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토리 버치와 배우 박시연이 함께한 순간

2016.03.17

by VOGUE

    토리 버치와 배우 박시연이 함께한 순간

    두 개의 T로고로 CC, FF, GG 등 패션 하우스의 로고 전쟁에서 순식간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토리 버치.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에 맞춰 서울을 찾은 토리 버치와 배우 박시연이 함께한 순간을 〈보그 코리아〉가 동행했다.

    청담동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나와 으로 향한 디자이너 토리 버치와 배우 박시연. 음악, 미술, 영화 등 다양한 예술에 관심이 많은토리 버치는 이곳에서 제프 쿤스의 작품 을 볼 수 있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두 개의 알파벳이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게되면,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영향력을 갖게 된다. CC, FF, GG 로고가 수십 년에 걸쳐 유럽을 넘어 미국과 아시아 등으로 퍼져나간 것과 달리 토리 버치(Tory Burch)의 TT 로고는 불과 몇년 만에 서울의 멋쟁이들을 매료시켰다. 작년 가을, 서울에 첫 번째 스토어가 오픈하자마자 패션에 일찍 눈 뜬 10대부터 여전히 멋스러운 50대까지 연령불문하고 이곳을 수시로 드나드는 보기 드문 현상이 벌어질 정도로. 특히 알파벳 T두 개로 만들어진 로고가 장식된 플랫슈즈 ‘리바 슈즈’에 대한 서울 여자들의 열광적 반응이란(하긴, 미국에서도 런칭 직후2006년에만 30만 켤레의 슈즈가 팔렸고, 2008년 CFDA에서 액세서리부문 상을 차지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도대체 왜 토리 버치가 인기일까? 디자이너가 뉴욕 상류층 출신으로 그녀 자신이 셀레브리티이기도 해서? 하지만 〈텔레그라프〉지에서도 언급했듯이, 상류층 인사에서 패션 디자이너가 된 다이안 본 퍼스텐버그, 캐롤리나 헤레라 등도 있지만, 토리 버치처럼 급성장한 패션브랜드는 일찍이 없었다. 8개월 동안 친구들과 함께 아파트에서 브랜드를 준비해 런칭한 지 6년여 만에 미국 내에만 22개 매장을 갖고 있으며, 유럽과 아시아를 넘나드는 글로벌한 패션 브랜드로 성장한 토리버치. 아마도 토리 버치의 성공 비결은 리바 슈즈로 대표되는 토리 버치다운 특성, 즉 세대를 뛰어넘는 부담 없고 편안한 이미지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바 슈즈에 매료된 건 오늘 그녀와 특별한 시간을 보낼 배우 박시연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지낼 때부터 토리 버치를 좋아했어요. 플랫슈즈는 블랙, 골드 등 다양한 컬러를 갖고 있고, 부츠도 몇 켤레 있어요. 낮은 굽뿐 아니라 하이힐도 아주 편하거든요.” 토리 버치의 뉴욕 저택과 같은 컨셉으로 완성된 플래그십 스토어 2층을 둘러보던 박시연이 말했다. “전 토리 버치의 의상도 좋아해요. 그래서 한국에 런칭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반가우면서도 섭섭했죠. 나만 아는 브랜드로 남기고 싶은 그런 마음 있잖아요.”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는 오렌지와 골드, 그린 컬러가 어울린 1층엔 토리 버치의 의상과 액세서리가디스플레이 되어 있고, 2층은 아주 사적이고 특별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커다란 소파와 도자기로 꾸며진 거실, 오렌지 책장이 돋보이는 서재, 메이크업룸 등으로 구성된 2층을 둘러보던 박시연이 말을 이었다.“물론 좋기도 해요. 디자인도 멋스러운데다 소재까지 훌륭한 토리 버치 의상을 서울에서 편하게 쇼핑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의상을 서울에서 편하게 쇼핑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박시연이 2층의 진한 보랏빛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아이스 바닐라라떼를 즐기고 있을 무렵, 촬영 준비를 마친 토리 버치가 메이크업 문을 열고 우아하게 걸어 나왔다. 그녀는 자신의 가을 컬렉션의상을 입고 있는 박시연에게 정말 아름답다는 칭찬으로 인사를 건넸다. 올가을을 위해 토리 버치는 골드 스팽글이 섬세하게 장식된 톱과 블랙 스커트, 오렌지 컬러의 니트웨어, 클래식한 트위드 수트와 헐렁한 아노락코트까지 여자들의 옷장에 꼭 필요한 아이템들을 다채롭게 선보였다(스타일닷컴은 ‘업타운과 다운타운, 낮과 밤, 클래식과 트렌디,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이 어우러졌다’고 리뷰했다).

