가락’이라 부르던 시절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가락지는 결혼한 여성들만의 전유물. 쌍가락지는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양손 엄지부터 새끼까지 열 손가락 모두 반지를 낄 수 있는데다, 서너 개를 세트로 끼는 것도 가능하다. 더 많이 낄수록 폼 나게 여겨지는 요즘, 반지 하나로 7개 효과를 주는 베르베르만 한 게 또 있을까?

    이런 흐름을 맨 먼저 주도한 것은 패션 디자이너들이다. 지난봄 루이 비통, 로베르토 카발리, 베르사체 등이 선보인 세트 반지들은 올가을 펜디, 마르지엘라, 지방시, 모스키노, 니나 리치, 생로랑 등 수많은 브랜드로 전파됐다. 그리고 런웨이 트렌드는 눈 깜짝할 새 SPA 브랜드들에게 퍼져나가 H&M, 자라, 앤아더스토리즈, 포에버 21 등에선 이미 그런 세트 반지들을 선보이고 있다(최근엔 반지 10개를 한 세트로 판매하는 중). 그리고 이런 흐름에 최고급 보석상들도 합류했다. 까르띠에, 드비어스, 쇼메 등은 3개 이상을 겹쳐 낄 수 있도록 한 세트로 출시했다. 또 반 클리프 아펠은 두 손가락에 반지를 낀 것 같은 효과를 주는 U자 형태, 타사키는 한 손가락에 반지 3개를 나란히 낀 듯한 반지를 여러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이들을 향한 패피들의 반응 역시 폭발적. 카라 델레바인, ‘manrepeller.com’의 린드라 메딘, <럭키> 편집장 에바 첸 등이 반지 예찬론자들이다.

    이토록 다양한 반지들은 각각 어떻게 불러야 좋을까? 인기 절정의 ‘너클링(knucklering)’은 손가락 마디에 끼는 반지를 모두 포함한다. 르네상스 시대에 일할 필요 없는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기 위해 상류층 여성들이 끼기 시작한 게 너클링의 시작이다(물론 지금의 가느다란 너클링은 손가락 마디마다 레이어드해도 일하는 데 별 지장이 없다). 최근에 등장한 U자 형태 반지들을 뜻하는 ‘비트윈 더 핑거 링(between the finger ring)’은 U자형의 양 끝에 커다란 원석이 장식돼 하나만으로도 두 손가락에 반지를 낀 느낌. 또 손가락 두세 개에 반지를 한 번에 낄 수 있도록 가로로 연결시킨 반지는 개수에 따라 ‘투 핑거 링(two finger ring)’ ‘스리 핑거 링(three finger ring)’ 등으로 부른다. 여러 개를 세로로 연결시킨 것은? 개별적으로 구분된 각각의 반지를 체인으로 연결한 형태라면 ‘커넥티드 링(connected ring)’ , 반지들이 관절처럼 하나로 연결돼 있다면 ‘아머 링(armorring)’이다. 그 밖에 새끼손가락에 끼는 ‘핑키 링(pinky ring)’ , 작년 가을 샤넬 꾸뛰르쇼에 등장한 손톱 위에 끼는 ‘네일 링(nail ring)’ , 팔찌와 연결된 ‘브레이슬릿 링(braceletring, 흔히 slave ring이라고 부르지만 인종차별적 문제가 있다)’ 등이 있다.

    그렇다면 온갖 화려한 반지들로 열 손가락 모두를 치장하면서도 절제된 멋을 유지하는 비법은? “주얼리가 화려할수록 의상은 심플해야 합니다”라고 가이아 레포시는 조언한다. “이건 절대 법칙이에요. 저의 멋쟁이 엄마는 늘 클래식한 수트, 화이트 셔츠와 턱시도 등 60년대 이브 생로랑 룩에 블링블링한 반지를 한가득 매치하셨죠!”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임승은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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