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지카 바이러스, 과연 인류의 재앙인가?

2016.06.03

by VOGUE

    지카 바이러스, 과연 인류의 재앙인가?

    전염병이 발발한 지역에서 한 의사가 무시무시한 질병의 발견과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 과연 인류의 재앙인가? 이집트 숲 모기, 박멸 가능한 모기일까?

    전염병이 발발한 지역에서 한 의사가 무시무시한 질병의 발견과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 과연 인류의 재앙인가? 이집트 숲 모기, 박멸 가능한 모기일까?

    누가 이렇게 암울한 시나리오를 생각해낼 수 있을까? 떼를 지어 임신한 여성의 피를 빨아 먹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수백 명 아기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만드는 허기진 작은 곤충들. 현재 50여 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의 영향은 호러 무비처럼 전개되고 있다. 산부인과 병동은 치료 불가능한 질병인 소두증으로 인해 머리가 작고 뇌가 덜 발달한 아기들로 넘쳐나고 있다. 점점 많은 여성이 공포에 질려 임신을 미루고, 여행 계획을 취소하고, 전염병 확산의 주범인 다리에 흰 점이 있는 이집트 숲 모기(Aedes Aegypti)를 피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브라질 북부 해안에선 심각한 장애를 가진 아기들과 그들을 보러 온 기자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한때 네덜란드 식민지였고 세계 사탕수수 산업의 부유한 중심지였으며, 후엔 하얀 모래사장과 카니발의 흥청거림으로 유명해진 헤시피(Recife)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지카 발생의 수도가 됐다. 이곳은 소두증 아기들의 갑작스러운 증가와 브라질과 아메리카 대륙을 휩쓸고 있는 모기를 매개로 한 바이러스 사이의 상관관계를 최초로 밝혀낸 46세 소아 신경과 전문의 바네사 방 데르 린뎅(Vanessa van der Linden) 박사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느 금요일, 두 딸을 학교에 내려주고 막 7시 30분이 지난 시간에 방 데르 린뎅은 흰 가운에 검정 스키니 진 그리고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4인치 힐을 신고 카피바리비 강 삼각주 섬 중 하나에 자리한 자신의 어린이 재활 센터에 모습을 나타났다. 대기실은 이미 꽉 차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났다. 열대의 햇살이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채워진 파란 플라스틱 의자에는 수십 명의 엄마들이 앉아 있었다. 날이 밝기 전에 일어나 버스로 3시간이나 걸려 이곳에 온 엄마들이 많았다. 환자인 아기들은 잠을 자거나 엄마 무릎에서 칭얼대고 있었다.

    소두증은 어린이 수천 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나는 희귀한 질병이다. 방 데르 린뎅의 전문 분야는 소아 뇌이다. 그리고 의사로 20년 동안 일하면서 대략 두 달에 한 번꼴로 이런 환자를 진료해왔다. 많은 경우 유전적인 장애나 선천적 감염에 의해 발생했다. 뇌 사진은 감염된 아이의 뇌가 정상적인 뇌보다 작다는 걸 보여줬다. 그러나 작년에 그녀는 뭔가 다른 걸 목격하기 시작했다. 그냥 정상보다 작은 뇌가 아니라 그 크기에 상관없이 보통 뇌가 갖춰야 하는 호두 모양에서 벗어난 뇌 말이다.