    “정말 멋진 곳이에요. 다른 패션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와는 사뭇 다른데, 어떻게 이런 인테리어를 떠올리게 됐죠?” 박시연의 질문에토리 버치가 인테리어 팁을 들려줬다. “바로 제가 사는 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구석구석 둘러보면 토리 버치의 지난 컬렉션에 등장한 패브릭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집도 여러 가지 패브릭을 믹스해 소파를 장식하거나 테이블보로 사용하는 식이거든요.” 상류 문화의 핵심에서 살아온 디자이너답게 그녀는 시종일관 우아한 태도와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줬다. 또한 그녀는 동행한 디자인팀과서울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때도, 모든 사람들을 배려하려 애쓰며 겸손함을 잊지 않았다. 박시연이 두 번째 의상을 갈아입으러 간 사이, 반짝이는 비즈가 장식된 톱에 샛노란 팬츠를 입은 그녀와 산뜻한 오렌지색 서재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VOGUE 매장에 유난히 오렌지 컬러가 많이 쓰였네요. 오렌지를 토리 버치의 심벌 컬러로 정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TORY BURCH(이하 T.B) 어릴 때부터 오렌지 컬러가 좋았어요. 뭔가 본능적으로 끌렸는지도 몰라요. 세 살 때 제 방을 오렌지색으로 꾸미겠다고 부모님을 졸랐다더군요.하하. 제게 오렌지는 행복을 가져다주는 색이에요.

    VOGUE 작년 <보그코리아>9월호에 실린 당신의 집 사진이 떠오르는군요. 서울 런칭을 앞두고 뉴욕 집에서 인터뷰를 했었죠. 수 백 송이의 꽃들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T.B 꽃을 놓으면 집안에 생기가 더해진답니다. 투베로즈, 작약, 오렌지 양귀비 등의 꽃들을 아주 좋아해요. 라벤더 같은 보라색 꽃들도 좋아하구요.

    VOGUE 직접 꽃시장에 가기도 하나요?
    T.B 예전엔 자주 갔었는데, 지금은 시간적 여유가 없어 전혀 못 가고 있어요. 새벽 6시에 꽃시장에서 꽃을 한 다발 사서 나올 때의 기분은 정말 근사한데 말이에요.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브랜드를 운영하는 게 최우선이기 때문에 아침에 잠을 더 자는 쪽을 선택하죠. 하하.

    VOGUE 지금쯤 집이 많이 그립겠어요. 밀라노, 파리, 런던, 그리고 서울을 마지막으로 뉴욕으로 돌아간다고 들었거든요.
    T.B 네, 정말 그래요. 집에 있는 세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요. 매일 통화를 해도 그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하지만 이번 출장은 아주 흥미로웠어요. 전 세계 도시의 여자들이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제일 잘 팔리는 아이템은 비슷한데 그걸 입는 방법은 다르다는 사실이에요.

    VOGUE 그럼 서울 여성들의 옷차림에 대해서도 어떤 특별한 느낌을 받았나요?
    T.B 물론이죠. 서울 여성들은 하이패션과 로우패션을 다채롭게 믹스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더군요. 클래식을 기본으로 하되 스타일링으로 재미를 주기도 하면서요. 가령 네이비 쇼츠에 티셔츠를 입었지만 에르메스 백을 든 식이죠. 저 역시 여러 가격대의 아이템을 다채롭게 매치하는 여성들을 떠올리며 브랜드를 시작했는데, 서울엔 그런 여성들이 정말 많이 눈에 띄더군요.

