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서울에서 만난 하이더 아커만

2016.03.17

by VOGUE

    서울에서 만난 하이더 아커만

    여자를 욕망의 대상이자 이카루스처럼 태양에 근접하게 만드는 존재.
    방랑벽을 지닌데다 낭만적이며 조금 구식이지만 소년 같은 하이더 아커만을 <보그>가 서울에서 만났다.

    자신의 2014 FW 남성 컬렉션 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한 하이더 아커만. 원래 인터뷰 후 호텔에서 사진 촬영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즉석에서 제안한 스튜디오 촬영을 흔쾌히 수락했다. 원래 수줍음 많은 성격임에도 카메라 앞에 서자 모델 못지않은 다채로운 표정과 포즈를 취해 멋진 포트레이트가 완성됐다.

    하이더 아커만 쇼에는 서늘한 기운, 낮고 깊은 남자의 목소리, 멜랑콜리한 사랑의 시, 공기를 가르는 옷감의 움직임, 그리고 자코메티 작품처럼 길고 가는 여자들이 있다. “패션쇼가 열리는 순간, 바로 그 현장에서 귀로 음악을 듣고 옆 사람이 숨쉬는 것을 느끼며 두 눈으로 옷감의 움직임을 보는 것만큼 아름다운 건 없다.” 아커만의 말처럼 그의 컬렉션을 경험하는 것은 몸의 감각과 무뎌진 감수성의 예민함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패션계에 독창적 스타일을 구축한 거친 로맨티스트에 대해 당신은 어떤 상상을 하게 되나? 2011년 초, 칼 라거펠트가 그를 샤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직의 후계자로 언급하면서, 패션계의 모든 이목은 이 조용한 아웃사이더에게 집중됐다. 다양한 이국 정서와 멜랑콜리한 구애 감정에 기인한 미학. 지도 제작자 프랑스 부부에게 입양된 콜롬비아계 입양아로, 한국계 남동생, 베트남계 여동생과 함께 여러 나라를 거치면서 자란 독특한 성장 배경. 그리고 그의 솔직하고 자유로운 영혼과 마주하게 되면 누구든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고 만다. 하이더 아커만의 모든 것이 담긴 옷은 초기 시절부터 감도 높은 지지자들(배우 틸다 스윈튼, 화가 발투스의 딸인 주얼리 디자이너 하루미 클로소브스카 드롤라, 가고시안 갤러리 큐레이터 루이즈 네리 등)을 불러모으며 지금에 이르렀다. 그가 10월에 열린 분더샵 리뉴얼 오픈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 서울에 들렀다. 서늘한 가을의 어느 맑은 날, 방금 막 아침 운동을 끝낸 하이더 아커만과 나눈 100분간의 대화.

    VOGUE KOREA(이하 VK) 개인적으로 당신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어요. 아마 나뿐만이 아닐 거예요.

    HAIDER ACKERMANN(이하 HA) 오, 시작이 좋은데요? 우리 혹시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던가요? 하하하! 저는 환상보다 꿈을 지닌 쪽이죠. 환상은 아주 주관적이고 어떤 면에서 이기적이지만, 꿈은 목적이 될 수 있고 그 목적을 통해 현실에 도달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그렇게 이기적인 인물이 아니에요. 꿈은 내가 함께 일하는 팀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공유할 수 있죠. 오노 요코가 말하길,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했어요. 정말 멋진 말이에요.

    VK 사람들은 당신이 일반적이고 세속적인 패피와 달리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일 거라고 생각해요.

    HA 왜냐하면 저는 자유로우니까요. 자유로움은 선택에 의한 거예요. 어렸을 땐 꽤 야생적이었죠. 환경적인 이유 때문인데, 아프리카에서 살았고 안에 갇혀 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늘 돌아다니거나 달아나거나.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웠어요. 물론 제 선택이었죠. 우린 결코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에요. 자유를 찾아 쟁취하는 여정이 중요하다고 봐요.

    VK 어린 나이에 이곳저곳을 자주 옮겨 다니는 삶이 힘들진 않았나요?
    HA 지금이 더 힘들어요. 안정적인 삶이 낯설기 때문이죠. 가령 한국에 와서 살아야 한다면 얼마든지 살 수 있어요, 오히려 한 곳에 정착하는 게 힘들죠. 그리고 가장 멋진 것 중 하나는 길을 잃는 게 전혀 두렵지 않다는 거예요. 어떤 도시를 가든 지도 없이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친구들 중엔 길 잃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불안해 하는 사람이 많은데,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지도 없이 길을 잃었을 때 우린 모험을 경험할 수 있죠.

