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상하이의 디올 전시

2016.03.17

by VOGUE

    상하이의 디올 전시

    47년 여성의 몸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곡선을 따라 ‘바 수트’란 우아한 룩을 창조한 무슈 디올! 식물로 가득한 상하이 인민공원에 들어서면, 디올 하우스의 역사가 담긴 수백 벌의 오뜨 꾸뛰르 의상이 꽃잎처럼 펼쳐진다.

    47년 2월 12일, 파리 몽테뉴가 30번지에서 자신의 첫 컬렉션을 선보인 무슈 디올. 2차 대전의 영향으로 남성적인 폭 넓고 각진 어깨선과 좁고 짧은 스커트가 유행이었던 시대에 그는 여성스러운 둥근 어깨선과 잘록한 허리, 종아리를 덮는 길고 풍성한 스커트를 선보여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는 이 혁명적인 ‘바 수트’을 완벽하게 발표하기 위해 그의 작고 아담한 살롱을 미스 디올(그의 첫 향수)의 향으로 가득 채웠다. 21세기 패션 바이블 첫 번째 장에 기록될, 디올 하우스의 탄생 배경이다.

    지난 9월부터 상하이 고층 빌딩 숲 사이에 위치한 아늑한 인민공원의 MOCA 갤러리(현대미술관)에선 디올 하우스의 찬란한 역사와 전통, 영혼이 담긴 <The Esprit Dior>이 전시되고 있다. “우아함이란 자연스러움과 단순함, 구분과 보관이 조합을 이루는 것이다. 특히 이 네 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보관이다. 당신이 옷을 고르고, 그 옷을 입고, 마지막으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생전에 무슈 디올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관’은 지금까지 하우스의 아카이브를 탄탄하고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철학이 됐다.

    지금 인민공원 내 MOCA 갤러리 안에는 ‘꽃’ 같은 여인을 사랑한 무슈 디올이 남긴 수백벌의 유작과 66년간 디올 하우스를 거쳐간 이브 생로랑과 마크 보앙, 지안프랑코 페레, 존 갈리아노, 그리고 라프 시몬스가 선보인 향기롭고 찬란한 오뜨 꾸뛰르의 세계가 판타지처럼 펼쳐지고 있다. 입구에 있는 아티스트 장 후안의 무슈 디올 초상을 시작으로 총 아홉 개 방으로 구성된 전시장 곳곳에는 중국의 현대미술가들이 완성한 설치 작품과 꾸뛰르 의상이 함께 전시됐다.

    첫 번째 방인 ‘The Dior Allure’에는 디올의 전설적인 ‘바 수트’를 비롯해 초창기 꾸뛰르 작품부터 라프 시몬스가 재해석한 뉴룩의 실루엣을 닮은 레드 코트 등을 볼 수 있다. 또 ‘뉴룩’의 실루엣을 그대로 가져온 49년에 발표한 미스 디올 향수도 함께 전시돼 있다. 두 번째 방에는 무슈 디올이 자란 그랑빌의 분홍빛 집 ‘빌라 레 륌(Villa les Rhumbs)’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가득하다. 그는 늘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꾸민 정원에 피어난 다양한 장미의 색상들을 사랑했다. 특히 낭만적인 핑크와 활기 넘치고 대담한 레드를 아낌없이 사용했는데, 지금 이곳에선 49년에 선보인 ‘디올 레드’ 드레스와 54년에 발표한 레드 립스틱, 르네 그뤼오의 아름다운 일러스트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다. 세 번째 방으로 들어서면 ‘Paris’의 밤을 느낄 수 있는 화려한 이브닝 드레스가 펼쳐진다. “리틀 블랙 드레스는 모든 여성들의 옷장에 필수적인 아이템”이라고 말하며 58년에 발표한, 리본이 아름답게 장식된 블랙 드레스와 52년에 제작된 심플한 블랙 튜브 드레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미로처럼 생긴 좁은 복도를 지나 네 번째 방은 그랑빌의 정원을 그대로 옮긴 것 같다. 무슈 디올은 “향수는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위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액세서리”라고 말하며 매 시즌 향수에 대한 애정을 쏟았다. 향수 ‘디오리시모(Diorissimo)’의 중심 노트인 은방울꽃에서 영감을 받아 57년 꽃잎이 잔잔하게 수놓인 뮤게(Muguet) 드레스와 56년에 발표한 장미 꽃봉오리가 스커트 자락에 입체적으로 장식된 핑크 드레스가 이곳에 활짝 피어 있다. 화이트로 꾸며진 다섯 번째 방에는 파리 아틀리에가 그대로 재현돼 있다. 능숙한 장인들이 수천 시간의 수작업으로 만드는 오뜨 꾸뛰르 제작 과정과 디올의 향수 ‘쟈도르’의 금실 디테일이 감기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유쾌한 공간이다.

