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립글로스 전성기

2016.03.15

by VOGUE

    립글로스 전성기

    촉촉하고 반짝이는 유리알 광택으로 사랑받아온 립글로스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올가을 분위기 있는 가을 여자로 거듭나고 싶다면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추억의 립글로스를 꺼내시라!

    beglossier

    1 버버리 뷰티 ‘립 글로우 골드 리미티드’. 2 프레쉬 ‘슈가베리 샤인 립 트리트먼트’. 3 나스 ‘립 글로스 이터널 레드’. 4 YSL 뷰티 ‘베르니 아 레브르 플럼프-업’. 5 카고 by 벨포트 ‘에센셜 립글로스 프라하’. 6 샤넬 ‘루쥬 두블르 엥땅시떼 핑크 트위스트’. 7 컬러니어 by 벨포트 ‘립글로스 아이리스’. 8 에스티 로더 ‘퓨어 칼라 엔비 립 볼류마이저’. 9 맥 ‘립글라스 클리어’. 10 3CE ‘글라스 글로스’. 11 맥 ‘립글라스 비바 글램 마일리 사이러스 2’.

    “살짝 뾰로통해 보이지만 키스를 부르는 그런 사랑스러운 입술을 원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발 갈랜드의 손길이 닿은 롤랑 뮤레 여인들의 입술은 하나같이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소량의 파운데이션으로 입술 색을 죽인 뒤 립글로스를 듬뿍 발랐죠.”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유행이 돌고 도는 건 뷰티 월드도 매한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토프 르메르 쇼의 메이크업을 총괄한 캐롤 콜롬바니도 때아닌 복고 열풍에 힘을 보탰다. “여자라면 누구나 한쪽에 리퀴드 제형의 립스틱이, 다른 한쪽엔 투명한 글로스가 달린 듀얼 립 제품 하나쯤은 꼭 가지고 다녔죠.” 아닌 게 아니라 샤넬의 10월 신제품은 한쪽에 리퀴드 립스틱, 다른 한쪽엔 립글로스가 달린 투인원 제품. 마치 네일 톱코트처럼 입술에 코팅 막을 씌워주던 글로스가 이번 메이크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걸 보면 확실히 유행은 돌고 돈다. 꽤 오랜 시간 립스틱 열풍에 밀려 주춤하던 말간 립글로스가 세계 4대 도시에서 열린 2015 F/W 컬렉션을 통해 부활의 신호를 알렸다. 로다테, 랙앤본, 펜디, 조르지오 아르마니, 겐조, 모스키노 등 모델들의 입술에 살포시 내려앉은 유리알 광택 립글로스의 귀환!

    돌이켜보면 립글로스는 파우치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던 시절이 있었다. 랑콤의 ‘쥬시 튜브’, 바이손의 ‘베이비 핑크’, 메이크업 포에버의 ‘슈퍼 립글로스’는 화장에 관심 많은 여자임을 드러내는 표식과 같았다. 2000년대 초반 즐겨 찾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의 이름은 ‘립글로스 너무 좋아’였고 립스틱을 바르면 아줌마, 립글로스를 바르면 아가씨로 대변될 만큼 립글로스는 젊음의 아이콘이었다. 립글로스의 인기 요인이자 가장 큰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각질 부각 없이 부담 없이 바를 수 있다는 점.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똑똑해지는 립스틱의 진화(촉촉하게 발리면서 보이는 그대로 색을 내는!)로 인해 립글로스는 서서히 불필요해졌고 쨍한 발색의 립스틱 열풍에 밀려 어딘지 촌스러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우리가 잊고 지낸 립글로스의 매력은 이러하다. 반짝반짝 윤기 나는 텍스처가 생기발랄하고 건강한 분위기를 전하며 입술의 주름을 감쪽같이 가려주는 데다 작고 얇은 입술을 통통하게 살려주는 착시 효과는 덤! 게다가 립글로스는 알고 보면 굉장히 대중적인 화장품이다. “전반적으로 투명한 컬러를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피부 톤에 상관없이 어떤 컬러든 자유롭게 바를 수 있어요.” 나스 교육팀 임소연 과장의 설명이다. 타고난 입술이 앵두같이 빨갛다면 립글로스 하나만 발라도 충분히 예쁘겠지만 입술 색이 흐릿하거나 진하다면 기초 작업은 필수다. 입술 색이 선명하지 않다면 내추럴 톤의 립라이너로 라인부터 잡아야 한다. “립스틱을 바르는 것도 아닌데 웬 립라이너?”라고 반문하겠지만 립글로스의 발색뿐만 아니라 지속력을 높여주니 일석이조다. 반대로 입술 색이 진한 편이라면 컨실러로 입술 선을 없애는 방법을 추천한다. 투명한 글로스를 바르면 인위적이지 않으면서도 맑고 청순한 분위기를 전한다. 시작부터 입술 전체에 가득 얹었다간 튀김 잔뜩 먹은 입술로 놀림받기 쉬우니 입술 중앙, 혹은 주름이 많은 부위에 소량만 발라주자. 묽은 립글로스 제형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퍼진다.

    립글로스의 준비운동은 여기까지. 올 가을·겨울 립글로스를 멋지게 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대부분 립스틱과 비슷한 컬러의 립글로스를 바르면 너무 강하고 부담스러워 보일 수 있어요. 진한 컬러의 립스틱은 펄이 많은 글로스로 입술 중앙 부분만 살짝 발라주면 입체적이면서 볼륨감 있는 입술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가령 진한 레드 립스틱을 바른 뒤 입술 중앙에 투명한 글로스를 살짝 얹어주는 거죠.” 조금 더 자연스러운 연출을 원한다면 일반적인 립스틱, 립글로스 순서가 아닌 립글로스, 립스틱으로 순서를 뒤바꿔 발라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컬러와 텍스처가 기존에 봐온 느낌과 다르게 표현될 것이다. 립스틱과 립글로스의 중간 느낌으로 연출되며 너무 과하지도 연하지도 않은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돼 데일리로 활용하기 좋다.

    글로스는 립스틱을 바른 후에만 덧바른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면 컨디셔닝 제품으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사실! 입술을 도톰하게 만들어주는 메이크오버 효과는 물론 즉각적인 보습 효과가 뛰어난 제품인 만큼 각질 제거에도 한몫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립스틱을 바르기 전 입술에 각질이 많이 올라와 있다면 립글로스를 듬뿍 얹어준 다음 5분 후에 클렌징 티슈로 닦아주면 묵은 각질이 불리면서 금세 벗겨져 나올 것이다. 이래도 립글로스는 한물간 구시대 유물, 무매력 제품이라 치부할 텐가? 올가을 당신이 기억해야 할 뷰티 팁은 ‘Lots of gloss’.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립글로스를 파우치로 옮기란 소리다.

      에디터
      이주현
      포토그래퍼
      HWANG IN WOO, JAMES COCH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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