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화보

피터 필립스의 매니페스토

2016.03.15

by VOGUE

    피터 필립스의 매니페스토

    여성의 아름다움은 어디까지일까? ‘여자를 아름답게 만들 뿐 아니라 더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무슈 디올의 말에 답이 있다. 디올의 피터 필립스가 우리 여자들을 위한 새로운 매니페스토를 완성했다.

    P PHILIPS - par Willy Vanderperre

    올가을 패션 위크가 한창이던 지난 3월,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앞. 주변 건물만한 흰색 텐트가 단 한 번의 패션쇼를 위해 지어졌다. 거대한 꽃이나 화려한 조명 장식 없이 그저 연분홍과 직선만으로 완성된 디올 쇼장이 그것이다. 이 깔끔한 공간으로 56벌이 등장하고 난 뒤, 디올을 통해 라프 시몬스와 함께 당대 ‘모던 뷰티’를 완성하는 인물을 만나기 위해 백스테이지로 들어섰다. “반가워요! 피터 필립스입니다.” 문을 열자마자 반갑게 인사를 건넨 피터 필립스의 손등은 섀도로 알록달록하게 얼룩져 있었다(화가의 팔레트를 보는 듯했다). 지난 2014년 디올 하우스에 합류한 그는 ‘메이크업 크리에이티브 & 이미지 디렉터’라는 공식 타이틀을 가졌다. 그에게 이번 컬렉션은 의미가 다르다. 자신만의 첫 번째 메이크업 컬렉션 제품을 선보이는 쇼였으니까.

    PETER PHILIPS(이하 PP) 쇼를 마치고 인터뷰를 기다렸어요. 30분 사이 백스테이지가 놀랍도록 말끔해졌죠?

    VOGUE KOREA(이하 VK) 당신과 만나기로 한 현장이 꽤 복잡할 것 같았어요. 가령 화장을 지우고 있는 한느 개비 오딜을 마주친다거나(인사를 나누는 동안에도 스태프들은 우리가 앉을 테이블을 빼곤 모조리 철수했다).
    PP 제겐 익숙한 일이에요. 곧 이 구조물도 신기루처럼 사라질 텐데요.

    VK 지난달 서울에서 인사를 나눈 후 두 번째 만남이네요. 쇼를 보는 내내 과감한 메이크업에서 눈을 뗄 수 없었어요. 라프 시몬스의 옷과도 완벽하게 어울렸죠.
    PP 이번 시즌 라프 시몬스는 ‘애니멀리즘’에 빠졌어요. 날렵한 테일러드 의상에 동물적 요소가 가득했죠.

    VK 맞아요. 1947년 무슈 디올의 레오퍼드 프린트가 떠오르더군요.
    PP 라프 시몬스의 변칙적 컬러 플레이나 비대칭 실루엣 같은 예측 불가능한 장치들이 영감을 줬어요. 저는 카키, 플럼 섀도 사이에 갑자기 블루 섀도를 집어넣었어요. 예상치 못한 컬러 조합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VK 올가을, 당신이 구성한 첫 번째 메이크업 컬렉션이 공개된다고 들었어요. 라프 시몬스가 선보이는 디올 컬렉션도 참고하나요?
    PP 저는 디올 뷰티를 책임지는 아트 디렉터로서 저만의 메이크업 컬렉션을 진행합니다. 라프 시몬스처럼요. 구상부터 실현까지 각자의 작업이죠. 그렇게 완성된 컬렉션이 8월에 공개될 ‘코스모폴라이트 (Cosmopolite)’ 라인입니다. 당연히 이번 쇼에 사용했죠.

    VK 코스모폴라이트 컬렉션을 구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뭐죠?
    PP ‘디올 페르소나는 어떤 여성일까?’라는 궁금증! 저는 다양한 국적의 디올 우먼을 떠올렸어요.

    VK 놀랍군요! 2년 전, 라프 시몬스가 디올 오뜨 꾸뛰르쇼를 마치고 했던 말과 똑같아요. 그는 ‘고유한 방식으로 패션을 즐기는 여러 대륙의 각기 다른 문화권 여성들에 관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라고 말했으니까요.
    PP ‘한국 여성이라면 이 섀도 팔레트를 어떻게 활용할까, 혹은 이태리 여성이라면?’이라는 생각을 계속했어요. 어떤 국적, 어떤 취향이든 자신만의 코드로 활용할 줄 아는 여성을 원했습니다.

    VK 쇼에 등장한 아이 메이크업이 정말 이 팔레트로 완성된 건가요?
    PP 물론이죠. 이번 아이 메이크업에는 ‘5 꿀뢰르 코스모폴라이트 엑슈베랑뜨’와 ‘5 꿀뢰르 코스모폴라이트 이클레틱’이 쓰였습니다. 특별한 도구가 필요 없어요. 내장된 스펀지 애플리케이터와 물만 있으면 되죠. 스펀지에 물을 살짝 묻혀 물감을 풀듯 녹여 가볍게 문지르세요. 수분이 날아간 후 불투명한 질감이 남아 메탈릭해 보일 겁니다.

    VK 멀리서 그윽한 속눈썹도 돋보이던걸요. 인조 속눈썹을 붙였나요?
    PP 천만에요! ‘디올쇼 래시 맥시마이저’를 두 번 발라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렸어요. 이후 ‘디올쇼 마스카라’를 한 겹만 입히면 인조 속눈썹처럼 진짜 속눈썹이 완성됩니다.

    VK 네일 컬러도 궁금해요. 런웨이에선 잘 안 보였거든요.
    PP 네일 컬러를 미리 맞춰두진 않았어요. 일렉트릭 블루와 레드 퍼플, 딥 블루, 카키 컬러를 준비한 뒤 모델이 착장을 모두 마친 후 즉흥적으로 두 컬러를 골라 칠했어요. 가끔 외출하기 전 이런 적 있지 않나요? 아주 갑작스러운!

    VK 정말 재미있는 방법인데요? 이 컬러들이 올가을의 핵심인가요?
    PP 저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지 유행을 만드는 사람은 아닙니다. 브랜드에서 유행을 제안한다는 건 모순이죠! 자신만의 선택을 믿고 즐기세요.

    VK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나니 패키지가 더 눈에 들어옵니다. 디올쇼 마스카라는 뚜껑과 브러시 사이로 공기가 들어갈 틈이 조금도 없어 보여요.
    PP 제품의 용기를 두고 오래 고민했어요. 뚜껑을 여닫는 제품엔 공기 주입을 최소화했고, 아이라이너는 언제든 날카로운 라인을 완성할 수 있도록 넓적한 사선으로 깎아뒀어요.

    VK 마지막으로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여성이 궁금합니다.
    PP ‘완벽한 메이크업’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행복한 여성! 외형적으론 완벽하게 꾸민 토털 룩으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립스틱, 혹은 심플한 아이라이너 하나만으로도 개성을 표현할 줄 아는 여성. 만약 버건디 컬러 립스틱이 당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아이라이너를 버건디 컬러로 그리면 됩니다. 화장은 ‘놀이’예요. 망치면 지워버리고, 다시 하면 그만이니까요!

      에디터
      홍국화
      포토그래퍼
      VINCENT LAPPARTIENT, CHANTAPITCH WIWATCHAIKAM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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