    VK 정말 멋지군요!

    HA 물론 자주 옮겨 다니면 친구들이 계속 바뀌고, 친구들이 바뀌면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그 외로움이 나를 보호하기도 하죠. 나만의 세계에 갇혀 꿈꿀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 또한 그런 외로움 때문일지도 모르고요. 그리고 그 나라 언어를 곧바로 구사하지 못했기에 더욱더 저만의 세계에 갇힐 수밖에 없었고, 지금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어느 나라에 있느냐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느냐죠.

    VK 그 얘길 들으니 2013 S/S 컬렉션이 떠올라요. 그 컬렉션을 보고 완전히 반했거든요. 당신은 그 시즌을 어떻게 기억하나요?

    HA 2013년 봄이 어떤 컬렉션이었더라….

    VK “언젠가 그가 나타날 거야.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로 시작하는.

    HA 아! 그래 맞아요, 뭔지 알겠어요. 제가 태어난 콜롬비아에 처음으로 갔던 해죠. 제게 아주 충격적이고 커다란 경험이었어요. 디자이너로 성공해 많은 걸 누리게 됐지만, 그걸 누군가와 나누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아주 많은 생각을 했어요.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였죠.

    VK 힘들었다고요? 어떤 면에서요?

    HA 당시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정말 멋진 여행이었지만 그 엄청난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건 오직 제 자신뿐이었죠. 삶이란 뭘까, 라는 고민도 많았고.

    하이더 아커만의 이번 가을 겨울 컬렉션은 편안한 럭셔리함에 대한 것. 무겁고 복잡한 레이어링에서 벗어나, 회색 울과 검정 실크 크레이프 소재로 길고 우아한 실루엣을 만들어냈다.

    VK 그러고 보면 당신의 컬렉션은 늘 연애 감정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쉽게 사랑에 빠지는 편인가요?

    HA 아니, 절대 그렇지 않아요. 사랑에 빠지는 게 너무나도 어렵죠. 직업상 제 자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상대에게 제 이야기를 하는 게 힘들어요. 소심하기도 하지만 어렸을 때 입양된 경험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본능이 크거든요. 저는 입양이라는 단어 앞에 오는 건 ‘버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입양아들의 특성 중 하나가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죠. 또다시 버림 받으면 안 되기에 상대가 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선 아주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절대 내가 먼저 노력하지 않죠. 상처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내재돼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번 사랑에 빠지면 아주 깊이 빠져버려요.

    VK 삶은 결국 사랑에 대한 거라고 말한 적 있죠.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HA 사랑이라는 건 큰 의미에서 삶과 연관돼 있어요. 삶은 욕망으로 이뤄져 있죠. 누군가에게 욕망의 대상이 되는 건 매우 중요해요. 타인이 저를 필요로 한다는 것 자체가 저를 전진시키니까요. 욕망의 대상이 됐을 때 뭐든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지 않게 된다는 의미에서 사랑은 중요합니다.

    VK 혹시 지금 사랑에 빠져 있나요?

    HA 네, 사랑에 빠져 있어요(조금 망설이더니 미소를 머금은 채 답했다).

    VK 당신은 컬렉션을 ‘이야기’라고 표현했죠.

    HA 저는 책을 쓰고 싶고 글쓰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책을 쓰기 위해 여행하고 많이 생각하기 때문이죠. 제 컬렉션은 책의 문단과 같아요. 한 문단을 읽고 나면 다음 문단이 읽고 싶어지는, 너무 재미 있어서 손을 뗄 수 없는 책의 문단 말이에요. 제 컬렉션은 전체적으로 지속성을 가진 이야깁니다. 지금도 그 지속성 안에서 나아가고 있죠.

    VK 그렇다면 가을 컬렉션은 어떤 내용인가요?

    HA 긴 코트들을 만들었어요. 이전 컬렉션들은 어둡고 불편하고 무겁고 전투적인 옷이었어요. 보호하려는 제 습성이 반영됐던 것 같아요. 지금은 한결 순수하고 편안하고 간결해졌죠. 처음으로 편안함이 주는 럭셔리에 관심을 갖게 된 시즌입니다. 확실히 제 삶 자체가 많이 편해지고 더 이상 어둡지 않아서죠.

