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DRESS TO KILL

2023.02.26

by VOGUE

    DRESS TO KILL

    [ 하상백 • ‘지기’ ]
    처음 본 순간 한눈에 반해버린 지기 (Ziggy). 지기는 주인인 하상백만큼이나 가냘픈 몸매에 동그란 눈매를 가진 이탤리언 그레이하운드다. 지기를 처음 만난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7년 전 치와와를 키우고 싶어 동물 병원에 갔었죠. 지기를 처음 봤을 땐 치와와인 줄 알았어요.” 주먹만 한 어린 지기가 ‘스윽’ 일어났는데 세련미가 넘치는 데다 귀족스러운 풍모까지. 게다가 다리도 엄청 긴 게 아닌가! 그래서 치와와를 포기하고 지기를 데려왔다. 깡마른 지기는 어찌나 추위를 잘 타는지 온몸으로 오돌오돌 떨 때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주인 품을 찾고, 옷 입는 것도 좋아한다. “지기는 자존심이 세고 무척 도도한 아이예요.” 하상백이 직접 만든 메탈 펜던트와 금빛 초커, 기다란 프린트 망토를 걸친 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스타일리시’하다. 참, ‘지기’라는 이름은 목뒤 번개 모양의 털을 보고 지어준 것. 데이비드 보위의 ‘지기 스타더스트’ 시절 상징이던 이마의 번개를 닮았다나? 멋쟁이 개와 딱 어울리는 이름이다.

    [ 주미 림 • ‘새이디’ ]
    진주와 알록달록 스터드가 가득 박힌 펑키한 목걸이와 모자로 한껏 멋 부린 이 멋쟁이 개의 이름은 새이디(Sadie). 뉴욕에서 활동 중인 주얼리 디자이너 주미 림의 반려견이다. 12년 전 새이디는 주미 림을 만나기 위해 콜로라도에서부터 뉴욕까지 먼 여행을 했다. 주미 림이 브리더(판매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새끼를 분양하는 게 아닌, 견종의 혈통을 보호하거나 품종 개량을 목적으로 강아지를 교배해 분양하는 전문가) 로부터 새이디를 분양 받았기 때문이다. 품종은 미니 닥스. 친척뻘 되는 개가 닥스훈트다. 새이디를 입양한 후 주미 림의 생활은 달라졌다. 매일 아침 침대로 뛰어올라 주인의 얼굴을 정신 없이 핥아대는 새이디와 사무실로 함께 출근하고, 하루 종일 직원들을 쫓아다니며 간식을 달라고 조르는 귀여운 아가씨를 위해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고 노력한다. 말괄량이지만 톰보이 같은 성격을 지닌 새이디가 정말 좋아하는 건 바로 여행! 주말이면 주미 림은 짧은 여행을 자주 계획하는데, 눈치 빠른 새이디는 주인이 가방을 싸기 시작한 순간부터 펄쩍펄쩍 뛰면서 흥분한다. 이런 새이디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나.

    [ 먼데이에디션 • ‘복희’ ]
    [ 마 타레오 • ‘섭섭’과 ‘들섭’ ]
    “고양이는 사람을 귀찮게 하는 일이 없어요. 우리 고양이들은 더 그렇죠.” 주얼리 브랜드 먼데이에디션의 김사라와 남성복 브랜드 마타레오(Mataleao)의 안건 커플은 자신들이 키우는 고양이들을 데리고 데이트를 즐긴다. 김사라의 고양이 ‘복희(여덟 살)’와 안건의 고양이 형제 ‘들섭’과 ‘섭섭(한 살)’은 모두 코리안 쇼트헤어로 누가 누군지 구별이 안 될 만큼 외모도 성격도 비슷하다. “좀 덜 섭섭하게 생긴 녀석이 들섭입니다. 하하!” 의자 위에 얌전히 앉아 있는 들섭이와 선인장 뒤로 몸을 숨기기에 바쁜 섭섭이, 바닥에 있는 복희까지 세 마리 모두 입양될 당시는 길냥이 신세였다. 들섭이와 섭섭이는 한남동 먼데이에디션 매장 근처에서, 복희는 강원도 최전방 군부대 뒷산에서 발견됐다. “복희는 당시 다니던 회사 동료의 남자 친구가 휴가 나오면서 발견한 아이예요. 돌봐줄 사람을 찾더군요. 그렇게 복희와의 인연이 시작됐죠.” 세 마리 고양이 모두 독립적인 성향을 지닌 덕분에 함께 있어도 ‘시크하게’ 잘 지낸단다. “복희는 집에 있을 때도 제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요. 우린 서로에게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쿨한 사이죠. 그렇지만 퇴근하면 현관까지 나와 반겨준답니다. 그런 복희의 은근한 애정 표현이 전 더 사랑스러워요.”