    VOGUE 토리 버치 매장에서는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을 볼 수 있어요. 그래서 당신의 이름 앞에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이라는 수식이 더해지는 걸까요?
    T.B 저 역시 그런 칭찬만큼 기분 좋은 얘기도 없어요. 어떤 특정 연령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가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다양한 세대의 여성들을 위한 옷과 액세서리를 만들려고 하니까요. 새로운 컬렉션을 준비할 때도 트렌드 대신 그 여성들을 떠올리며 작업해요.

    VOGUE 좀더 일찍 토리 버치에 눈뜰 수 있도록 키즈 라인을 확장해볼 생각은 없나요?
    T.B 현재 미국 매장에선 여자 아이들을 위한 컬렉션도 선보이고 있어요. 올해 안에 키즈 라인을 좀더 키워볼 생각이기도 하구요.

    VOGUE 아주 작은 사이즈의 리바 슈즈라니, 생각만 해도 너무 귀엽겠는걸요?
    T.B 리바 슈즈를 즐겨 신는 어머니가 어린 딸과 함께 쇼핑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죠.

    VOGUE 흔히 뉴욕은 업타운과 다운타운 스타일로 나뉘죠. 당신은 두 가지 스타일이 확연히 구분된다고 느끼나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면에서 그렇게 느끼는지 궁금해요.
    T.B 그건 자연스러운 차이인 것 같아요. 누구도 의식적으로 업타운과 다운타운 스타일을 나눠서 연출하진 않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업타운 레이디들은 세련되고 클래식한 분위기가 나고, 다운타운 레이디들은 좀더 예술적이고 아방가르드한 분위기가 있어요.

    VOGUE 어쨌든 당신은 업타운 레이디의 상징이에요. 당신만의 스타일링 팁이 있나요? 10분 안에 외출해야 한다면 어떤 옷을 꺼내 입겠어요?
    T.B 트렌치코트! 그리고 스키니팬츠에 플랫슈즈를 매치하겠어요. 편안하면서도 클래식한 매력을 더할 수 있을 테니까요.

    VOGUE 당신 역시 많은 여성들처럼 킬 힐과 플랫슈즈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하나요?
    T.B 하하. 저 역시 늘 둘 사이에서 고민하곤 해요. 오늘은 촬영 때문에 킬 힐을 선택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날엔 무조건 플랫슈즈를 신죠. 사무실에서 하이힐을 신고 있어도 아이들을 만날 때 신을 플랫슈즈를 사무실이나 차에 놓아 두죠. 남자 아이들을 쫓아다니는 일이 보통은 아니잖아요. 하하.

    두 사람은 플래그십 스토어 2층에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눴다.

    이번엔 토리 버치가 두 번째 의상을 갈아입기 위해 메이크업룸으로 들어갔다. 패션하우스의 인턴 디자이너로 시작해 경력을 쌓은 후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하는 일반적인 과정을 거친 디자이너와 달리, 패션 전공이 아닌 그녀가 세 아이를 낳은 후 비교적 늦게 패션 디자인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편견을 가진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값비싼 것만이 럭셔리가 아니다’란 확실한 소신을 갖고 동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럭셔리에 대한 정의를 내리며(가격까지 포함해!) 패션지는 물론 시사 토크쇼에도 등장하는 셀레브리티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리고 작년 ‘Vogue Fashion Night Out’ 프로모션 영상에 아이작 미즈라히, 오스카 드 라 렌타, 도나 카란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등장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의상을 갈아입고 나온 그녀를 보니 토리 버치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까지 섞어 매치한 듯 보였다. “토리 버치 의상에 발렌시아가 샌들을매치했어요. 이 목걸이는 생일에 친구가 선물해준 거구요.” 그녀의 양쪽 손가락에서 반지가 반짝였다. “오른손에 낀 이 반지는 세반(Sevan)이란 주얼리 브랜드죠. 자세히 보면 아주 작은 타지마할이 스톤 안에들어 있답니다.” NBC와의 인터뷰에서 ‘세련된 여성은 한 디자이너나고가의 가격만 고집하지 않고 여러 가지를 믹스한다’고 말하기도 했던그녀답게 다른 브랜드의 쇼핑도 즐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브랜드의 의상을 입는 것만큼 진부한 것도 없죠. 전체적으로 위트를 더해스타일링 하는 걸 즐겨요.”

