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콜라보 공식

2016.03.17

by VOGUE

    콜라보 공식

    달력에 출시 일정을 동그라미 치고 오매불망 기다리게 되는 그 이름 ‘한정판’. 여기에 아티스트나 디자이너의 감성이 더해진 ‘콜라보’라면 기대치는 무한 상승! 몇 년 사이 뷰티업계에 불어닥친 콜라보 열풍 과 성공 공식에 대해.

    얼마 전 모 뷰티 브랜드에서 도착한 이슈 메일 한 통. 이번 달 신제품으로 CC 크림을 출시하는데, 주목할 점은 광고 모델 K양이 제품 개발 전반에 참여한 협업작이라는 것. ‘평소 피부가 예민한 K’. 뜬금없는 ‘간증’ 문구로 시작된 내용인즉슨, 미모의 여배우가 신제품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조언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제품이라며 ‘급’ 마무리된다. 물론 원료의 향을 맡고 있는 그녀의 ‘인증샷’은 필수! 분명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요즘엔 한 달에 두세 건은 기본일 만큼 뷰티 시장의 ‘콜라보 붐’은 식을 줄 모른다.

    “콜라보, 잘만하면 브랜드 입장에서 ‘되는 장사’예요. 웬만한 제품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 기자들도 콜라보 소식만큼은 흥미로워 하고, 지면 노출 인심 역시 후한 편이죠. 소비자들도 한정 판매라는 점에서 구매 욕구가 치솟죠!”. 홍보녀 P양의 말에 또 다른 P양도 웃으며 말했다. “듀오 디자이너와 협업해 만든 딸기우윳빛 립스틱은 2시간 만에 완판됐고, 화장품 동호회에서 1cm에 무려 7만원이라는 큰 돈이 오갔어요.” 하지만 다른 홍보녀 Y양은 콜라보 마케팅의 씁쓸한 이면을 털어놨다. “상업적으로 반짝 이용하는 콜라보는 반대예요. 또 예술적인 성취를 소비하는 콜라보에도 회의를 느낄 때가 있죠. 공들여 만든 작품을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나 몰라라 하니까요.” 안타깝게도 요즘 뷰티업계는 ‘콜라보를 위한 콜라보’가 판을 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에게 길게 환영받을 콜라보 공식은 무엇일까? 또 이름만 빌려오는 ‘구라보’와 진짜 ‘콜라보’를 가려낼 방법은 없을까?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의 첫 번째 공식은 ‘이미지 소비’가 아닌 ‘남다른 의미’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것! 메이크업 브랜드 맥이 대표적인 예다. 맥의 콜라보레이션 처녀작은 1994년 ‘비바 글램’으로 시작됐는데, 니키 미나즈, 레이디 가가, 신디 로퍼 등 팝 디바의 사인이 새겨진 패키지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콜라보’의 기본기는 지키면서 판매 수익 ‘전액’을 맥 에이즈 펀드(MAF)에 기부하는 ‘착한 소비’ 자극에 앞장섰다. 키엘도 마찬가지. 해마다 셀럽 4명을 선정해 그들의 일러스트 작업이 더해진 ‘울트라 페이셜 크림’을 한정 출시해온 키엘은 판매 수익 일부를 고궁의 오래된 나무를 복원하는 데 사용했다. 두 번째 공식은 트렌드를 강조하려면 톱 디자이너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 매 시즌 색을 다루는데 일가견이 있는 패션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참고해 메이크업 트렌드를 구상하는 나스가 대표적인 예. 협업을 진행할 때 네일 컬러에 중점을 둔다는 점도 흥미롭다. 2011년 마크 제이콥스부터 시작해, 2012년 타쿤, 지난 5월엔 피에르 하디와 협업을 진행했고, 서로 다른 색을 섞어 바르는 ‘믹싱 네일’이 유행하면서 누구보다 색을 다루는 감각이 뛰어난 나스의 협업 전략은 대성공을 거뒀다. 에밀리오 푸치와 만난 겔랑의 ‘구슬 파우더’ , 랑방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버 엘바즈의 유머러스한 손길이 닿은 ‘이프노즈 마스카라’의 성공 요인도 마찬가지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런 콜라보레이션이라면 대환영이다. 아무리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브랜드라도 십수 년째 똑같다면 지겨워지게 마련. 이럴 때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최신 감각이 수혈된 제품이 ‘짠’하고 등장하면 뭔가 트렌디하고 예쁘기까지 하니 한 개 더 쟁여두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홍보 담당자들이 말하는 괜찮은 콜라보레이션의 예는 더 있다. “오휘와 프랑스 빵집 기욤의 협업이 인상적이었죠. 연말연시를 겨냥해 기욤의 시그니처 컬러인 핑크를 덧입힌 한정판을 보는 순간, 이건 사야겠다 싶었으니까요.” 랑콤 홍보팀 박혜원 대리의 수줍은 고백에 이어, DTRT 마케팅팀 이아영 대리의 의미 있는 감상평도 한마디. “투쿨포스쿨의 ‘다이노플라츠’ 라인이 좋았어요. 얼굴 없는 작가 핫토리 산도의 귀여운 일러스트가 제품과 잘 어울렸죠. 매출을 생각하면 인지도 있는 유명 작가를 선택했겠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한 인물 선정, 서로의 개성을 존중한 차별화된 결과물에 감동받았답니다.” 그렇다면 콜라보 성공 공식의 세 번째 법칙은? 서로의 만남에 분명 연관성이 있을 것! 그저 유명 작가의 이름만 갖다 붙인 것이 아니라 연관성이 있으면 시너지 효과는 높아진다는 사실! 러쉬의 콜라보 사례들이 좋은 예가 된다. 러쉬는 브랜드 시그니처 제품이 비누인 만큼 지난 5월엔 비누 조각가 신미경과 손잡고 ‘윌로우 솝’을 출시했다. 베네피트가 수많은 코믹북 회사 중 마블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히어로물 최강자’라는 것. ‘포어페셔널’은 숭숭 뚫린 모공(베네피트는 이를 ‘악당’이라 표현한다)을 말끔히 메워줄 ‘뷰티 히어로’가 필요했고, 마블사에 의뢰해 스파이걸을 탄생시켰다. 물론 이 제품은 베네피트다운 재치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화제를 모았고, 그 인기에 힘입어 올 하반기 코믹북 2탄을 발행할 예정이다. 작년 가을 프랑스 <보그> 편집장 출신 카린 로이펠트와 협업한 맥의 가을 컬렉션 역시 연관성 있는 선택. 평소 입술은 누드로, 눈에만 스모키 화장을 하는 그녀가 제안한 아이 메이크업 키트는 출시되자마자 뷰티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어느새, 아니 눈깜짝할 사이에 올해도 반 이상 지나갔다. 하반기 굵직굵직한 이슈들을 준비하는 뷰티 브랜드들의 예산 리스트엔 분명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 제품이 하나쯤은 준비돼 있을 것이다. 부디 스타들을 반짝 동원한 ‘콜라보를 위한 콜라보’가 아니기를! 손에 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해지는 작업에 투자할 준비는 언제든 돼 있으니까.

      에디터
      이주현
      기타
      PHOTO / COURTESY OF LUSH, M.A.C, BENEFIT,GUERLAIN, LANCOME, NARS, KIEHL’S, OHUI, TOO COOL FOR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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