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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GUE FRIENDS
고현정과 친구들 <VOGUE> 2012년 04월호
고현정은 그 자체로 다이너마이트가 장착된 어마어마한 금광이다. 그리고 그 버튼의 비밀번호는 그녀 자신이 눌러야 한다. 마침내 고현정이 윤종신, 정형돈, 김영철과 함께〈보그〉에서 본격 토크쇼〈GOshow〉의 서막을 연다.
고현정의 재킷은 앤디앤뎁(Andy&Debb), 와이드 팬츠는 모그(Mogg), 네크리스는 슈룩(Shourouk by 10 Corso Como), 와이드 뱅글은 갤러리 람(Gallery Raam). 정형돈의 셔츠와 블랙 베스트는 모두 장광효 카루소(Chang Kwang Hyo Caruso), 보타이는 웨딩트리(Wedding Tree). 김영철의 셔츠와 라펠 달린 베스트, 면 소재의 레드 재킷, 보타이는 모두 장광효 카루소, 안경은 폴 휴먼(Paul Hueman). 윤종신의 화이트 보타이 장식 셔츠는 장광효 카루소, 깅엄 체크 재킷은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By Boon The Shop Men).
고현정의 블랙 트리밍된 화이트 포켓 셔츠는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 플리츠 롱스커트는 아이잗 컬렉션(The Izzat Collection), 와이드 벨트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스틸레토는 구찌(Gucci), 드롭 귀고리는 갤러리 람(Gallery Raam).
윤종신의 유니크한 라펠 장식 재킷과 팬츠는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 화이트 셔츠는 길 옴므(G.I.L. Homme), 안경은 알랭 미끌리(Alain Mikli).
“고현정은 캐내지 않은 노다지예요.” 윤종신이 엘비스 프레슬리 헤어를 한 채 샐러드를 먹으며 말했다. “고현정이 궁금했어요. 그게 내가 쇼에 참여한 첫 번째 이유예요.” 새로운 토크쇼를 시작하는데, 그 진행자가 고현정이라면 상징적으로 최고라는 건 윤종신만의 생각이 아니다. “고현정 씨를 처음 보고 놀랬어요. 그분은 와~! 정말~! 대단한 연예인이더라구요.” 여전히 어색한 정형돈도 전례가 없는 이토크쇼를 앞두고 얼떨떨해 한다. “이젠 저도 메이저 토크쇼에 입성한 거죠. 고현정과 쇼를 한다니요!!! 병풍 역할만 해도 영광입니다~.” 김영철은 고현정과 함께라면 최악의 상황이라도 잃을 게 없다고 호들갑이다. 사실 ‘고현정이 토크쇼를 진행한다면’이라는 가설은 ‘고현정이 토크쇼에 나와준다면’이라는 희망 사항보다 먼저 나온 카드였다. 2009년 2월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토크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유명 인사들이 지닌 인간적인 면을 끌어내고 싶어요. 그걸 아이들도 보면 좋겠어요.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당시엔 고현정의 신비주의를 깰 수 있을 거라는 기대였지만, 지금은 그 이상이다. 3년간 그녀가 이룬 것들을 보라! 광대와 성녀, 고독한 현대 여성이라는 세 가지 테마를 오가며 스스로를 연기했던 그날의 <보그> 촬영 이후 고현정은 작정하고 대중들에게 성
문을 열었다.

TV 화면에서 고현정의 첫 대국민담화는 강호동의 토크쇼 <무릎팍 도사>였다. 토크쇼 게스트로서 그녀는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는 우아한 화법으로 대중들의 물음표에 답했다. 미인대회의 소비상품으로 세상에 나와, 현대사의 비극을 관통한 <모래시계>의 비장한 여자로 키워지고, 재벌가의 초호화 며느리 직을 사퇴할 때까지. 그녀는 공인으로서 우리가 적당히 짐작해야 할 부분과 자연인으로 웃고 떠들어도 될 부분을 현명하게 조절했다. 간간히 코를 풀고, 목젖이 보이도록 폭소를 터뜨리고, 조인성과 천정명에게 ‘공개 청혼’하는 아슬아슬한 조크를 넘나들며. 성스러움과 속됨을 조화시켰다. 마지막으로 어디선가 보고 있을 아이들에게 ‘엄마가, 산뜻하게 잘 살고 있다’고 안부를 전하며.