    가을 컬렉션의 레드 스팽글 드레스를 입은 박시연과 함께 나란히 소파에 앉은 토리 버치가 박시연을 위해 준비한 선물 상자를 꺼냈다.박시연은 분홍 상자를 열어 두 개의 T로고가 돋보이는 검정 체인백을 꺼내고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정말 마음에 들어요. 지금 당장 들고 다니고 싶은 걸요?” 그러자 토리 버치는 “토리 버치에서 가장 인기 있는백이죠. 서울에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들었어요. 당신에게 정말 잘 어울려요”라고 칭찬했다. 촬영이 끝난 후, 두 사람은 스태프들이 빠져나가 조용해진 2층 거실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Park Si Yeon(이하 P.S. Y)여기 있으니 뉴욕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T.B 고마워요. 나 역시 뉴욕 집에 〈보그코리아〉와 당신을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기분이 드네요. 뉴욕에 가본 적 있나요?

    P.S.Y 네, 뉴욕에서 대학을 다녔거든요. 가끔 한가롭게 소호를 거닐던 때가 그리워요.
    T.B 아, 정말이에요? 저 역시 소호에 자주 간답니다. 걷다 보면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갤러리와 음악 클럽, 패션 숍 등 다양한 문화를 곳곳에서 즐길 수 있죠. 우연히 지나다가 들른 재즈 클럽에서 환상적인 뮤지션들의 공연도 감상할 수 있죠.

    P.S.Y 그런 뉴욕에서 성공한 당신이 정말 부러워요. 디자이너란 직업도 부럽고요. 비교적 늦게 일을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어릴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나요?
    T.B 어린 시절 저는 그야말로 ‘톰보이’였답니다. 세 명의 남자 형제들과 뛰어노는 게 일과였어요. 인형보다는 스포츠를 즐기는 타입이었죠. T.B 특히 테니스를 치거나 승마를 하는 걸 아주 좋아했어요. 열일곱 살 때, 프롬 파티에서 처음 드레스를 입었을 정도였죠.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아주 패셔너블하셨어요.

    P.S.Y 어떤 분들이셨는지 궁금해지네요.
    T.B 아버지는 수트에 에르메스 스카프를 매치하는 멋쟁이였고, 전직 모델이자 배우였던 어머니는 지금도 아주 멋쟁이세요(‘리바 슈즈’는 어머니 이름인 ‘리바’에서 따왔다). 게다가 저희 남매들을 위해 도시를 떠나 펜실베니아의 밸리 포지라는 곳에서 자연을 느끼면서 살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그 시절 추억이 너무 소중했기에, 지금도 뉴욕 근처 햄튼에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답니다

    P.S.Y 저 역시 어린 시절엔 당신처럼 ‘톰보이’였어요. 패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대부터였죠. 뉴욕 유학 시절엔 유행 지난 청바지를 리폼해 입고 다녔는데, 한번은 빈티지 느낌의 데님 쇼츠를 만들어 입고 나갔더니 친구들이 예쁘다며 칭찬해주었죠. 기사에서 읽었는데, 당신은 패션 비즈니스를 아파트에서 시작했다면서요?
    T.B 네. 아주 소박하게 시작했답니다. 주방에 컴퓨터를 놓고 프린트를 만들기도 했어요. 그 중 두 명은 지금도 저와 함께 일하고 있답니다.

    P.S.Y 당신에겐 팀원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져요. 그들의 조언도 많은 도움이 되겠군요.
    T.B 맞아요. 그런데 정작 제 옷차림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건 제 아이들이랍니다.

    P.S.Y 세 명의 남자 아이들이요?
    T.B 네, 그리고 지금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전남편의 20대 의붓딸들도 제겐 아주 훌륭한 스타일 카운셀러들이에요. 어느 날엔 ‘엄마, 오늘 옷차림이 멋진데요?’라고 말해주고, 또 어떤 아이템과 매치해보라거나, 컬러 느낌이 좋다는 등 다양한 코멘트를 해주곤 하죠. 아이들은 아주 날카로운 관점과 시각을 지녔어요.

