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프리미엄 패딩 전성시대

2016.03.17

by VOGUE

    프리미엄 패딩 전성시대

    혹한으로부터 우리 몸을 따뜻하게 지켜줄 최고급 거위털과 테크놀로지 소재, 거기에 디자인을 더한 프리미엄 패딩 전성시대! 100만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패딩 점퍼가 모피 코트를 밀어내고 패피들의 옷장을 차지하고 있다.

    너구리 모피가 장식된 패딩 점퍼는 페트레이(Peuterey).

    찬 바람이 코끝을 자극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월동 준비에 들어간다. 하지만 요즘 여자들은 한여름부터 패딩 쇼핑을 통해 월동 준비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작년 12월 초, 압구정동에 있는 캐나다 구스 매장에는 깜짝 세일이라도 하는지 사람들로 북적댔다. “인기 있는 사이즈와 허리선이 들어간 제품은 한 벌도 없어요. 8월에 진행한 팝업 행사와 사전 예약으로 품절됐죠.” 매장 직원의 말처럼, 잘나가는 컬러와 사이즈는 겨울을 앞두고 입어볼 수도 없는 상태. 그렇다면 올해는? 작년 캐나다 구스의 비상식적인 인기를 반영, 9월 초 코스트코에서 매장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파격 할인 행사를 가졌다. 예상대로 새벽부터 줄을 선 사람들로 인산인해. 8월에 오픈한 몽클레르 팝업 스토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렇듯 올가을에 론칭한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만 해도 무려 8개!

    겨울 최고의 패션 아이템이 된 패딩 점퍼의 인기는 ‘몽클레르’에서 ‘피레넥스’, 그리고 1957년 탄생한 ‘캐나다 구스’로 이어진다. 이름만 들어도 포근함이 전해지는 캐나다 구스는 남극을 탐험하거나 에베레스트 산을 등반하는 산악가들이 애용하는 패딩 전문 브랜드. “아웃도어 열풍이 패딩 점퍼로 그대로 이어진 것 같아요. 값비싼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최적화된 블렌드(다운과 깃털의 배합 비율)의 충전재가 몇 배의 보온 효과를 보장하기 때문이죠” 캐나다 구스 측은 점점 추워지는 혹한의 겨울 날씨로 인해 패딩의 인기는 날로 높아질 거라고 전망한다. 게다가 모피가 주는 혐오감과 비윤리적 행위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기 때문. “페더 인더스트리 캐나다 리미티드는 캐나다 구스에 사용하는 다운과 깃털을 공급하는 유일한 회사예요. 살아 있는 거위나 오리의 깃털을 절대 뽑지 않는다는 거죠. 점퍼에 쓰이는 모피 역시 인도주의적 방법으로 얻은 모피만 사용합니다. 극한의 추위에서 최선의 선택으로 모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도주의를 내세우는 캐나다 구스에 이어, 캐나다 출신의 ‘노비스’와 ‘무스너클’이 론칭 소식을 알렸다. 노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울과 합성섬유를 결합한 멤브레인 라미네이팅 소재의 독점 사용. 울 코트와 패딩 점퍼를 결합한 것 같은 디자인도 독특하다. 무스너클은 캐나다 브랜드 특유의 기능성과 실용성에서 나아가 좀더 패셔너블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다른 패딩 점퍼와 달리 몸에 타이트하게 붙는 피팅감을 중요시합니다. 입었을 때 소매가 살짝 긴 듯한 디자인도 차별점이죠. 후드가 달린 쇼트 점퍼가 가장 인기가 많아요.”몽클레르와 피레넥스에 이어, 세계 최대 깃털 생산지로서 유럽산 충전재를 전면에 내세운 프랑스 출신 ‘에르노’는 둔해 보이는 패딩과 무거운 아웃도어 점퍼를 탈피, 가벼움과 셔너블함을 강조하는 패딩 브랜드다. 광고 비주얼에 등장한 메탈릭 패딩 점퍼는 이미 솔드아웃!

    그런가 하면 이태리 특유의 재치와 실용성이 접목된 ‘듀베티카’는 몽클레르 사장을 지낸 피에로 발리아노와 브랜드 매니저 출신의 스테파노 로보레토에 의해 2004년에 설립된 패딩 전문 브랜드. 거의 모든 패딩 점퍼에서 볼 수 있는, 소매의 로고 장식을 과감히 없애고 오직 기능과 실용성에 집중했다. 프랑스 남부산 최상급 그레이 구스 다운만 사용해 제작한 후드 패딩 점퍼는 무려 20개의 컬러로 선보이는 중. 한편, 이탈리아 아우터 마켓에서 마에스트로급으로 지칭되는 마시모 로세티에 의해 탄생된 ‘파라점퍼스’도 눈여겨볼 만하다. 알래스카에서 가장 험한 구조 작업을 펼치는 ‘210 항공구조대’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옐로 스트랩과 메탈 버클 장식이 특징. 다양한 사이즈의 아웃포켓과 지퍼 장식, 1970년대 빈티지풍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또 하나 이태리 출신 ‘페트레이’는 여성스러움을 좀더 중시하는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다양한 모피를 후드와 칼라에 장식한 것이 특징으로, 가격도 다른 패딩 점퍼보다 비싼 편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미국의 ‘울리치’는 1830년 영국의 존 리치 2세에 의해 설립됐다. 1972년 알래스카 송유관 건설 노동자들을 추위에서 보호하기 위해 만든 아틱 파카는 지금까지 브랜드를 대표하는 스테디셀러. 특히 월 스트리트의 남자들이 겨울철 수트 위에 덧입는 패딩 점퍼로 유명한데, 울리치의 전통적인 양모 직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안감과 겉감을 분리할 수 있는 실용성이 특징이다.

    이렇듯 최근 들어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들의 론칭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100만원에 가깝거나 100만원을 훌쩍 넘기는 비싼 가격에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 뛰어난 보온성, 트렌디한 디자인, 거기에 윤리적인 태도까지 겸비했으니, 실용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패션계에서 이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또 있겠나. 하지만 무엇보다 프리미엄 패딩을 우리 여자들이 선택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모피보다 저렴한 가격!

      에디터
      패션 에디터 / 김미진
      포토그래퍼
      Photo / KANG TAE 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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