고현정은 ‘케미스트리’가 특별한 사람이다.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전생에 용기가 넘쳤던 ‘켈트족 전사’다. 그녀는 마음만 먹으면 대중과 함께 동경, 연민, 카타르시스라는 세 개의 클라이맥스가 있는 롤러코스터를 탈 준비가 되어 있다. 롤러코스터를 가동하기에 앞서 그녀는 그동안 몇 가지 실험을 거쳤다. 안방극장에서는 <선덕여왕>과 <대물>이라는 상투적인 ‘폼’ 안에 들어가 대중들이 원하는 ‘여왕놀이’를 즐겼고, 야외극장에서는 홍상수의 나른한 영화와 페이크 다큐멘터리 <여배우들> 속에 몸을 던져 스스로를 풍자했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 후배 최지우에게 “그러니까 쫓겨났지?”라는 대사를 하도록 부추겼다. 속 시원한 사이코드라마 후엔 즉석 샴페인 파티를 주도하고, 소속사의 어린 남자 배우를 데리고 나타나 질투심을 자극하고, 이미숙과 김옥빈이 속내를 털어놓도록 진실게임을 유도했다. 나 자신, 그 자리에 함께했지만, 진짜 고현정과 가짜 고현정이 뒤섞인 <여배우들>이야말로 ‘고현정 쇼’의 탄생 설화-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4월, SBS에서 시작하는 <GOshow>에서는 윤종신과 정형돈과 김영철(실제 예능 전쟁터에서 멋진 싸움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현정 롤러코스터’의 안전벨트 역할을 한다. 고현정은 늘 그렇듯이 화장기 한 점 없는 얼굴에, 머리를 감고 청결한 물 냄새를 풍기며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어떤 무기도 없이, 항상 검은 옷을 입고 ‘이게 다예요’라는 미소를 가득 담은 채. 그녀는 다소 흥분돼 있었다. 어쨌거나 배우가 프런트에서 시청자를 직접 상대한다는 건 대단한 용기다.
정형돈의 셔츠와 재킷, 팬츠, 커머밴드, 신발은 모두 장광효 카루소(Chang Kwang Hyo Caruso), 보타이는 웨딩트리(Wedding Tree).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셔츠는 반 하트 옴므(Van Hart Homme), 턱시도 재킷과 보타이는 모두 장광효 카루소, 팬츠는 프라다(Prada), 슈즈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셔츠는 YSL, 롱 베스트와 팬츠, 보타이는 모두 장광효 카루소, 슈즈는 프라다, 커프스 링은 몽블랑(Montblanc). 셔츠는 루이 비통, 화이트 재킷과 보타이는 모두 장광효 카루소, 팬츠는 디올 옴므(Dior Homme), 슈즈는 니나 리치(Nina Ricci). 셔츠와 재킷, 보타이는 모두 장광효 카루소, 팬츠와 슈즈는 모두 디올 옴므.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이제까지 제가 대중들로부터 혜택을 받고 살았으면, 이 시점에는 떨림의 장에 서서 대중들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는 거죠.” 쇼를 시작하기 전, 그녀는 <보그>에 SOS를 청했다. 3년 전 자신이 성문을 열고 세상에 나올 때 <보그> 카메라 앞에 섰던 것처럼, 이제는 그녀의 패밀리가 될 윤종신, 김영철, 정형돈과 <보그> 스타일의 패션 의식을 치르고 싶다는 것.

SBS의 서혜진 PD는 <고쇼>의 포맷이 공개되기 전에 이 프로젝트를 위해 몇 가지 힌트를 주었다. 그녀는 <고쇼>가 게스트들의 신변잡기를 들춰내는 고루한 토크쇼가 아니라고 했다. “그들이 모여서 뭘 하죠? 게스트들에게 질문을 하나요? 아니면 힘을 모아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나요?” “아니요. 아닙니다.” <K팝 스타>를 연출했던 이 베테랑 PD는 이 쇼가 상황극과 콩트와 공연을 담은 토털 버라이어티쇼가 될 거라고 했다. 그들은 영화 <여배우들>이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를 연기한다. 고현정은 매니지먼트를 지휘하는 제작자, 윤종신은 시니컬한 작곡가, 정형돈은 소속사의 톱 배우, 김영철은 게스트를 몰고 오는 캐스팅 디렉터. “전반부는 한 편의 오디션쇼가 될 거예요(<K팝스타>처럼?). 후반부는 함께 즐기는 공연이 되겠죠. 러프한 그림은 그래요. 그들이 모여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날지는 첫 녹화를 해봐야 알겠죠.” <고쇼> 연출팀조차 ‘고현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는 숙제였다. 고현정의 팔짱을 끼고 저녁에 오페라를 보러 가고 싶은가? 아니면, 밤 늦게 가라오케에서 놀고 싶은가? 결론은 시청자들은 그녀가 망가지는 것보다 보호되길 원한다는 것. “가령 고현정이 비키니를 입고 춤을 추는 건 안 된다는 거죠.”