    [ 박승건 • ‘푸시’와 ‘버튼’ ]
    닮은 듯 너무 다른 푸시와 버튼. 푸시버튼의 디자이너 박승건과 먼저 인연을 맺은 건 왼쪽 열 살 짜리 푸시. 옛 사무실 옆 광고 회사가 이사 가면서 버린 개를 데려와 버튼이와의 인연도 시작됐다. 주인을 그리워하며 그곳을 떠나지 않는 버튼이를 내버려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버튼이 때문에 푸시는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애교 많고 젊고 사교적인 버튼이가 단숨에 회사 식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빠의 지극한 사랑 1순위는 언제나 푸시. 덕분에 지금은 서로를 존중하며 잘 지내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그 예쁜 푸시의 눈빛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 백내장에 걸려 양쪽 눈 모두 시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의기소침한 푸시를 볼 때면 아빠 마음은 언제나 안타깝지만, 푸시는 아빠의 사랑으로 모든 것을 극복하며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 계한희 • ‘휘남’ ]
    디자이너 계한희의 반려견은 납작한 코가 사랑스러운 퍼그종의 휘남이. ‘빛나는 남자’가 되라고 계한희의 아버지가 그리 이름 지어주셨단다. 이제 세 살 반인 휘남이는 오이와 양배추를 좋아하는 채식주의자. 그런 휘남이의 먹거리 취향을 고려해 엄마는 촬영 의상으로 인조 모피 숄을 만들어줬다. 리한나의 모피 코트에서 영감을 받은 이 숄은 흑인 배우(사무엘 잭슨을 닮지 않았나?) 같은 외모의 휘남이에게 딱 어울리는 아이템. 거무튀튀한 털 색도 비비드 컬러가 커버했다. 외모와는 달리 휘남이는 얌전하고 순해서 실내에서 키우기에 딱 좋단다. 또 사교성도 있어 처음 만난 사람이나 강아지와도 금세 친구가 된다. 그런 성격 좋은 휘남이도 가끔 삐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소파 아래 숨어서 나오질 않는단다.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작명해준 할아버지를 엄마보다 더 좋아해 가끔 질투가 나긴 하지만, 그런 휘남이가 있어 너무 행복한 엄마다.

    [ 코우리 • ‘아보’ ]
    프렌치 불도그 아보는 코우리의 황유나가 미국 유학 시절부터 기르던 강아지다. 원래 지인이 기르던 개였는데 그가 다른 도시로 이사하면서 황유나와 인연이 시작됐다. 하지만 각별하던 첫 주인과 이별을 겪은 아보는 황유나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오랫동안 현관에 앉아 있곤 했어요. 옛 주인을 기다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죠.” 하지만 착하고 영리한 아보는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갔다. “정성껏 돌봐주니 아보도 곧 사랑을 주더군요. 뉴욕 시절 정서적으로 아보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특히 3.1 필립 림의 브랜딩 코디네이터로 일하던 시절엔 아보와 출퇴근을 매일 같이 했다. 사랑스럽고 애교 많은 아보는 동료들에게도 인기 만점. 필립 림조차 자신의 개 올리버보다(아보보다 몸집이 더 큰 프렌치 불도그) 아보를 더 귀여워할 정도였다. “아보가 안 보여 찾으면 늘 필립 림의 아틀리에에 가있는 거예요. 무릎 위에 앉혀놓고 일할 정도로 우리 아보를 예뻐했어요.” 사랑받는 만큼 사랑할 줄도 아는 아보는 어찌나 사람을 좋아하는지, 매일 오후 방문하는 택배 기사마저 (코우리는 온라인 전문 브랜드) 반긴다. “오후 5시만 되면 문 앞에 앉아 있어요. 택배 기사님을 맞이하기 위해서요.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요?”