    그녀를 당황하게 한 첫 환자는 작년 8월 부모가 그녀의 병원으로 데려온 어린 남자아이였다. CT 사진에는 놀라울 정도로 매끄러운 표면과 피질과 결합된 하얗고 석회화된 부분이 나타났다. “그런 건 본 적이 없었어요”라고 방 데르 린뎅은 말한다. 이 사례에는 이해하기 힘든 다른 점도 있었다. 머리 위로 늘어진 과도한 피부와 두개골 뒤쪽에 눈에 띄게 앙상한 돌기가 있었던 것이다. 임신 첫 달에 빨갛고 가려운 발진도 일어났다고 엄마는 말했다. 한 달에 걸친 검사 후에도 방 데르 린뎅은 뭐라고 딱 꼬집어 얘기할 수 없었다.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주립 병원 산부인과 병동을 정기적으로 둘러보다 놀라운 광경에 발을 멈췄다. 머리가 작은 세 명의 아기가 더 있었다. 그녀는 CT 사진을 요구했다. 그 사진은 비슷한 뇌의 기형과 패턴을 보여줬다. 엄마들 중 몇 명은 임신 중 이상한 발진으로 힘들었음을 기억하기도 했다. 발진(열, 관절 통증 그리고 두통을 동반한)은 올 초 브라질 전역에 퍼지기 시작한 지카 바이러스의 주요 증세다. 같은 특징을 보이는 사례가 더 많이 나타났다.

    방 데르 린뎅은 뭔가 빠르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녀는 전화기를 들고 너무 많은 여성이 도움이 필요할 때 하는 일을 했다. 엄마에게 전화한 것이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생기 가득한 갈색 눈의 아나 방 데르 린뎅(75세) 박사는 자신은 딸(그리고 다른 두 자녀인 바네사의 쌍둥이 동생과 남동생은 각각 소아내분비과와 소아신경과 전문의)의 직업 선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신이 소아신경과 전문의였고 그녀의 환자들을 수술한 신경외과 의사와 결혼했기에 가족의 저녁 식사는 종종 수술 결과와 그 예후에 대한 논쟁에 할애됐다. “우리는 다른 것도 토론하려 했어요. 정말로요”라고 그녀는 헤시피의 고층 건물 17층에 자리한 채광이 잘되는 아파트 부엌 테이블에서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의학 이외에 다른 것에 대해 얘기하기는 힘들었어요.” 딸 방 데르 린뎅의 치료를 받는 소두증 환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동안 그녀의 어머니는 지난해 9월 헤시피의 다른 공공 병원 산부인과 병동을 살펴봤다. 그리고 같은 증세를 보이는 일곱 명의 아기를 봤다. 신생아들의 심각한 신경 손상과 그 지역에 침투한 모기를 매개로 한 바이러스와의 연관 관계는 타당해 보였다. 암초(영어로는 Reef, 포르투갈어로는 Arrecife)와 연관된 이름의 도시인 헤시피는 그림 같은 해안을 따라 형성돼 있으며 모기를 매개로 한 전염병을 발생시킬 만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이 도시는 강어귀, 운하 그리고 강둑 위로 쭉 뻗어 있다. 가장 가난한 주민들은 하수구 같은 운하의 기둥 위에 세워진 판잣집에 살고 있다. 정기적으로 내리는 열대 폭우는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 사이에 깊은 물웅덩이를 남긴다. 이 지역은 이미 뎅기열 확산에 시달려왔다. 이 질병 역시 이집트 숲 모기에 의해 퍼지지만 지속적인 신체 손상은 일으키지 않는다. 바네사 방 데르 린뎅에게 전문가적인 만족감과 공포를 안겨준 건 직관력이었다. “이곳에 이미 뎅기열이 퍼지고 있고 모기를 통제할 수 없다면 우리는 이 질병을 어떻게 통제해야할까요?”라고 그녀는 물었다. 그녀의 마음은 미래, 즉 이미 위기에 처한 보건 시스템 속에 태어난 심각한 장애를 지닌 아이들 세대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녀는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공중 보건 공무원들에게 그 위험을 알렸다. 이 공무원들은 의학 연구 팀을 꾸리고 모기 퇴치 실무 팀을 동원했다. 이 실무진 중 25만 명이 잠재적인 번식지를 없애기 위해 브라질 가정을 방문했다.

