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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Power

작은 거인, 아역 배우들 <VOGUE> 2013년 03월호
다코타 패닝은 ‘영리한 아역 배우’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라 베드 신을 감행했다. 지금 영화계에는 알몸으로 스크린에 등장해도 전혀 선정적으로 보이지 않을 아역 배우들이 눈에 띈다. 아직 ‘마의 16세’에도 도달하지 않은, 작은 거인들.
1 <마이 리틀 히어로>의 지대한 2 <문라이즈 킹덤>의 자레드 길먼과 카라 헤이워드. 3 앨리스 잉글러트 4 <비스트>의 쿠반자네 왈리스 5 <브레이킹 던 Part 2>의 맥켄지 포이 6 <버니 드롭>의 아시다 마나
올해, 아카데미 역사를 바꿔놓은 인물을 소개한다. 시상식에서 나오미 왓츠, 제니퍼 로렌스, 제시카 차스테인 등과 나란히 불릴 이름, 쿠반자네 왈리스. 영화 <비스트>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 역사상 최연소라는 기록을 세운 왈리스는 고작 아홉 살이다. 이렇게 어린 배우를 후보에 올린 건 이벤트와 뉴스거리에 환장하는 아카데미의 농간일 수도 있지만, 그 전에 <비스트>는 꼭 볼 만한 작품이다. 태풍이 불어닥치면 사람들의 시체가 두둥실 떠오르는 묵시록적인 풍경의 ‘욕조섬’에서, 자신이 처한 운명과 대거리라도 하겠다는 듯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소녀 ‘허쉬퍼피’를 목도할 수 있다. 다섯 살에 <비스트>를 촬영한 쿠반자네 왈리스는 영화 배경인 뉴올리언스 출신의 평범한 아이였다. 그녀에게서 ‘반항적인 여전사’의 모습을 봤다는 감독 벤 제틀린의 설명대로, 쿠반자네 왈리스의 매력은 온실에서 곱게 자란 아이들이 지닐 수 없는 야성적인 본능에 있다. 그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의 가능성에 매혹된 스티브 맥퀸이 대작인 <노예 12년>에 왈리스를 캐스팅했다.

이웃 나라 일본에는 ‘국민 조카’ 아시다 마나가 있다. 아시다 마나의 이미지는 쿠반자네 왈리스와 정확히 반대다. 왈리스가 미국 인디영화 감독들의 총애를 받을 개성파 아역이라면, 아시다 마나는 국적을 막론하고 상업영화와 드라마 감독들이 아역 배우에게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아동이다. 2010년 일본에서 히트를 친 드라마 <마더> 역할이 좋은 예다. 엄마의 애인에게 학대 받다가 쓰레기 봉투에 묶여 버려진 ‘레나’는 학생들에게 별다른 애착이 없던 여교사를 제2의 엄마로 거듭나게 만드는 아이다.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다가도순식간에 눈물을 왈칵 쏟아내는, 성인 연기자에게도 쉽지 않을 감정의 진폭을 오르내리는 기술이 아시다 마나의 유전자에 저장되어 있나 보다. 이후 아시다 마나는 영화 <버니 드롭>을 비롯해 수십 편의 영화와 드라마, CF, 버라이어티쇼에 출연하며 일본 여자 연예인 수입 랭킹 상위권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년 전엔 <보그> 재팬의 화보도 찍은 몸이다. 아시아 권에만 머물긴 아까운 아이, 역시나 올해 길예르모 델 토로의 블록버스터 <퍼시픽 림>으로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첫 출연작이 무려 <브레이킹 던 Part 2>인 행운의 소녀도 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로버트 패틴슨을 부모로 둔 인간-뱀파이어 아이 ‘르네즈미’ 역의 맥켄지 포이다. 배우로서의 자질을 이성적으로 논하기 전에 이미 본능적으로 홀리게 되는 신비한 외모가 그녀의 무기다. <브레이킹 던 Part 2> 제작진은 아기에서 여인으로 빛의 속도로 성장하는 르네즈미 역에 원래 성인 배우를 캐스팅할 예정이었으나, 맥켄지 포이를 만난 뒤 오직 그녀만을 위한 르네즈미를 선보여야겠다고 결심했단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맥켄지 포이의 얼굴은 성인 배우로 성장할 그녀의 커리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네 살 무렵부터 이미랄프 로렌, 게스 광고에 출연했던 어린이였으니 셀러브리티 자질도 미리 갖춘 셈이다.