    VK 왜 편해졌을까요?

    HA 성숙해졌으니까요.

    VK 계기가 있었나요?

    HA 커리어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면서 직업에 대해 좀더 진지한 시각을 갖게 됐고 스스로에 대한 불안이 많이 사라졌죠. 칼 라거펠트나 안나 윈투어 같은 대단한 인물들이 저를 신뢰하는데, 제가 저를 믿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격적으로 변화하게 된 지점이죠.

    VK 당신의 쇼에서 보여주는 여자의 모습은 아주 독특해요. 당신의 기억 속에 각인된 여성 이미지는 뭔가요?

    HA 유년기를 보낸 알제리의 여자들은 차도르를 착용하고, 에티오피아 여자들은 옷감을 몸에 두르죠. 그게 몇 야드가 될지 모르지만 몸뿐 아니라 머리까지 둘둘 감아요. 에티오피아 여인들은 워낙 키가 크고 말랐거든요. 그래서 옷감이 휘감기면서 태양을 향해 올라가는 듯한 인상을 받았어요.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품 같아요. 아주 멋지죠.

    VK 직접적인 섹시함과는 거리가 멀군요.

    HA 저는 섹시함보다 센슈얼함에 더 관심이 많아요.

    VK 센슈얼함의 정의는 뭐죠?

    HA 욕망. 욕망의 추구, 미스터리의 발견이요. 다 보여주는 건 그 여자에 관해 전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지 않아요. 센슈얼함이 결여된 거죠. 요즘 TV에 나오는 뮤직비디오는 섹시한 게 아니라 천박해요.

    VK 혹시 패션계에서 이해할 수 없거나 싫어하는 게 있나요?

    HA 패션계보다 패션계에 대한 시선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전 세계 어디든 <9시 뉴스> 앵커는 세계의 폭력, 실업 같은 중요한 주제들은 심각하게 다루다가 패션에 대해 얘기할 땐 활짝 미소를 짓죠. 패션이 진지하지 않은 분야인 것처럼. 우리가 파티나 다니며 마약이나 하는 사람인 듯 취급하는 게 아주 기분 나쁩니다. 저는 패션이 엄청난 노동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붓는 사람들, 옷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아주 진지한 비즈니스죠. 많은 고민과 장인 정신이 담겨 있어요. 언론은 여전히 존 갈리아노에 대해 최악의 순간만 떠들어 대고, 그것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가 지난 20년 동안 우리를 꿈꾸게 한 것, 천재적 재능으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옷들을 만들어낸 것에 대해선 함구하죠. 그걸 지켜보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VK 맞아요. 당신은 갈리아노 스튜디오에서 인턴 경험이 있죠.

    HA 제게 영감을 줬다고 인정하고 싶은 유일한 사람입니다. 어릴 때부터 그를 좋아했어요. 그의 가장 대단한 점은 자신의 꿈을 맹신한 나머지 그걸 현실로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놀라운 건 그가 자신의 꿈을 현실이라고 여기는 순간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게 현실이 되고 만다는 거죠. 그가 엄청난 재능을 가졌다고 여기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그는 무대에 모델들을 세울 때 이야기를 지어내곤 하죠. “너는 러시아에서 어떠했는데, 남편에게 버림을 받았고 그 이후 이러이러한 삶을 겪었지. 그렇게 생각하고 걸어보렴”이라고 말하자 모델은 그 이야기가 실제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인 듯 아주 자연스럽게 연기하기 시작한 거죠! 자신의 꿈으로 타인을 설득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굉장한 재능입니다. 꿈을 현실로 만드니까요. 그거야말로 신이 내린 선물, 타고난 재능이죠.

    VK 거리 생활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었겠군요.

    HA 당시 저는 갈리아노와 일할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마음이었어요. 당시 3주 정도 길에서 잤는데 전혀 불편한 줄도 몰랐고 그저 그와 일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기쁠 뿐이었어요.

    VK 그나저나 대체 왜 길에서 잔 거예요?

