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K-팝에 묻힌 K-패션?

2023.02.20

by VOGUE

    K-팝에 묻힌 K-패션?

    시선을 빼앗으려는 치열한 경쟁! 사진작가들이 걸그룹 에이핑크의 세 소녀를 좇는 동안 DJ는 시끄러운 댄스음악으로 관객들에게 기립하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DJ 뒤로는 스트로브 라이트가 서울이 지닌 한밤중의 얼굴을 들춰냈고 캣워크에서는 앤디 앤 뎁 쇼가 주목을 끌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한국 패션이 지닌 딜레마가 있었다. 이미 전반적인 예술 씬에서 음악과 영화, 그리고 고도의 하이테크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와중에, 어떻게 하면 서울패션위크를 동일한 수준의 K-핫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서울의 미래지향적인 빌딩 주변에 줄지어 심어진 꽃이라니 얼마나 훌륭한 아이디어인가! 놀라지 마시라. 이 LED 꽃송이들은 한국의 하이테크 스타일대로 패션위크를 위해 활짝 폈다.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랜드마크인 미래지향적 DDP 빌딩에서 쇼가 열린 주말 동안, 나는 LED 꽃밭, 런웨이를 휩쓴 다스 베이더와 스톰 트루퍼, 그리고 대부분 남성을 위해 만들어진 날렵하고 스포티한 의상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나는 중요한 패션 모먼트를 맞이했을 때 나오는 흥분의 비명소리를 경험하지 못했다.

    이 놀라운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 DDP는 서울패션위크의 본거지이자 한국의 랜드마크다.

    쇼들은 에너제틱했고 날렵했으며 때로는 유니섹스적이었다. 의상들은 컬러풀했고 스트라이프가 너무 자주 등장했다. 하이테크 소재를 이용하되 소녀다운 프릴과 크리스털 반짝이로 상쇄하는 스포츠웨어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K-패션은 그 귀여운 걸그룹들을 등에 업고 내가 음악계의 스타일을 인식할 수 있게 된 방식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K-팝 가수들은 염색한 머리에 튀는 컬러의 의상, 귀여운 액세서리, 그리고 음악을 포함해 다방면에 관해 어느 정도 전반적인 센스를 지니고 있다.

    나는 아직까지 패션 테마를 발견 못했다. 그러나 흥미로운 의상들은 좀 있었다. 다음은 지금까지의 내 리포트다.

    <앤디 앤 뎁>

     

    서울패션위크의 앤디 앤 뎁 쇼에 나타난 3명의 에이핑크는 얼마나 순수하고 귀엽던지! 에이핑크는 분명 그들 뒤를 좇는 사진작가 무리의 관심을 앗아갔다.

    주목 받기 위한 치열한 전쟁! 서울에서 열린 앤디앤뎁 쇼에서 한편에선 스포티하고 남성적인 반바지 수트에 매혹적인 패턴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강력한 패션 라인업은 환상적인 소리와 빛의 쇼와 경쟁해야 했다. 전자화살은 서울의 실루엣이 비춰지는 배경 위를 날아다녔고 아마도 엄청난 인기를 지녔을 DJ는 파워풀한 음악을 만들어냈다. 앤디와 뎁, 미안하지만 당신들은 디지털과 K-팝 스타들에게 밀린 것 같네요. 그러나 쇼는 참 좋았어요.

    스포티하지만 시크하다. 컬러는 소프트하고 대한민국이 가장 사랑하는 오렌지와는 거리가 멀다. 앤디앤뎁의 2016 S/S 컬렉션이다.

    <럭키 슈에뜨>

     

    한국의 K팝 걸그룹 에프엑스의 빅토리아는 아마 서울패션위크의 럭키 슈에뜨 쇼가 시작되길 기다리면서 트위터에 올릴 뭔가 중요한 걸 발견한 모양이다.

    휴가를 위한 작업복 – 럭키 슈에뜨는 2016년도 S/S 컬렉션에서 “본 보야지(Bon Voyage)” 또는 행복한 휴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디자이너 김재현은 헐렁하지만 스타일리시하게 데님을 걸치는 경쾌한 룩을 제안했다.

    밝은 파랑의 코튼과 실크로 만들어진 듯한 또 다른 ‘데님’룩이다. 서울패션위크의 럭키 슈에트에서 이 룩은 살갗을 드러내며 편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에이치에스에이치>

     

    전 아시아에서 히트를 친 한국 드라마 <궁>과 <꽃보다 남자>의 코스튬 디렉터였던 한상혁의 작품들은 흥미진진할 것 같았다. 그리고 서울패션위크에서 ‘미스터 에이치’가 등장했을 때 기대했던 그대로였다. 적어도 한상혁 디자이너는 기나긴 쇼를 지배했던 스트라이프를 잘 활용했다는 점이 좋았다.

    에이치에스에이치가 런웨이를 접수했을 때, 대부분의 남성과 몇몇 혈기왕성한 여성들을 위한 평범한 쇼는 아니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의문이 든다. 날렵한 재단, 그리고 서울패션위크에서 빈번히 등장한 스포티한 스트라이프 의상들을 입고선 이 SF악당들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인가?