    건축가가 되고자 했던 무슈 디올의 꿈을 반영한 여섯 번째 방에는 건축적이고 우아한 색채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 꾸뛰르 작품이 전시돼 있다. 디올은 스물셋 젊은 나이에 갤러리 두 곳을 오픈했는데, 그는 날카로운 예지력으로 칼더, 달리, 자코메티, 미로 등 20세기 미술계의 거장이 될 화가들의 작품을 수집했다. 98년 마티스의 화려한 색채를 담은 비즈 꾸뛰르 드레스와 2007년 발표한 피카소의 작품을 형상화한 블랙 스팽글 드레스 등을 이 여섯 번째 방에서 볼 수 있다. 무슈 디올의 디자인 스케치가 빼곡히 전시된 복도를 지나면, 곧장 일곱 번째 방으로 향한다. 18세기 베르사유 궁전의 화려함을 옮긴 공간으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볼가운, 이브닝 드레스, 주얼리, 향수 보틀 등에서 영감을 받은 꾸뛰르 드레스가 이곳에 전시됐다. 정교한 자수가 화려하게 수놓인 이브닝 가운과 공작새 깃털을 수놓은 드레스, 로저 비비에와 디올이 함께 만든 18세기풍 슈즈 등등. “17세기와 18세기 베르사유의 격조 높은 스타일, 당시 건축과 장식 예술, 회화 작품 등 전 세계가 감탄한 유산을 디올만의 세련된 미학으로 풀어냈습니다.”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이자 패션 사학자인 플로렌스 뮬러는 이 일곱 번째 방에 대해 친절히 설명을 덧붙였다.

    디올 하우스를 대표하는 단어인 ‘쟈도르’ 방에 들어서면, 중국 아티스트 류젠화(Liu Jianhua)가 설치한 각기 다른 크기의 황금빛 쟈도르 향수병 3,000개가 천장에 매달려있다. 베르사유의 무도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골드와 브론즈로 이뤄진 금빛 꾸뛰르 드레스를 비롯, 샤를리즈 테론이 찍은 쟈도르 영상을 볼 수 있는 곳도 이곳이다. 마지막 방은 그동안 디올을 사랑한 여배우와 왕족들에게 헌정하는 살롱. 마를렌 디트리히, 마릴린 먼로, 에바 가드너, 다이애나 비, 그레이스 켈리, 브리짓 바르도, 소피아 로렌 등 스타들의 레드 카펫 사진과 함께 그녀들이 입은 화려한 시상식 의상을 볼 수 있다.

    미스터리한 미로처럼 꾸며진 아홉 개의 방을 다 구경하면 처음 시작된 무슈 디올의 초상이 있는 입구로 연결된다. 입구에 펼쳐지는 식물들을 보자 도심 속 공원에 보석처럼 숨겨진 이곳 MOCA 갤러리를 디올이 선택한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플로렌스 뮬러는 “자연과 정원은 디올 하우스에 있어 정말 중요한 요소입니다. 무슈 디올이 꿈꾼 ‘플라워 우먼’의 아이디어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그는 꽃의 아름다움과 여성의 아름다움하나로 생각했습니다.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오뜨 꾸뛰르는 파리지엔을 상징하기도 하고, 완벽한 아름다움을 탐색하는 건 디올의 정신입니다. 전통과 역사를 가진 꾸뛰르의 정신과 동시대적인 감성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것이 디올 하우스의 숙제입니다”라고 하우스의 정신에 대해 설명했다.

    디올 오뜨 꾸뛰르 전시는 11월 10일까지 계속된다.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이 여성의 몸을 통해 투영되는 최고의 예술 작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The Esprit Dior> 전시를 부디 놓치지 마시라!

      에디터
      패션 에디터 / 김미진
      기타
      PHOTO / Courtesy of D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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