    [ 신장경 • ‘샤넬’ ]
    검은 고양이 샤넬(Chanel)은 10년 전 신장경의 삼성동 사옥 앞 골목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직원 한 명이 아사 직전인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들어왔고, 신장경은 그런 고양이가 너무 가여워 병원으로 곧바로 달려가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영양제를 먹여 살려냈다. 그 후 10년 동안 샤넬은 신장경과 회사 식구들의 애정 어린 보살핌을 받으며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랐다. 약간 사시인 눈도 문제 될 게 없었다. “어릴 땐 주머니 안에 넣고 가봉할 정도로 늘 곁에 두고 예뻐했죠. 지금은 컸고, 자기 생활이 있어 그러지는 못하지만요.” 샤넬이 가장 좋아하는 건? 빵과 치즈, 그리고 부드러운 촉감의 실크! 아빠가 디자이너 아니랄까 봐 앉을 때도 꼭 실크 원단 위에 앉고, 원단실의 값비싼 원단을 곳곳에 물어다놓는 게 버릇이다. 촬영을 위해 빵모자와 땡땡이 스카프로 한껏 멋을 부렸지만, 샤넬은 낯선 이들의 방문이 영 불편한 눈치다. 하지만 평소엔 햇살 가득한 정원에서 나른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기다란 꼬리를 빳빳이 세우고 날씬한 네 다리로 정원을 유유히 걸을 때면 캣워킹이 따로 없어요. 정말 매력적이죠.”

    [ 김재현 • ‘제타’ ]
    김재현의 강아지 제타(Zeta)는 아직 5개월밖에 되지 않은 새끼 강아지. 그런 만큼 김재현은 작업실 바로 옆에 제타의 놀이방을 마련해놓고 틈날 때마다 제타를 보러 간다. 베들링턴 테리어종 특유의 인형 같은 외모가 특징인 제타는 절친인 채정안이 그녀에게 선물한 강아지. 엉겁결에 데려오긴 했지만 개를 키워본 적이 한 번도 없기에 처음 2주간은 ‘멘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귀여운 강아지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단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강아지는 없을 거예요. 애교가 끝내주지요!” 제타를 위해 그녀는 세련된 줄무늬 니트, 럭키슈에뜨의 상징인 부엉이가 그려진 집, 그리고 밥그릇까지 만들어줬다. 인형처럼 귀여운 천방지축 제타의 장기는 뽀뽀 세례. 특히 간식 앞에선 한없이 약해지는데 엄마는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요즘 엎드리기를 배워 손가락만 까닥해도 바닥에 드러눕는 제타. 휴일에도 제타와 함께 뒹굴면 시간이 절로 간단다.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어요. 덕분에 잠도 엄청 잘 자요. 제타가 있는 지금 정말 행복해요!”