    <비욘드 클로젯>

    “나는 로맨틱입니다. 그러나 로맨틱은 아닙니다. 노맨틱(Normantic)이죠.” 서울패션위크에서 디자이너 고태용의 비욘드 클로젯 컬렉션에 등장한 재킷 뒷편에 쓰여진 글이다. 해석하자면, 아마도 이런 뜻인 것 같다. 스마트하게 차려 입은 남자들이 들고나온 가방에 담기거나 배경으로 등장한 꽃송이들은 무시하라. 이제는 남성과 여성 모두 로맨틱해지는 건 평범한 일이다.

    정원사가 쓴 밀짚모자(와 가방 속의 꽃)는 디자이너 고태용의 비욘드 클로젯이 선보인 ‘노맨틱(Normantic)’ 남성복 쇼의 핵심이다. 여성모델들 역시 모자를 쓰고 귀여운 패턴의 옷을 입었다.

     

    빽빽한 패턴은 비욘드 클로젯의 2016년도 S/S시즌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강력한 자리를 차지했다. 좀더 격식을 차린 테일러드 재킷 또는 여름휴가용 의상에도 적용됐다. 그러나 디자이너 고태용의 아이디어는 표면적인 흥미보다 더 나아가지 못했다.

    <푸시버튼>

     

    이것이 바로 푸시버튼 신발에 매치된 쉬폰 톱과 프릴 바지의 팝 아이콘 버전이다. 노란빛이 도는 파스텔 색감은 LA의 달콤한 여름날과 같은 느낌을 준다. 푸시버튼의 팬 중 하나인 리한나와 패리스 힐튼은 2016년도 S/S 컬렉션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남성복 버전을 선택 못할 이유가 있을까?

    푸시버튼의 여름의상은 가벼운 패브릭에 귀여운 소년소녀의 룩이다. 그러나 딱 그 정도였다.

    <서리얼 벗 나이스>

     

    이번 쇼는 ‘서리얼 벗 나이스(Surreal but Nice, 비현실적이지만 멋진)’라고 이름 붙여졌지만 나는 이 한국 브랜드 이름을 “노티컬 벗 나이스(Nautical but Nice, 항해사 같지만 멋진)”라고 다시 지어주고 싶었다. 테일러드 블레이저 재킷부터 잉크블루 색의 스트라이프 바지, 그리고 ‘생존(Survival)’이라고 표시된 세일러 캡에 이르기까지 해군과 관련한 아이디어들이 도처에서 등장했다.

    해군에 입대하라 – 파란 스트라이프의 하얀 바지를 입고서. 그러나 디자이너 듀오 이수형과 이은경이 패션계에서 계속 순항할 것인가 가라앉을 것인가는 이들이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인 서리얼 벗 나이스 브랜드에 좀더 깊이를 더할 수 있는 능력에 달릴 것이다.

    한국에서 열린 서울패션위크에서 서리얼 벗 나이스 쇼에는 다양한 해군적 표현이 등장했다.

    <문수 권>

     

    네온핑크와 초록, 노랑, 푸른색 줄무늬 – 이를 ‘K-팝 컬러’ 혹은 한국의 전통적인 이름에 따라 ‘색동’이라 부르자. 이 비비드한 색감은 서울패션위크에서 권문수가 선보인 스포티한 남성복 컬렉션을 빛냈다. 그러나 때론 깅엄체크로 만들어진 발랄한 수트와 익숙한 모습의 캐주얼 스포츠웨어가 혼재하는 권문수의 컬렉션에는 눈부심 이상의 것이 있었다. 권문수의 영감에서는 깊이가 느껴졌다. 오늘날의 한국에는 복잡하고 부산스러운 도시에 질려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젊은 세대가 등장했다. 디지털 미디어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통적인 어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테마를 가슴에 품고, 디자이너는 마지막 인사에서 낚시대로 물고기를 잡는 시늉을 하며 아마도 변화하는 한국에 대한 메시지를 표현한 듯 했다.

    English Ver.

    #SuzySFW: Is K-Pop Photobombing K-Fashion?

    What a battle for attention! The photographers were chasing three of the good girls from the band Apink, while a DJ threatened to get the audience on its feet with wild dance music. Behind him, strobe lights raked across a silhouette of Seoul by night, while on the catwalk the Andy & Debb show fought for attention.

    And there you have the dilemma for South Korean fashion. With music, movies and super-hi-tech already dynamic on the entire arts scene, how can Seoul Fashion Week reach the same K-Fash level?
    After a weekend of shows staged in the futuristic DDP building – the landmark, Zaha Hadid-designed, Dongdaemun Design Plaza – I have seen a field of LED flowers, Darth Vader and Storm Troopers rampaging down the runway, and streamlined, sporty clothes – many of them for men. But I have not yet had that whoop of excitement that comes from reacting to a fashion moment.
    The shows have been energetic, streamlined, sometimes unisex. The clothes are colourful and (too) often striped. There is a focus on sportswear with hi-tech materials, offset by girly frills and the glitter of crystals.

    Does K-Fashion exist, in the way that I can identify the style of the music world, with its youthfest of cuteness? The K-Pop people have dyed hair, brightly coloured clothes, cute accessories and that slightly synthetic sense for everything, including the music.

    I have not yet found a fashion theme. But there have been some interesting clothes. Here is my report, so far.

      에디터
      수지 멘키스
      포토그래퍼
      SUZY MEN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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