    P.S.Y 패션 디자이너와 엄마 역할을 동시에 해내는 것이 힘들진 않나요?
    T.B 아이들은 정말 빨리 성장하죠. 그들이 언제나 지금처럼 천진난만한 아이들이었으면 좋겠지만 말이에요. 제게 가족은 항상 모든 것의 우선이죠. 그래서 더 많은 시간을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선 스케줄을 잘 조절해야 한답니다. 가령,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저녁 6시 30분까지는 꼭 집에 가는 식이죠.

    P.S.Y 와우! 대단한데요? 시간 계획을 정말 꼼꼼하게 세우는 타입인가 봐요.
    T.B 고마워요. 일 년에 두 번씩 아이들과 여행하는 것 역시 꼭 지키려고 해요. 그 여행에서 컬렉션에 대한 영감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얼마 전 선보인 2011 크루즈 컬렉션은 작년 인도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프린트와 컬러를 완성했어요. 메트로폴리탄과 가고 시안 등 갤러리와 박물관도 제겐 아주 소중한 곳이죠. 오늘 가기로 한 서울의 리움 미술관도 정말 기대돼요. 함께 가볼까요?

    토리 버치는 뉴욕 상류층의 셀레브리티 디자이너답게 언제나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배우 박시연은 디자이너 토리 버치가 직접 고른 체인 클러치를 받고 너무 예쁘다며 감탄했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나와 다 함께 리움 미술관으로 향하는 밴에서 토리 버치는 예술과 여행, 그리고 가족에 대한 얘기를 이어갔다. “금요일에 뉴욕에 도착해서 일요일에 페루 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에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여행이죠. 마추피추에 대한 기대가 아주 커요.”그녀는 블랙베리를 꺼내 발리에서 세 아이들이 목에 커다란 뱀을 감고있는 사진을 보여줬다. “아이들이 전혀 두려워하지 않더군요. 오히려 그들을 바라보는 내가 겁이 났죠.” 아닌 게 아니라 여행과 예술은 오래전부터 그녀에겐 특별한 의미다. 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던 그녀는지금도 예술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앤디 워홀과 마티스의 컬러 감각은 정말 대단해요. 그들의 컬러 팔레트처럼 환상적인 건 없죠.” 그렇다면 그녀가 좋아하는 패션 디자이너는 누구일까? “이브 생 로랑! 서울에 오기 전 파리에서 그의 전시를 봤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토리 버치는 펜실베니아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에서 패션 PR과 패션 에디터 등의 경력을 쌓으며 패션계의 동시대적 흐름을 익혔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경험을 패션 디자인의 영감으로 응용할 줄 아는 영리한 디자이너다. 리움 미술관에서 제프 쿤스, 루이스 부르주아 등은 물론, 한국 전통 예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고 말하자, “정말이예요? 저는 루이스 부르주아를 아주 좋아한답니다. 그녀의 작품을 서울에서 보다니 감회가 새롭군요”라고 답하며 미소 지었다. 얼마 전 루이스 부르주아가 세상을 떠났을 때 트위터에 ‘내게 영감을 주고 영향력을 미치던 그녀가 그리울 것이다’란 글을 올렸던 그녀는 리움에서 거대한 거미 작품 〈마망〉을 본 직후에도 ‘리움 미술관을 들른건 정말 행운이었다. 그녀는 진정한 천재였다’라고 바로 트윗했다.

    박시연과 함께 리움 미술관을 둘러보던 그녀는 직접 가져온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블랙베리로 사진 촬영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곳은 건축물과 예술작품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곳이군요. 하루 종일 머물면서 작품을 둘러보고 싶네요.” 다음날, 토리 버치 플래그십 스토어 런칭 파티는 서울의 수많은 패션 피플들과 셀레브리티들의 웅성거림과 축하 속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그리고 토리 버치는 뉴욕으로 돌아간 후 예정대로 페루로 떠나 마추피추의 환상적인 사진을 다시 트 위터에 올렸다. 그러니까 토리 버치는 예술과 여행, 그리고 뉴욕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며 자신의 인생과 스타일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중이다. “나이와 유행과는 상관없이 내 스타일을 이어갈 뿐이에요. 자연스럽게 제 안에서 스타일이 진화할 거라 믿으면서요”라던 그녀의 말처럼.

      에디터
      김은지
      포토그래퍼
      보리
      스탭
      선화, 메이크업 / 오윤희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