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FILM>DIGITAL, 사진가 ‘크리스티나 백(CHRISTINA PAIK)’

2016.06.30

by 홍국화

    FILM>DIGITAL, 사진가 ‘크리스티나 백(CHRISTINA PAIK)’

    눈 깜빡할 사이 디지털 월드로 이주한 패션계에서 아날로그를 고집하며 조용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쿨 키드.  파리와 뉴욕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사진가, ‘크리스티나 백(Christina Paik)‘ 얘기다. 패션계가 열광하는 쿨한 DNA와 올드 스쿨을 고집하는 보기 드문 취향을 가진 그녀를 서울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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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lf Portrait PARIS2015 ⓒChristina Paik

    사진가의 셀프 포트레이트. 이 사진은 아날로그 식으로 디지털 사진을 편집한 것이 아니라, 필름 카메라로 촬영해 인화한 사진이다. 크리스티나는 아날로그 카메라를 고수한다. 당신은 이미 사진가 ‘크리스티나 백’의 이름을 알고 있을 것. 인스타그램(@ChristinaPaik)에서 약 87K의 팬을 가진 인플루언서이기도 한 그녀는 해외 패션계에 먼저 알려졌다. 지드래곤과 디자이너 바조우, DJ 킹맥과 씨엘, 수주와 친구인 그녀는 프로필에 써둔 ‘백정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인이지만, 외국에서 나고 자랐다. 태어난 곳은 뉴욕이며, 뉴욕과 파리에서 공부하며 작업을 시작한 지 9년 째. 사진가로서 서울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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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ko for CP Girls in TOKYO2016 ⓒChristina Paik

    크리스티나의 개인 작업은 대부분 아날로그 필름이다. “‘Time Limit, Frame Limit’. 하루에 누를 셔터 수까지 정해둘 정도로 신중한 편이죠. 36개의 셔터를 눌러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그날은 딱 그 만큼만 누르고 돌아서요. 오브제를 향해 셔터를 무작정 많이 누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 시간만이 지닌 현장의 공기를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사진의 매력이니까요.” 뉴욕에서 파인 아트를 전공한 그녀는 옛날부터 ‘손’으로 만지면서 하는 모든 작업을 사랑했다. 오일 페인팅, 세라믹 등 손 끝에서 나오는 창작물에 매력에 듬뿍 빠졌던 크리스티나가 사진을 선택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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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ilie from Tahiti ~JUNEPARIS2015 ⓒChristina Paik

    “대학시절, 우연히 필름 카메라를 갖게 됐어요. 내가 겨눈 뷰 파인더 속 세상이 어떻게 완성될 지 기대하며 암실에서 인화하는 후반 작업이 너무 흥미로웠죠. 시간이 걸려 결과물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 마저 완벽히 제 취향이었어요.”

    I only shoot w film cuz it’s real ~

    Christina Paik(@christinapaik)님이 게시한 동영상님,

    “매일 암실에서 필름 인화하는 것에 푹 빠져, 4년간 아침 해를 본 적 없다면 믿으시겠어요? 아무리 샤워를 해도 온몸에서 약품 냄새가 났어요. ‘과연 (셔터를 누른 후)  다음 단계엔 어떤 것이 탄생할까’라는 호기심이 절 가만히 내버려두질 않았죠. 제가 이런 성격이에요. 한 가지에 몰두하면 좀 처럼 헤어나오질 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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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se Bertram for CP Girls in Paris ~ JAN2016 ⓒChristina Paik

    “모델과의 교감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노란색 재킷을 입은 사진 속 로즈는 제가 뮤즈로 생각하는 친구예요. 처음 보자마자 시키지 않아도 원하는 곳에 서서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했어요. 말하지 않아도 서로 원하는 것이 딱딱 들어맞는 느낌. 촬영을 마쳤는데도 우리는 대화가 끊이질 않더라고요. 취향마저 잘 맞는 친구였죠. 이런 걸 원해요 저는. ‘케미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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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rui from China for CP Girls in NYC ~ AUGUST2015, ⓒChristina Paik

    크리스티나의 사진은 모두 자연광에서 촬영된 것들이다. 셔터를 수 천번 누르고 후 보정에 공을 들이는 작업은 저와 맞지 않아요. 크롭트나 합성, 삭제와 같은 후 보정을 전혀 좋아하지 않죠. 오로지 내가 본 뷰파인더 속 프레임 그대로 작업을 완성합니다. 초점이 흔들리거나, 살짝 어둡게 나오더라도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것도 그 순간인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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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ko for CP Girls in Tokyo2016 ⓒChristina Paik