나는 요리 토크쇼의 여신으로 추앙받는 영국의 나이젤라 로슨을 떠올렸다. 남자들은 모두 그녀와 자고 싶어 했고, 여자들은 그녀를 완벽한 역할 모델로 여겼다. 돈 많고 아름답고 심지어 과부이기까지 한 나이젤라는 데님 재킷 차림으로 요리를 한다. 그녀가 조리대 위로 몸을 숙이면 전국의 남성 시청자들은 그녀의 가슴을 뚫어지게 주시한다. “지랄하고 있네! 맛있는 게 좋은 거지”라고 거침없이 내뱉는 상류층 과부에게 열광하며. 나는 머리를 흔들며 <고쇼>팀 의견에 동의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고현정은 그 자체로 다이너마이트가 장착된 어마어마한 금광이다. 그리고 그 버튼의 비밀번호는 그녀 자신이 눌러야 한다. 프로그램 첫 녹화도 하기 전에 고현정과 친구들이 <보그> 스튜디오에 모였다. 정형돈은 어색함을 감추지 못해 안절부절이고, 김영철은 귀여운 떠벌이가 되어 분위기를 띄우고, 윤종신은 정곡을 찌르는 위트로 상황을 정리한다. 그들과 섞여 웃고 떠드는 고현정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바야흐로 서로의 결점을 비웃을 수 있고, 비판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고현정식’ 우정이 싹트는 순간. 문득 3년 전 귤과 호두과자를사 들고 <보그> 촬영장을 방문했던 조인성과 고현정의 대화가 떠오른다.

“외로움? 글쎄, 외로움이 뭘까? 외로운 순간은 누구나 있지. 배우들이 반복적으로 외롭다고 말할 때, 대부분은 불안하거나 막막한 기분 아닐까? 다들 관계를 보수할 생각은 안 하고 새로운 관계를 찾아갈 생각만 하잖니? 고독은 알겠어. 고독할 때는 있거든.” “누나 이야기를 들으니까 이성복 시인의 시가 생각나. ‘혼자일 때도 관계라는 건 나의 불안 요소다’, 라는 시….” “부정할 수 없는 건 배우는 광대라는 거야. 바깥에서 구경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우리 인간 자체는 구경거리가 되지 말자. 그건 아주 후진 거거든.”

그녀는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없다고 했다. “전 구경거리가 되는 건 정말 싫어요”라고 진저리를 쳤다. 그러느니 오히려 작정하고 ‘구경거리’를 만들어내자는 쪽이다. “나만 생각하면 지금 왜 굳이 이런 모험을 하겠어요? 나를 포함해서 배우들도 이 정도 대중과 함께했으면 너무 감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내가 불안해지죠. 그렇지 않아요? 몰라요. 나한텐 그런 책임감이 있어. 너무 안주하면서 사는 건 의리가 없다는 생각. 친한 사람들과 휩쓸려 다니며 음지에서 소비되기 보다, 환한 조명 아래 대중을 위해 소모되자는 생각… 혹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전 드라마보다 쇼MC를 먼저 했어요.”
김영철의 셔츠는 송지오 옴므(Song Zio Homme), 스트라이프 피크 라펠 재킷과 팬츠는 모두 구찌(Gucci), 보타이는 웨딩트리, 슈즈는 장광효 카루소, 안경은 폴 휴먼(Paul Hueman). 모델의 셔츠와 재킷은 모두 장광효 카루소, 팬츠는 프라다, 슈즈는 디올 옴므.(
그녀는 <고쇼>가 자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거라고 했다. 나는 뉴스가 오픈되기 전부터 친분 있는 선교사를 통해 ‘고현정 쇼’의 예언을 들었다. ‘그녀가 이제까지 어머니의 이름으로 활동했지만, 이제부터는 자기 이름을 갖고 새로운 시즌을 열 것’이라는 예언을 전했을 때, 고현정은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네, 이제부터 저는 제 이름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살 거예요.”

그녀는 아버지에게 올해도 어김없이 새해 달력과 사자소학, 추구집을 선물 받았다. 매년 반복되는 ‘인간의 윤리도덕’에 대한 말없는 가르침, 그녀가 멀리 가더라도 결국 반듯하게 원점으로 오는 건 부모님 때문일지도 모른다. 냉정한 자기 객관화와 함께 개인을 대중 속에 존재시키는 잔다르크 스타일의 직업 정신도. 가끔은 고현정을 보면서 사람의 인생에서 부모와 배우자의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토록 대단한 것이었나 놀라게 된다.

