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피어싱의 신세계

2016.03.17

by VOGUE

    피어싱의 신세계

    드세 보이고 고통스럽다? 이제껏 피어싱을 타투와 더불어 기 센 여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왔다면,
    이제 고정관념을 버리시라! 예뻐 보이는 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여자들이 홀딱 반해버린 피어싱의 신세계.

    압구정 상권이 죽었다지만, 유니클로 뒤편에 위치한 이곳만큼은 예외다. 10평이 채 안 되는 이 작은 공간엔 솜털이 보송보송한 10대 소녀부터 이세이 미야케 주름 원피스 차림의 50대까지 발 디딜 틈 없이 늘 북적거린다. 피어싱 전문숍 나나 피어싱 이야기다.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10여 년 전으로 떠나볼까? 2000년대 초반 ‘귀 뚫기’는 운전면허와 더불어 수능시험 후 꼭 해야 하는 리스트 중 하나였다. 친구들 사이에서 ‘귀고리를 하면 1.5배 예뻐 보인다’는 속설이 퍼지면서 좌우 귓불에 나란히 한 개씩 뚫는 것을 시작으로 좌우 한쪽에 하나를 더 뚫어 2+1을 만들거나, 3+2 등 조금씩 개수를 늘려나가는 게 일반적인 수순(나 역시 대학 시절 왼쪽에 셋, 오른쪽에 둘 총 5개의 구멍을 냈다). 당시 유행하던 귀고리 디자인은 귀 밑으로 길게 떨어지는 드롭형이거나 블링블링한 샹들리에형, 동그랗고 큰 라운드 형태 후프형처럼 동네방네 ‘나 귀고리 했어. 그러니까 좀 봐줄래?’ 하고 외치는 화려한 디자인이 강세였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귀고리가 클수록 왠지 모르게 촌스러워 보이고, 보일듯 말듯 귀에 딱 달라붙는 디자인이 오히려 세련돼 보인다. “진짜 옷 잘 입는 사람들은 꾸민 티가 안 나요.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거죠. 귀고리도 마찬가지예요. 레드카펫이나 캣워크를 거니는 배우나 모델이 아닌 이상, 크고 주렁주렁한 귀고리는 스타일 지수를 떨어뜨리는 주범입니다.” 모델 강소영의 ‘피어싱 예찬’은 꽤 솔깃했다. “크고 화려한 디자인일수록 스타일링이 어려운데다 날마다 귀고리를 바꿔 끼는 것도 일이에요. 피어싱은 그럴 필요가 없답니다. 심플한 디자인을 고르면 평생 바꿔 끼지 않아도 돼요. 캐주얼이나 정장 모두에 잘 어울리는 건 물론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장점을 눈감게 하는 건 ‘피어싱’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부정적인 뉘앙스다. 한국 여자들에게 피어싱은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된다. ‘껄렁하게 보인다’ ‘고통스럽다’ ‘구멍이 크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잘나간다’는 여자 연예인일수록 피어싱에 심취해 있다는 것! 직접 해보니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일반 귀고리에 비해 침의 두께가 굵은 편이라 구멍을 늘리는 건 맞지만, 참지 못할 고통은 아니다. 피어싱을 하면 드세 보인다? 배우 신민아, 박수진, 김소연을 떠올려보라. 요즘 잘나가는 이들의 이미지는 피어싱 이후에도 여전히 여성스럽다.

    자, 피어싱에 대한 공포와 선입견을 덜어냈다면 이젠 시술 부위를 살펴볼 차례다. ‘피어싱’ 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고유명사 ‘신민아존’은 귓바퀴를 타고 연속적으로 뚫은 형태를 의미한다. 신민아는 귓바퀴 가운데 두 개 연속 피어싱을, 다비치 강민경은 ‘신민아존’보다 살짝 윗부분에 두 개 연속 피어싱을, 보아는 세 개 연속 피어싱을 했다. “모두 두 개 이상 연속적으로 피어싱한 형태랍니다. 머리를 귀 뒤로 넘기거나 묶었을 때 특히 예뻐 보이는 부위죠.” 최근 머리를 짧게 자른 모델 강소영의 도전과제 역시 귓바퀴 피어싱이다. 한편, 귀 안쪽 부위를 일컫는 이너컨츠에 대한 관심도 높다. 최근 신민아도 이곳을 뚫어 ‘뉴 신민아존’으로 불리는데, 배우 박수진, 한가인, 소녀시대 효연, 애프터스쿨 유이의 선택도 이너컨츠였다. 또한 모델 송해나는 최근 트라거스(귀 연골 부위)를 뚫고 무척 만족해했다. “독특한 부위여서인지 하나로 포인트를 주기에 트라거스만한 곳도 없답니다.” 소녀시대 태연, 려원, 손담비는 트라거스 피어싱으로 주목받은 미녀 삼총사!

