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뉴욕 패션위크 캘빈 클라인의 유혹적인 미니멀리즘
패션쇼의 시점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는 바로 이 순간, 지난 1998년 뉴욕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을 앞서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끈 헬무트 랭이 런웨이로 돌아오는 건 적합해 보였다. 물론 헬무트 랭이 직접 그곳에 있지는 않았다. 그는 이미 10여년 전 아티스트로 변신해 패션계를 떠나버렸다. 그러나 그가 상징하던 바는 여전히 패션의 영역 전반에 걸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즉, 플랫 프론트 팬츠와 같이 혁신적인 미니멀리즘, 그리고 매달린 끈이나 비닐로 묶인 깃털같이 엉뚱한 장식을 한 간결하고 구조적인 디자인 말이다.
프란시스코 코스타가 이끈 이번 캘빈 클라인 쇼가 헬무트의 재림이었다는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섹시하게 차용한 미니멀리즘이라는 동일한 느낌을 주었고, 본래 캘빈 클라인이 전성기 시절 제시하던 관능적인 모더니즘보다 더 지적이었다. 프란시스코 코스타는 2004년 첫 데뷔 이후 재단과 소재 양쪽에서 부드러워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특히 가슴팍이 깊은 V자 모양을 하고 있는 블랙 드레스들에서 좀더 섹시하게 느껴진다.
네크라인이 깊게 파졌거나 주렁주렁한 블랙 스트랩으로 장식된 것이 아니라면 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진짜 모피는 아니에요. 페이크퍼를 다루는 건 재미있었어요.” 코요테와 링크스, 스컹크를 디지털 프린트한 프란시스코 코스타의 디자인은 3종류의 체크무늬가 한번에 쓰인 드레스만큼 매력적이었다.
코스타는 캘빈 클라인에서의 임기 동안 미니멀리즘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 그는 패브릭 혁신보다는 정돈된 선을 늘리는 데에 치중했다.
여기에는 잘 세공한 보석이나 예의 스트랩과 스트립이 더해졌다. “매우 헬무트 스러워요.” 누군가 말했을 지도 모른다.
최신기사
- 글
- 수지 멘키스
- 포토
- INDIGITAL
추천기사
-
패션 아이템
이너로 입을 톱, 이 아이템 하나면 충분해요
2024.03.26by 안건호
-
엔터테인먼트
김영하부터 박정민까지, 작가들의 뉴스레터
2024.03.13by 이정미
-
패션 뉴스
제니와 메종 키츠네의 사랑스러운 만남
2024.03.28by 오기쁨
-
셀러브리티 스타일
청바지에 샌들로 완벽하게 청순해진 앤 해서웨이의 스프링 룩
2024.03.25by 황혜원
-
패션 뉴스
마린 세르, 피티 우오모 106에서 남성복 컬렉션 데뷔
2024.03.28by 오기쁨
-
푸드
자연주의 양봉가가 청각의 도움 없이 벌과 소통하는 법
2024.03.28by 류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