    “그래서 작업할 땐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답니다. 제 안의 창의력이 시동을 거는 기분이죠. 성격도 급한 편이라 시동이 걸리면 좀처럼 브레이크를 밟기 어려워요. 하지만 촬영 중엔 걱정 하지 않아요. 저처럼 그 순간, 모델이 완전히 몰두하길 바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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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 for CP Girls in Seoul2016 ⓒChristina Pa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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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tiney from the US~ MARCH2014 PARIS ⓒChristina Paik

    그녀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적힌 ‘FILM>DIGITAL’이란 문구가 이 모든 얘기를 담고 있다. “처음엔 인스타그램도 하질 않았어요. 하지만 제 사진을 좋아하는 팬과 클라이언트들이 추천했죠. 어디서든 제 작업물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도구라고 생각해요.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반감은 전혀 없어요. 단지 제 작업 방식이 아날로그일 뿐인거죠.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은 늘 제게 ‘올드 스쿨’이라고 말해요. 사진을 찍는 시간을 제외하곤 대부분 사진을 인화하고 있으니.

    뉴욕과 파리에 이어 상하이와 도쿄, 서울에서 크리스티나의 카메라에 ‘여자’들을 담은 프로젝트, ‘MEUFS’는 계속 진행 중. 도쿄에 이어 서울 ‘ZINC’갤러리에서 지난 5월 28일부터 6월 4일까지 전시도 진행했다. 킹맥(DJ KINGMCK)의 디제잉과 함께 막이 오른 전시엔 패션계와 힙합 씬의 핫한 인물들은 죄다 모였다는 후문. 마지막 날엔 지드래곤과 혁오가 찾아 화려한 막을 내렸다. 전시 중 선보인 사진집과 그녀의 굿즈 또한 연일 완판! ‘CP’로고가 박힌 티셔츠와 이름이 적힌 라이터는 ‘재발매’ 요청이 뜨겁다. 사진집은 곧 홈페이지(www.christinapaik.com)에 다시 판매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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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on for CP Girls in Tokyo ~ MAY2015 ⓒChristina Paik

    ‘MEUFS’는 불어로 ‘GIRLS’를 뜻해요. 프로젝트 속 모델들은 각 도시의 ‘CP GIRLS’. 자신만의 취향을 가진, 크리스티나 백의 사진 다운 여자들을 담죠. 처음엔 여자를 잘 찍지 않았어요. ‘난 왼쪽이 예쁘니까 이쪽으로만 찍어줘’라던지, 자신이 어떻게 하면 더 예쁘게 나올까 고민하고 어떻게 포즈를 취해야 할 지도 모르는 몇몇 모델들은 저와 맞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자신의 무드를 어필하는 모델들을 만나며 생각이 달라졌어요. 이제는 있는 그대로, 하지만 카메라 너머로 에너지가 전해지는 친구들을 찾아 필름 셔터를 누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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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ko for CP Girls in Tokyo2016 ⓒChristina Paik

    “도쿄에서 만난 윤(Yoon, AMBUSHⓇ디자이너)과 키코(Mizuhara Kiko) 는 가장 친한 친구들이자 최고의 여자들이었어요. 자신의 여성성과 아름다움이 무엇인 줄 알고, 자신있게 그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재능이죠. ‘CP GIRLS IN SEOUL’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라 사진을 공개할 순 없지만 씨엘(CL)과 함께 촬영했던 순간을 폴라로이드에 담아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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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 for CP Girls in Seoul2016 ⓒChristina Paik

    “일단, 정말 더웠어요. 38도의 폭염 속에서 그녀는 두툼한 청 재킷을 걸치고도 아무렇지도 않아했어요. 몇 시간에 걸친 촬영을 능숙하게 소화했죠. 필름 디렉터들과 협업해 제 작업 과정들을 비디오로도 남기고 있으니 기대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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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 for CP Girls in Seoul2016 ⓒChristina Pa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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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 for CP Girls in Seoul2016 ⓒChristina Paik

    서울에서 전시를 마친 직후, 크리스티나는 남성복 컬렉션이 한창인 파리로 돌아갔다. “버질 아블로를 비롯해 파리친구들의 패션쇼에 참석한 후, 몇몇 미팅들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그러곤 곧 다시 서울로 돌아올 거에요!”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사진가 ‘크리스티나 백’의 행보를 기대하시길, STAY TUNED!

      에디터
      홍국화
      포토그래퍼
      Christina Pa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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