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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힙합 소년, 기리보이

2016.03.17

by VOGUE

    달콤 살벌한 힙합 소년, 기리보이

    기리보이의 3집 앨범 커버는 핑크색이다. 기리보이가 입고 있는 옷도 배경도 핑크다.
    딱히 의도한 바가 있었다기 보단 그냥 입었을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 그의 음악과 닮았다.

    도트 프린트 코트는 겐조(Kenzo), 노랑 티셔츠는 크리스 반 아쉐(Kris Van Assche at Koon), 카무플라주 패턴 하프 팬츠는 겐조, 슬립온은 반스(Vans).

    도트 프린트 코트는 겐조(Kenzo), 노랑 티셔츠는 크리스 반 아쉐(Kris Van Assche at Koon), 카무플라주 패턴 하프 팬츠는 겐조, 슬립온은 반스(Vans).

    기리보이는 어두운 힙합 세계에 핑크 스모그를 뿜어대는 래퍼다. 예쁘긴 한데 좀 나쁘다. 신선하고 편안한 멜로디에 말랑한 가사를 덮어 한 번에 귀를 사로잡지만, 가사도 비트도 멜로디도 예상대로 흘러가질 않는다. 달콤하게 톡 쏜다. 짜릿하다. 탄산음료처럼 자꾸만 중독되는 맛이다. 공연 때마다 여성 팬들을 몰고 다니는 기리보이의 이번 앨범 제목은 ‘성인식’이다. “소년과 남자의 경계는 ‘얼마나 많은 문제를 겪었는가’라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집에서 혼자 곡을 만들고 혼자 잘한다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지금은 좋은 일, 안 좋은 일 다 겪으면서 나만의 ‘생각’이라는 게 생겼어요. 아버지가 왜 그렇게 매일 피곤했는지 이해가 가는 마음이기도 해요.”

    3집 앨범을 만들기 직전, 기리보이는 <쇼 미 더 머니 3>에 출연했다. 공격적인 랩 스타일을 요구하는 프로그램 성격 때문에 그의 랩 실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얻은 게 더 많은 방송이었다. 인지도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방송 출연 전까지 많이 알려질수록 희소가치가 떨어진다고 보는 입장이었다. “덕분에 랩의 맛을 알았죠.” 경쟁심도 생겼다. 사실 그는 래퍼를 할 생각이 없었다. “원래는 프로듀서만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자꾸 래퍼라고 부르니까 ‘그래, 알았어, 하자, 해!’ 이렇게 된 거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아주 재미있어요. 예전에는 제가 잘하는 티도 안 냈어요. 그런데 이번 앨범에서는 좀 티를 냈죠. ‘좀 해’라는 곡에서 ‘좀이 아냐 좀 해’ 같은 가사도 그렇고, 랩 스킬에도 집착했고요.”

    검정 점퍼는 라프 시몬스x프레드 페리(Raf SimonsXFred Perry), 검정 반바지는 지방시(Givenchy at Boon The Shop), 투톤 슬립온은 반스.

    검정 점퍼는 라프 시몬스x프레드 페리(Raf SimonsXFred Perry), 검정 반바지는 지방시(Givenchy at Boon The Shop), 투톤 슬립온은 반스.

    기리보이의 음악은 힙합의 범주를 넘어선다. R&B, 록, 어쿠스틱, 일렉트로닉 등의 감성이 모두 담겨 있다. 스윙스가 피처링한 데뷔곡 ‘You Look So Good To Me’부터 그랬다. 기리보이 역시 예전부터 “리듬이나 베이스가 힙합에 가까울 뿐, 그냥 아무것도 아닌 장르의 음악을 한다”고 말해왔다. 2집 <육감적인 앨범>의 ‘Skit’ 같은 곡만 봐도 그의 음악을 단순히 ‘멜로디 힙합’으로 규정하긴 어렵다. ‘기리보이 뮤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음악을 해온 지 4년. 그의 음악 덕분에 힙합을 좋아하던 사람도, 들어본 적 없던 사람도 힙합을 듣는다. 친구이자 동료 래퍼인 천재노창은 그래서 이런 멋진 말도 남겼다. “기리보이 같은 음악을 하는 사람은 있어도 기리보이보다 먼저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한 사람은 없다!” 한마디로 힙합을 퍼뜨리는 음악이다.

    상징과 은유가 넘치는 근사한 가사는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하다. 저스트 뮤직 동료들은 작사 능력에 있어서 그를 늘 1순위로 꼽는다. 동일한 사물을 전혀 다른 각도로 보는 그의 시선은 굉장히 흥미롭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음악을 들은 게 도움이 된 거 같아요. 이 노래는 우울해서 좋고, 이 노래는 행복해서 좋고… 저는 별로라고 생각하는 음악도 다 들어요. 진짜 별로인 곡도 좋은 부분이 있고 배울 점도 있어요.” 한때 로커의 꿈을 꾸기도 했지만 아버지가 기타를 사주지 않아 돈이 전혀 들지 않는 랩을 시작했다는 기리보이가 직접 곡을 만들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부터다. 인터넷에서 크루를 조직해 언더그라운드 래퍼로 활동을 시작했다. 긱스, 지코와의 인연도 이때부터다.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이어지던 중 스윙스의 제안으로 저스트 뮤직 레이블에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오버그라운드 음악 활동을 하게 됐다.

    “좋아하는 건 정말 음악밖에 없어요. 원래는 음악을 하는 것보다 듣는 게 더 재미있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건 내가 만든 음악을 내가 듣는 것. 취미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잖아요.(웃음)” 정규 앨범 외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곡만 해도 60곡이 넘는다.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미공개곡은 셀 수 없을 정도다. 기리보이는 여전히 풀어내고 싶은 음악이 많다. 그는 변함없이 듣고 싶은 음악만 만드는데, 사람들이 이제 그 음악을 좋아한다. 기리보이의 감성이 세상과 제대로 통했다. “이미 꿈은 다 이뤘어요. 지금은 뭔가 어려지는 게 꿈입니다. 예명에 ‘보이’를 붙인 것도 철들 생각이 없어서예요. 4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어요.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더라고요. 저는 망하진 않을 거 같아요.”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조소현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스탭
      스타일리스트 / 김욱 헤어 / 윤성호 메이크업 / 강석균
      장소 협찬
      대림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당구장
      작품 제공
      빠키 VAKKI : 불완전한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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