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블루버드 보마쉐

2016.03.16

by VOGUE

    블루버드 보마쉐

    이번엔 몇 편의 연재로 ‘블루버드 보마쉐’를 소개한다. 여기서 블루버드는 큰 대로를 뜻하며 근래 들어 부쩍 파리를 관광하는 한국인들에게 쇼핑 ‘it shop’으로 각광받는 ‘메르시(Merci)’가 있는 그 주소지 거리다. 이곳은 최근 들어 전통적 파리지엥의 성향에서 벗어난 새로움과 자유로움을 지향하는 숍, 갤러리, 레스토랑이 밀집, 형성되어 감으로서 다른 파리지역보다 유난히 역동적이고 새로운 바람이 터치 다운을 시작하는 곳이다. 오늘은 그 유명한 메르시의 새 해 맞이 변화 무쌍한 디스플레이와 인근 보보족의 생활 터전에 부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메인컷

    Sports in the city


    가끔 근처에 들를 때면 참새가 방앗간을 안 놓치듯 메르시 매장을 들린다. 쇼핑도 쇼핑이지만 그곳을 들락거리는 보보족들의 자연스럽고 은근한 멋의 패션 센스를 훔쳐보는 재미 덕이기도 하다. 주변 패션계 친구들이라도 만날라 치면 우린 서슴없이 메르시 카페를 고른다. 일층 북 카페에서 서브하는 민트가 향긋한 디톡스 아이스티나 옆 카페에서 비오 애플 사이더를, 혹은 지하 카페의 지상 최고의 건강한 올가닉 샐러드를 떠올리며 말이다. 언젠가부터, 아니 사실 캘리포니아 사람들에게는 이미 몇 세기 전처럼 오래전부터 건강함을 지향하는 패션은 상식화되어 있었다.

    21세기가 한참 지나자 전 세계 카페가 모두 금연을 선포하고도 한참이 지난 현재, 물론 파리의 실내도 금연이다. 그런 대세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파리는 담배를 손에 우아하게 쥐고 스모키 화장에 그늘진 얼굴의 퇴폐적 마력이 미의 상징인 도시였다. 처음 파리에 도착한 사 오 년 전만 해도 길에서 조깅을 하거나 피트니스 센터가 꽉 찬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프렌치들은 운동과 건강식 대신 멜랑꼴리와 흡연, 와인, 그리고 사랑의 묘약으로 생명의 신비를 이어가는 듯했다. 그런 마레적 분위기에서 주변 숍들의 취재차 나선 길에 메르시를 방문했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사랑스럽고 보헤미안적인 리빙과 패션 제품을 다루던 숍 전체가 마치 80년대 트레이닝 센터인 줄 잠시 착각을 할 지경으로 변해있었다. 항상 주제에 맞춰 디스플레이를 시즌마다 바꾸는 메인 홀은 복싱 유니폼과 글러브, 트레이닝 백, 줄넘기, 덤벨이 가죽 스포츠 매트리스나 락커룸으로 연출되어 있었고 깊이 들어가 있는 여성복 매장에는 발레리나가 스트레칭 중인 스튜디오 신이 마네킹으로 연출돼 있었다. 놀란 눈으로 내려가니 지하에는 그린 쥬스를 만드는 쥬서나 믹서등과 함께 주스 만드는 레시피 책자 등이 새롭게 눈에 띄었다.

    아, 드디어 건강한 라이프가 패셔너블한 라이프로 일맥하는 세대적 변화가 파리에서도 일어나기 시작했구나!

    올라와 다시 꼼꼼히 보니 메인 홀 벽에 ‘Sports in the city’라는 타이틀과 함께한 벽체 만한 일종의 선언문이 불어와 영어로 해석돼 복서 차림의 마네킹 뒤에 비장하게 붙어있었다. 한 일 년 사이 미국 서부나 센트럴 파크에서 볼 법한 조깅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생과일이나 야채 주스를 파는 작은 숍이 한두 개 늘기 시작 한 것도 사실이다. 퀴노아나 잡곡으로 만든 바게트도 비오 숍이나 신 세대 주인장들의 숍에선 찾을 수 있다. 그래도 전문 패션 리빙 숍이 전체 매장에 모토나 슬로건을 ‘Just Do It!’식으로 걸고 나서며 전격적으로 스포티브 라이프를 주장하며 나선 걸 보고 있자니 실로 변화를 실감할 뿐이다. 이제 곧 잡곡 가루와 올리브오일로 만든 크루아상과 라거펠트 스포츠 라인이 나오리란 예감이다. 나오는 길에 아령 두 개를 사 들고 나왔다. 하… 메르시에서 아령이라?! 올림픽 유치를 위한 바램, 테러의 슬픔을 눈물 대신 체력으로 싸워보자는 다짐 이기도 한 듯 한층 호소력이 있어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몰아 올가닉 소울 푸드를 파는 파리의 작은 ‘딘 앤 델루카와 ‘메종 프리송을 소개한다.

    Maison Plisson


    메종 프리송은 메르시에서 바스티유 방향 쪽으로 삼 사백 미터쯤 걸으면 메르시와 같은 선상에 있다. 프렌치 블루 컬러의 로고와 메뉴판이 눈에 띄면 마주 보이는 오른쪽은 푸드 홀, 왼쪽이 간단하고 신선한 플레이트를 서브하는 레스토랑이다. 이곳은 다년간의 푸드 전문가 엠마누엘 토라스와 제빵 전문가 델핀 제구 그리고 프랑스 대표 브랜드 ‘크라우드 피에로’의 매니징 디렉터 경력의 델핀 프리송이 모여 오랜 연구와 마켓 리서치, 분석에 의해 선별된 산지 직송물들로 채워진 데일리 푸드코트다. 맛, 신선도, 질을 우선으로 소규모 생산자와 함께 라인업된 리스트들은 조금 비싼 감이 없지 않으나 파리지엥, 그것도 마레, 거기서 또 메종 프리송에서의 늦은 브런치나 티타임 치즈나 소시쏭 플레이트에 샴페인 한 잔(특히 메르시의 북적임으로 자리를 못 얻는 경우)은 추천할 만 하다. 마레와 메르시 쇼핑 후 지친 걸음으로 들어가 치즈 숍과 건조육 등을 보기만 해도 식감을 돋우는 포장지에 조심스레 싸주는 프렌치들의 손길을 바라보는 걸로도 미슐랭 못지않는 식문화의 영적 체험이 되리라 본다.

    아! 빼먹으면 안 되는 쇼핑 아이템! 린넨으로 만들어진 메종 프리송 에코 백. 여기에 쇼핑한 물건을 담아 어깨에 걸치면 바로 관광객 모드에서 현지인으로 스위치 되는 순간!

      글 / 사진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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