    ‘하나도 안 뚫은 사람은 있어도 하나만 뚫은 사람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피어싱의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 무엇보다 관리가 손쉽다는 게 큰 이유. 피어싱 귀고리는 대부분 뒷침이 동그랗고 납작한 형태라 침대에 누울 때나 옷을 갈아입을 때, 머리를 감을 때 거슬릴 일이 없다. 또 내 마음대로 피어싱 부위를 고를 수 있는 점도 매력 포인트. 정해진 공식은 없다. 귓불이 넓다면 삼각형 모양으로 세 군데를 뚫어도 예쁘고, 귓바퀴에 뚫어 귓불에 뚫려 있는 구멍과 연결해도 멋지다. 한편, 요즘 유행하는 피어싱 귀고리는 뭐니 뭐니 해도 진주다. 여성스럽고 우아해 보이는 진주 귀고리의 매력은 피어싱에서도 유효한 듯. 지난봄 종영한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에서 화제가 된 김소연의 피어싱 또한 이너컨츠에 착용한 진주 귀고리였다. 마치 ‘호치케스(스테이플러)’ 심처럼 보이는 ㄷ자형 귀고리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귓불에 연속으로 두 개 이상 뚫었다면 ㄷ자형에 도전해보길 권한다.

    피어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 매장 또한 하나 둘씩 늘어나는 추세다. 숙련된 ‘피어서’일수록 ‘한 방’에 끝내는 기술을 지녔다. 피어싱 마니아들의 단골 매장은 압구정 ‘나나 피어싱’과 ‘피어싱 마인드’. 홍대 ‘크로우’도 프로페셔널한 피어서들의 섬세한 시술로 소문이 자자하다. 마지막으로 피어싱에 앞서 숙지해야 할 사항들은 없을까? “누군가의 피어싱이 예뻐 보여도 귀 모양을 고려하지 않은 막무가내식 ‘카피캣’ 피어싱은 절대 예뻐 보일 수 없죠.” 나나 피어싱 강동미 실장의 조언이다. 또 상처가 아물기까지 최소 보름 이상 피어싱을 교체할 수 없는 만큼 첫 번째 귀고리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귀고리도 립스틱처럼 피부에 ‘잘 받는’ 컬러가 따로 있다”고 말하는 강소영의 조언도 일리가 있다. “직접 귀에 대보고 골라야 실패할 확률이 적죠. 제 피부엔 골드보다 실버가 더 잘 어울렸어요.” 모델 겸 밴드 보컬리스트로 활동 중인 신해남은 즉흥적인 피어싱은 절대 금물이라고 말한다. “계획적으로 뚫어야 해요. 즉흥적으로 뚫다 보면 자칫 여러 개의 피어싱이 시각적으로 부딪혀 세련돼 보이지 않죠.”

    아무리 세상이 편리해졌다지만 고통 없이 얻어지는 아름다움은 없다. 옷맵시를 위해 다이어트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듯, 피어싱 역시 마찬가지다. 마음의 준비가 끝났다면 두 손을 모으고 3초만 꾹 참아보라! 트렌디한 느낌에다 믹스 매칭의 재미를 즐길 수 있고, 어떤 옷이든 잘 어울리는 피어싱의 신세계가 열릴 테니까.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이주현
      포토그래퍼
      CHA HYE KYUNG
      모델
      박혜진
      스탭
      헤어 / 이지혜, 메이크업 / 오미영
      기타
      진주 귀걸이 / 타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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