    1월에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임신하거나 임신을 원하는 미국 여성들에게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해 연안 국가 여행을 피하도록 권고했다. CDC의 애틀랜타 센터는 경고 수준을 최고로 높였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은 지카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의회에 18억 달러의 예산을 요청했다. 전 세계 18개가 넘는 기업과 연구소가 백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우리는 이 전염병이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세계적인 지원은 힘이 됩니다”라고 세계보건기구 산하 범아메리카보건기구의 전염병 책임자인 마르코스 에스피날 박사는 말한다. 방 데르 린뎅은 이 모든 상황에서 큰 역할을 했다. “그녀는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어요”라고 NYU의 감염병 및 면역 부서 책임자인 조엘 언스트는 말한다. “뭔가 이례적인 것을 감지해 보건 당국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그녀 같은 의사들은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그것은 에볼라가 등장한 서아프리카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지카는 결국 감지됐을 겁니다. 하지만 상황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끈 방 데르 린뎅 박사가 없었다면 더 많은 여성들과 아기들이 감염되었을 겁니다.”

    내 고향 리우에 살고 있는 30대 후반의 건축가 친구는 두 번째 아기를 갖는 걸 미뤘다. 한편 내가 아는 최근 임신한 TV 프로듀서는 휴직하고 짐을 싸서 이태리로 떠났다. 그곳에서 그녀는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브라질의 장마철이 끝나길 기다릴 것이다. 나는 임신하진 않았지만 최근 남부 아마존을 따라 진행된 취재 여행 때 함께 갔던 현지 가이드(50대 여성)가 숨길 수 없는 증세(빨갛고 가려운 반점과 가벼운 열)를 보였을 때 간이 철렁했다. 우리는 동네 약국에 갔고 그녀는 이부프로펜을 복용하고 휴식을 취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그것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일주일도 안 돼 증세는 사라졌다.

    지카는 40년대 우간다에 있는 같은 이름의 숲에서 발견됐다. 확인된 사례는 드물었고 아프리카, 아시아 그리고 태평양 섬 일부에 국한됐다. 2014년 감염된 보균자가 브라질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모기에 한 번 물리는 것만으로 전염병이 급속히 확산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되면 바이러스가 임신한 여성의 태반으로 들어가 뇌 발달에 손상을 가져온다. 지카를 퍼뜨리는 모기들은 열대 지방과 아열대 지방에서 주로 번식한다. 플로리다의 걸프만도 여기에 해당된다. 워싱턴 D.C.의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번식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범아메리카보건기구는 지카가 아메리카 대륙 모든 나라에 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캐나다와 칠레의 사람이 살기 힘든 지역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신부나 임신을 원하는 여성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자가 진단은 거의 불가능하다. 보균자 중 약 5분의 1만 증세가 나타난다. 검사는 받을 수 있다. 그 검사는 정교하지만 100% 신뢰할 순 없다. 의사들은 태아가 소두증에 걸렸는지 판단하기 위해 초음파 화상 진단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임신 중기가 지나서야 가능하다.

    우리가 알 수 없는 많은 것 중 하나는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성이 얼마나 기다렸다 임신해야 하는지 하는 것이다. 약 일주일 후에 바이러스가 혈류 밖으로 빠져나갔지만 그 후 5~6주 동안 그것이 소변에 남아 있는 게 발견됐다. “이것은 우리의 몸이 바이러스를 완전히 배출하지 않았다는 걸 암시합니다”라고 앤드류 페코츠 박사는 말한다. 그는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의 미생물학 및 면역학 교수다. “우리가 정량화할 수 없는 위험 요소 중 하나는 브라질에서 감염된 후 회복되고 그로부터 몇 주 후에 임신했을 경우 신장이나 타액 같은 것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검출될 수 있다는 겁니다. 감염될 위험은 아주 적지만 임신부에 대해 얘기할 때는 가능한 한 조심하고 싶습니다.”