    [ 젬마양 • ‘제이’ ]
    <보그> 촬영을 위해 제주에서 막 도착한 구두 디자이너 양현선은 8개월 된 비숑 프리제 제이 (Jay)를 어린아이처럼 포대기에 업고 왔다. 다른 한쪽 어깨에 멘 가방 속엔 제이의 간식과 기저귀, 물티슈 등이 들어 있으니 영락없는 아기 엄마의 외출 차림! 제이는 남편과 함께 우연히 애견 숍에 들렀다가 보게 됐고, 한눈에 반해버려 입양했다. 그런 제이는 늘 엄마의 주변을 맴돌며 장난치고 덤벼들고 휘젓고 다니는 것이 특기지만, 아직은 손이 많이 가는 새끼 강아지. 얼마 전 이사 간 제주 집엔 제이가 맘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 많아 다행이다. 먹기도, 놀기도, 배우기도 열심인 제이가 가장 사랑스러울 땐? 정신없이 먹이를 먹어치울 때와 쌔근쌔근 잠잘 때!

    [ 슈콤마보니 • ‘태양’과 ‘혜영씨’ ]
    어린 시절부터 항상 개와 함께 지내온 슈콤마보니의 이보현은 진정 ‘Dog People’이다. 물론 책임감이 따르고 신경 써야 할 일도 많지만, 존재만으로도 이 모든 것을 잊게 할 만큼 우리 사람들에게 주는 기쁨은 크다. 슈콤마보니의 구두와 포즈를 취한 흰색 몰티즈종 태양이와 갈색 토이푸들 혜영씨가 그녀에겐 바로 그런 존재다. 태양이는 딸이 입양해온 강아지인데, 미국으로 유학 가면서 외로운 엄마를 위해 한국에 남기고 간 아이. 혜영씨는 지인을 통해 입양한 강아지로 배우 이혜영이 한동안 돌봐줬다. 그 공로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이름을 혜영씨라고 지어줬다. 여덟 살인 태양이는 이름처럼 밝고 활발하다. 반면 여섯 살 혜영씨는 은근 사고뭉치. 하지만 이보현은 혜영씨를 여전히 ‘애기’라고 부르며 사랑한다. “세상에 나를 이렇게 좋아하고 아껴주는 존재들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나를 좋아해요. 그러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태양과 혜영씨를 위해 그녀는 각각 검정과 흰색 후드 티를 만들었다 “귀여운 강아지 옷은 많지만 세련된 스타일이 좀처럼 없어요. 앞으로 슈퍼콤마비를 통해 애견용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옷뿐 아니라 밥그릇이나 쿠션 같은 아이템도 구상 중이에요. 기대하세요!”

    [ 정욱준 • ‘주니’ ]
    12년간 동고동락하던 반려견 ‘야미’를 떠나 보낸 후 적적해하던 정욱준에게 찾아온 건 새까만 페키니즈 ‘주니’. 야미가 세상을 떠난 후 상심하던 그를 위해 친구가 조심스럽게 입양을 권유했다(야미는 하얀 페키니즈였다). “야미 아닌 다른 개를 키우는 건 생각해보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끌리더군요. 막 태어난 주니의 사진을 먼저 봤는데, 일주일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야미에겐 많이 미안하지만 지금은 둘이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주니는 한마디로 고양이 같은 개다. 주인의 관심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쉽게 다가서지 않는, 한마디로 ‘밀당’을 즐기는 강아지다. 새까만 털 뭉치에 콕콕 박힌 커다란 눈, 납작한 코 등 독특한 외모와 명랑한 성품을 지닌 주니.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를 반짝이고는 아빠와 항상 눈을 마주치며 마음을 전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든 날이면 주니가 슬며시 다가와 한쪽 발을 내 다리 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있어요. 그런 주니의 마음을 제가 너무 잘 알지요. 릴랙스 하라는 거죠. 그럴 때면 정말 스트레스가 눈 녹듯 사라져요.” 제멋대로이고 차갑게 굴다가도 지친 아빠에겐 폭풍 애교와 절대 복종으로 기쁨을 주는 강아지. 주니는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녀석이다.

