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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파리 패션위크 – 끌로에: 70년대를 관통하는 자유분방함

2023.02.20

by VOGUE

    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파리 패션위크 – 끌로에: 70년대를 관통하는 자유분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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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구글에 검색을 해보자: 이번 시즌 끌로에의 뮤즈인 “안느 프랑스 도트빌르(Anne-France Dautheville)”는 누구인가?

    이 미스터리한 여성은 프랑스인이며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고 1970년대에 오토바이를 타고 세상을 누빈 여성이다. 아하, 그렇다면 히피 시대로의 귀환이로군.

    런웨이에 등장한 옷들과 벤치에 걸쳐진 갈색 헤센 천조각들로 미뤄 짐작하건 데 이 겁 없는 저널리스트는 빨간 스키니 팬츠와 바이커 재킷을 입고 전속력으로 달려 호숫가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곳에서 그녀는 얇은 시폰 드레스를 입고 돌아다니던지 이 히피 여행 중 아무 동네에서나 샀을 법한 판초를 걸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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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한 이야기라고? 맞다. 비록 디자이너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그녀의 “방랑자의 옷장”를 통해 이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만든 것이긴 하지만.

    “모토크로스 – 그리고 소년 같은 태도를 지닌 여성을 바라보는 거죠.” 아주 얇고 가벼운 패브릭이 지닌 여성성에 현실도피의 느낌을 조합하고 싶었다고 밝힌 디자이너가 말했다.

    클레어는 섬세하고 아름답게 장식되어 꽤나 매력적인 이 히피 옷들을 통해 근본적으로 영국적인 젊은 자유분방함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는 갈리아적인 방식으로 인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이제는 글로벌 브랜드가 된 그 끌로에는 “프렌치”다운 의상을 내보낸 것이 아니었다. 또는 전 세계 다른 밀레니엄 세대들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옷을 입는 젊은 프랑스 여성들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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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각국에서 온 디자이너들이 똑 떨어지는 테일러드 케이프를 선보이는 와중에, 베이지색 말 덮개나 축 늘어진 하얀색 니트, 또는 텐트 바닥에서 걷어 들인 페르시아 러그처럼 보이는 판초가 현대적인 의상으로서 정말 맞는 것일까? 에스닉한 자수가 들어간 하얀색으로 표현된 동일한 컨셉트는 매혹적이었으나 2016-17 F/W 컬렉션으로서 적합한 지는 의문이었다.

    끌로에는 마음을 빼앗을 옷들을 많이 선보였다. 가벼운 시폰이 피치 컬러나 바나나 컬러로 물결치는 드레스들은 편안한 옷 입기를 좋아하는 클레어의 취향을 최대한으로 반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쇼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어떤 근본적인 부분이 존재했다. 우리는 모두 여성(또는 실질적으로 남성이라 할지라도) 저널리스트들이 오늘날 격변의 중동지역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어여쁜 컬러의 깃털로 된 코트가 아닌 방탄조끼를 입어야 한다는 걸 안다. 국경 없는 자유로운 방랑이라는 생각 자체는 필사적인 난민의 이동이라는 트라우마적인 이미지로 대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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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에 정치를 대입하는 건 적절치 않지만 디자이너는 여전히 그 시대에 응해야만 한다. 히피 시대는 여전히 아름다운 자유의 꿈으로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로부터 40년이 흐른 2016년도다.

      

    까르뱅: 저 소녀는 누굴까?

    모델들이 나타난다. 모델들 머리 위로는 둥근 조명이 풍선처럼 매달려 있다. 밝은 보라빛의 톱, 각진 A라인 미니스커트의 윤기, 그리고 앵클 부츠로 마무리된 스키니 팬츠의 실루엣에 주목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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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젊은 여성은 귀엽다. 그러나 그녀는 누굴까? 이 모델들은 내게 무슨 브랜드의 런웨이인지 알려주기 위해 까르뱅이라 쓰인 깃발을 흔드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디자이너 알렉시스 마샬과 아드리안 카일라도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들을 타겟으로 삼는 알맞은 아이디어를 내놓아왔다. 그러나 이는 매우 포화된 패션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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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리석 바닥과는 대조적으로 부드럽고 포근한 무톤 코트 같이 영리한 베이직 아이템이 눈에 들어왔다. 퍼로 테두리를 두른 트위드는 몸의 반을 감쌌다. 그리고 온갖 종류의 멋진 재킷들이 등장했다. 태양광선이 휘어지는 패턴이 몸을 따라 흐르는 스커트는 지퍼 톱을 장식하는 번개 프린트, 아니면 스쿠바 톱 위에 새겨진 다이아몬드를 흩뿌리는 “신의 손” 이미지만큼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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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하여 까르뱅에는 시선을 사로잡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우아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마담 까르뱅의 정수인 “프랑스스러움”은 사라져버렸다. 자신의 향수를 “마 그리프(Ma Griffe)” 즉 나의 시그니처라고 부르던 디자이너는 그 독특한 인상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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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듀오의 세번째 쇼를 보고 나서, 니나 리치로 자리를 옮긴 기욤 앙리가 중산층 동네의 젊고 상큼한 파리 여성들의 느낌을 더 잘 살려냈었다고 말하는 건 무례한 듯하다. 그러나 현 디자이너들이 그에 대해 생각을 할지 조차 의심스럽다. 이들은 전 세계적인 관객들을 위해 옷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저 나쁘지 않게 하고 있다.

      수지 멘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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