어쨌든 우리는 모두가 고현정이라는 여배우의 관객이다. 이건 흥미로운 인터랙션게임이다. 나는 영화 <여배우들>을 촬영할 때도 고현정에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맞아요. 그런데 요즘엔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왜 대중이 나와 그런 게임을 해야 하나 싶어요. 오해 받는 일이 많을 때는 안 그런 척 쇼도 했어요. 그런데 이젠 구체적인 화해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안 그래도 살기 힘든 세상에서 대중들이 저와 ‘밀당’을 하느라 머리 쓰는 건 민폐예요. 쇼는 11시쯤에 방송돼요. 그걸 보고 그냥 편안하게 주무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제 자신, 이 쇼에서 과하게 포장도 않겠지만, 너무 소탈해서 보는 재미를 안 주는 것도 직무유기겠죠.” <고쇼>팀은 아직 출연자들에게 쇼에 대한 정확한 밑그림을 주지 않았다. 그들은 막연히 이 쇼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시너지를 주는 새로운 포맷이 될 거라고만 알고 있다. <이미숙의 배드신>에서 보조 MC로 출연했던 김영철은 지금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페이스 메이커다. “제 특징이 여자 이경실이에요. 전 누군가의 말을 듣고 더 실감나게 전해주는 ‘스피커’ 역할을 하죠. 조혜련 누나가 그랬어요. ‘너는 어쩜 들은 얘기를 현장에 있던 것보다 더 생생하게 얘기하니?’ 제가 개인기라고는 눈 뒤집고 성대모사 하는 것밖에 없어서 속상해 할 때, 강호동 형이 그랬어요. ‘영철아! 너는 토커다! 들을 줄 아는 토커!’ 전 제가 토크쇼에 딱 맞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게스트가 말 못할 때 거들어 주고, 한번 웃겼다가 또다시 들어주고…. 게다가 최화정, 이영자, 이미숙, 고현정 같은 센 사람들에게 보조를 잘 맞춰요. 톱스타는 자격지심이 없어서 놀려도 자존심 상해 하지 않거든요.” 고현정에 대한 충성심을 감추지 않는 김영철. “제가 고등학교 때 고현정 누나가 진행하는 라디오에 엽서를 보냈어요. 누나가 라디오에서 내 이름을 불러준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TV에서 윤종신의 첫 이름을 불러준 사람도 고현정이다. 1990년 KBS 가요프로 <토요대행진>에 대학생 가수 윤종신이 첫 출연했을 때MC가 고현정이었다. 22년이 지난 지금, 윤종신은 지능과 예능을 동시에 갖춘 진지한 프로 방송인이 됐다. 그는 <고쇼>를 보다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시청자들의 관심은 현재 고현정이에요. ‘고배우’가 게스트로 나오는 것보다 MC로 나왔을 때 더 진솔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죠. 우리는 그녀가 자기 얘기를 하도록 끌어내야 할 거예요.” 일상 생활 속에서 고현정의 화법은 창의적이고 재치 있다. 스스로를 풍자하고 과장하며 위험한 수위를 넘나든다. 콤플렉스를 감추려고 노력하는 나약한 개인은 없다. 현재 <고쇼>의 맹점은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고현정보다 더 ‘폭발적인’ 게스트가 없다는 것! 게다가 그녀는 남들보다 배짱이 열 배는 두둑하다. 영화계 최고 권력자인 감독들이 모인 사석에서, “이 중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수영복 입고 서 본 사람 나와보라”고 ‘미스코리아’식으로 호통치는 귀여운 여자는 전무후무하다.

나는 윤종신에게 고현정의 예능 감각을 물어봤다. “예능감은 규정되지 않아요. 계속 새롭게 만들어지는 거예요. 저는 고현정이 예능계의 새 트렌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직선적이면서도 불쾌와 유쾌의 감을 잘 알고, 본인의 히스토리를 매력적으로 섞을 수 있는 여자예요.” “고현정을 여배우로 대할 건가요?” “아니요. 궁금한 파트너로 대할 겁니다. 여자로서 예우를 다하면서요.”