    [ 양태오 • EXR 김병돈 • ‘깜미’ ]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는 친구(EXR 디자이너 김병돈)의 애완견 깜미를 위해 특별한 침대를 만들었다. 그가 좋아하는 빅토리안 시대(모든 게 호사스럽던 그 시절 개 침대도 처음 등장했다)에서 영감을 받은 이 침대는 프렌치 불도그 깜미의 외모와 잘 어울리는 골드 프레임에 부드러운 극세사 인조 모피 쿠션이 특징인 디자인. 엎드려 있기를 좋아하는 깜미의 취향을 고려해 턱을 괼 수 있는 동그란 쿠션도 추가했다. 김병돈과 함께 양태오의 계동 집에도 자주 놀러 오는 깜미는 얌전하고 사람을 잘 따른다. 그런 붙임성 있는 성격 덕분에 주인의 지인들에게도 무척 사랑받는 강아지(깜미가 하고 있는 개 목걸이는 정욱준이 파리에서 직접 사다 준 것). 깜미의 매력에 푹 빠진 양태오도 프렌치 불도그를 키우고 싶었지만, 깜미 같은 혈통 좋은 아이는 입양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려 포기했다(김병돈도 깜미를 입양하기 위해 1년을 기다렸다). 대신 2개월 된 차우차우가 양태오의 새 식구가 될 예정이다. 주인 김병돈은 얼굴 표정이 다채로운 깜미에겐 사람 같은 매력이 있다고 전한다. 프렌치 불도그는 대체적으로 온순한 편이지만 깜미를 잘 돌보기 위해 교육도 따로 받았을 만큼 애정이 각별하다. “개를 입양할 땐 주인도 교육을 받으면 좋아요. 특히 저 같은 직장인에겐 더 필요하죠. 개가 하루 종일 혼자 지내다 보면 분리 불안증이 올 수 있거든요. 제 경우 퇴근하면 처음 30분은 일부러 모른 척해요. 깜미도 마찬가지고요. 그러고 나면 서로 좋아서 어쩔 줄 모르죠.” 올가을엔 깜미를 시집 보낼 예정이다. 태오 삼촌이 만들어준 포근한 침대에서 로맨틱한 첫날밤을 보내면 좋을 듯.

    [ 미수아바흐브 • ‘뭉이’ ]
    컨셉추얼 니트 브랜드 미수아바흐브의 디자이너 김미수는 러시안블루 뭉이와 함께 지낸다. 작업실에 사는 뭉이와는 일주일에 5일 이상 붙어 지낼 정도로 각별한 사이. 다섯 살 뭉이는 3년 전 직원이 유학을 떠나며 남기고 간 고양이다. 뭉이라는 이름은 사고뭉치라서 지어준 별명. “뭉이는 전형적인 고양이 성격을 지녔어요. 사람을 잘 따르다가도 금세 신경을 곤두세우고 날카로워지곤 하죠. 한마디로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녀석이에요.” 까칠한 뭉이가 좋아하는 건? 김미수가 만든 푹신한 쿠션과 니트로 감싸 만든 장난감. 요즘 주인을 약 올리는 것에 재미가 들려 쿠션을 물어뜯고, 토라지면 창고 구석으로 숨어 들어가 애를 태우곤 하지만, 늘 김미수 주변을 조용히 맴돌며 보디가드를 자처하는 녀석. 그런 뭉이가 있어 김미수는 늘 든든하다.