    한편 방 데르 린뎅은 하루 동안 환자들을 계속 진료하고 연구 결과를 기록하기 위해 밤을 새운다. 그녀는 유일하게 쉬는 날인 일요일에 딸들을 돌본다. 그녀는 밤 11시와 자정 사이에 함께 운동하던 개인 트레이닝을 포기한 후 3년 동안 운동을 하지 못했다. “운동이 너무나 그리워요. 지금은 40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당분간 그녀는 스트레스와 커피를 달고 살아야 한다. 이 이슈가 언론에 공표되었을 때 브라질에서 지카 연관 소두증 확진 사례는 863건이었다. 방 데르 린뎅의 병원은 그중 125명을 치료하고 있었다.

    다시 대기실로 가보자. 엄마들은 방 데르 린뎅이 출근하자 아기에게서 눈을 들어 미소를 지으며 “안녕하세요”라고 합창했다. 그들은 그녀에게 밤새 자신들을 괴롭히던 질문을 던졌다. 제 아기가 걸을 수 있을까요? 머리를 들거나 미소 지을 수 있을까요? 첫 번째 생일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엄마들 중 한 명이 그녀를 따라 작고 간소한 진료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팔에 안고 있는 아기가 오늘의 첫 환자다. “오늘 우리 잠꾸러기 상태는 어떤가요?”라고 방 데르 린뎅은 물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졸고 있는 아기 얼굴을 쓰다듬으며 아기를 안기 위해 좀더 가까이 다가갔다. 엄마의 피곤함은 깊은 주름이 됐다. 의사에게 맡겨진 아이(주앙 길예르메)는 생후 4개월 정도 됐으며 바깥 대기실에 있는 아기들처럼 작은 두개골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아이는 합병증인 뇌수종도 앓았다. 정상적으로 뇌를 담고 있는 뇌척수액이 점점 많아지면서 머리가 부풀기 시작해 수술이 필요했다. 이런 새로운 질병과 관련된 많은 것이 그렇듯 합병증은 지카와 관계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아직 단정 짓기는 너무 이르다.

    의사는 그의 두개골의 작은 면을 살피고는 기뻐했다. 수술은 잘됐다. 그녀는 엄마에게 아기를 돌려줬다. “당신은 어때요?”라고 그녀가 물었다. “걱정돼서 미치겠어요”라고 갈라진 목소리로 엄마가 대답했다. “아기가 계속 울어요. 어제는 눈동자가 뒤집혔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엄마를 위해 처방전을 써줬다. 그녀가 잘 견딜 수 있도록 신경안정제를 처방해준 것이다.

    방 데르 린뎅(그녀의 아이들은 15세와 11세다)은 엄마와 아기가 방을 나가자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환자들은 이곳에 와서 묻습니다. ‘우리 아기가 걸을 수 있을까요?’ 제가 뭐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걷는 건 잊어버리세요. 당신 아기는 음식 삼키는 걸 영원히 배울 수 없을지도 몰라요’라고 말할까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들에게 진실 혹은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얘기해줄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위험지역
    브라질 헤시피에서 발발한 지카 전염병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해 연안으로 퍼져가고 있다. 그다음으로 위험한 곳은 미국의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플로리다.

    증세
    일반적 증세는 열, 발진, 관절 통증 그리고 결막염 등.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WHO는 올해 200만~300만 명이 감염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작년 10월 이후 소두증에 걸린 아기가 브라질에서만 4,800명이 넘게 태어났다.

    예방
    의사 대부분은 임신했거나 계획 중인 여성들에게 지카가 퍼진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지낼 것을 충고한다. 최소한 그들은 모기를 피하고 콘돔을 사용해야 한다. 성관계를 통한 전염도 몇 건 있었기 때문이다. 백신의 효과는 18개월에서 10년까지로 추정된다.

    우리가 모르는 것들
    지카와 뇌 손상 사이에 명확한 연관 관계가 있는지, 감염된 사람은 면역성이 생기는지, 감염된 여성은 어느 정도 기다렸다 임신해야 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줄리아나 바바사(Juliana Barbassa)
      포토그래퍼
      GETTYIMAGES / IMAZ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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