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만드는 사람

촬영팀 모두가 언덕바지에 있는 한옥 대문 앞에 서서 고개를 빼고 스티븐을 기다리는 모
습을 보니, 다들 영락없이 명절에 멀리서 오는 친척을 마중 나간 사람들 같았다. 좁다란
골목을 비집고 점보 택시가 진입했고 문이 옆으로 스르륵 열렸다. “안녕하세요?” 환한
미소를 짓는 스티븐이 인사를 건넴과 동시에 이런저런 짐을 우리 손에 안겼다. “뭘 그렇
게 많이 갖고 오셨어요!”라는 대답이 한국말로 터져 나왔지만, 그 정성에 내심 감동한 것
도 사실이다. 스태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친절히 인사를 건넨 그는 안뜰이며 정원이며
한옥 구석구석을 살폈다. “음, 이쯤이 좋겠군요.” 스티븐은 대청마루 앞에 모자를 세 줄
로 깔아놓았다. 스티븐 존스와의 대화는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Super 5 in SEOUL – ④ Stephen Jones (스티븐 존스)

클럽 피플부터 패션 아이콘, 심지어 영국 왕족까지. 스티븐 존스는 상대가 누구든 30년간 매일 모자를 만들었다. 단 하나 변치 않은 사실은 늘 새로움을 좇는 낭만주의자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