할리우드 A급 감독과 배우들로부터 연기 레슨을 톡톡히 받은 될성부른 떡잎들은 2011년 아카데미 10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코엔 형제의 <더 브레이브>에 출연한 헤일리 스테인펠드, 빈티지한 감수성을 지닌 웨스 앤더슨의 <문라이즈 킹덤>에 출연한 카라 헤이워드와 자레드 길먼 같은 아이들이다. <더 브레이브>의 유일한 주연 여배우였던 헤일리 스테인펠드는 야무지게 땋은 갈래 머리에 카우보이 모자를 쓴 채 서부극의 세계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보안관 제프 브리지스와 맷 데이먼을 호령하고, 살인마 조시 브롤린에게 피의 복수를 선사하는 역할이었으니 담력 인증은 제대로 했다. 올해 개봉하는 SF영화 <엔더의 게임>에서 그녀가 외계인의 침략을 저지하는 천재소녀역을 맡는다는 소식이 전혀 걱정되지 않는 이유다. <문라이즈 킹덤>의 귀여운 커플이었던 카라 헤이워드와 자레드 길먼은 차세대 해리 포터와 헤르미온느처럼 느껴진다. 영화속에서 지나치게 조숙한 여자 아이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남자 아이가 만난다는 설정부터 어른들을 깜짝 놀래킬 도피를 감행하는 엉뚱함까지 닮은 꼴이다. 게다가 웨스앤더슨 감독이 발굴한 이 배우들은 실제로도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과 비슷한 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레드 길먼의 경우 래드클리프처럼 지적이고(동그란 안경이 한몫한다) 섬세한 얼굴을 가졌고, 카라 헤이워드는 멘사 회원일 만큼 명석한 두뇌를 자랑한다는 점에서 엠마 왓슨과 겹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인물’은 물론 한국에도 있다.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지대한은 스리랑카인과 한국인의 피를 반반씩 이어받은 혼혈 배우다. 지대한은 <마이 리틀 히어로〉에서 다문화 가정의 문화적 소외감과 좌절을 딛고 힘차게 비상하는 <빌리 엘리어트>적인 인물을 성공적으로 소화해냈다. 제이미 벨처럼 아직 다듬어진 연기를 보여주진 못하지만, 지대한의 ‘영광이’ 때문에 웃고 울게 되는 건 현실인지 허구인지 분간하기 힘든 그의 진심 어린 모습 때문이다. 연기학원에서 배운 틀에 갇혀 자로 잰 듯 배역을 소화하는 아역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지대한이 지닌 원초적인 순수는 지켜줘야 할 청정 구역이다. <도가니>의 청각장애인 ‘민수’역으로 범상치 않은 인상을 보여준 후 부쩍 성숙해지고 있는 <남쪽으로 튀어>의 백승환, <박수무당>과 <7번방의 선물>에서 각각 눈물-콧물-박장대소의 쓰리콤보를 담당한 윤송이와 갈소원 역시 지켜보고픈 아역 배우들이다.

역시나 우려되는 점은, 아역 배우만큼 미래가 불확실한 직업도 없다는 것. 대부분의 아역은 얼굴 골격이 급속도로 변한다는 ‘마의 16세’를 거쳐 성인 배우로 무사히 이미지 변신을 해야 하고, 어린 시절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유명세에 대응하는 법을 익혀야한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별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맥컬리 컬킨과 할리 조엘 오스먼트를 생각해보라). ‘영리한 아역 배우’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작 <베리 굿 걸스>에서 전라 베드 신을 감행한 다코타 패닝을 보고 있으면, 적어도 ‘아동’ 수준은 벗어난 시기에 유명세를 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인 캠피온의 딸이자 아역과 성인의 경계에 선 나이에 비로소 피어나고 있는 앨리스 잉글러트(94년생, <진저와 로사> <뷰티풀 크리처스>) 같은 사례처럼 말이다. 하지만 언제 소멸될지 모르는 별이라 해도, 이 작은 거인들이 선사하는 눈부신 발광에 당분간은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겠다. 함부로 미래를 재단하기엔 이 소년 소녀들에게 내재된 재능이 무시 무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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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권은경
기타 - 글 / 장영엽(<씨네 21> 기자) PHOTO: GETTYIMAGES / MULTIBITS
출처 - Vogue web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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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naggo
맞아요!!!아역배우들이 연기를 훨씬 잘하는 경우도 많은것 같아요 2013.03.30

sophia507
연기잘하는 아역배우들 보면 참 신기해요~ 2013.03.20

dltkddms
작은 거인은 맞아 아역배우들~~ 2013.03.12

qwe010
멋져요 2013.03.09

ysr486
멕켄지포이 귀여워요~ 2013.03.07

eunji190
멋있네요 ㅋㅋㅋㅋ 2013.03.07

avoir79
지대한 너무 멋지네요 ^^ 2013.03.07

tigger007
버니 드롭의 아시다 마나 너무 귀여웠어요~ㅎㅎ 2013.03.07

oops0407
기사 잘 보고 갑니다. 2013.03.06

orange3651
어떻게 될지 기대됩니다. 201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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