    [ 로우 클래식 • ‘샘플’과 ‘가봉’ ]
    앙증맞은 스냅백을 쓰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는 귀여운 외모만큼이나 재치 넘치는 이름을 가졌다. <장화 신은 고양이>의 주인공인 왼쪽 스코티시폴드 종은 샘플이, 그 옆 브리티시 쇼트헤어종은 가봉이다. 짐작하겠지만, 주인이 패션 디자이너들(로우 클래식의 디자이너 황현지와 이명신)이다 보니 붙인 이름이다. 회사 식구들의 사랑까지 독차지하고 있는 녀석들은 사실 부부가 될 뻔했다. 원래 수컷 가봉이의 신붓감으로 샘플이를 입양한 것. 그러던 어느 날 샘플이가 4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가출을 했고, 며칠 만에 한 동물 병원에서 샘플이를 찾았다. 샘플이를 보호하던 동물 병원에서 ‘수컷’ 브리티시 쇼트헤어라고 하는 바람에 잠시 혼선이 있었지만, 결국 샘플이의 정확한 성별은 그때 밝혀졌다. 둘 다 수컷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둘은 부부처럼 잘 지낸다. 샘플이가 살짝 까칠하지만 가봉이가 워낙 온순해 둘은 찰떡궁합이다. 오늘 카메라 앞에선 겁 많고 수줍음 많은 가봉이지만 실제로는 엄청 사람들을 잘 따르는 편. 덕분에 스튜디오 식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샘플이 역시 도도하긴 해도 사람을 좋아해 애교도 곧잘 부린다. 낮이고 밤이고 디자인실을 지키며 이명신과 황현지의 벗이 돼주는 가봉이와 샘플이. 늘 반갑게 맞아주는 이들이 있기에 디자인실 가족들의 출근길은 언제나 즐겁다.

    [ 비욘드 클로젯 • ‘체크’ ]
    동글동글한 외모가 언뜻 비숑 프리제를 닮은 푸들 체크(Check)는 간만의 나들이가 무척 신나는 모양이다. 털이 복슬복슬한 앙증맞은 네 다리로 비욘드 클로젯 매장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노는 모습이 꼭 소풍 나온 꼬마 같다. “얼마 전 테디베어 컷으로 다듬어줬어요. 개 미용에도 유행이 있답니다.” 정신없이 놀다가도 고태용이 부르면 어김없이 달려와 안기는 애교 넘치는 강아지 체크. 체크의 장기는 두 다리로 앉아 있기, 턱을 쭉 내밀고 나른하게 엎드려 있기라고 아빠는 자랑이다. 그런 체크에게 고태용이 만들어준 건 알록달록한 후드 티와 흰색 팬츠. 어딜 가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차림새다. 체크 덕분에 고태용의 생활 패턴도 바뀌었다. 날이 환하게 밝아오면 무조건 침대 속으로 달려드는 체크 덕분에 아침형 인간이 됐고, 산책도 자주 하는 등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게 됐다. 늦은 밤이나 새벽에 집에 돌아와도 어김없이 달려 나와 꼬리 치며 반기는 체크! “강아지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죠. 정이 안 들 수가 없어요. 체크를 볼 때마다 ‘가족애’라는 말이 새삼 실감 나죠.”

    [ 스티브앤요니 • ‘래쉬’ ]
    스티브앤요니 디자이너 정혁서와 배승연의 반려묘 타쉬와 래쉬, 그리고 쭈쉬. 아틀리에에 사는 세 마리 고양이는 촬영 스태프들이 낯설어서인지 이내 꼬리를 내려뜨렸다. 얼마 전 새 보금자리인 가로수길 아틀리에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럴 수도 있다. 수줍음 많은 래쉬는 요니 품속으로 파고들기 바쁘고, 나머지 두 녀석은 집으로 들어가 꼼짝도 하지 않는다. 검정 고양이 타쉬(세 살)와 노랑 고양이 래쉬 (세 살)는 이효리가 입양한 유기묘가 낳은 새끼들. 타쉬와 닮은 검정 고양이 쭈쉬(두 살)는 새끼 때 거리에서 구조된 유기묘다. 세 마리 고양이들이 이들 커플과 함께한 지 3년째. 개성 넘치는 고양이들 덕분에 아틀리에는 조용할 틈이 없다. 하지만 세 마리 모두 성격이 까다롭지 않고 사람들을 잘 따르는 착하고 얌전한 고양이들이다. 사실 이태원 아틀리에 시절 눈에 띄는 고양이는 단연 타쉬. 특히 래쉬는 상대적으로 낯을 가려 리빙 촬영에서도 겨우 한 컷만 찍혔다. 그래서 이번엔 새침한 암컷 고양이 래쉬만 찍기로 했다. 요니가 예쁜 레이스 목 장식을 둘러주자 래쉬는 싫지 않은지 카메라를 향해 착한 포즈를 취해줬다. “작년엔 래쉬 얼굴을 프린트한 에코백을 선보였어요. 타쉬, 쭈쉬 역시 제게 늘 영감을 준답니다. 지금도 이 아이들과 뭘 할 수 있을까 구상 중이에요!”

