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런던 패션 위크를 뉴욕에서 밀라노로 넘어가기 전, 잠시 쉬어가는 패션 위크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2014 S/S 시즌을 보니, 오랜 예열 기간을 거쳐 드디어 활활 타오르듯 어느 패션 도시보다 뜨겁게 변화하고 있었다. 버버리 프로섬을 선두로 한 유서 깊은 패션 하우스들이 견고히 다져놓은 기초 위에, 크리스토퍼 케인부터 어덤에 이르는 젊은 디자이너 군단이 성실히 기둥을 쌓고, 개성으로 똘똘 뭉친 미드햄 키르초프 등을 비롯한 신인들이 멋지게 색깔을 입히고 있는 분위기. 톰 포드의 절제된 맥시멀리즘은 그의 90년대 전성기가 당장 돌아오기라도 할 것처럼 관능적이었고, 피터 필로토와 매리 카트란주의 프린트는 모두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현란하고 황홀했다. 이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띈 건 90년대를 향한 찬사! 바즈 루어만 감독의 개봉 당시를 떠올리며 낭만적인 첫사랑을 노래한 헨리 홀랜드, SF 영화 에서 영감을 얻어 극도로 미니멀한 감성에 빠진 프린의 저스틴 쏜튼과 테아 브레가지 부부, 글렌 루치포드가 찍은 슈퍼모델들의 '리즈 시절' 사진을 활용한 자일스 디컨, 늘 그렇듯 우아한 1980~90년대 여성상을 표현한 마리오스 슈왑 등등. 주영한국문화원과 함께한 '패션 코리아' 역시 런던의 신인 육성 정책의 일부로, 한국 디자이너 이정선과 최유돈이 자리잡아나가는 데 버팀목이 되고 있다. 몇몇 흥미로운 런웨이 쇼가 룩북으로 대체되기도 했지만, 패션 위크 유람객들의 발을 붙잡을 만한 쇼가 늘어난 건 사실, 이제 런던을 런던답게 만드는 재기 발랄함과 상업성의 조화가 관건. - 25388
- The Show in London
- https://www.vogue.co.kr/2013/12/11/the-show-in-london/
- 패션 에디터 / 임승은, 디지털 에디터 / 소지현(SO, JI HYUN)
- gallery
- 2013-12-11 11:03:38
- 보그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