일반적으로 토크쇼의 게스트들은 품위 있게 앉아서 자기 얘기를 하길 원한다. <박중훈쇼>나 <주병진쇼> <이미숙의 배드신>이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고쇼>에서는 지루하고 감상적인 ‘고백’보다는 아낌 없이 몸을 던지는 스타들의 ‘서바이버 쇼’를 지향한다. 토크에 관한 고현정의 철학도 냉정한 편. “대중 앞에서 갈고 닦지 않은 진심을 드러내는 건 소용 없어요. 진흙 웅덩이 같은 진심을 드러내 보이면서 솔직하다고 징징대면 그것만큼 비참한 게 없는 거예요. 좀 대범하고 어른스럽게 갔으면 해요. 모르는 건 물어보고, 아는 건 소리 높여 얘기하고, 서로 야단도 치고 사과도 하고… 윤종신, 정형돈, 김영철이 있으니까 무한대로 갈 수 있다고봐요. 저는.”
김영철의 도트 패턴 셔츠, 재킷, 팬츠, 화이트 보타이 모두 장광효 카루소(Chang Kwang Hyo Caruso), 안경은 폴 휴먼(Paul Hueman). 고현정이 입은 화이트 롱 드레스는 랄프 로렌(Ralph Lauren), 턱시도 재킷은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 by Boon The Shop), 네크리스는 슈룩(Shourouk by 10 Corso Como), 와이드 뱅글은 스와로브스키(Swarovski). 정형돈의 셔츠와 화이트 베스트, 팬츠, 도트 패턴 보타이는 모두 장광효 카루소. 윤종신의 셔츠는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턱시도 재킷과 팬츠는 모두 장광효 카루소.
대중은 허세가 심하고 괴짜이며, 호전적이고 경쟁심도 강하고 가끔은 재기가 번뜩이는 그런 스타의 모습을 원할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자신이 연예인이라는 사실에 수줍음이 많은 11년 차 개그맨 정형돈이 그런식의 뻔뻔한 ‘연예인 연기’를 한다. 진짜 불세출의 연예인(고현정은 국민의 사랑에 보답해야 한다는 의무를 지닌 ‘뼛속까지’ 연예인이다!) 앞에서. “쇼는 쇼예요. 제가 평소에 톱스타나 패셔니스타 흉내를 내는 건, 반전의 묘미를 주기 위해서죠. 실제로 전 옷 입는 게 엉망이에요. 저질 몸매에 낯도 엄청 가리구요.” 정형돈은 <보그> 화보 캐릭터를 촬영하는 내내 어색하고 미안해 했다. 수트 소매를 접는 시침핀이 무섭다고 쩔쩔 매는 과체중 남자는 처음 봤다.

<보그> 카메라 앞에서 윤종신은 자신이 멋있어지는 지점을 영리하게 예측하며 움직이고, 김영철은 ‘구박’을 감수하면서 분위기를 업 시킨다. 이 모든 판을 설계한 고현정은 우아한 패션 애티튜드로 친구들의 중심을 잡았다. 그녀는 친구들에 비해 자신의 컷이 더 많아져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지 않도록 끝까지 조심했다. 필요하면 매니저에게 목소리를 높여 주위를 긴장시키며. “그건 안 돼죠. 오늘은 저 혼자 주인공이 아니니까요.” 나는 그녀가 에르메스 채찍을 들고 마조히스트적인 포즈를 취하는 걸 상상해 보았다. 속으로 항상 꿈꿔 왔던 경계성인격장애 훌리건이 되어 자기 안의 악동 기질을 마음껏 발산하는 그런 모습. 아! 어쩌면 파격이 용서되는 ‘패션 비주얼’에서 만큼은 그녀를 상대로 실험을 했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고현정의 산뜻한 목소리가 <보그 쇼>의 엔딩을 알렸다. “삶이 장난이 아니에요. 깜짝깜짝 놀란다니까요.”
고현정의 시스루 블랙 드레스는 미스지 콜렉션(Miss Gee Collection), 실크 라펠의 턱시도 재킷은 발맹(Balmain), 진주 귀고리는 갤러리 람(Gallery Raam), 슈즈는 구찌(Gucci), 네크리스는 톰 빈스(Tom Binns by 10 Corso Como).
김영철의 셔츠는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재킷은 길 옴므(G.I.L. Homme), 팬츠와 벨트, 슈즈는 모두 장광효 카루소(Chang Kwang Hyo Caruso), 넥타이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안경은 폴 휴먼(Paul Hueman). 윤종신의 셔츠는 재희 신(Jehee Sheen), 재킷은 길 옴므, 팬츠와 보타이, 슈즈는 모두 장광효 카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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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김지수
포토그래퍼 - 강혜원
스탭 - 헤어 / 김승원(르네 휘테르), 메이크업 / 손대식, 스타일리스트 / 서영희, 최희승, 세트 스타일링 / 그녀들의 만물사
출처 - Vogue web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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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song81
잘 봤습니다. 201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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