    [ 로사.K • ‘리사’ ]
    자그마한 체구의 셔틀랜드 시프도그 리사(Lisa)는 주인인 김유정이 디자인한 로사케이 가방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리사는 요즘 3개월째 애견학교에서 지내고 있다. 이날 <보그> 촬영을 위해 잠깐 외출 나온 것. 아직 어리지만(8개월) 고도의 집중력을 보여주는 리사의 의젓한 모습에 김유정은 촬영 내내 싱글벙글이다. “리사는 지인의 개가 낳은 아이랍니다. 리사의 어미 개 미모가 워낙 출중해 임신 소식을 듣고 입양을 기다렸죠.” 사실 그녀에겐 오랫동안 함께하던 반려견이 있었다. 리사를 입양하게 된 이유도 파리 유학 시절부터 함께 지내던 애견 끌레오가 너무 그리웠기 때문이다. 골든 레트리버 끌레오는 김유정이 열두 번째 주인이었을 만큼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든 개였다. 하지만 김유정과 지낸 후 3개월 만에 말 그대로 ‘개과천선’했고, 2005년 귀국한 후에도 5년 전까지 함께 지냈다. “딸아이가 여섯 살이 되자 무지개다리를 건넌 끌레오 생각이 더 많이 나더군요. 끌레오의 따뜻한 눈빛도 그립고요. 강아지와의 교감은 사람에게 엄청난 힘을 주죠. 딸에게도 그걸 가르쳐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리사가 집에 오니 여섯 살 난 딸아이와 부딪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서열 정리도 필요했고, 기본 예절을 가르치는 게 리사나 저희 가족에게 도움이 될 것 같더군요.” 아직 한 달이란 교육 기간이 남았지만 영특한 리사는 벌써부터 매너가 달라졌다. “리사에게 대단한 걸 바라지는 않아요. 좋은 눈빛, 착한 마음씨, 인내심… 그래야 함께 할 수 있는 게 많아져요. 가장 귀엽고 예쁜 리사의 모습을 우리 가족이 놓친 게 너무 아쉽지만, 다음 달이면 집으로 돌아와요. 너무 기대가 됩니다!“

    [ 곽현주 • ‘나디아’ ]
    “나디아의 이름은 물론 슈퍼모델 나디아 아우어만에서 따온 거예요. 제가 나디아 아우어만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흰 털로 뒤덮인 페르시아고양이 나디아는 나디아 아우어만처럼 늘씬한 편은 아니지만 동글동글한 몸매가 오히려 사랑스럽다. 곽현주가 나디아를 가족으로 맞이한 지는 올해로 13년째. 남편과 시동생이 온 동네를 뒤져 찾아낸 혈통 있는 고양이로 부부뿐 아니라 시댁 식구들까지 모두 나디아를 귀여워한다. 성격이 순하고 까탈스러운 구석이라곤 전혀 없지만, 워낙 낯을 가려 이날 촬영에 무지 애를 먹었다(하긴 고양이에게 옷을 입히고, 진주 목걸이에다 모자까지 씌웠으니!). 하지만 엄마와 둘만 있을 때면 어찌나 애교를 부리는지! 낮이고 밤이고 엄마 뒤만 졸졸 따르는 개냥이다.

      에디터
      손은영
      포토그래퍼
      HYEA W. KANG, CHA HYE KYUNG, HWANG IN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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