    HA 돈이 없었으니까요. 제 선택이었고 부모님께 손 벌리고 싶지 않았어요. 아침엔 근처 호텔에서 샤워를 했어요. 호텔 직원들도 제가 투숙객인 줄 알고 신경 쓰지 않았죠. 모든 게 가능했던 건 열정 덕분이에요. 요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몰두하는 걸 보면 다들 ‘난 내일의 스타가 될 거야. 내일은 스타덤에 오를 거야’라는 식의 생각만 하며 사는 것 같아요. 열정보다 명성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죠. 투쟁하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런 경향이 좀 슬프군요. 6시면 무조건 칼퇴근하는 것만 해도 그래요. 열정이 있다면 더 일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저는 새벽까지 일하면서도 전혀 힘든 줄 몰랐어요. 늙은이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저는 그랬어요.

    실루엣과 디테일은 단순해졌지만 알파카와 모헤어가 섞인 소재, 하운드투스 체크 패턴, 낡은 듯하게 처리된 가죽은 기존 하이더 아커만 특유의 강하고 입체적인 텍스처를 보여준다.

    VK 설마 아직까지 그런 건 아니겠죠? 이제 나이도 들었잖아요!

    HA 물론 나이 들었죠(눈 밑을 가리켰다). 하하! 개인적 경험이긴 하지만 유럽인들에 비해 아시아인들이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력을 지닌 것만은 확실해요.

    VK 하지만 한국은 일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편이에요. 그건 당신의 성향과도 맞지 않죠.

    HA 저도 요즘엔 예전에 비해 집에 빨리 가고 싶어요. 이젠 집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팀원을 늘리지 않은 채 매년 네 차례의 컬렉션을 완성하려면 할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죠. 물론 전 느림의 미학을 좋아합니다. 창작에 몰두하고 생각할 시간을 갖는 건 중요하니까요. 그렇지만 일정 기간 가속을 내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그리고 나서 스스로에게 ‘스톱’이라고 외치고, 하루 종일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거죠. 우리가 사는 시대에는 시간이 럭셔리입니다.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거니까요.

    VK 우리가 가진 유일한 건 정말 시간 뿐일까요?

    HA 제게 남은 유일한 호사는 시간이에요. 우리 모두는 단 하나의 삶을 가졌어요. 인도에서 일주일을 보내며 마을을 둘러보는 것. 그런 경험이 한 사람의 균형을 위해 필요하죠. 제가 죽는 날, ‘이만큼 사랑하지 못했는데. 일하느라 이 욕구를 하나도 실현시키지 못했는데’라고 후회하고 싶진 않아요. 잠깐 멈춰 서서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건 아주 중요합니다. 물론 말은 쉽지만요(어깨를 으쓱했다).

    VK 참, 남동생이 한국 사람이라고 했죠?

    HA 맞아요, 서울에 도착해서 사진을 정말 많이 찍었어요. 가는 곳마다 온통 내 남동생들로 가득했거든요! 외모뿐 아니라 몸짓까지 비슷해서 놀라웠죠. 동생에게 전화해서 “여기서 계속 너를 보게 된다면 정말 힘들 것 같아”라고 말했어요-. 농담이에요, 내 동생은 정말 멋진 아이에요. 부모님은 백인이지만 나, 남동생, 여동생은 피부색이 비슷해서 서로 유대감이 깊죠. 어렸을 적에 동네 아이들이 “너희 전부 다른 나라에서 왔지?”라고 놀릴 때마다 “아니야, 이것 봐, 우린 피부색이 똑같잖아”라고 맞서 싸우곤 했거든요.

    VK 이제 서울에서 뭘 할 건가요?

    HA 오늘 오후엔 <보그> 포트레이트 촬영 등 할 일이 많고, 내일과 모레는 이 도시에서 길을 잃고 헤맬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녁엔 방에서 DVD로 한국 영화를 볼 거고요. 일본에선 일본, 홍콩에선 홍콩, 인도에선 인도 영화를 구해 밤에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일본에 갔을 땐 구로사와 아키라 영화를 여러 편 봤어요. 친구가 한복에 관한 멋진 다큐멘터리를 구해준다고 해서 그걸 보려고요.

    VK 끝내기 아쉽지만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네요. 그럼 오후에 스튜디오에서 만나요.

    HA 참, 촬영 때 당신이 저에 관해 갖고 있는 판타지에 대해 얘기해주는 것 잊지 말아요!

      에디터
      패션 에디터 / 송보라
      포토그래퍼
      JANG DUK HWA
      모델
      강소영, 박소라, 이혜승, 이혜정
      사진
      헤어 / 오종오 메이크업 / 이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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